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복 EPL+] 영리한 박지성이 맨유 챔스결승행을 만들다
Posted 2009/05/06 10:30, Filed under: 대한민국선수들/박지성(Man.Utd)
안녕하세요. 조한복입니다.
조금 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열렸던 아스널의 에미레이츠 경기장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 날 개인적으로 아스널이 이길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는데 예상은 정확히 그리고 무참히 빗나갔네요. 홈에서도 강하고 젊은 선수들이 단판 승부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서..(아스널이 2-1로 승리하고 결국 맨유가 결승 간다는 생각이었는데...아무래도 제가 너무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것 같네요.^^)
어제 챔스 경기를 앞두고 웽거 감독은 굉장한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부상에서 갓 복귀한 판 페르시까지 내보내며 공격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정말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난 1차전에서 단 1골만을 실점했던 알무니아 골키퍼, 그리고 6만명에 가까운 홈팬들이 열렬히 아스널을 응원했습니다. 아스널 홈경기가 맨유에게는 매우 어려운 경기 중 하나인데 이 날 분위기는 정말 맨유 선수들의 기를 죽이기 확실했습니다.

'박지성의 골이 결정타'
팽팽한 흐름을 깬 것은 박지성 선수였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자신이 득점하기 5분전인 전반 3분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박지성을 막던 깁스에게 중간에서 공을 빼앗겼고 그 공은 아스널의 역습 기회가 됐습니다. 전반 시작부터 파상공세를 퍼붓던 아스널에게는 절호의 기회였고 자칫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맨유 선수들 한명 한명을 담당하는 아스널 선수들로 인해 좀처럼 득점 기회는 나오지 않았죠.

하지만 전반 8분 안데르손의 패스를 받은 호날두가 패널티 박스 왼쪽에서 낮은 패스를 전달했고 그것을 본 박지성은 패널티 박스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 들어갔습니다. 중간에서 공의 흐름을 막을 것 같았던 아스널 수비수 깁스가 순간적으로 넘어졌고 공은 박지성에게 절묘하게 이어졌죠. 박지성은 넘어지면서 오른발로 슈팅을 때렸고 알무니아 골키퍼가 지키던 아스널의 골문은 8분 만에 활짝 열리고 말았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첫 득점이었습니다. 순간 에미레이츠 경기장은 고요한 정적이 가득했습니다. 너무 빨리 터진 맨유 골이었기 때문에 홈팬들도 잠시 정신을 잃은 것 같더군요. 어이없다고 해야 할까요.
박지성 선수의 골 이후로 분위기는 완전히 맨유로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3분 뒤 전반 11분 호날두의 기막힌 프리킥 골이 터지면서 상황은 아스널에게 매우 불리하게 진행되기 시작했죠. (이미 원정에서 1실점 한 상황이었고 홈에서 2실점을 했기에 아스널은 4골 이상을 넣어야 맨유를 잡고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1차전 합쳐 3-0 상황은 아스널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보였습니다. 아스널은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죠. 팀 선수들간의 호흡이 깨졌고 선수들의 플레이도 힘을 내지 못했습니다. 막히고 또 막히고 상황은 맨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죠.
영국 기자들을 비롯해 현장에 취재온 많은 외국 기자들도 초반 아스널이 매우 강하게 나왔지만 박지성의 골로 무너졌다고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박지성의 골은 경기를 한순간에 바꿔버린 매우 중요한 골이었습니다.

'박지성 이번엔 결승전 갈까?'
물론 이 날 호날두도 굉장히 잘했죠. 하지만 박지성의 선제골로 분위기를 잡지 못했다면 맨유도 분명 결승행 진출을 장담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경기 후 퍼거슨 감독의 칭찬이 안 나올 수가 없겠죠.
기자회견장에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선수를 공식적으로 대놓고 칭찬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맨유 이적 후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고 추켜 세운 뒤 "박지성은 활약상에 비해 가장 과소 평가를 받는 선수이다. 한국 대표팀 경기를 치른 후 박지성이 무척 피곤해 보였고 우리는 약 2주간의 휴식을 줬다"며 박지성이 지난 경기들에서의 결장 이유를 언론들 앞에서 직접 밝혔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대표팀 경기를 다녀온 후 정말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선수를 이렇게 길게 휴식을 준 것은 처음으로 기억되는데요. 특별한 부상이 없으면 교체 명단에는 줄곧 포함을 시켰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명단에서 빼고 휴식을 주었죠.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 2주간의 휴식을 준 것은 가장 잘 한 일인 것 같다. 지난 토요일 팀에 복귀하자마자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고 오늘 아스널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지성은 경기 도중 쉼없이 달린다. 박지성은 움직임과 공간 활용 능력은 정말 환상적이다"며 박지성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평가했습니다.
자~ 그럼 퍼거슨 감독님..이번 결승전에는 박지성 선수를 뛰게 할 것인가요?
퍼거슨 감독에게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기자실에 있던 기자들이 전부 웃더군요. 다들 지난 시즌 박지성을 결장 시켰던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당시 결승전 제외는 한국 언론뿐 아니라 영국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쇼킹한 일이었죠. 박지성도 이번 시즌 들어 첼시전에서 골을 넣은 후 처음으로 당시 서운했던 감정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이번 결승전에서는 박지성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며 결승전에 출전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과연 믿을 수 있는 말일까요?
이번에는 출전하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기대감도 생기는데요. 지난 시즌 이미 박지성을 빼고 다른 카드를 썼던 만큼 이번 시즌에 같은 변형 카드는 내놓지 않겠죠. 더욱이 이번에도 결승전 출전을 못하게 된다면 퍼거슨 감독이 진짜 거짓말쟁이 감독이 될 것 같네요.
이번달 27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리는 결승전을 기대하겠습니다. 근데 내일은 과연 누가 이길까요?^^
런던에서 조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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