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림살이가 하루가 다르게 힘들어지는 경제 빙하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올 겨울은 물론 내년이 되면 더욱 혹한기에 돌입한다는 예고편이 줄줄이 매체의 주요뉴스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두터운 외투를 서너 벌 준비해야 할 때라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장기 불황의 전조를 게임인구 증가, 짧아지는 미니스커트, 립스틱과 등산용품 판매 증가, 길거리 자동차 증가 등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니터 안 게임 제국에서 스트레스를 푼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황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불황을 읽어내는 징조나 지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우선 불황이면 게임인구가 많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올해는 한국 최고 게임 개발사인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인 ‘아이온’이 엔씨의 히트작인 ‘리니지’ ‘리니지2’에 이어 지난달 24일 유료화를 하고 나서도 동시접속자만 20만명을 기록하는 대박을 치고 있습니다. 아이온뿐이 아니라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두 번째 확장팩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고 CJ인터넷의 최초 자체 개발작인 ‘프리우스 온라인’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삼국무쌍온라인(CJ인터넷), 홀릭2(엠게임), 타르타로스온라인(위메이드) 등 신작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불황이면 왜 게임에 더 열광할까요. 실업자가 많아지고 노는 인구가 늘어나서 PC방이 붐비는 걸까요. 물론 그런 요소가 주요 요인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경제가 어려워지고 사는 일이 강퍅해지면 늘어나는게 한숨이요 스트레스입니다. 늘어나는 스트레스를 현실과는 다른 세계, 현실의 간섭이 없는 모니터안 게임 제국에서 해소하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제 진단입니다.
게이머들은 모니터 안 제국에서 현실 세계보다 더 집중적으로 자기에 대한 신뢰를 찾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쾌감을 맛보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유저를 제치고 왕이 되기도 하고 슈퍼엘리트로 등극하며 현실 속의 불안을 털어내는 것이죠.
--짧아진 미니스커트, 립스틱 등산복 판매 불티
불황의 전조로 드는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재미 있는 것은 미니스커트가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또다른 예는 등산용품과 립스틱이 불티난다는 것입니다. 등산용품이 잘팔리는 것은 비교적 설명이 쉽습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나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온 사람들이 차비와 김밥만 싸들고 산을 찾아 가는 거죠. 비용이 적고 경제적이기 때문이죠. 립스틱이 잘 팔리는 이유는 여성들이 멋을 내야 하는데, 비싼 옷값 대신 립스틱 색깔을 바꿔 외양의 치장한다는 기분을 즐긴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라디오 사연들도 팍팍한 사연 급증
제가 아는 방송사 사람 얘기에 따르면 요즘 라디오에 보내오는 편지 사연들은 IMF 못지 않은 팍팍함과 고단함이 배어 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 사장이 직원 월급 못주게 돼 자살한 이야기, 열흘에 한 번 일거리를 받아다가 집에서 일하는 주부가 이제 주 1회 아니 보름에 한 번 일을 하니 아이들 학원부터 끊게 되었다는 사연, 아이들을 보호소나 외가에 맡겨 고아 아닌 고아가 늘어나고,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문풍지나 비닐 수요가 늘어난다는 이야기, 택시로 한달에 40만원도 못벌어 집에서 쉬라는 아내의 이야기 등 밑바닥은 완전히 꽁꽁 얼어붙었다는 것을 체감한다는 것이죠.
일 떨어지고 문 닫고 하는 현실이 한 나라의 중심축인 중산층의 붕괴 가능성으로도 이어집니다.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평생을 바친 계층들까지 직격탄을 맞는 형국인 것이죠. 월급이라는 고정 수입으로 은행 빚을 내 집을 구입했는데, 이자는 높아지고 물가 올라가니 생활비 증가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을 팔려고 해도 집값은 떨어지고 집이 팔리지도 않는 가운데 생활비가 늘어나 파산 지경에 이르는 것이죠. 그러니 아이들을 더 낳는것은 언감생심이겠죠.
--기업들도 마케팅비 삭감 구조조정 몸풀기
제가 만나본 기업들 역시 사정이 안좋습니다. 기업들은 장기 불황에 대비, 일련의 프로그램을 마련한 듯합니다. 우선 영업을 위해 개인이나 부가 쓸 수 있는 법인카드 액수를 줄이고, 다음에는 광고비용을 줄입니다. 그리고 마케팅비 삭감하고 나서 계열사 차례 차례 정리합니다. 마지막에 남은 것이 구조조정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신문이나 TV의 광고들의 편수나 질도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3대 공중파 방송사들이 올해 몇 백억대의 적자를 예상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제가 아는 게임사의 홍보 담당자들의 퇴사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광고 중 가장 늦게 줄인다는 온라인광고도 줄고 있는 양상입니다. 온라인 광고는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가 빠르며 데이터를 바로바로 받아보는 장점이 있어 제일 늦게 줄이는 부분입니다. 최근 네이버 3분기 매출이 준 것을 보면 경기 침체의 영향이 온라인광고까지 미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불안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불안'입니다. 만약 불황이 계속될 경우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위기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될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입을 열면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이 제일 무섭다고”들 하기 때문이죠.
물론 현재의 불황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맞물려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죠. 경제 관리나 학자들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힘들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 중 특히 환율이 핵심 문제라는 말들도 많이 나옵니다. 9일 현재 달러가 1450원대, 일본 엔화가 1550원대, 중국 위안화가 190원대, 유로화가 1870원대입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원자재 수입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구조니 더 말해야 무엇하겠습니까.
지난번 e스포츠 행사로 중국 항저우에 갔을 때 대전에서 항저우에 진출한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올 4월 140위안이었을 때 이미 손해를 보면서 물건을 생산하게 되었다. 걱정이다”고 말했습니다. 출판사를 하는 한 사장님은 일본에서 책을 들어와 한글판을 내는데 한국돈으로 계약을 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습니다.
IMF 때는 적어도 금모으기 등 뭔가 대안이 나와 국민들의 마음을 묶었고, IT라는 경제의 돌파구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을 제거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인 것 같습니다. 게임 IT담당 기자로서 지금 상황에서 뭔가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게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올해 게임 수출 액이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을 보면서 스친 생각입니다. 게임을 수출한 업체들은 환율 덕을 톡톡히 본 것도 아이러니이긴 하지만요. 2008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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