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같은 영화 ‘20세기 소년’ 온가족이 함께 보다

우라사와 나오키는 신비한 만화가다. 그는 ‘몬스터’ ‘플루토’ ‘야와라’ ‘미스터 키튼’을 통해 과학 만화의 이정표를 열었고, 그의 만화는 전 세계적으로 총 1억 권이 팔렸다. 특히 12개국에 번역되어 1200만권이 팔린 ‘20세기 소년’은 한국에서도 80만권이 팔릴 정도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만화 ‘20세기 소년’이 영화 3부작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한국에서도 11일부터 상영 중이다. 추석 명절 마지막 날 우리 가족들은 단체로 시네마 정동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스피디했다. 원작자 우라사와 나오키도 기획 및 각색에 참여해선지 만화의 내용을 제대로 압축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만화처럼 어릴 적 주인공 켄지가 소년의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예언의 서’가 30년이 지난 지금 현실에서 테러와 세균전 등의 실제 상황으로 벌어지는 것을 묘사한다. 마을 어귀에 있는 술집 샌프란시스코와 런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전세계 도시에 대한 공격전이 현실 속에서 구체화된다.

독가스가 일본 전역을 공황상태로 몰아넣고, 하네다 공항과 국회의사당이 습격을 당한다. 마치 1995년 옴진리교 가스 배포 사건과 2001년 9 11테러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들은 만화에서 먼저 예고되고 형상화되어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그 장면들이었다.
록스타를 꿈꾸었다 현실에 좌절하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켄지가 어릴 적 친구의 하나인 동키의 자살 소식을 듣고 추적하는 과정에 ‘친구’라는 정체불명의 사내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세계를 장악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 모든 것이 장난 같았던 ‘예언의 서’의 내용 그대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2000년 12월 31일은 지구 종말의 날이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리집에는 만화 ‘20세기 소년’의 전집이 있다. 아직 결말이 등장하지 않은 채 20권까지인가의 책이 있는 셈이다. 이 만화들은 길거리에서 구입했다. 여러 만화책들을 한 질씩 노끈으로 묶어 쌓아놓고 털이하는 강남역 근처에서 4만원인가에 지른 책이었다. 물론 영화를 같이 본 고등학생 1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도 다 읽어보았다.
영화를 다 본 후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들은 영화가 만화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만화만큼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내 생각도 같았다. 어린 시절의 상상 하나가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는 이 가공한 만화의 짜임새는 놀라울 정도의 전율과 기대감, 흥분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작가의 다른 만화인 ‘몬스터’ 또한 마찬가지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사람은 유망주인 신예 감독 츠츠미 유치히코다. 원작과 동명타이틀곡이자 주제곡인 T. REX의 명곡 ‘20th Centry Boy’가 배경 음악으로 흐른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주제곡인 ‘켄지의 노래:밥 레논’의 노래는 원작자인 우라사와 나오키가 직접 작사 작곡했다. 만화가인 그가 작사는 물론 작곡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그리고 노래는 켄지역의 카라사와 토시야키가 불렀다.
켄지의 노래 첫 구절은 이러하다
해가 저물고 어디에서인지 카레 냄새가 난다
얼마만큼 걸어야 집에 다다를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그 가게의 크로켓은 아직도 예전에 먹던 그맛 그대로일까
지구위에 밤이 찾아온다. 나는 지금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200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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