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별다방 ‘스타벅스 1호점’ 가봤더니


스타벅스 1호점에 줄을 선 손님들

-별다방 1호점은 시장 골목에 있더라

스타벅스 1호점. 시애틀을 입에 올리는 사람마다 빼놓지 않고 얘기하는 몇가지 코드가 있다면 스타벅스 1호점과 영화 ‘시애틀에 잠못이루는 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본사와 아마존닷컴, 보잉항공사다.

영화에는 실제 시애틀이 스페이스니들이라는 서울 남산타워 같은 전망탑 한 장면밖에 안나온다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이 도시의 이미지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냈다. 추장 이름이었다는 도시명도 그렇고, 닌텐도 창업자가 구단주인 야구팀이자 이치로와 추신수 소속팀인 시애틀 마리너스도 시애틀을 떠올리는 고유명사 중 하나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제압할 만큼 간단하면서도 친근한 상징은 유명한 명물인 ‘스타벅스 1호점’이었다. 8월 29일 오전 1971년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에서 시작했다는 별다방 1호를 찾았다.
게임쇼인 PAX2008 취재를 위해 시애틀에 내린 다음날이자 게임쇼 개막날이었다. PAX2008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 회사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게임쇼다. 북미 최대의 게임쇼였던 E3를 대체하며 매년 두 배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 1호점의 간판

스타벅스 1호점을 찾아가면서 과연 세계적인 커피 체인의 원조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적잖은 기대감과 호기심이 일었다.   

그런데 맙소사. 말로는 들었지만 관광지가 다 된 별다방 1호점은 시장 안의 좁고 허름한 가게일 뿐이었다. 도심에서도 한참 떨어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퍼블릭 마켓 길 건너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한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안띌 만큼 수줍은 모습이었다. 자그마한 간판 하나를 달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사이에서 발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스타벅스 가게 건너편의 퍼블릭 마켓

-스타벅스에만 있는 것들

마침 내가 방문한 8월 29일은 미국의 공휴일인 노동자의 날(9월 1일 월요일)이 낀 연휴기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시장 골목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스타벅스 앞에 사람들이 더 많았다.


스타벅스 1호점 안의 판매용 머그잔 진열대


시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 수공예품을 파는 노점상들, 별다방 앞에서 공연을 펼치는 거리의 악사들. 그 명성에 비해 작고 아담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의 아우라는 광채를 뿜어대는 눈부심이 있었다.

사람들이 주문을 위해 줄을 늘어선 사이를 뚫고 좁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벽면에는 1호점에만 있다는 머그컵들이 판매용으로 쌓여 있다. 방문객들도 바닥에 중국산이라고 적힌 머그컵을 들었나 놨다 신기한 듯 보더니 하나씩 사 드는 눈치다.

스타벅스 1호 점 안의 머그컵들.


붐비는 틈을 타 가게 안 여기저기서 셔터 소리도 들렸다. 돌아보니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시애틀에 살거나 방문한 사람을 몸소 찾아오게 할 만큼 매력이 있다는 거다

최근 로고인 초록색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컵들.


스타벅스의 원래 로고를 잘 살펴보면 꼬리가 두 개 달린 인어 모양의 그림이다.

스타벅스의 최초의 마크는 커피색이다. 그래서 1호점의 간판도, 1호점에서만 판다는 머그컵도 원래의 로고대로 커피색 로고가 박혀 있다. 물론 변신한 초록색 로고를 새긴 컵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다. 색뿐이 아니라 자세히 보면 그 안의 여성의 모습도 다르다. 원판은 꼬리가 두개 달린 인어다. 젖가슴도 그려져 있다. 하지만 새 로고엔 머리가 길고 젖가슴이 가려져 있다. 인어의 두 개의 꼬리도 잘 안보인다.


스타벅스의 전세계 지점 현황 지도

매장 안에는 또한 전세계 스타벅스 매장을 보여주는 세계 지도가 걸려 있다. 일 개의 구멍가게에서 세계적인 체인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가격은 한국의 절반 가격에 불과한 3달러 정도였다. 그리고 컵은 한국보다 두 배나 컸다. 그것이 비결이었을까.


-한국인 바리스타는 어디로 갔을까

내가 궁금해했던 한 가지, 지난해 시애틀에서 WCG(월드사이버게임즈)의 그랜드파이널 행사를 치른 WCG의 행사 대행사 ICM의 임병옥 이사는 스타벅스 매장에는 전세계에 1000명만 있다는 전문가급 바리스타가 있다고 했다. 스타벅스 1호점에 가면 검은 앞치마를 입고 있는 바로 그 1000명 중 3명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고 했다.

커피점 안의 바리스타들.

하지만 웬 걸, 내가 찾아간 그 시간에 매장 안의 바리스타는 모두 여성들이었다. 5~6명의 바리스타 중 검정 앞치마를 입은 사람은 없었고 주로 초록색 앞치마를 입은 사람들은 백인 여성들 일색이었다. 스타벅스 1호점에 가서 확인하고 싶었던 나의 비밀 하나가 사라졌다.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커피의 마술사’인 한국인 30대 바리스타를 만나 스타벅스 1호점에 얽힌 숨은 이야기라도 듣고 싶었는데.

수산시장을 방불케 하는 한 블록 옆의 어물전

별다방 1호점의 한 블록 옆은 한국으로 치면 수산시장에 해당한다. 생선을 토막내 잘라주고, 호객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생선을 주문하면 칼잡이가 손질하는 모습을 다 보여주는데 얼마나 즐겁고 재밌게 하는지 그 자체가 성공 마케팅으로 소개될 정도라고 한다. 이 마켓에는 태평양에서 구해온 각종 생선과 후추 등 양념 등도 널려 있다. 그 앞을 지나다가 앵무새에게 제 입술을 물리는 흰 수염이 무성하게 자란 기괴한 대머리 노인도 만났다.

앵무새에게 자신의 입술을 물린 노인


-사람들은 왜 시애틀에 열광하나

시애틀은 물의 도시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흑인들이 거의 없었다. 지난 4월 블리자드 본사가 있는 어바인에 가서도 흑인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내게 분석해 준 것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잘 사는 사람이 많으면 흑인들이 별로 없다고 했다.
실제로 시애틀에서는 건들거리며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는 무리나 마약에 쩔어 담요를 덮어쓰고 지나가는 사람을 노려보는 LA에서 본 마약 중독자들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어바인이나 시애틀이나 집값이 비싸고, 경제적으로 IT로 상징되는 부유도시 중 하나라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하는 것일까
.


밤이 내리는 시애틀 해안가의 요트들.

시애틀은 매년 미국 10대 도시를 뽑는 순위에서 항상 2~4권에 속한다. 부동의 1위는 물론 미국의 심장이라는 뉴욕이다. 그런데 2~4위까지가 엎치락 뒤치락이란다. 다 서부의 도시인데 올해는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순으로 뽑혔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42배의 면적을 자랑하는 국토를 가진 미국인들은 왜 시애틀에 광분할까. 중부와 중서부는 거의 사막이고, 서부로 눈을 돌려보면 북서쪽 제외하면 거의 자연적으로 자라는 나무가 없다. 이에 비해 시애틀은 시내 중심에  유니온 레이크와 워싱턴 레이크 등 두 개의 큰 호수가 있고, 태평양, 퓨젯 해협(Puget Sound) 등이 잘 어울려진다. 또한 시애틀서 몇시간 거리에 헬런스산, 레이니어산, 올림픽, 노스캐스케이드 등 4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바다, 구릉지대, 담수호가 단짝을 이루며 대자연과 호흡하고 있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이자 전세계 최고 거부인 빌게이츠가 살고 있는 만.

미국인들은 무엇보다 ‘전망’에 미친다고 한다. 즉 자연 환경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집이나 경관을 말하는 것이리라. 시애틀은 이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한다. 바다인 태평양과 호수와 가까운 곳에 록키산맥을 끼고 있다. 어디가나 탁 트인 전망과 자연적인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 있는 도시다.

시애틀 중심지의 모습.

물론 이 세상 어디에도 천국이 없듯 1년에 6개월은 부슬비가 내린다. 내가 머무는 사흘 동안 구름이 몰려왔다 바람이 불었다 했다. 하지만 그 천연 강우 덕에 야채와 나무들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도시가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가령 서부 콜로라도 강의 물을 끌어와서 도시를 건설한 LA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 도시인가. LA에는 1년에 1~2회 정도의 비밖에 오지 않는다.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100미터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스노쿠미 폭포.

순위 집계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에 의하면 시애틀은 '은퇴 후 살고 싶은 도시' 1위란다. 물론 교육환경도 좋다고 한다. 워싱턴대학은 미국의 10대 대학 중 8위다. 참고로 올해는 하버드가 14년만에 프리스턴대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어쩌면 시애틀에 대한 열광은 이런 자연환경과 일찍이 1800년대 서부 발전을 시장했을 때 슈가파인이라는 소나무의 집산지로 재목과 벌목의 도시렸다는 것도 작용했으리라.


1962년 세계박람회 때 생긴 스페이스 니들. 360도 회전하면서 시애틀 풍광을 볼 수 있다.


시애틀의 또다른 명물인 스페이스 니들에서 내려다본 시애틀 야경. 남산타워와 비슷한 전망탑이다.

거기에 항만도시로서 컨테이너 출입항이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닷컴 등 220여개의 첨단 IT기업들이 몰려 있고, 아시아와 알래스카가 최단거리인 입지 덕에 경제가 발전돼 기회가 넓고 좋아서일 것이다. 실제로 1시간이면 캐나다 밴쿠버의 로키산맥으로 갈 수 있다.


별다방 1호점 앞에서의 포커스 강민혁과 나.

시애틀에서 관광을 한 것은 스타벅스 1호점과 엘리엇만, 스노쿠미 폭포, 스페이스 니들 정도였다. 모두 버스를 타고 주마간산 격의 눈맞춤이었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다.
스페이스 니들은 1962년 세계박람회를 기념해 세운 높이 185미터인 인공타워다.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산타워처럼 시애틀 다운타운을 360도로 돌아가며 감상할 수 있다.  막 날아오를 것 같은 우주선 같은 그곳에서 시애틀을 떠나기 전날 밤 내려다보는 시애틀의 밤풍경은 황홀했다. 게임쇼의 번잡함과 기사 송고에 대한 부담감 따위는 어느새 다 잊어버렸다.
누가 그랬던가. 시애틀에 가 잠못 이루는 이유가 시차적응과 영화 제목 때문이라고. 그게 아니라 아름다운 풍광과  첨단 IT도시의 넘치는 생동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구 50만명, 한국인 7만 5000명이 사는 시애틀에서 바다 냄새와 물 냄새, 나무와 폭포 냄새를 맡았다. 흘러가는 시간이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20080901 시애틀에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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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1 20:52 2008/09/0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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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8/09/04 2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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