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006년 신년 인터뷰로 맺은 인연
2006년 10월 9일 입대, 2008년 12월 21일 전역. 임요환의 공군 복무 시작과 끝 날짜입니다.
게임 오늘 그의 전역이 있는 계룡대에 다녀왔지만 담당기자로서 저는 임요환과 참 인연이 많습니다. 그가 80년이니까 거의 10수년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한 시대를 같이 보낸 인연을 만들었습니다.
2005년에 게임을 맡았지만 본격적인 첫번째 인연은 2006년 초로 거슬러 갑니다. 저는 온라인 세상 명품 브랜드인가 하는 연재물에 당당히 집어넣어 그를 인터뷰했습니다. 팬클럽-지금이야 카페 문화가 좀 시들하지만 다음의 많은 카페 중 그를 좋아하는 '임요환의 드랍십이다'(일명 요한동) 카페는 최고의 회원숫자와 열성팬으로 대단한 명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일개 프로게이머임에도 환상의 드랍십을 비롯한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해 한국의 게임대회를 ''e스포츠'라는 당당한 스포츠로 승화시킨 선구자이자 지존의 카리스마로 '황제'의 칭호로 통했습니다. 지금처럼 직업적인 마인드가 강하지 않고, 약간의 낭만이 스며 있는 시절이라 이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선수의 출현은 대번에 판도를 바꾸어놓았습니다.

마치 박세리를 보고 자란 후세가 신지애 같은 '박세리키드'라 골프계를 접수하듯이 수많은 '임요환키드'를 만든 것입니다. 다 아다시피 현재 한국에는 11개 기업프로게임단과 1개 군프로게임단(공군)이 있고, 23개 공인 종목에 450여명의 프로게이머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활성화된 종목이 바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고, 무려 300여명의 프로게이머가 활약하며 e스포츠의 9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임요환은 바로 스타크래프트 선수단인 SK텔레콤 T1의 선수였다가, 공군 에이스팀의 선수로 입대했고, 또한 내일부터 다시 SK텔레콤 T1 선수로 현역에 복귀합니다.
2. 공군 에이스팀 창단 전후
그와의 다른 인연은 그의 나이 스물 여섯이 되어 군 입대 제한 연령이 다가왔을 때였습니다. 그때 저는 프로게이머를 위해, 커가는 한국 e스포츠를 위해 군 내에 상무팀을 만들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습니다. 물론 "게임하는 게 국가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며 네티즌들에게 곤욕을 치르기는 했지만요.
그 이후 공군에 군 프로게임단인 에이스팀이 생겼고, 워게임을 연구하는 전산특기병이란 신분으로 임요환을 비롯한 8명이 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입대한 지 얼마되지 않을 무렵의 임요환
임요환이 진주의 공군교육훈련사령부에 훈련병으로 입대하고 나서 MSL 결승전이 그곳 연병장에서 치러졌습니다. 30여명의 기자들도 몰려가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았습니다. 수 많은 병사들 사이에 모습을 감춘 채 앉아 있는 그를 찍으려고 앞다투어 주위를 어슬렁거렸던 일도 기억납니다.
그의 모습을 찍지 못해 경향게임즈 김은진 기자에게 사진을 빌려 [사진제공=경향게임즈]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싣고, 그의 모습 대신 아버지를 대신 취재했던 기억도 선합니다.
그가 계룡대의 공군 부대에 자대배치받고 그의 이름이 공군 홈페이지에 뜬날 홈페이지가 과부하로 다운 당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아무튼 슈퍼파이트라는 대회에 나와 홍진호와 임진록을 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 수많은 팬들이 코엑스에서 훌쩍였던 모습은 장관이자 놀라움이었습니다.
3. 게임황제 성을 바꾸어버린 중국 출판사
그런가 하면 임요환에 관한 책이 중국에서 번역되었는데 임(林)씨인 성을 임(任)으로 바꾼 일도 있어 제가 단독 취재한 적도 있습니다.

"황제모독"이라는 기사로 저희 신문 1면을 장식했고, 저는 그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도 탔습니다. 임요환의 부친이신 임병태씨는 임씨의 서울 종친회장이라 "성을 바꾼 것에대한 분노"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측에 항의했지만 대답을 차일피일 미루고, 한국 출판사도 노력한다고 했지만 3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 답을 못받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제가 출판기자를 하게 되었는데 그 출판사 사람이 다시 저를 찾아온 겁니다. 그때는 성바꾼 것만으로 화제가 되고 제가 인용하고 했는데, 제가 출판을 담당하여 찾아왔는데 사실 그런 화제만으로도 출판사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며 아이러니라고 말해주더군요.

4. 철저한 프로정신의 임요환
임요환이 공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그와의 만남은 인터뷰를 통해서, 그리고 삼성동의 연습실과 용산이나 코엑스의 경기장, 슈퍼파이트 등 여러 빅게임 대회에서 줄곧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57만명의 팬클럽을 가진 전국구 슈퍼스타이자 스타크래프트 게임은 몰라도 임요환은 안다는 그의 인기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제가 아는 임요환을 통해 설명할 차례입니다.

그는 우선 잘 생겼습니다. 그리고 결코 얼굴을 찡그리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누구나 인정하듯 어떤 상황에도 막힘없는 말재주를 가졌습니다. 기자 입장에서 보면 언제나 기사의 주제를 던져주는 타입이죠. 그리고 거기에 미소를 한 번 보태면 남자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진이라도 찍으려면 고개를 돌려 빙 둘러선 여러 방향의 사진 기자들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기자들 앞에서는 단 한번도 지루하다거나 힘들다는 모습이나 표정을 지어보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진짜 프로정신은 e스포츠의 흥행청부사답게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나옵니다. 그는 절제할 줄 압니다.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싸울 준비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만들고, 또 주변의 동료나 후배들과 대화합니다. 혼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주고 배웁니다.

e스포츠를 위한 일이라면 자기가 아무리 피곤해도 먼 곳까지 달려가지만 불평하지 않습니다. 그는 지금 만으로는 28세, 우리나이로는 스물아홉입니다. 그랑 같이 공군에서 근무했던 나이 어린 고참들인 조형근과 강도경도 그의 열정과 승부욕은 세계 최고라고 감탄해 마지 않을 정도니까요.
그는 어쩌면 한국 e스포츠에서 프로정신을 최초로 실현한 선수일 것입니다. 숱한 개인리그에서의 우승과 소속팀이었던 SK텔레콤의 우승들을 이끌었던 파워, 연봉이 3억원을 넘나드는 최고 스타의 자리를 만든 것은 바로 그런 태도와 노력, 열정이었을 것입니다.
5. 30대 프로게이머 임요환
그가 오늘 공군에서 전역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자로서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 그의 전역을 보러 계룡대에 갔습니다. 그곳에는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올라온 팬들이 있었습니다.
전북 김제와 충북 청주, 대전과 서울 등지에서 아침 일찍 기차나 택시, 자가용을 타고 찾아왔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팬이었던 대학생도 있고, 초등학교때부터 팬이었다가 고등학생이 된 사람도 있고, 직장인도 있었습니다. 기자들도 20여명 SK텔레콤 프런트와 전세버스로 내려갔습니다. MBC게임, 곰TV 등 방송도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임요환의 아버지 임병태(68)씨와 어머니 강태순(60)씨는 저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역시 아들을 생각하는 모정으로 보온병에 유자차를 끓여와 아들을 안아본 후 돌아서서 따뜻한 차를 손에 안겨주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사고 없이 제대해서 기분이 좋다. 이제 내년에 서른 살이니 빨리 가정을 가졌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습니다.
포인트는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임요환의 고집을 꺾진 못한 듯합니다. "아마 30대 프로게이머로서의 생활을 할 것 같다. 그래서 적어도 서른셋까지는 못말릴 거 같다. 33~35세에 결혼하지 않겠나"하고 말했습니다.

팬들과 함께 전역을 기뻐하는 임요환
임요환도 "30대 프로게이머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다"고 했습니다. SK텔레콤 T1과 남은 계약이 1년 6개월이니 계약이 끝날 때쯤엔 서른이 훌쩍 넘을 듯합니다. 이전에 20대 후반이면 고참이라던 프로야구도 '까치 김정수' 등이 테이프를 끊어 40대 선수까지 등장했습니다.
한국 e스포츠의 선구자이자 전설인 그가 프로게이머를 단지 젊은 날의 몇년 하는 단기간의 과정이 아니라 떳떳한 직장인으로서의 이정표를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6. 스타크래프트2 변수와 올드보이의 실종
임요환이 복귀하는 e스포츠판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군에 다녀온 프로게이머가 현역에 복귀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동수 등 몇명이 있었지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안에 스타크래프트2가 나온다는 말이 있어 새로운 환경 변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빌드와 전략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가 손이 좀 굳어진 상황에서 그리고 급속한 세대교체로 인해 올드보이들이 줄줄이 은퇴하는 상황에서 복귀하는 것도 참 힘든 일입니다.
그와 같이 공군 생활을 했던 강도경과 조형근이 말한 것처럼 "세계 최고의 열정과 승부욕을 지닌" 그가 한국 게임계의 자부심으로, 황제의 귀환을 고대해온 팬들에게 영원한 황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으면 기대해봅니다.

이 말은 물론 우승을 하면서 화려한 성적을 거두라는 말이 아닙니다. 임요환스러운, 황제다운 팬들을 사로잡는 멋진 경기를 보여주라는 것이지요.
10년 동안 커온 e스포츠가 우승자와 상위권들이 너무 10대로 편향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습니다. 이윤열과 마재윤이 주춤하고 박정석과 오용종은 공군에 입대하는 등 실제로 올드보이들이 실종한 듯 보입니다.
임요환이 해줄 역할은 바로 올드팬들에게 그리고 올드보이 프로게이머가 실종된 현실을 딛고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보라는 것이지요. 어떻게요? 그건 황제만이 알겠지요. 20081221
참고: 이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들입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함부로 퍼다가 자료로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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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종 -> 오영종.
그리고 올드라고 부르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