중국인은 무엇이든 큰 것을 좋아한다. 그게 대국의 기풍에 맞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대’ ‘세계 최고’란 말을 즐겨 쓴다. 최근 베이징을 찾은 한 한국 건축가는 “요즘 중국 부자들은 아파트를 1000평짜리로, 그것도 복층으로 원한다. 그런 아파트를 한 번도 설계한 적이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중국인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 가운데 하나가 차(茶)다. 중국만큼 차 종류가 다양한 국가도 드물다. 홍차·녹차·백차·흑차 등 범주도 다양하고 각 범주마다 종류도 수십, 수백 가지나 된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세계 최고· 최대’를 알릴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다. 이번 올림픽이 ‘대중화(大中華) 선포식’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인은 ‘성당(盛唐)시대의 재현’이란 말도 사용한다. 지금의 중국이 역대 최강이었던 당나라 전성기와 견줄 만하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3년 전부터 차 자격증 교육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올림픽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차 관련 자격증엔 차예사(茶藝師)와 심평사(審評師)가 있다. 차예사는 차의 역사와 종류, 차 마시는 방식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다. 심평사는 차 맛을 전문적으로 감별한다. 이 차가 언제, 어디서 제조된 것인지, 제대로 숙성된 것인지 등을 혀와 코·눈을 총동원해 알아낸다. 심평사가 되려면 술·담배는 절대 금물이다. 차예사와 심평사 자격증은 초·중·고급으로 나뉜다.
차예사와 심평사는 정부 인증 학원에서 공부한 뒤 국가고시를 치러 통과하면 초급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실무 5년을 거치면 중급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중급에 합격한 뒤 다시 7년의 현장근무 경험이 있어야 고급 응시자격을 갖게 된다. 엄격한 제도다. 그러나 현재 차 전문가는 태부족이다.
예를 보자. 상하이 인구는 1700만 명이 넘지만 고급 차예사는 70명 정도다. 다른 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차문화를 국제적으로 알리기는 벅차다. 그래서 차 학원을 늘리고, 학원비도 지원키로 했다.

현장을 보자. 중국의 거리엔 어디나 찻집이 있다. 찻잎을 사는 곳은 물론이고, 차를 마시는 다관도 어디든 존재한다.

차에 대한 두 번째 공격은 문화혁명 때 시작됐다. 홍위병들은 차 생산 공장을 무차별 파괴했다. 차가 노동자·농민을 착취하고 지주들을 위해서만 사용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놀란 차 상인들은 차를 홍콩과 대만으로 빼돌렸다. 그래서 요즘도 오래된 보이차는 주로 홍콩과 대만에서 공급된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그런데도 착취의 산물인 차를 이처럼 내세우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차가 더 이상 착취의 산물이 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이 부강해졌음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인들은 누구나 차를 즐긴다. 과거처럼 가진 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차는 개혁·개방이 1차 목표로 삼았던 ‘샤오캉’(小康·먹고사는 게 걱정 없는 상태) 사회의 완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한국의 차문화는 중국에서 건너왔지만 중국처럼 차문화로 세계를 덮겠다는 야심은 없다. 차문화의 본령처럼 차를 통해 조화와 우정을 나누기를 즐긴다. 중국이 본래 차문화로 돌아가 세상과 대화한다면 베이징 올림픽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올림픽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앙일보=진세근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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