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에 한국이 있다

객실이 5005개인 MGM 그랜드 호텔 앞의 사자상.
흔히 라스베가스를 ‘도박과 환락의 도시’라고 한다. 모하비 사막 위에 신기루처럼 떠있는 이곳은 섭씨 40도를 웃도는 기온에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다. 영화 ‘벅시’에서처럼 1940년대 마피아 보스였던 벅스 시걸이 이곳을 지나다 화장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12월 25일 수많은 VIP를 불러 카지노 호텔의 개장식을 했지만 그것이 비극으로 끝이 났다. 이유는 비 때문이었다. 사막이라서 비가 안 오리라고 생각해 천장 공사를 하지 않아 예상치 않게 쏟아진 비로 행사가 망쳐버렸고, 베벌리힐즈 집으로 돌아온 그는 분노한 마피아의 총탄에 맞고 숨졌다. 현재의 라스베가스가 다시 만들어지는 것은 그로부터 10년 후다.
‘중세에 로마가 있다면 현세에는 라스베가스가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곳에도 한국의 흔적과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지난 2~4일 모처럼의 휴가를 맞아 그랜드 캐년과 함께 돌아본 라스베가스에서 한국과 한국인을 만났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비롯 부르클린 브리지 등을 축소 설치한 뉴욕뉴욕
비운의 복서 김득구, 박세리 골프쇼, 이윤석의 눈물
라스베가스의 중심로를 가로지르면 수많은 화려한 호텔을 만날 수 있다. 객실이 5005개, 엘리베이터 93개로 13년을 자도 다 못 잔다는 MGM 그랜드, 6분의 1로 축소한 자유의 여신상 등 뉴욕을 그대로 옮겨놓은 뉴욕뉴욕, 중세의 성을 현대식으로 표현한 엑스칼리버, 에펠탑을 2분의 1로 재현한 파리 등등.

베니스 호텔의 인공하늘
인구 250만명에 한인 1만 7000명 거주하는 라스베가스에서 모든 호텔의 관광은 무료다. 출입을 제지하지 않고 어느 호텔에서나 카지노를 즐길 수 있고 매일 매일 벌어지는 수많은 쇼들을 관람하거나 즐길 수 있다. 물론 치안은 아주 좋은 편이다. 낮에 MGM 호텔 앞의 사자상을 보고 반한 사람은 낮과 밤이 180도로 변하는 라스베가스의 야경 투어의 참맛에 푹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투숙률 85%를 자랑하는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호텔 풍경 속에 감춰진 한국을 만나는 것도 새로운 테마로 충분하다. 시저스팰리스 호텔은 1982년 11월 15일 특설링에서 맨시니와의 복싱경기 도중 사망한 비운의 복서 고 김득구의 아픔이 묻어있다.
라스베가스 컨트리클럽은 최근 LPGA의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1998년 7월 7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 플레이오프 연장 18번 홀. 박세리는 워터 해저드에 빠진 볼을 치기 위해 잠시 머뭇거리다가 양말을 벗고 물로 뛰어들었다. 시커멓게 그을린 다리와 달리 양말 속에 감춰져 있던 하얀 두 발. 시련을 상징하는 그 ‘흑백의 대조’가 메이저대회 우승과 함께 외환위기 한파에 시름하던 국민의 마음에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은 순간이었다. 
이윤석이 눈물을 흘리던 높이 350미터 스타르스피아 호텔 타워의 밖에 있는 놀이기구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의 산마르코 광장을 옮겨다놓고 ‘인공하늘’을 만들어놓은 베니스 호텔에 가면 롯데호텔의 인공하늘의 힌트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작은 개울 사이로 곤돌라가 다니는 이 호텔에서 이병헌 주연의 드라마 ‘올인’을 찍었다. 또한 만달레이 베이는 2000년 탤런트 손지창의 장모가 단돈 6달러로 110억원이라는 잭팟을 터트렸다고 해서 한때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바로 뉴스의 당사자다.
스타르스피아 호텔의 350미터짜리 탑도 낯이 익다. 이 타워 위에는 놀이기구가 하나 있다. ‘이경규가 간다’에서 이윤석이 너무 무서워 눈물을 쏟아내던 바로 그 놀이기구다. 그런가 하면 리베라(Rivera-첫 알파벳이 R인) 호텔에서는 한국인 당구 천재 재닛 리가 세계 당구대회에서 실력을 뽐냈던 곳이다.
LG 연출 500억짜리 천장쇼, 삼성 빛난 컨벤션장
라스베가스는 뉴타운과 올드타운으로 나뉜다. 다운타운이 20~30년대 세워진 곳이라면 뉴타운은 1970년대 애틀랜타에 도박업이 허용된 이후 위기감을 느낀 라스베가스가 심기일전해 새롭게 세운 도시 구역이다. 
천장쇼에 나타난 퀸의 열연 모습.
이제는 주로 머무는 곳이 뉴타운이 많을 듯하지만 그래도 20분 거리의 다운타운으로 발길을 끌게 하는 매력은 넘친다. 그 중 하나가 프리몬스트리트에서 밤이면 1시간마다 한다는 일명 ‘천장쇼’다. 2년 전에 생긴 이 쇼는 둥근 천장에서 화려한 전구쇼가 펼쳐진다. 밤 10시 정각. 사방에 불이 한꺼번에 나가고 유명 록그룹 퀸이 천장에서 ‘위 아더 챔피언’ ‘우윌 록유’ 등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음악을 타고 흐른다.

LG의 표시가 있는 천장쇼의 현장
맥주를 손에 든 사람들은 환호성을 쏟아내며 박수를 치고 연인들은 황홀한 포옹과 키스를 퍼부어댄다. 위 테라스에서는 목걸이를 아래로 던진다. 20분간의 깜짝쇼. 이 연출의 주인공은 LG다. 천장 한쪽에 선명한 LG 표시가 새삼 반갑다. LG에서는 이 공사를 500억에 수주했지만 300억만 받았다고 한다. 자사의 광고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한다.
LG의 경우 내 기억으로 세계의 교차로로 불리는 뉴욕의 심장부인 타임스퀘어에 갔을 때와 상하이 동방명주에서도 LG라는 옥외 광고를 설치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앞장서고 있던 기억이 난다.
그런가 하면 삼성은 컨벤션 센터에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라스베가스는 최근 단지 카지노 도시라는 이미지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수많은 쇼를 개발해 가족을 끌어들일 레저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SW 전자 의류 등 수많은 컨벤션을 유치해 컨벤션 도시로도 그 유명세를 높여나가고 있다.
삼성의 경우 라스베가스 시에 많은 돈을 기탁에 컨벤션 센터의 중앙에 삼성 로고가 새겨져 있는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삼성의 컨벤션센터는 LG 천장쇼와 함께 이 홍보의 노른자위를 빼앗긴 일본으로부터 부러움과 질시를 한몸에 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 인수한 알라딘 호텔이 문닫은 사연
뉴타운의 밤은 황홀하다.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찍었다는 벨라주 호텔 앞에서는 분수쇼가 펼쳐진다. 에펠탑을 앞에 두고 음악에 따라 물줄기가 널을 뛴다. 10만명이 한 달을 쓸 전력을 하루에 소비한다는 이 도시의 아주 달콤한 유혹, 환상의 물쇼였다.

벨라지 호텔 앞의 분수쇼. 일산 호수공원의 음악분수가 떠올랐다.
분수쇼를 보고 홀로 밤거리를 돌아봐도 좋다. 호텔마다 카지노의 문은 길을 향해 활짝 열려있고 남녀노소가 제각각의 기계 앞에 앉아 세월을 낚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가 하면 소주 15불을 한다는 갈비탕집이나 세계에서 가장 큰 콜라병과 벽에서 튀어나온 반쪽짜리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그렇게 걷다보면 캐리비안의 해적 복장을 한 길거리 광대도 만나고, 환락을 유도하는 입간판을 몸에 두르고 호객하는 남미 출신 삐끼들도 피할 수 없다.

파리스 호텔. 개선문과 에펠탑의 축소 모형이 떠 있다.
이곳에 와서 전해들은 가슴이 짠해지는 이야기 하나. 라스베가스에 있는 Paris 호텔 근처에 있는 할리우드 호텔의 원래 이름은 알라딘이란다. 이 호텔은 한국인으로 1960년대 한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했던 신진자동차(새나라자동차 인수) 사장이 인수했다고 한다. 그는 닛산 도요타 등을 조립 생산하다 정권의 미운털이 박혀 일본으로 건너갔고, 거기서 땅을 샀는데 신칸센 공사로 보상금을 많이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 무렵 “세상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카지노”라는 말을 듣게 된 아들이 라스베가스에 있는 알라딘 호텔을 인수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쪽 지역의 큰손들이 자금줄을 끊는 바람에 결국 문을 닫고 물러나야 했다고 한다. 왠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비하인드 스토리다.
그렇다면 1999년 개장한 Paris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2분1 크기 에펠탑을 앞에다 설치한 이 호텔은 요즘 아주 잘 된다고 한다. 개장 때는 프랑스 내각을 초대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인의 라스베가스 진출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인가. 국력이 뒤져서일까, 때를 못만나서일까.

내가 돈을 딴 기계. 1달러를 넣고 2센트씩 걸고 9라인을 걸었다.
참, 그렇다면 라스베가스를 찾은 여행객은 적어도 한 번이라도 당겨보지 않았을까. 나도 한 번 당겨보았다. 1달러짜리를 넣고 몇 번 당겼더니 웬걸, 7이 나란히 다섯 개가 나란히 섰다. 그래서 2500점을 얻었다. 500*5. 그래서 한 방에 60달러(6만원)를 땄다. 하지만 운은 거기서 끝났다. 바로 40달러를 잃었으니까.

나의 60달러짜리 잭팟 .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는 한국인 아내를 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영화 중 대표적인 것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다. 영화 속에서 그는 실직과 이혼을 당한 채 알코올 중독자로 시한부 인생을 연기한다. 라스베가스를 떠날 때가 되니 갑자기 그의 열연이 생각났다. 그것은 라스베가스의 막장인생과 일확천금과 인생역전의 신기루가 빚어낸 나만의 환상이었을까.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그렇게 낮과 밤이 180도로 다른 낯선 휴가지에서의 밤은 끝났다. 왜냐구? 2박 3일 라스베가스-그랜드캐년 패키지는 라스베가스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그랜드캐년을 위해 출발하는 가공할 만한 마루타 여행의 첫 관문이었으니까. 200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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