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권과 노숙자 노인의 황학루, 중국의 배꼽 '무한의 추억'



중국 무한의 대표적인 건물인 황학루


올해 저는 중국에 세 번이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모두 게임기자로서 e스포츠 취재를 위해서였죠.
앞 쪽의 두 번은 저희 회사가 중국 항저우 인민정부와 함께 대회를 치렀던 항저우마스터스가 열린 항저우로 이 블로그에도 두 번이나 소개했지요. 2006년에도 WEG란 e스포츠대회를 취재하러 항저우에 갔던 적이 있으니 항저우만 세번째인셈이죠.


'동호에서 만나 동호에서 가정을 이룬다'는 무한의 자랑인 바다같은 호수 동호(東湖).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난 12월 4~8일 다녀온 한중 국가대표 e스포츠 대회인 IEF(인터내셔널 이스포츠 페스티벌)가 열린 호북성의 성도(省都)인 무한(武漢, 우리말 표기로는 우한)이었습니다.
반경 1000km 이내에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핵심도시와 6시간 안에 연결되는 '중국의 배꼽' 무한은 항저우의 서호보다 6배가 더 큰 호수인 동호가 있는 곳이죠. 항저우의 서호가 월나라의 미인인 서시와 깊은 관련이 있다면 동호가 있는 무한은 서시와 양귀비, 초선과 함께 중국 4대 미녀로 통하는 왕소군의 고향이기도 하지요. 또한 1852년 태평천국의 난과 1911년 손문선생의 신해혁명의 무창봉기의 주무대이며, 1980년대 국가주석을 지낸 이선념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그보다 더 오래 거슬러 올라가보면 삼국지의 주요 무대이자 오나라 손권이 지은 강남 3대 루인 황학루가 있는 곳이기도 하죠.


신해혁명 발생지인 황학루 앞의 신해혁명박물관.

대회 기간 내내 수많은 행사를 쫓아다녀서 관광은 거의 하지 못했지만 동호와 호북성박물관 그리고 황학루를 시간을 내어 찾았습니다. 그리고 제 사진기로 몇몇 장소들을 담아두었습니다. 물론 주마 간산 격에다가 제 시간을 싹둑 잘라 짧게 돌았을 뿐이지만요.


호북성(湖北省) 박물관

'중국에 다녀온 지 3일이 지나서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없다'던 어느 글의 표현처럼 이제 거의 다 잊혀져 가는 기억들을 다시 불러내기가 쉽지 않네요. 다행히 사진을 정리하다가 보니 몇 가지 떠오르는 풍경이 있어 이렇게 해가 다 가기 전에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

--손권이 지은 천하강산제일루 황학루
무한을 떠올리면 역시 "황학루가 그곳에 있다"라는 말이 가장 강렬하게 흥분을 일어나게 합니다. 그만큼 사람을 압도하게 하는 뭔가가 있고, 오래 전의 역사가 이야기처럼 흘러다닙니다.
무한은 중국에서 가장 큰 강인 양자강(揚子江, 실은 이 말도 서양사람들이 지어낸 말이라는군요. 중국인은 장강(長江)이라고 한다고 하더군요) 과 한강이라고 불리는 한수(漢水)가 도시의 중심을 관통하며 강남에는 교육도시인 무창, 강북에는 상업지구인 한양과 한구로 세 등분으로 나누는 도시입니다. 무한이라는 지명도 1927년 3개 지역의 앞 글자를 따서 처음 지은 거라고 하네요.
황학루가 있는 곳도 바로 양자강 중류가 흐르는 한 언덕 위입니다. 무한은 원래 100미터 이상의 산이 거의 없는데 오나라 손권이 군사적 요충지로 양자강이 내려다보이는 구릉 위에 누각을 짓고 황제라 칭했다고 하네요. 현재 건물은 겉이 5층이고 속이 9층입니다
.



천하강산 제일루라고 쓰여진 황학루로 가는 입구 중 하나.

이곳에는 이태백, 백거이 등 수많은 시인묵객이 찾아와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였습니다. 특히 이태백은 우연히 놀러왔다 시를 쓰려고 머리를 쳐들어보니 시 하나가 앞에 있어 "이보다 더 좋은 시를 쓸 수 없구나"라며 "붓을 던지고 맨주먹으로 부숴버리고 싶다"고 토로했다는 최호 시인의 시가 남겨져 있습니다.  



황학루에 올라(최호)


옛날 선인은 이미 황학을 타고 가버리고 이곳에는 텅빈 황학루만 남았네.

한번 가버린 황학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흰구름만 천년을 유유히 흐르네.

맑은 강물에는 한양의 나무들이 역력하고 향내 나는 풀은 앵무주에 무성하구나.

날은 저무는데 고향은 어느 쪽인가, 강 위의 자욱한 안개 물결이 더욱 시름겹게 하네.

이백이 시를 쓰려다 붓을 던진 장소. 바로 앞에 위의 시가 있다.

1958년에 모택동 주석이 양자강을 수영하고 지은 시도 굴원의 시를 등지고 비석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모택동 주석의 흉상이 한 건물 안에 놓여 있다. 아래 사진은 모택동이 친필로 쓴 굴원의 시.


황학루 안의 연못. 멋진 수석이 있고 비단 잉어들이 호젓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삼국지의 120여 장 중 80여회나 무창을 비롯한 무한에서 일어난 일들이라는 말처럼 황학루는 오나라때로의 역사여행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고향이 산서성인 관우의 경우 육손에게 죽임을 당하고 머리는 하남에 몸은 바로 이 호북성 당양에 있다는 것처럼 말이죠.
황학루는 오나라 때 처음 꼭대기에 동탑을 얹은 28미터 높이의 3층 건축물이었으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전란과 화재로 7번의 소실과 중건을 거듭해 현재 엘리베이터를 갖춘 최신식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신선이 된 노숙자 노인의 황학루의 추억
이 황학루에는 신선이 된 한 노숙자 노인의 추억이 여행객의 귀를 솔깃하게 합니다. 건물 안에는 그 학과 신선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신선이 되어 학을 타고 날아간 노숙자 노인의 모습.

현지인들에게 들은 노숙자 노인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이러하다. 강가에 술집을 하는 마담이 하나 있었는데 한 노숙자가 찾아와 먹을 것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없는 살림에 1년여를 먹여주었더니 노란 귤껍질로 학을 한 마리 만들어 주고나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그림 속의 학이 박수를 세번 치면 날개를 퍼덕였는데 이것이 화제가 되어 수 많은 사람이 보러 몰려와 큰 돈을 벌게 되었다.
그 후 10여년이 지나 그 노숙자 노인이 나타났다. 그 노인은 자신에게 잘해 주었던 마담에게 다시 인사를 하고는 박수를 세번 쳤다. 그랬더니 그 노란 귤 껍질로 만든 학이 진짜 학이 되어 그 노인을 태우고 날아갔다는 것이다. 알고봤더니 그 노인은 신선이었다는 전설이다.

.
황학루 바로 앞에 있는 종각과 남루의 모습.


황학루의 정문. 저 멀리 양자강이 보인다.


황학루를 등지고 찰칵.

--그 밖에 무한으로 기억에 남는 것들
무한에서의 숙소는 호빈화원 호텔로 동호랑 연결되는 곳이었습니다.  호수 주변과 건물 밖으로 비를 막게 해주는 건축형식의 산책로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호텔 옆에는 중국 어디가나 볼 수 있는 발 마사지 가게와 KTV라고 하는 노래방이 있었습니다.



기자단이 머물렀던 호빈화원 호텔

그리고 황학루에 다녀오는 길에 들렀던 전국 각 지역의 차가 모여 원산지보다 싸다는 차도매 상가도  기억납니다. 200여개의 차가게 중 하나에 들렀는데 주인 여성은 국화차를 그 자리에서 맛있게 끓여주었습니다.


무한 차 도매시장에서 차를 끓여주는 주인.

호북성 박물관에 가서는 세계 8대 기적이라는 초나라 때의 편종을 봤습니다. 그리고 2500년전 청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월왕구천검도 신기했습니다.  초나라의 한 제후국인 증나라 제후인 을의 묘에서는 거대한 무덤도 보개 되었습니다.
세계 8대 기적이라는 편종은 6명이 연주하는 악기로 피아노 소리 88개를 다 낼 수 있다고 하니 2400년전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


2400년 전 만들어졌지만 피아노 88개 소리를 다 내는 세계 8대 기적인 초나라 편종.

무한은 북경 상해 중경 천진 광주와 더불어 중국에서 경제 규모 6대 도시라고 합니다. 한국의 청주와는 자매결연을 맺어 매년 방문하고, 대전 광주와도 우호협력을 맺었습니다. 이번에 태백과 수원 또한 경제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한국기업으로는 SK그룹에서  화공 협력을 논의중이고, 한국 정부에서는 무한에 한국총영사관을 설치하기로 합의 했다고 합니다.

비록 가보지는 못했지만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도교의 성지 무당산과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노산으로 이름이 높고, 비록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충칭(重慶), 난징(南京)과 더불어 중국의 3대 화덕으로 통한다는 여름 날씨로 악명을 지닌 무한.
솔직히 음식맛은 항저우보다 조금 덜하고, 도시의 질서 또한 항저우에 뒤졌습니다. 하지만 항저우보다 미인이 많고, 항저우 못지 않은 자연환경과 교육열이 넘쳐나는 그런 유서 깊은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황학루 위로 푸른 창공을 향해 날아가는 노숙자 노인이 탄 학이 기억나는 그런 도시입니다. 20081231

사용자 삽입 이미지
IEF가 열렸던 무한 광곡체육관

사용자 삽입 이미지
IEF 2008 무한대회 우승자들. 뒷줄 왼쪽이 스타크래프트의 김택용. 뒷줄 맨 오른쪽이 워크래프트3의 장재호.
 
*참고
제가 취재간 IEF는 한국 팀의 김택용(스타크래프트)-장재호(워크래프트3)-이스트로팀(카운터스트라이크)이 전 종목 우승을 싹쓸이해 4회 대회에 이르는 동안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참고로 여기 올린 사진은 다 제가 찍은 것들입니다. 저작권 보호해주세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2/31 01:18 2008/12/31 01:18

트랙백 주소 :: http://isblog.joins.com/espot/trackback/51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