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돌 벽을 비추는 푸르스름한 조명입니다. 덴마크의 푸른 아침을 가르는 갈매기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 새 무대 위에서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등장해 장례식을 준비합니다. 관객석의 불이 꺼지면 비로소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물론, 그 전에 휴대전화는 끄는 센스를 발휘하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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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은 1999년 체코에서 초연 되었습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만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으며, 미국에서도 상연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어, 이번이 무려 세 번째 상연입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공연은 그만큼 전체적인 흐름이나 사소한 단점 등을 다듬어 나갈 기회도 많았다는 뜻입니다. '오페라의 유령' 이나 '레 미제라블' 과 같이 초반에 만들어 낸 형태를 굳건히 지켜나가는 뮤지컬도 많습니다. 하지만 '햄릿' 은 찬스가 왔을 때마다 확실히 진화해 나간 듯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공연은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두 번째 무대는 그 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 쓴 소리를 듣기도 했으나, '월드 버전' 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현재는 그 동안 무대에 올라갔던 버전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오래된 고전을 감각적인 음악에 담아낸 '뮤지컬 햄릿' 은 상당히 매력적인 공연입니다. 애절한 발라드와 강렬한 전자음이 적절히 어우러진 음악은 사람들의 귀에 쉽게 들어오며, 회전무대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무대는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실력 또한 매우 안정적입니다. 여러 나라의 스태프들이 모여 공들여 다듬어낸 지금의 형태는 거의 흠잡을 데가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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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은 원전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전체적인 스토리만 가져와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영문학의 보석이라 할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대사가 많이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노래를 주로 사용해야 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희곡의 몇몇 장면이 바뀌거나 사라지긴 했으나, 각색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달라진 부분은 전체 줄거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햄릿이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는 부분은 친구의 안내가 아닌 오필리어와의 동침 도중으로 변했고, 영국으로 추방되어 해적과 조우하는 부분은 아예 빠졌습니다. 원작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당황할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이야기의 내부 구조를 해치거나 줄거리의 비약을 유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이야기를 쉽고 깔끔하게 정리하여 관객의 이해를 돕는 쪽에 가깝지요. 이런 점에서 저는 '뮤지컬 햄릿' 의 각색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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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무대 공연 중에서 뮤지컬이 갖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음악입니다. '뮤지컬 햄릿' 은 머나먼 동유럽에서 만들어졌지만, 음악은 오히려 우리에게 익숙한 가요에 가깝습니다. 취향에 따라 조금 가볍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귀에 착 감기는 친숙한 음악의 매력은 무시하기 힘든 것입니다.

 

이 공연의 멜로디는 크게 어렵지도 않으며, 적절한 반복으로 인해 관객들은 곧 음악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2막쯤 되면 첫 소절만으로도 이 장면이 어떤 분위기가 될 지 바로 느낄 수 있으며, 캐릭터 별 하이라이트로 이루어진 커튼 콜이 시작되면 몇몇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서정적인 발라드나 장중한 장례식의 합창도 좋은 편이지만, 가장 특징적인 것은 락 발라드의 느낌을 강하게 띄고 있는 햄릿의 넘버들입니다. 강렬한 전자음을 배경으로 한 노래는 아버지를 잃고 복수를 꿈꾸는 햄릿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OST가 있다면 구매하고 싶었으나, 공연장에서 팔지 않아 빈 손으로 되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비슷한 아쉬움을 공유한 사람이 많았는지, 12월 19일에 우리 나라 배우들이 녹음한 OST가 발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햄릿 역을 맡은 배우가 총 다섯 명인데, 그 중 녹음에 참여하는 사람은 크로스오버 테너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임태경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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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첫 인상은 '꽉 차 보인다' 는 것이었습니다. 한가운데에는 회전무대를 이용한 구조물이 있으며, 그 주변은 석재로 지어진 건물을 연상시키는 대도구로 채워져 무대 안쪽은 거의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극장이 그다지 크지 않은데다 회전무대와 연결된 장치들이 무대 앞쪽까지 나와 있기 때문에 배우들이 움직여야 하는 빈 공간은 그리 넓지 않은 편입니다. 등장인원의 앙상블을 포함하여 총 16명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사람이 움직이고 있을 때는 의외로 좁아 보이지 않았으나, 무대가 비어 있는 동안에는 여지없이 좁아 보입니다.

 

이 무대의 가장 큰 특징은 회전무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입니다. 회전무대는 전체적으로 한가운데 문이 달린 돌 벽과 계단식으로 된 방, 그리고 선체를 연상시키는 나무장식으로 싸인 돌계단의 세 가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공간들은 장면에 따라 알현실, 왕비의 내실, 귀족 가의 살롱, 성벽이나 외성 밖 등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았던 부분은 클로디어스의 독백 장면이었습니다. 형을 살해한 이유를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클로디어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그 동안 옆에 투사된 스테인드 글래스의 문양이 독백 내용에 맞추어 변화하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볼거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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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감각으로 손질되긴 했으나, '햄릿' 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알려진 매우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이런 고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자주 갖는 문제는 관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다 알 법한 부분은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뮤지컬 햄릿' 에서는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우선 캐릭터 파악이 매우 쉽습니다. 중요 등장인물들은 무대에 나타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사람이며 다른 인물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알려지게 됩니다. 여기에 등장인물을 다른 사람과 헷갈리지 않도록 또 하나의 장치를 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헤어스타일의 차이입니다. 이 공연에는 여배우보다 남자 배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배우들은 각각 머리 길이가 다릅니다. 예를 들면 청년 세 명(햄릿과 레어티스, 호레이쇼)의 머리카락은 각각 중간 길이, 어깨에 닿는 장발, 바싹 깎은 머리 모양으로 세 사람이 어지럽게 움직여도 전혀 헷갈릴 일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공연은 원작에 비해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도 중요한 포인트는 제대로 짚어 주고 있습니다. 각 인물들의 배경이나 심리 설명을 빠뜨리는 부분도 없으며, 필요한 요소를 짧은 대사로 간단히 말하고 넘어가는 법이 없기 때문에, 관객은 이야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햄릿과 오필리어가 연인이라는 점은 초반의 러브레터뿐 아니라 러브신을 넣어 더욱 확실히 하고 있지요.

 

여기에 위에서 이야기한 적절한 각색이 더해져, '뮤지컬 햄릿' 은 원작을 모르거나 거의 잊어버린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으로 재 탄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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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햄릿' 은 숙명여자대학교 입구에 있는 씨어터 S에서 상연 중입니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큰 규모가 아니므로, 뒷좌석에 앉더라도 배우의 연기를 관찰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곳의 좌석 수는 600석이 약간 안 되는데, 상하층으로 이루어진 이 극장의 좌석은 앞뒤간 높이 차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따라서 같은 층에서도 좌석 위치에 따라 무대를 관찰할 수 있는 각도가 달라지게 됩니다. 좌석의 단차는 그 외에도 의외의 효과를 발휘하는데, 그것은 바로 앞 사람이 앉은키가 크거나 자주 움직여도 거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8월부터 오픈 런으로 진행되던 '뮤지컬 햄릿' 은 얼마 전 마지막 캐스팅 스케줄을 공지했습니다. 내년 1월 11일을 마지막으로 공연은 마무리되는 것입니다. 유명한 비극을 색다르게 감상하고 싶다면, 그리고 연말연시를 감동적인 뮤지컬과 함께하고 싶다면 꼭 관람하시길 권합니다. by 까망마녀

2008/12/17 10:49 2008/12/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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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오민지 2009/02/10 15:37 Delete Reply

    나라가 지구

    1. Re: # 오민지 2009/02/10 15:43 Delete

      우리는 나라

  2. # 오민지 2009/02/10 15:44 Delete Reply

    나라가 지구을 지키고 항상http://blog.naver.com/tb/l8081403/56582882
    언제나 지키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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