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아륀지…똥덩어리, 유행어로 본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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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똥덩어리"라는 유행어를 낳은 김명민.



한 해가 지나면서 새삼스레 무자년(戊子年)을 풍미한 많은 유행어들이 떠오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완벽한 조건의 인물을 상징하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와 오바마 대통령을  상징하는 버락스타(버락 오바마 스타)네요. 그리고 강마에의 ‘똥덩어리’와 달인의 “OO해 봤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도 생각나네요. 여기에 더해 아륀지와 고소영, ‘누가 그랬을까?’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뿐이고’ 등 각 분야에서 많은 유행어들이 속출, 적잖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 완벽한 조건의 인물, 엄친아

네티즌들로부터 자연스레 만들어져 퍼져나간 ‘엄친아’는 엄마 친구 아들의 준말로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조건의 인물’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파생된 다른 말이 ‘엄친딸(엄마 친구 딸)’ ‘부친남(부인 친구 남편)’ 등이 있지요.

이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로 엇갈립니다. 엄친아가 열폭(열등감 폭발)의 한 모습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학벌과 외모 등 조건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적 기준을 비꼰다는 것이죠.

그런가하면 베이징 올림픽에서 환상의 윙크를 선보인 배드민턴의 이용대는 ‘완소 동생’(완전히 소중한 동생)이라는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은 한국이 종합 7위로 선전하면서 행복한 유행어 공장이기도 했습니다. 유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최민호의 기술은 ‘업어치기’가 아니라 ‘딱지치기’로 불렸고, 역도의 장미란은 ‘피오나 공주’ 등의 별명을 얻었죠. 하지만 축구는 8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축구장에 물 채워라. 박태환 수영하게” “얼려라. 연아 피겨 타게” “골대는 놔둬라. 장미란이 뽑아버리게” 등 조롱성 패러디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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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스타, 님 좀 짱인듯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 오바마가 탄생하자 그의 인기를 뜻한 ‘버락스타’란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오바마 관련 신조어는 ‘버락스타’ 외에도 수십 가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술자리의 건배사도 버락하고 선창하면 “화내지마”, 오바마 하면 “오버하지마”로 후창하는 새로운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부시 정권이 독선적이고 오버했다는 평이 차분한 이미지의 오바마에 이어지는 것이었던 셈입니다. 네티즌들은 “오바마, 님 좀 짱인듯” 같은 말로 그의 당선을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자칭 '꽃노털 옵하(꽃미남 노인 오빠)'인 소설가 이외수 신드롬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동안 괴짜 소설가로만 알려졌던 그가 에세이 '하악하악'을 9개월만에 50만부나 팔아치웠고, '무릎팍 도사'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 출연하며 인터넷에서의 맹활약에 이어 TV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눈화(누나)’ ‘옵하(오빠)’ ‘초큼(조금)’ 등도 올해 인터넷에서 사랑받은 신조어였습니다.

■ “똥덩어리”에 미세스문이 뿔났다

여러 드라마들도 많은 유행어를 낳았습니다. 드라마 제목 ‘엄마가 뿔났다’는 ‘~가 뿔났다’로 패러디되며 인기를 모았습니다. 특히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한 장미희의 언제 어떻게 변할 줄 모르는 왕비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그가 드라마에서 자주 하던 대사 “미세스 문~”도 단박에 유행어가 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역으로 열연하며 최고 연기자의 반열에 오른 김명민이 괴팍한 천재 지휘자로 등장해, “똥덩어리”를 연발 네티즌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이스트로 강마에는 첼리스트 정희연에게 “연습도 안 해와, 음도 못 맞춰, 근데 음대 나왔다, 자만심은 있어. 연주도 꼭 오케스트라에서 해야 돼! 이거 어쩌나, 욕심두 많네? 아줌마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똥! 덩! 어! 리!”라고 독설을 퍼붓습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만큼 모욕적인 말이지만 극중 정희연의 닫힌 의식을 깨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자신이 원하는 것만 취하려는 이 시대의 모든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울리는 경종이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 “난~ 유행어를 만들었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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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특히 개그계에서 유행어와 신조어가 넘쳤났습니다.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비호감)로 분장하고 나온 윤형빈은 “누~구?”를 통해 톱스타의 권위에 대해 독설로 무장, 안티를 자처하며 웃음을 얻었습니다. 내로라하는 가수 서태지, 배우 장동건, 그룹 동방신기-빅뱅도 피해갈 수가 없었죠. 그런가 하면 개그콘선트 달인 코너에서 김병만의 “16년 동안~”과 “OO해 봤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등도 화제 유행어로 인기를 끌었죠.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안상태(사진)가 어눌하고 애절하게 외친 “난, ~할 뿐이고”는 하반기 최대 유행어로 등극했습니다. 난처한 상황에 빠지면 엄마를 찾는 안상태 특파원 캐릭터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댓글놀이와 각자 난감한 처지를 만들어내는 ‘안상태 기자 놀이’로 확산됐습니다. 안상태 자신을 4년 만에 슬럼프에서 끌어올린 이 유행어는 되는 일도 하나 없고 빠져 나오려 발버둥칠수록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는 무기력한 모습을 희화화한,  “상황의 절실함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그럴듯합니다.


■ 아륀지와 고소영, 누가 그랬을까

MB정부도 많은 유행어를 낳았습니다. 출발부터 체면을 구기게 만든 유행어는 아륀지와 고소영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초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당시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미국 가서 오렌지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 ‘아륀지’라고 했더니 알아듣더라”라고 말했습니다. 가뜩이나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논란이 커지던 상황에서 네티즌의 몰매를 맞고 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새 내각이 꾸려지기 시작하면서 인적 구성의 편향성을 꼬집는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출신의 득세를 비꼼), ‘강부자’(강남 땅부자), ‘S라인’(서울시청 출신) 등이 ‘정권’ 앞에 나붙어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장관 후보자의 해명인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는 아니다”는 말도 대히트했죠.

개그콘서트에서 황회장, 소비자 고발의 황PD로 맹활약한 황현희의 유행어처럼 “누가 그랬을까?”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가 절로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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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프리스톤테일2(예당온라인)의 홍보대사인 손담비. 



■ 내가 미쳤어, 니가 아니면 싫어

가요계에서는 아주 직설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원더걸스의 “Nobody But you, 다른 사람은 싫어, 니가 아니면 싫어”(노바디)는 복고풍의 댄스와 섹시한 이미지를 결합해 인기를 모았습니다.

빅뱅의 멤버인 태양의 “내가 바람펴도 너는 절대 피지마”(나만 바라봐)라고 노래했고, 손담비는 더이상 앉는 도구가 아니라 이성을 유혹하는 도구임을 온몸으로 보여준 손담비표 의자로 의자춤을 선보이며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미쳤어) 등을 외쳐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자기 감정에 솔직한 요즘 세대를 가사로 반영한 셈이라는 것이죠.

물론 자신에 대한 소문을 해명한다고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선 나훈아가 “제가 내려서 5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니면 믿으시겠습니까?”라며 지퍼를 내리려고 했던 퍼포먼스도 한 동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유행어가 되었죠.


올 한해가 길고 긴 불황의 시작이라고들 하네요. 게임-e스포츠계 10대 뉴스 기사를 쓰면서 아닌게 아니라 내년에는 굉장히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올 초 최고 인기 CF송이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되고송이었는데,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맞물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말에 와선 “난 취직 안될 뿐이고...” “난 월급 삭감됐을 뿐이고” “경제한파 돈없는 서민들만 억울할 뿐이고” 라는 말이 쏟아져 나오듯 희망이 어느새 가출해버린 느낌입니다.

저는 취업대란 입시대란 자금난 등 힘든 많은 사람들에게 “내힘들다”를 거꾸로 해보라고 합니다. 되고송과 같은 희망을 담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뒤집는 역설과 반전의 미학쯤 될까요. “다들 힘네”세요. 200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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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9 10:32 2008/12/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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