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 잘 써 최고 성군 된 당 태종 … 군주가 어질면 신하는 솔직해져
예부터 성군(聖君)과 현신(賢臣)은 불가분의 관계다. 어리석은 신하들이 모여 현명한 임금을 만들 수 없고 어리석은 임금만이 현명한 신하를 내친다. 아무리 능력 있는 리더라도 만기친람(萬機親覽)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는 늘 훌륭한 참모를 구하려 애쓴다. 동서고금을 초월한 진리다. 제갈량을 참모로 얻기 위한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가 대표적인 예다.
훌륭한 참모를 구하려면 우선 훌륭한 참모를 알아봐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뛰어난 참모를 판별하는 방법이 예부터 많이 전해 온다. 『사기』 ‘위세가’편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전국시대 초기의 정치가 이극이 위나라 문후에게 훈수한, 사람을 살피는 다섯 가지 표준이다.
“평소에는 그와 가까운 사람을 살피고, 부귀할 때는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피고, 관직에 있을 때는 그가 천거한 사람을 살피고, 곤궁한 상황에서는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피고, 어려울 때는 그가 취하지 않는 것을 살피십시오.”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 재상 여불위는 자신이 지은 『여씨춘추』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종류는 같지만 지능은 모두 다르며 똑똑하고 못나고의 차이도 뚜렷하다. 모두가 교묘한 자기 변명의 말로 스스로를 방어한다. 이것이 바로 못난 군주가 혼란스러워지는 까닭이다.”
따라서 사람을 등용하기 전에 여러 방면에서 두루 살필 것을 권하면서 이른바 ‘팔관육험법(八觀六驗法)’을 제안한다. ‘팔관법’은 이극의 다섯 가지 살피기와 일맥상통한다.
“순조로울 때 어떤 사람을 존중하는지 본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을 기용하는지 본다. 부유할 때 어떤 사람을 접촉하는지 본다.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본다. 한가할 때 무엇을 즐겨 하는지 본다. 친해진 뒤 말 속에 드러나는 뜻을 본다. 좌절했을 때 지조를 본다. 가난할 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본다.”
인재를 시험하는 여섯 가지 방법인 육험법은 이렇다.
“기쁘게 해서 천박하게 행동하지 않는지 본다. 즐겁게 해서 취향을 본다. 화를 돋워 통제능력이 있는지 본다. 두렵게 만들어 견딜 수 있는지 본다. 슬프게 만들어 스스로 지탱할 수 있는지 본다. 힘들게 만들어 의지를 시험한다.”
『맹자』 ‘양혜왕’편에도 참모를 고르는 방법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앞의 것들과 달리 스스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계훈이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 앞서 스스로 바르게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나라 위징의 곧은 소리
“좌우 측근들이 누가 좋다고 하더라도 가볍게 믿어서는 안 된다. 여러 대부가 누가 좋다고 하더라도 가볍게 믿어서는 안 된다. 나라 사람 전체가 누가 좋다고 한 다음에야 가서 살펴보고 진짜 좋으면 기용한다. 좌우 측근들이 누구는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믿어서는 안 된다. 대부들이 누구는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믿어서는 안 된다. 나라 사람 전체가 누구는 좋지 않다고 한 다음에야 가서 알아보고 진짜 좋지 않으면 조치한다. (…) 그래야 비로소 백성의 어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태도로 사람을 취하거나 버리면 의심할 바 없이 신중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인재를 고르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물며 중요한 정책 결정 때마다 상의해야 하는 참모를 고를 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사람을 신중히 잘 골라 써 성공한 대표적인 리더가 이른바 중국 최고의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당 태종이다.
‘현무문 정변’으로 태자 이건성을 물리치고 황제에 오른 태종 이세민은 이건성의 참모로 있던 위징을 끌어와 무릎을 꿇게 한 뒤 물었다.
“너는 어째서 우리 형제 사이를 이간질했느냐.”
당시 진왕으로 있던 이세민의 명망이 날로 높아져 태자 자리를 위태롭게 할 지경에 이르자 위징이 이건성에게 “일찌감치 손을 써 우환을 제거하라”고 조언한 일을 따지는 것이었다. 위징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태자께서 내 말을 들었더라면 이 같은 화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태종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위징이 참모로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위징의 죄를 용서하고 간의대부로 삼았다. 그 뒤로도 위징은 태종에게 곧은 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태종도 쓴소리를 약으로 들었다. ‘정관의 치(貞觀之治)’가 가능했던 이유다.
환관 조고가 난을 일으켜 진나라 2세 황제 호해의 목을 죄어올 때 황제 곁에는 어린 환관이 남아 있었다. 호해는 그 환관에게 “이 지경이 되도록 어찌 내게 알리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환관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일찍 말씀 드렸더라면 지금 제 목은 붙어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 태종은 이런 사실을 일찍이 깨우치고 있었다. 리더가 사탕발림을 좋아하면 주위에 파리 같은 간신들만 들끓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임금은 오로지 한 마음인데 그 마음을 공략하려는 자는 너무나 많다. 말재주로, 아첨으로, 간사함으로, 임금이 좋아하는 것으로 무차별 공략해 서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려 든다. 임금이 조금이라도 해이해져 그중 하나라도 받아들였다가는 당장 위기와 망조가 뒤따른다. 바로 이것이 어려운 점이다.”
앞에서 위 문후 얘기를 꺼냈으니 그를 좀 더 살펴보자. 문후가 위나라를 다스릴 때 업(허베이성 일대) 지방을 다스리던 서문표란 관리가 있었다. 그는 수로를 파서 논에 강물을 대는 관계사업을 일으켜 농업생산을 크게 증가시키는 등 선정을 베풀었다.
업 지방에는 해마다 미녀를 뽑아 강물에 던져 제사를 지내는 관습이 있었는데 서문표는 제사를 주관하는 무당을 강물에 던짐으로써 악폐를 일소했다. 그는 청렴결백한 관리였다.
문후의 측근들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았다. 이에 측근들은 문후에게 서문표에 대한 험담만 늘어놨다. 1년 뒤 서문표가 상경해 업무 보고를 올리자 문후는 그의 관인을 거두어 버렸다. 이에 서문표가 말했다.
“지난날 저는 지방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몰랐으나 지금은 잘 알 것 같습니다. 제게 다시 1년만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그래도 제대로 못하면 제 목을 치셔도 좋습니다.”
문후는 그의 청을 받아들여 관인을 돌려줬다. 다시 업 지방으로 돌아온 서문표는 온갖 명목으로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 백성들을 쥐어짰다. 그렇게 모은 돈을 문후 측근들에게 바쳤다. 1년 뒤 서문표가 상경하자 문후는 자리에서 뛰어내려와 그를 맞이했다. 서문표가 다시 말했다.
선정 베푼 신하 내친 문후
“지난날 신은 임금을 위해 업을 다스렸는데 임금은 신의 도장을 빼앗았습니다. 지금 신이 임금의 측근들을 위해 업을 다스렸더니 임금이 신에게 절을 합니다. 이래서야 신이 어찌 백성을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서문표는 관인을 내던지고 물러났다. 위 문후는 측근들의 감언이설에 빠져 서문표 같은 훌륭한 참모를 쓸 줄 몰랐던 것이다. 당 태종 같은 성군은 본받기 쉽지 않은 일이니 만만한 위 문후를 교훈으로 글을 마쳐야 할 것 같다. 범인도 노력하면 이 정도는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후는 악양을 시켜 중산국을 점령한 뒤 아들 위격을 영주로 삼았다. 얼마 뒤 문후는 대신들에게 “나는 어떤 군주인가?”라고 물었다. 모두 어진 군주라고 대답했지만 임좌는 “중산국을 얻은 뒤 동생을 그곳에 봉하지 않고 자식을 봉했으니 어찌 어진 군주라 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문후는 버럭 화를 냈고 임좌는 서둘러 물러났다. 문후가 다시 묻자 적황이 “어진 군주이십니다”라고 대답했다. 왜냐고 다그치는 문후에게 적황이 말했다.
“군주가 어질면 신하들이 솔직해진다고 들었습니다. 방금 임좌가 솔직하게 자신의 견해를 말했으니 어진 군주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문후는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그는 다시 임좌를 불러들여 상객으로 우대했다.
이훈범 중앙일보 정치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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