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아륀지…똥덩어리, 유행어로 본 2008년

사용자 삽입 이미지
 TV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똥덩어리"라는 유행어를 낳은 김명민.



한 해가 지나면서 새삼스레 무자년(戊子年)을 풍미한 많은 유행어들이 떠오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완벽한 조건의 인물을 상징하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와 오바마 대통령을  상징하는 버락스타(버락 오바마 스타)네요. 그리고 강마에의 ‘똥덩어리’와 달인의 “OO해 봤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도 생각나네요. 여기에 더해 아륀지와 고소영, ‘누가 그랬을까?’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뿐이고’ 등 각 분야에서 많은 유행어들이 속출, 적잖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 완벽한 조건의 인물, 엄친아

네티즌들로부터 자연스레 만들어져 퍼져나간 ‘엄친아’는 엄마 친구 아들의 준말로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조건의 인물’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파생된 다른 말이 ‘엄친딸(엄마 친구 딸)’ ‘부친남(부인 친구 남편)’ 등이 있지요.

이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로 엇갈립니다. 엄친아가 열폭(열등감 폭발)의 한 모습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학벌과 외모 등 조건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적 기준을 비꼰다는 것이죠.

그런가하면 베이징 올림픽에서 환상의 윙크를 선보인 배드민턴의 이용대는 ‘완소 동생’(완전히 소중한 동생)이라는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은 한국이 종합 7위로 선전하면서 행복한 유행어 공장이기도 했습니다. 유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최민호의 기술은 ‘업어치기’가 아니라 ‘딱지치기’로 불렸고, 역도의 장미란은 ‘피오나 공주’ 등의 별명을 얻었죠. 하지만 축구는 8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축구장에 물 채워라. 박태환 수영하게” “얼려라. 연아 피겨 타게” “골대는 놔둬라. 장미란이 뽑아버리게” 등 조롱성 패러디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버락 스타, 님 좀 짱인듯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 오바마가 탄생하자 그의 인기를 뜻한 ‘버락스타’란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오바마 관련 신조어는 ‘버락스타’ 외에도 수십 가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술자리의 건배사도 버락하고 선창하면 “화내지마”, 오바마 하면 “오버하지마”로 후창하는 새로운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부시 정권이 독선적이고 오버했다는 평이 차분한 이미지의 오바마에 이어지는 것이었던 셈입니다. 네티즌들은 “오바마, 님 좀 짱인듯” 같은 말로 그의 당선을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자칭 '꽃노털 옵하(꽃미남 노인 오빠)'인 소설가 이외수 신드롬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동안 괴짜 소설가로만 알려졌던 그가 에세이 '하악하악'을 9개월만에 50만부나 팔아치웠고, '무릎팍 도사'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 출연하며 인터넷에서의 맹활약에 이어 TV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눈화(누나)’ ‘옵하(오빠)’ ‘초큼(조금)’ 등도 올해 인터넷에서 사랑받은 신조어였습니다.

■ “똥덩어리”에 미세스문이 뿔났다

여러 드라마들도 많은 유행어를 낳았습니다. 드라마 제목 ‘엄마가 뿔났다’는 ‘~가 뿔났다’로 패러디되며 인기를 모았습니다. 특히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한 장미희의 언제 어떻게 변할 줄 모르는 왕비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그가 드라마에서 자주 하던 대사 “미세스 문~”도 단박에 유행어가 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역으로 열연하며 최고 연기자의 반열에 오른 김명민이 괴팍한 천재 지휘자로 등장해, “똥덩어리”를 연발 네티즌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이스트로 강마에는 첼리스트 정희연에게 “연습도 안 해와, 음도 못 맞춰, 근데 음대 나왔다, 자만심은 있어. 연주도 꼭 오케스트라에서 해야 돼! 이거 어쩌나, 욕심두 많네? 아줌마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똥! 덩! 어! 리!”라고 독설을 퍼붓습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만큼 모욕적인 말이지만 극중 정희연의 닫힌 의식을 깨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자신이 원하는 것만 취하려는 이 시대의 모든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울리는 경종이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 “난~ 유행어를 만들었을 뿐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방송가, 특히 개그계에서 유행어와 신조어가 넘쳤났습니다.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비호감)로 분장하고 나온 윤형빈은 “누~구?”를 통해 톱스타의 권위에 대해 독설로 무장, 안티를 자처하며 웃음을 얻었습니다. 내로라하는 가수 서태지, 배우 장동건, 그룹 동방신기-빅뱅도 피해갈 수가 없었죠. 그런가 하면 개그콘선트 달인 코너에서 김병만의 “16년 동안~”과 “OO해 봤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등도 화제 유행어로 인기를 끌었죠.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안상태(사진)가 어눌하고 애절하게 외친 “난, ~할 뿐이고”는 하반기 최대 유행어로 등극했습니다. 난처한 상황에 빠지면 엄마를 찾는 안상태 특파원 캐릭터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댓글놀이와 각자 난감한 처지를 만들어내는 ‘안상태 기자 놀이’로 확산됐습니다. 안상태 자신을 4년 만에 슬럼프에서 끌어올린 이 유행어는 되는 일도 하나 없고 빠져 나오려 발버둥칠수록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는 무기력한 모습을 희화화한,  “상황의 절실함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그럴듯합니다.


■ 아륀지와 고소영, 누가 그랬을까

MB정부도 많은 유행어를 낳았습니다. 출발부터 체면을 구기게 만든 유행어는 아륀지와 고소영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초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당시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미국 가서 오렌지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 ‘아륀지’라고 했더니 알아듣더라”라고 말했습니다. 가뜩이나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논란이 커지던 상황에서 네티즌의 몰매를 맞고 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새 내각이 꾸려지기 시작하면서 인적 구성의 편향성을 꼬집는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출신의 득세를 비꼼), ‘강부자’(강남 땅부자), ‘S라인’(서울시청 출신) 등이 ‘정권’ 앞에 나붙어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장관 후보자의 해명인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는 아니다”는 말도 대히트했죠.

개그콘서트에서 황회장, 소비자 고발의 황PD로 맹활약한 황현희의 유행어처럼 “누가 그랬을까?”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가 절로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온라인게임 프리스톤테일2(예당온라인)의 홍보대사인 손담비. 



■ 내가 미쳤어, 니가 아니면 싫어

가요계에서는 아주 직설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원더걸스의 “Nobody But you, 다른 사람은 싫어, 니가 아니면 싫어”(노바디)는 복고풍의 댄스와 섹시한 이미지를 결합해 인기를 모았습니다.

빅뱅의 멤버인 태양의 “내가 바람펴도 너는 절대 피지마”(나만 바라봐)라고 노래했고, 손담비는 더이상 앉는 도구가 아니라 이성을 유혹하는 도구임을 온몸으로 보여준 손담비표 의자로 의자춤을 선보이며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미쳤어) 등을 외쳐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자기 감정에 솔직한 요즘 세대를 가사로 반영한 셈이라는 것이죠.

물론 자신에 대한 소문을 해명한다고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선 나훈아가 “제가 내려서 5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니면 믿으시겠습니까?”라며 지퍼를 내리려고 했던 퍼포먼스도 한 동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유행어가 되었죠.


올 한해가 길고 긴 불황의 시작이라고들 하네요. 게임-e스포츠계 10대 뉴스 기사를 쓰면서 아닌게 아니라 내년에는 굉장히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올 초 최고 인기 CF송이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되고송이었는데,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맞물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말에 와선 “난 취직 안될 뿐이고...” “난 월급 삭감됐을 뿐이고” “경제한파 돈없는 서민들만 억울할 뿐이고” 라는 말이 쏟아져 나오듯 희망이 어느새 가출해버린 느낌입니다.

저는 취업대란 입시대란 자금난 등 힘든 많은 사람들에게 “내힘들다”를 거꾸로 해보라고 합니다. 되고송과 같은 희망을 담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뒤집는 역설과 반전의 미학쯤 될까요. “다들 힘네”세요. 20081228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2/29 10:32 2008/12/29 10:32
-게임황제 임요환과 기자의 인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팬들에게 전역인사를 하는 공군병장 임요환



1. 2006년 신년 인터뷰로 맺은 인연

2006년 10월 9일 입대, 2008년 12월 21일 전역. 임요환의 공군 복무 시작과 끝 날짜입니다.
게임 오늘 그의 전역이 있는 계룡대에 다녀왔지만 담당기자로서 저는 임요환과 참 인연이 많습니다. 그가 80년이니까 거의 10수년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한 시대를 같이 보낸 인연을 만들었습니다.

2005년에 게임을 맡았지만 본격적인 첫번째 인연은 2006년 초로 거슬러 갑니다. 저는 온라인 세상 명품 브랜드인가 하는 연재물에 당당히 집어넣어 그를 인터뷰했습니다. 팬클럽-지금이야 카페 문화가 좀 시들하지만 다음의 많은 카페 중 그를 좋아하는 '임요환의 드랍십이다'(일명 요한동) 카페는 최고의 회원숫자와 열성팬으로 대단한 명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일개 프로게이머임에도 환상의 드랍십을 비롯한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해 한국의 게임대회를 ''e스포츠'라는 당당한 스포츠로 승화시킨 선구자이자 지존의 카리스마로 '황제'의 칭호로 통했습니다. 지금처럼 직업적인 마인드가 강하지 않고, 약간의 낭만이 스며 있는 시절이라 이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선수의 출현은 대번에 판도를 바꾸어놓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1일 임요환의 전역을 축하하러 온 대전 팬들의 모습


마치 박세리를 보고 자란 후세가 신지애 같은 '박세리키드'라 골프계를 접수하듯이 수많은 '임요환키드'를 만든 것입니다.  다 아다시피 현재 한국에는 11개 기업프로게임단과 1개 군프로게임단(공군)이 있고, 23개 공인 종목에 450여명의 프로게이머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활성화된 종목이 바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고, 무려 300여명의 프로게이머가 활약하며 e스포츠의 9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임요환은 바로 스타크래프트 선수단인 SK텔레콤 T1의 선수였다가, 공군 에이스팀의 선수로 입대했고, 또한 내일부터 다시 SK텔레콤 T1 선수로 현역에 복귀합니다.


2. 공군 에이스팀 창단 전후

그와의 다른 인연은 그의 나이 스물 여섯이 되어 군 입대 제한 연령이 다가왔을 때였습니다. 그때 저는 프로게이머를 위해, 커가는 한국 e스포츠를 위해 군 내에 상무팀을 만들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습니다. 물론 "게임하는 게 국가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며 네티즌들에게 곤욕을 치르기는 했지만요.

그 이후 공군에 군 프로게임단인 에이스팀이 생겼고, 워게임을 연구하는 전산특기병이란 신분으로 임요환을 비롯한 8명이 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입대한 지 얼마되지 않을 무렵의 임요환

 


임요환이 진주의 공군교육훈련사령부에 훈련병으로 입대하고 나서 MSL 결승전이 그곳 연병장에서 치러졌습니다. 30여명의 기자들도 몰려가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았습니다. 수 많은 병사들 사이에 모습을 감춘 채 앉아 있는 그를 찍으려고 앞다투어 주위를 어슬렁거렸던 일도 기억납니다.

그의 모습을 찍지 못해 경향게임즈 김은진 기자에게 사진을 빌려 [사진제공=경향게임즈]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싣고, 그의 모습 대신 아버지를 대신 취재했던 기억도 선합니다.

그가 계룡대의 공군 부대에 자대배치받고 그의 이름이 공군 홈페이지에 뜬날 홈페이지가 과부하로 다운 당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아무튼 슈퍼파이트라는 대회에 나와 홍진호와 임진록을 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 수많은 팬들이 코엑스에서 훌쩍였던 모습은 장관이자 놀라움이었습니다.


3. 게임황제 성을 바꾸어버린 중국 출판사

그런가 하면 임요환에 관한 책이 중국에서 번역되었는데 임(林)씨인 성을 임(任)으로 바꾼 일도 있어 제가 단독 취재한 적도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들 전역을 보러 계룡대에 온 부모님.


"황제모독"이라는 기사로 저희 신문 1면을 장식했고, 저는 그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도 탔습니다. 임요환의 부친이신 임병태씨는 임씨의 서울 종친회장이라 "성을 바꾼 것에대한 분노"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측에 항의했지만 대답을 차일피일 미루고, 한국 출판사도 노력한다고 했지만 3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 답을 못받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제가 출판기자를 하게 되었는데 그 출판사 사람이 다시 저를 찾아온 겁니다. 그때는 성바꾼 것만으로 화제가 되고 제가 인용하고 했는데, 제가 출판을 담당하여 찾아왔는데 사실 그런 화제만으로도 출판사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며 아이러니라고 말해주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임요환에게 기념패를 전하는 '임요환의 드랍십이다' 회원들


4. 철저한 프로정신의 임요환

임요환이 공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그와의 만남은 인터뷰를 통해서, 그리고 삼성동의 연습실과 용산이나 코엑스의 경기장, 슈퍼파이트 등 여러 빅게임 대회에서 줄곧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57만명의 팬클럽을 가진 전국구 슈퍼스타이자 스타크래프트 게임은 몰라도 임요환은 안다는 그의 인기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제가 아는 임요환을 통해 설명할 차례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곰TV 스튜디오에서 경기후 내가 찍은 임요환의 모습.



그는 우선 잘 생겼습니다. 그리고 결코 얼굴을 찡그리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누구나 인정하듯 어떤 상황에도 막힘없는 말재주를 가졌습니다. 기자 입장에서 보면 언제나 기사의 주제를 던져주는 타입이죠. 그리고 거기에 미소를 한 번 보태면 남자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진이라도 찍으려면 고개를 돌려 빙 둘러선 여러 방향의 사진 기자들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기자들 앞에서는 단 한번도 지루하다거나 힘들다는 모습이나 표정을 지어보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진짜 프로정신은 e스포츠의 흥행청부사답게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나옵니다. 그는 절제할 줄 압니다.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싸울 준비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만들고, 또 주변의 동료나 후배들과 대화합니다. 혼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주고 배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스포츠를 위한 일이라면 자기가 아무리 피곤해도 먼 곳까지 달려가지만 불평하지 않습니다. 그는 지금 만으로는 28세, 우리나이로는 스물아홉입니다. 그랑 같이 공군에서 근무했던 나이 어린 고참들인 조형근과 강도경도 그의 열정과 승부욕은 세계 최고라고 감탄해 마지 않을 정도니까요.

그는 어쩌면 한국 e스포츠에서 프로정신을 최초로 실현한 선수일 것입니다. 숱한 개인리그에서의 우승과 소속팀이었던 SK텔레콤의 우승들을 이끌었던 파워, 연봉이 3억원을 넘나드는 최고 스타의 자리를 만든 것은 바로 그런 태도와 노력, 열정이었을 것입니다.

5. 30대 프로게이머 임요환

그가 오늘 공군에서 전역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자로서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 그의 전역을 보러 계룡대에 갔습니다. 그곳에는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올라온 팬들이 있었습니다.

전북 김제와 충북 청주, 대전과 서울 등지에서 아침 일찍 기차나 택시, 자가용을 타고 찾아왔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팬이었던 대학생도 있고, 초등학교때부터 팬이었다가 고등학생이 된 사람도 있고, 직장인도 있었습니다. 기자들도 20여명 SK텔레콤 프런트와 전세버스로 내려갔습니다. MBC게임, 곰TV 등 방송도 찾아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팬들로부터 꽃다발과 케이크를 받아들고 기뻐하는 임요환의 모습.


오랜만에 만난 임요환의 아버지 임병태(68)씨와 어머니 강태순(60)씨는 저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역시 아들을 생각하는 모정으로 보온병에 유자차를 끓여와 아들을 안아본 후 돌아서서 따뜻한 차를 손에 안겨주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사고 없이 제대해서 기분이 좋다. 이제 내년에 서른 살이니 빨리 가정을 가졌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습니다.

포인트는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임요환의 고집을 꺾진 못한 듯합니다. "아마 30대 프로게이머로서의 생활을 할 것 같다. 그래서 적어도 서른셋까지는 못말릴 거 같다. 33~35세에 결혼하지 않겠나"하고 말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팬들과 함께 전역을 기뻐하는 임요환



임요환도 "30대 프로게이머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다"고 했습니다. SK텔레콤 T1과 남은 계약이 1년 6개월이니 계약이 끝날 때쯤엔 서른이 훌쩍 넘을 듯합니다. 이전에 20대 후반이면 고참이라던 프로야구도 '까치 김정수' 등이 테이프를 끊어 40대 선수까지 등장했습니다.

한국 e스포츠의 선구자이자 전설인 그가 프로게이머를 단지 젊은 날의 몇년 하는 단기간의 과정이 아니라 떳떳한 직장인으로서의 이정표를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6. 스타크래프트2 변수와 올드보이의 실종

임요환이 복귀하는 e스포츠판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군에 다녀온 프로게이머가 현역에 복귀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동수 등 몇명이 있었지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안에 스타크래프트2가 나온다는 말이 있어 새로운 환경 변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빌드와 전략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가 손이 좀 굳어진 상황에서 그리고 급속한 세대교체로 인해 올드보이들이 줄줄이 은퇴하는 상황에서 복귀하는 것도 참 힘든 일입니다.

그와 같이 공군 생활을 했던 강도경과 조형근이 말한 것처럼 "세계 최고의 열정과 승부욕을 지닌" 그가  한국 게임계의 자부심으로,  황제의 귀환을 고대해온 팬들에게 영원한 황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으면 기대해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말은 물론 우승을 하면서 화려한 성적을 거두라는 말이 아닙니다. 임요환스러운, 황제다운 팬들을 사로잡는 멋진 경기를 보여주라는 것이지요.

10년 동안 커온 e스포츠가 우승자와 상위권들이 너무 10대로 편향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습니다. 이윤열과 마재윤이 주춤하고 박정석과 오용종은 공군에 입대하는 등 실제로 올드보이들이 실종한 듯 보입니다.

임요환이 해줄 역할은 바로 올드팬들에게 그리고 올드보이 프로게이머가 실종된 현실을 딛고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보라는 것이지요. 어떻게요? 그건 황제만이 알겠지요.  20081221  

참고: 이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들입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함부로 퍼다가 자료로 쓰지 마세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2/22 00:48 2008/12/22 00:48
 게임인구 늘어나는 것도 불황의 전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살림살이가 하루가 다르게 힘들어지는 경제 빙하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올 겨울은 물론 내년이 되면 더욱 혹한기에 돌입한다는 예고편이 줄줄이 매체의 주요뉴스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두터운 외투를 서너 벌 준비해야 할 때라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장기 불황의 전조를 게임인구 증가, 짧아지는 미니스커트, 립스틱과 등산용품 판매 증가, 길거리 자동차 증가 등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니터 안 게임 제국에서 스트레스를 푼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황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불황을 읽어내는 징조나 지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우선 불황이면 게임인구가 많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올해는 한국 최고 게임 개발사인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인 ‘아이온’이 엔씨의 히트작인 ‘리니지’ ‘리니지2’에 이어 지난달 24일 유료화를 하고 나서도 동시접속자만 20만명을 기록하는 대박을 치고 있습니다. 아이온뿐이 아니라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두 번째 확장팩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고 CJ인터넷의 최초 자체 개발작인 ‘프리우스 온라인’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삼국무쌍온라인(CJ인터넷), 홀릭2(엠게임), 타르타로스온라인(위메이드) 등 신작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다면 불황이면 왜 게임에 더 열광할까요. 실업자가 많아지고 노는 인구가 늘어나서 PC방이 붐비는 걸까요. 물론 그런 요소가 주요 요인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경제가 어려워지고 사는 일이 강퍅해지면 늘어나는게 한숨이요 스트레스입니다. 늘어나는 스트레스를 현실과는 다른 세계, 현실의 간섭이 없는 모니터안 게임 제국에서 해소하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제 진단입니다.
게이머들은 모니터 안 제국에서 현실 세계보다 더 집중적으로 자기에 대한 신뢰를 찾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쾌감을 맛보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유저를 제치고 왕이 되기도 하고 슈퍼엘리트로 등극하며 현실 속의 불안을 털어내는 것이죠.


--짧아진 미니스커트, 립스틱 등산복 판매 불티


불황의 전조로 드는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재미 있는 것은 미니스커트가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또다른 예는 등산용품과 립스틱이 불티난다는 것입니다. 등산용품이 잘팔리는 것은 비교적 설명이 쉽습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나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온 사람들이 차비와 김밥만 싸들고 산을 찾아 가는 거죠. 비용이 적고 경제적이기 때문이죠. 립스틱이 잘 팔리는 이유는 여성들이 멋을 내야 하는데, 비싼 옷값 대신 립스틱 색깔을 바꿔 외양의 치장한다는 기분을 즐긴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자동차가 많아진다 것이 불황의 또다른 징후라는 것입니다. 왜 불황이 닥치면 길거리에 자동차가 늘어나는 것일까요. 기름값이 떨어져서일까요. 그것보다는 바로 면대면(FACE TO FACE) 접촉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 전에 전화나 메일로 부탁하던 것이, 이제는 직접 만나 팔아달라, 빌려달라, 써달라는 말을 하며 사정을 해야겨우 체면치레하고 그나마 성사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라디오 사연들도 팍팍한 사연 급증


제가 아는 방송사 사람 얘기에 따르면 요즘 라디오에 보내오는 편지 사연들은 IMF 못지 않은 팍팍함과 고단함이 배어 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 사장이 직원 월급 못주게 돼 자살한 이야기, 열흘에 한 번 일거리를 받아다가 집에서 일하는 주부가 이제 주 1회 아니 보름에 한 번 일을 하니 아이들 학원부터 끊게 되었다는 사연, 아이들을 보호소나 외가에 맡겨 고아 아닌 고아가 늘어나고,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문풍지나 비닐 수요가 늘어난다는 이야기, 택시로 한달에 40만원도 못벌어 집에서 쉬라는 아내의 이야기 등 밑바닥은 완전히 꽁꽁 얼어붙었다는 것을 체감한다는 것이죠

일 떨어지고 문 닫고 하는 현실이 한 나라의 중심축인 중산층의 붕괴 가능성으로도 이어집니다.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평생을 바친 계층들까지 직격탄을 맞는 형국인 것이죠. 월급이라는 고정 수입으로 은행 빚을 내 집을 구입했는데, 이자는 높아지고 물가 올라가니 생활비 증가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을 팔려고 해도 집값은 떨어지고 집이 팔리지도 않는 가운데 생활비가 늘어나  파산 지경에 이르는 것이죠.  그러니 아이들을 더 낳는것은 언감생심이겠죠.

--기업들도 마케팅비 삭감 구조조정 몸풀기


제가 만나본 기업들 역시 사정이 안좋습니다. 기업들은 장기 불황에 대비, 일련의 프로그램을 마련한 듯합니다. 우선 영업을 위해 개인이나 부가 쓸 수 있는 법인카드 액수를 줄이고, 다음에는 광고비용을 줄입니다. 그리고 마케팅비 삭감하고 나서 계열사 차례 차례 정리합니다. 마지막에 남은 것이 구조조정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신문이나 TV의 광고들의 편수나 질도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3대 공중파 방송사들이 올해 몇 백억대의 적자를 예상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제가 아는 게임사의 홍보 담당자들의 퇴사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광고 중 가장 늦게 줄인다는 온라인광고도 줄고 있는 양상입니다. 온라인 광고는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가 빠르며 데이터를 바로바로 받아보는 장점이 있어 제일 늦게 줄이는 부분입니다. 최근 네이버 3분기 매출이 준 것을 보면 경기 침체의 영향이 온라인광고까지 미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


--가장 심각한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불안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불안'입니다. 만약 불황이 계속될 경우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위기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될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입을 열면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이 제일 무섭다고”들 하기 때문이죠.

물론 현재의 불황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맞물려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죠. 경제 관리나 학자들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힘들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중 특히 환율이 핵심 문제라는 말들도 많이 나옵니다. 9일 현재 달러가 1450원대, 일본 엔화가 1550원대, 중국 위안화가 190원대, 유로화가 1870원대입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원자재 수입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구조니 더 말해야 무엇하겠습니까.
지난번 e스포츠 행사로 중국 항저우에 갔을 때 대전에서 항저우에 진출한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올 4월 140위안이었을 때 이미 손해를 보면서 물건을 생산하게 되었다. 걱정이다”고 말했습니다. 출판사를 하는 한 사장님은 일본에서 책을 들어와 한글판을 내는데 한국돈으로 계약을 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습니다.

IMF 때는 적어도 금모으기 등 뭔가 대안이 나와 국민들의 마음을 묶었고, IT라는 경제의 돌파구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을 제거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인 것 같습니다. 게임 IT담당 기자로서 지금 상황에서 뭔가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게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올해 게임 수출 액이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을 보면서 스친 생각입니다.  게임을 수출한 업체들은 환율 덕을 톡톡히 본 것도 아이러니이긴 하지만요. 20081209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2/09 10:24 2008/12/09 10:24

만화가 된 일본 불후의 명작 ‘겐지이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혹시 겐지이야기를 아시는지요. 흔히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라고 하지요. 1008년 처음 간행되었으니 올해가 딱 천년이 되는 해네요.

겐지이야기는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궁녀가 쓴 54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입니다. 3대에 걸쳐 70년 동안에 전개되는 방대한 소설로 서정적인 문체, 인간의 내면과 사회에 숨어 있는 진실을 포착하는 비판 정신등으로 수많은 일본 고전 작품 중에서도 천년 동안을 사랑받고 읽혀왔습니다. 명실상부한 일본을 대표하는 고전의 최고봉이지요.  

제가 아는 한 고전(古典)이란 ‘세월을 이겨내고 오랫동안 살아남은 작품’들이지요. 그리고 그 책을 통해 아직도 먹고 사는 사람이 많은 책이겠지요. 수많은 논문도 나오고 해설집도 나오고 심지어는 만화로까지 나오는 것들 말이지요.

제가 겐지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아니 그 명성을 들은 지는 20여년 전 어렴풋이 나름 '문청'이라던 대학 시절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읽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최근 우연한 기회에 만화로 된 겐지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궁녀가 쓴 54권짜리 장편소설

제가 읽은 만화는 ‘겐지이야기-아사키 유메미시’(극화 야마토 와키, 번역 이길진, AK커뮤니케이션즈) 1권이었습니다. 하지만 만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소설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만화는 물론 1권이니까 천황의 아들로 태어나 신하계급으로 격하된 주인공 겐지의 그 일족의 사랑과 고뇌, 귀족사회의 암투와 갈등, 이상과 현실 사이의 모순 등이 서서히 등장하는 스타트지요.

그렇다면 왜 이런 사랑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1000년 동안이나 파고들까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역시 꽃미남이 인기를 끄나 봅니다. 더욱이 천황의 아들이라는 특출한 출신 성분에 수려한 용모와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진 영웅적인 꽃미남이라면 어느 누가 내버려 둘까요. 그리고 그 자신이 사랑의 화신이라면요.

소설 속에는 겐지의 애정편력은 평생동안, 70년 넘게 이어진다고 합니다. 미녀, 추녀, 사랑스러운 여자, 영리한 여자, 악령이 되어 나타나는 원한의 여자, 노파 등 넓고 넓은 오지랖을 자랑합니다. 심지어 자기 의붓 어머니와도 정을 통해 아들을 낳습니다.

겐지이야기는 일본 문학의 기원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념비적인 소설입니다. 우아하고 섬세한 일본 정서와 미의식이 함축되어 있어 노나 가부키등 전통 연극, 공예, 음악, 무대 예술, 만화 등 오늘날 일본 문화의 상징으로 숨쉬고 있다고 합니다.

난해한 문장으로 구성된 당시의 소설은 현대작가들이 알기 쉬운 문체로 재현해 많은 작품이 나와 있다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야마토 와키의 만화 속 그림들

--교토에만 10여차례 방문, 발로 그린 겐지이야기

일본에는 ‘겐지 이야기’를 만화한 작품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특히 제가 번역본으로 읽은 강담사에서 나온 ‘겐지이야기-아사키 유메미시’가 유명하다고 하네요.

일본 중견 여류만화가인 야마토 와키가 극화를 했고, 아마도 여성 특유의 아름답고 섬세한 묘사와 철저한 고증을 통해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헤이안 시대의 모습을 재현시켰기 때문인 것 같네요. 이 만화는 현재 1700만권이 팔렸다고 하네요.

야마토 와키가 원작이 있는 고전을 작화하는데 겪어야 했던 가장 큰 고민은 뭐였을까요. 아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시대의 공간 속으로 빠져들어가 완성해야 하는 그림의 세세한 부분이 아니었을까요. 최근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가 일본인들에 의해 주인공 뒤의 병풍이 근대의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 만화가는 1000년 전의 건물과 실내, 가구를 그리기 위해 실물이 없는 시대와 말을 걸고 또 걸었겠지요. 천년의 사랑이야기에 연애하듯 또한 만화로 사랑을 쏟아낸 것이지요.

만화가는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맨 먼저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그림의 디테일이었습니다. 배경의 건물이나 실내, 가구 들이 현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그 당시 여자의 옷소매가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없지 않겠어요? 문장에서도 방의 칸막이, 발 등으로만 서술되어 있는 것이 실제 모양을 조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고교 필독도서로 읽히는 만화 ‘겐지이야기'

야마토 와키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믿을만한 자료를 구하고 불분명한 것은 연구자의 자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헤이안 시대의 수도였던 교토에도 10여 번이니 찾아가 현지 취재를 했구요, 또 작품과 관련이 있는 신사는 모두 찾아보았고 박물관에도 가서 자료를 열람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원고지 한 장 한 장 마다 철저한 고증정신이 깃들여 있는 셈이지요. 소설에서는 문장으로만 서술되어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당시의 시대상과 인물의 모습을 우리는 그림으로 통해 생생하게 더듬어주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이처럼 땀과 정성으로 태어난 작품이어서인지 이 겐지이야기-아사키유메미시는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각 학교에서 교사들이 너도나도 필독도서로 추천하고 있어서이고 또 이 작품이 시험에도 자주 출제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내년 1월부터는 겐지이야기 탄생 1000년을 기념해 후지TV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는 소식도 들리네요. 일본에서는 워낙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보니 내년 1월부터는 ‘겐지이야기-천년기’라는 이름으로 후지TV 노미타미나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인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 방의 책꽂이에 꽂힌 만화 겐지이야기

--야마토 와키의 만화체의 매력은? 

만화에도 소설의 문체처럼 만화체가 있는 것이라면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허영만체와 이현세체, 그리고 고행석체와 고우영체, 그리고 여성작가로서의 김혜린과 황미나체 등으로 나누고 싶습니다. 일본 만화가로는 ‘바벨2세’의 요코야마 미쯔데루나 ‘아톰’의 데츠카 오사무, ‘몬스터’ ‘20세기 소년’의 우라사와 나오키 정도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라서 끝없이 분화되는 만화의 장르와 질감에 대해서 미숙한 잣대를 들이댈 따름입니다.

우선 이 만화는 여성적인 터치와 감성이 따스하게 묻어나는 전통적인 순정만화체를 닮았습니다. 거기다 스케일이 크고 역사에 대한 고증을 통한 문학적 해석력이 곁들여져 대서사시로 완성해냈다는 느낌입니다. 문학성과 극화성이 결합돼 기본적인 로맨스 만화의 한 정점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겐지가 자기 의붓 어머니와도 정을 통할 정도로 ‘여성에게서 어머니상을 찾는’ 마더콤플렉스를 지녔으면서도 자각하지 못한다는 해석을 통해 외롭지만 애교많은 꽃미남을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합니다. 만화 속의 주인공과 인물들은 궁중 속의 무대 장치에 맞춰 화려환 의상과 표정, 행동양식을 보여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라사와 사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

언젠가 일본의 고서점가에 가서 입이 딱 벌어지도록 놀란 적이 있습니다. 학습만화에서 과학, 괴기, 탐정, 역사, 그렇게 많은 장르의 만화가 나와있다는 것이 부럽고, 모든 예술은 역시 스토리텔링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영화와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게임이 컨버전스하는 일본은 역시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의 문화적 자질이 결코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과 IT를 담당하면서 관계자들에게 늘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트고 핵심은 스토리텔링이다. 그게 바로 문화산업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라는 것입니다. 영국의 톨킨을 비롯한 환상문학이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로 이어졌고, 일본의 섬문화가 2002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졌듯이 한국에서도 이제 스토리텔링 산업을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적어도 몬스터나 20세기 소년 같은 좋은 만화를 보려면요.  
아참, 출판사 측에 2권은 언제 나오는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매달 20일에 나온다고 하네요. 12월은 20일이 토요일이라 22일에 나온다구요. 전 10권을 다 읽게 되었을 때 1000년 전 일본의 궁중 로맨스에 대한 풍습과 이해에 한발짝이라도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20081204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2/04 11:53 2008/12/04 11:53
 일본 이탈리아는 왜 로또에 세금을 안매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로또에 세금을 매긴다구요? 어떻게 꿈에 세금을 매깁니까?”

지난 10월 도쿄게임쇼 취재를 위해 일본에 가서 놀란 일이 하나 있다. 일본에서는 로또 당첨금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실제로 1000만엔의 로또 2등에 당첨된 이의 증언을 눈앞에서 들으면서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한국의 경우 당첨금에 22% 가량의 세금을 매긴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사자는 나의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 당첨금이 입금된 실제 자신의 통장을 가방에서 꺼내 당당히 보여주었다. 무려 1000만엔이라는 숫자가 또렷했다. 그런데 그가 보여준 그 통장보다 더 나를 놀라게 한 건 로또 당첨금에 세금을 안 매기는 이유였다. 그는 말했다. “일본에서는 ‘어떻게 꿈에 세금을 매기냐’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까무라칠 뻔했다.

한국에 돌아와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대부분 “정말이냐”고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나도 여전히 세금문제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중이다. 그런데 지인 중 한 사람이 색다른 주장를 했다. 한국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당첨금을 수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란다.

물론 방식은 일본과 천지차이였다. 은행 등지에서 당첨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당첨자 세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당첨된 복권을 들고 돈을 수령하러 가면 브로커들이 돈이 많은 부자들을 소개해준다는 것이다. 누가 어디서 사서 당첨되었나는 당첨금을 받기 위해 수속을 밟는 동안은 비밀이므로 복권은 사적으로 양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실제 당첨자는 원금을 다 받고 복권을 부자에게 양도하고 그 인수자는 아들 등 재산 상속자에게 복권을 주어서 당첨금을 수령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양도나 증여, 상속보다 세금이 훨씬 적어 합법적인 재산 상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또 그런 경로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말로만 들어서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인간의 사악함이란 상식 너머의 것이지 않은가.

그리고 이탈리아의 로또도 세금을 공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근 보도를 통해 전해 들었다. 대신 국가가 수익률의 55. 2%를 가져간다고 한다. 최근 한 구매자가 1억 유로(1420억원)의 대박을 냈다. 1등 당첨자가 22회나 연속으로 나오지 않아 행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탈리아 신문들은 이 사람의 신상명세를 밝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첨 지역이 시칠리아여서 마피아의 표적이 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다. 

인생을 하나의 게임의 법칙으로 놓고 본다면 복권의 당첨이란 꿈과 같은 행운이 분명하다. 나라도 수만가지 상상 속에서 행복한 기대감과 열망을 꾸어보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복권 1등 당첨하는 것과 골프에서 홀인원 하는 것은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운명의 힘이라고. 미국의 스포츠지에 따르면 일반 아마추어 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1만2000분의 1이라던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 많은 게임들이 나오고 있다. 대작 게임의 경우 4~5년동안 300억~400억원을 쏟아부어 200~300여명의 인력을 투자해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엄청난 공력과 정성이다. 하지만 모든 블록버스터 영화가 다 흥행 반열에 오르는 것이 아닌 것처럼 게임을 공개하고 1개월도 못돼(영화의 경우 1주일이면 판가름 난다) 성공 여부가 거의 확정된다.

이 같은 냉혹한 세상사에서 중요한 것은 개발자의 꿈이나 열망이 아니라 철저히 소비자들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세상의 트렌드와 변화 그리고 새로운 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꿈의 공장은 언제나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적어도 꿈꿀 권리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20081123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1/24 00:35 2008/11/24 00:35

추신수-류현진이 게임쇼 지스타에 간 까닭은?

기사입력 2008-11-17 09:06 기사원문보기



 
와, 추신수 선수다” “어, 봉중근 선수네.”

지난 주말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던 유명 프로야구 선수들이 게임쇼에 깜짝 등장 관람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스타 2008이 지난 16일 나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폐막한 가운데 특별히 돋보이는 행사였다. 바로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류현진(한화), 봉중근-조인성(이상 LG) 등 유명 프로선수들의 사인회가 열린 것.


15일에는 게임회사 CJ인터넷이 추신수, 네오위즈게임즈가 LG트윈스의 봉중근·조인성의 팬 사인회를 열었고, 폐막일인 16일에는 CJ인터넷이 베이징 야구국가대표 투톱인 김현수(두산 베어스)·류현진의 사인회를 열었다.

그렇다면 유명 프로야구 스타들이 왜 지스타2008에 나타난 것일까. 이들의 등장은 사전에 예고되었다. 15일 네오위즈게임즈 피망부스에서는 자사의 스포츠 게임 3인방인 피파온라인2(축구), 슬러거(야구), NBA 스트리트 온라인(농구) 세 종목의 최종 결승전이 치러졌다. 봉중근과 조인성은 슬러거 종목에서 300만원의 우승상금을 거머쥔 우승자 신정훈씨를 비롯 야구 게임을 응원하기 위해서 행사장을 찾았다.

역시 같은 날 마구마구의 CJ인터넷 부스에서 열린 추신수 사인회가 열렸다.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사인을 받아가려는 참관객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메이저리거로 최희섭 못지않은 맹활약을 벌이고 있는 홈런타자 추신수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추신수도 프로답게 팬들이 들고 온 사인 보드와 공에 사인을 한 후,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휠체어에 타고 있어 무대로 올라오지 못한 팬에게는 손수 사인한 사인보드를 가지고, 직접 무대를 내려와 전달해주기도 했다.

16일 열린 국가대표 김현수와 류현진의 사인회는 젊은 선수들이어선지 남성과 학생팬들은 물론, 여성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많았다. 지난 여름 짜릿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신화의 주역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게임쇼도 보고 스포츠스타의 타격 자세나 송구 동작 시연까지 보는 '마당쓸고 돈줍는' 이벤트였다.


이처럼 유명 프로선수들이 게임쇼까지 등장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한국에 야구 팬들을 온라인에서 사로잡고 있는 야구 게임이 둘이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장르로선 최초로 흥행에 성공한 온라인 게임은 길거리 농구게임인 '프리스타일'(JCE)다. 하지만 지난 2006년 마구마구(CJ인터넷)에 이어 지난해 슬러거(네오위즈게임즈)가 출시돼 3년째 식지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온라인 야구게임의 흥행은 시즌이 시작될 때 이용량이 30~40%가 증가해 두터운 프랜차이즈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이처럼 코리안 시리즈 등 주요 국내 경기는 물론 지난해 WBC나 올해 올림픽에서의 극적인 우승처럼 국제적인 활약상이 눈부실 때면 접속률과 플레이시간이 서너배씩 더 늘어난다.

두 게임의 월 매출은 이미 10억대를 넘어섰다. 더욱이 부산갈매기의 활약과 국제대회에서의 연이은 승전보는 게임 상승에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다. 마침 휴식기를 맞아 한국에 돌아온 추신수와 여유가 생긴 한국의 프로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야구게임을 전시하는 게임쇼에 찾아올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시간 궁합이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추신수는 배팅 모습을 보여주었고, 김현수는  “나도 마구마구를 즐기는 유저 중 한 명이다. 같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만나 더욱 기쁘다”고 게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올해의 지스타는 야구라는 하나의 공동 관심사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기장과 행사장을 잇는 독특한 연대감을 형성해냈다. 게임쇼의 추억이 하나 더 늘었다. 20081117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1/17 10:44 2008/11/17 10:44
오바마 이번에는 게임 캐릭터로 등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락 오바마가 캐릭터로 등장한 ‘머서너리즈2’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가 비디오 게임 '번아웃 파라다이스'에 자신의 메시지와 얼굴을 노출시키는 광고를 내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팬데믹 스튜디오(Pandemic Studios)에서 만든 게임인 ‘머서너리즈2’(Mercenaries2)에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Xbox360용 '번아웃 파라다이스'에 들어간 오바마의 게임 내 광고

지난 10월 6일부터 대선 전날인 11월3일까지 등장하게 되는 오바마 광고판은 세계 제2위 게임사인 EA의 Xbox용 비디오 게임 ‘번아웃 파라다이스’를 비롯해  ‘NHL09’ ‘NBA live’ ‘니어포 스피드’ 등  18개 게임에 들어갔다. 지난 30일 미국연방선거관리위원회(Federal Election Commission)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후보 진영이 게임 내 광고에 44,465 달러(약 5600만 원)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팬데믹 스튜디오(Pandemic Studios)에서 만든 게임인 머서너리즈2(Mercenaries2)에 오바마가 캐릭터로 등장해 또다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팬테믹은 EA의 자회사이고 배급 또한
EA가 맡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화당 후보인 페일린도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한다. 한 게임에 대조되는 두 사람이 전투를 벌이는 셈이다.  

머서너리즈2에는 또한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 페일린도 등장한다. 특히 싱글 플레이 중에 오바마가 중국군을 때려 잡는 부분도 등장해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이 게임을 트집잡아 중국이 발끈할 수도 있다는 게이머들의 농담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한 게임에 오바마와 페일린이 나란히 캐릭터가 되어 등장하자 이들이 적과의 동침을 통해 팀업해 같이 악(?)을 무찌르는 경우도 가능하게 되는 아이러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신선한 전략이다"  "아니다, 짜증난다"

그렇다면 선거를 5일 앞둔 현재(10월 31일) 게임 속에 등장하는 버락 오바마의 광고판이나 게임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오바마의 경우 IT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그가 혹은 그의 선거캠프가 아이폰용 소프트웨어를 선거 전략으로 사용한 것부터가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젊은 유권자에게 가깝게 다가서기 위한 길을 제대로 찾은 것이다.
비디오 게임 내의 광고판의 등장도 70이 넘은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게임 내 광고 전문업체인 매시브는 매케인 진영에도 게임 내 광고를 제안했지만 거절 당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저들은 그가 게임 속에 자신의 광고판을 세운 것에 대해 “신선한 전략”이라는 호평을 내리는 측과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게임을 하는데 짜증난다”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임 속에 대포를 들고 탱크를 공격하거나 무기를 사용하면서 전투를 벌이는 캐릭터에 관해서는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중국군을 공격하는 내용 또한 그렇다. 그것이 오바마측이 요구한 것이 아닌 게임사의 장삿속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바마가 적어도 IT가 뭔가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조기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게임 내 광고판에 자신의 얼굴과 메시지를 보여준 것은 물론 조기 투표가 많이 이루어질수록 자신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 선거전략 때문이다. 그런 면만을 보더라도 오바마는 IT와 게임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미래 지도자 꿈꾸려면 환경과 게임을 알아야

나는 환경과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미래의 지도자감에서 가차없이 탈락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게임 담당 기자라서가 아니다. 쾌적한 삶과 그리고 한국을 뛰어넘는 전지구적 생태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 어찌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을까. 또한 게임의 특징으로 대변되는 의사 소통의 쌍방향성도 미래세 대에게는 하나의 관습으로 정착된지 오래다. 그래서 적어도 지도자를 꿈꾸는 자는 무릇 환경과 게임에 어두워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다.  
버락 오바마 후보의 IT를 이용한 선거 전략과 게임에 대한 친근성이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오히려 선거 전략을 세우는 측이나 게임 내 광고를 받아들이는 게임사나 발상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앞서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단상을 자아내게 한다. 뭐 말이 쉽다고? 바보야! 행동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라니까.  어디서 들어본 선거구호같다. 중얼거리는 내 말이.
 20081031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0/31 18:49 2008/10/31 18:49
항저우 마스터스, 4000만 중국 신세대 홀리다
80년대 이후 세대 바링허우 열광, 개막 2000만명 홈피 방문
 


항저우 마스터스가 중국 4000만명 '바링허우'의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바링허우(80后)는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중국 경제·소비의 중심세대를 말합니다. 소비 패턴을 주도하고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세대지요. 2억 6000여명으로 추산되는 바링허우 중 게임을 즐기는 숫자는 약 4000만명. '중국을 잡으려면 바링허우의 마음을 잡아라'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지난 26일 항저우 사범대학 예술센터에서 개막한 '월드 e스포츠 마스터스 2008'(일간스포츠-항저우시 공동 주최·이하 항저우 마스터스)은 바로 4000만 바링허우들의 마음을 읽을만한 바로미터입니다.

기자는 현장에서 그 열기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베이징에서 이 대회를 보기 위해 현지로 달려오는가 하면 전국 6만개 PC방(총 PC 약 1200만대)에서 처음 부팅하면 보이는 게 바로 항저우 마스터스 인터페이스였습니다.

놀라운 건 개막식날 중국 공식 홈페이지(www.wem2008.com)는 무려 2000만 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는 것이죠. 서버가 다운될 정도여서 서버를 5배로 증설했습니다. 또한 평일인 개막 이틀째와 사흘째에도 800여만 건의 방문자 수를 이어가는 것을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요.

미국을 비롯, 중국의 e스포츠 및 포털에서도 항저우 마스터스는 연일 뜨거운 화제가 되었습니다. 중국 최대 포털 시나닷컴은 화면 맨 위에 항저우 마스터스 생중계 시간을 공지했습니다. 또 중국 제1의 e스포츠 커뮤니티 pc게임스와 2위 리플레이스닷넷은 연일 관련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최대 e스포츠 온라인 매체인 갓프랙(Gotfrag)과 독일의 리드모어 등도 속보 경쟁에 뛰어드는 등 20여명의 각국 기자들이 기자실을 들락거렸습니다.

특히 개막식과 카운터스트라이크(이하 카스) 결승, 워크래프트3(워3) 결승 티켓은 대회 시작 전에 동이 났습니다. 경기장이 14개 대학 17만명이 몰려 있는 항저우시 하사 경제지구 내 항저우 사범대학이라는 이점도 많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평일에도 워3의 경우 만원에 가까운 95%의 관객 입장를 기록했고, 카스의 경우 80%를 상회했습니다. 


현장을 취재하는 해외 기자들도 대회 열기에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마크 체벤 미국 갓프랙 기자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벌어졌던 대회 중 2006년 WEG(월드e스포츠 게임)가 최고였다. 하지만 항저우에서 11개국 48명의 톱클래스가 참가한 마스터스가 2006년 열기를 뛰어넘고 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WEG의 경우 온라인 누적 시청자 6700만 명을 기록한 바 있죠. 그리고 중국 e스포츠팬들의 조사를 통해 역대 최고 대회로 하나의 전설이 되어왔던 대회입니다.

이 와중에 장재호·박준 등 글로벌 한국 스타에 대한 중국 팬들의 반응이  광적이어서 화제에 올랐습니다. 특히 워3 종목에서는 어느 상대든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다'는 '안드로 장' 장재호의 인기는 폭발적이었습니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Moon(장재호의 닉네임)”을 목청 터져라 외치고, 경기장 밖에서 열린 팬사인회에는 중국 팬 500여 명이 몰려들어 200m가 넘는 장사진을 이루곤 했습니다. 하얀 티셔츠를 가져와 옷에 사인을 받아가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움직일 때마다 일거수 일투족 관심대상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게이머인 장재호. 그가 입장할 때 그의 아이디 "Moon"을 외치는 팬들의 함성이 절정에 달했다.



장재호는 '중국 영웅' 리샤오펑과 '한국인 킬러' 그루비를 꺾으며 3연승 파죽지세로 가뿐히 4강에 올랐지만 준결승에서 왕슈엔(아이디 infi)에게 0-2로 지더니 천적인 마뉴엘 쉔카이젠(아이디 그루비)에게도 1-2로 패해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중국 팬들에게 “리샤오펑과 장재호 중 누구랑 사인회를 갖고 싶으냐”고 물으면 거리낌없이 장재호를 선택했을 정도인 중국 팬들도 통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중국 팬들은 장재호의 패배에 "Moon이 질 줄 몰랐다”며 장재호 쇼크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현장에 있는 어떤 팬들은 “세기의 대 반전이 한순간에 벌어졌다”고 절망했고, 또다른 팬들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며 경기 결과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장재호가 글로벌 e스포츠 팬에 의해 누구보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되었던 터라 '장재호 중국 징크스'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장재호는 지난 2006년 WEG 마스터스 4강에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한 후 4위에 머물러, 이번에도 그 때의 상황을 재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도 4위에 머무르고 말았네요.

현장에서 만난 예웨이칭(20·항저우전자과기대학)은 “Moon(장재호 선수의 닉네임)을 열렬이 응원했으나, 왕슈엔이 이기게 될 줄은 몰랐다. 2-0이라는 점수는 말도 안 된다.”며, “Moon이 결승에 진출 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으나, 패배해서 처참한 심정이다. 그래도 Moon은 워3의 영웅이다. 다음에는 꼭 이길 것이라 확신한다” 고 4강 경기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국 제 2위 e스포츠 온라인 매체인 리플레이스닷넷의 항저우 마스터스 보도


지난 26일 개막된 항저우 마스터스가 내일(11월 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네요. 저는 개막식 취재를 위해 26일 항저우에 갔다가 28일 오후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2007~2008 시즌 세계 대회 우승·준우승팀 및 선수 가운데 카스 8팀과 워3의 8명만 초대되어 벌인 세계 최고수 프로게이머들의 축제인 항저우 마스터스를 떠올리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1400여명의 팬들의 환호성과 열광적인 글로벌 유저들의 반응, 항저우의 아름다운 호수 서호와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경기 모습입니다.

카스에선 세계 랭킹 1위인 프나틱(스웨덴)을 비롯해 e스트로(한국)·SK게이밍(스웨덴)·마우스스포츠(독일)·mYm(폴란드)·mTw.AMD(덴마크)·드래곤(중국)·wNv.CN(중국) 등 세계 최강 팀이 참가했습니다.
워3 종목에는 '안드로 장' 장재호(닉네임 Moon)를 필두로 한국인 킬러로 통하는 마누엘 쉔카이젠(Grubby·네덜란드), 중국의 영웅 리샤오펑(Sky), 쩡저우(TeD·중국)·메를로 유안(ToD·프랑스)·장두섭(WhO·한국)·박준(Lyn·한국)·왕슈엔(infi·중국)이 선수로 뛰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월드e스포츠마스터스 경기장에서 응원하고 있는 팬들의 모습

그 이름만으로 전세계 e스포츠 팬을 설레게 했던 최고수들의 게임 축제, 중국 항저우을 넘어 세계 게임팬들을 녹인 항저우의 낮과 밤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습니다. 2008103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0/31 16:57 2008/10/31 16:5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호의 모습

지상위의 천당, 항저우 서호에서 발길을 멈추다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 사람들은 저장성(浙江省)의 성도인 항저우(抗州)하면 으레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蘇州) 항저우가 있다’는 수식어를 떠올린다. 월나라 땅이었고, 남송의 수도로 중국의 6대 고도(古都) 가운데 하나인데다 중국의 10대 명승지 중 하나인 서호(西湖) 등 중국에서도 경관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탓이다.


인민폐 1위안 배경 그림이 된 항저우의 서호

중국에는 서호가 36개 있는데 그 중 제일이 항저우의 서호다. 풍광이 아름다워 인민폐 1위안 지폐 후면에 전경이 당당히 실렸다. 항저우 서쪽에 자리잡은 서호는 첸탕강(錢塘江)이 황해로 흘러들어가기 전 고여 생긴 총면적 60㎢의 거대한 호수다. 동서 길이 3.2㎞, 남북 길이 2.8㎞, 둘레가 15㎞에 달한다. 이태백 소동파 백거이 그리고 중국 4대 미인의 하나인 서시 등으로 유명하다. 월나라 왕인 구차가 오나라왕인 구천에게 바쳐 월을 명망케 한 절세미녀 서시의 이름을 따서 서자호라고도 부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호 주변에 심어진 버드나무. 바람불 때마다 춤추들 흔들거린다.

서호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으며, 호수에는 소영주(小瀛洲), 호심정(湖心亭), 완공돈 (阮公墩) 등 3개의 섬이 떠있다. 서호는 안개가 끼었을 때나, 달 밝은 밤 또는 일출 때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준다. 중국 정권 성립 후 황폐해진 서호를 무려 5년 동안 정비하고 호반의 별장 등을 정리, 대공원으로 건설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호의 유람선 안내인.

항저우 관광의 백미는 유람선을 타고 서호와 그 둘레에 있는 명소들을 둘러본 후 육화탑( 六和塔)과 영은사(靈隱寺)를 둘러보는 것이다. 서호 10경은 소동파가 항주에 지사로 부임했을 때 쌓은 둑(제방)으로 사시사철 모두 아름답지만 이름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 봄날 새벽의 경치가 가장 절경이라는 소제춘요(蘇堤春曜), 넓이 400평방미터의 정원으로 호수 수면과 높이가 같아 평호(平湖)라는 이름이 붙여진 평호추월(平湖秋月), 버드나무 춤추듯 바람이 일렁일 때 원앙새 소리를 듣는다는 유랑문앙(柳浪聞鴦, 봄에 모란꽃을 보며 용정차를 마실 수 있는 운치있는 공원인 화항관어(花港觀魚) 등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나라의 왕 손권이 진을 쳤다는 오산(吳山)은 물론이거니와 오산의 꼭대기에 있는 황학루, 등왕각, 악양루와 함께 중국의 강남 4대 누각인 높이 41.6미터, 7층짜리 고건축물인 성황각(城隍閣)에 오르면 항저우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다. 좌측으로는 서호, 우측으로는 첸탕강이 눈에 들어온다. 2층에는 소동파, 백거이등 항주 역사에서 의미있는 인물 28명의 인물 조각상과 항주의 중요한 역사적 순간들을 묘사한 11개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3층에는 찻집이 있다.

이 밖에 명나라 때 세워졌으나 왜구의 침략에 불에 타 탑신만 남을 것을 2002년 복구한 뇌봉탑에서도 서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신탑(新塔)은 기초 부위를 보존하고 8각형과 5층으로 원탑의 형태를 재현했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하여 탑체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 현대식 시설을 갖추어 놓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장성(浙江省) 박물관


한국의 숨결 남은 김구 선생 유적지와 고려사

북송 때 지어진 육화탑은 첸탄강 북쪽 연안 월륜산에 위치해 강의 대역류를 막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전체 높이는 59.89m로 외관은 13층, 내부는 7층으로 나선형 계단을 이용하여 올라갈 수 있다. 중국 목조 건축 분야의 걸작으로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 중 하나로 지정되어 있다.

선종 10대 사찰 중의 하나인 영은사는 항주 서북쪽 비래봉 옆에 위치해 있다. 비래봉에는 10~14세기 경에 만들어진 석굴 조각품 330여 개가 산을 따라 조각되어 있다. 영은사는 1600여년 전 동진(東晉) 시대에 인도 승려 혜리(慧理)가 항저우에 왔다가 이곳 산의 기세가 매우 아름다워 “신선의 영이 이곳에 깃들어 있다”(仙靈所陰)고 말한 후 사찰을 짓고 이름을 영은(靈陰)이라 지었다.

서호관광에서 한국인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빼놓을 수없는 볼거리다. 고려 때 대각국사 의천이 지은 고려사(高麗寺)는 절강성 최고봉인 서호 부근 천목산(1506m) 자리잡은 고찰이다. 의천이 혜인원(惠因院)으로 불렸던 이 사찰에 머물다가 귀국한 뒤 불경과 재정 지원을 한 불사를 기념, 항저우시 당국이 고려사 이름을 붙여 지난해 5월 공식 개관했다. 조계종 총무원이 이 일대 불교유적지에 대한 조사를 벌인 끝에 의천과의 인연에 착안, 중국내 한국불교의 교두보로 삼은 사찰의 의미를 갖는다.

임시정부의 대표이자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구 선생의 유적지도 있다. 항주 자싱(가흥)에 있는 김구 선생 피난처에는 당시 일본군이 들이닥칠 때를 대비해 건물 뒤 호숫가에 두었던 배가 아직도 보존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첸탕강(錢塘江) 신도시 조감도. 맨 앞쪽으로 튀어나온 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베란다다.

이 밖에 항조우만을 가로질러 육지와 육지를 연결한 다리 길이 36km에 이르는 세계 최장 길이의 항저우대교와 지난 9월 30일 개방한 첸탕강 신도시의 세계에서 제일 큰 베란다도 볼거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첸탕강(錢塘江) 국제비즈니스 센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첸탕강(錢塘江) 체육관

룽징차와 중국 남자의 로망

따뜻한 기후와 많은 강수량 덕택에 항저우는 녹차의 최고급품으로 알려진 룽징차(龍井茶)를 비롯한 녹차의 재배지로 유명하다. 생산량도 전국 제일이다. 룽징은 서부 서산 봉황령(鳳凰領)에 위치한다. 깨끗하고 마르지 않은 샘물로 이름높다. 또한 뽕의 재배도 성하며 비단으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비단박물관에서는 패션쇼도 볼 수 있다.

중국 제일의 명승지답게 항저우는 중국 남자의 로망을 대변한다. 중국 최고의 부호들은 “항저우에서는 돈 자랑을 하지 말라” 라고 할 정도로 서호 주변 거대 주택에 모여든다. 중국 남자들의 우스개 소리가 귀에 솔깃하다. 중국 남자가 바라는 최고의 로망은 ‘관직에서 퇴직하여, 쑤저우 출신의 여인과, 항저우에 집을 짓고, 광저우 음식을 먹으면서 인생을 마치는 것’이라는 것이다. 20081001


참고) 오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아이에스플러스코프(일간스포츠)와 항저우 인민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항저우 월드e스포츠마스터스(항저우 마스터스)대회가 열린다. 기자도 25일 중국으로 출발해 26일 개막식을 취재한다.
기자는 2년 전 WEG라는 e스포츠 대회를 취재한 적이 있어 중국인의 e스포츠에 대한 열기를 실감한 적이 있다. 물론 워크래프트3와 카운터스트라이크 종목이 최고 인기고 스타크래프트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2년만에 열리는 마스터스에 참가하게 된 기자에게도 2년 전의 감독이 되살아나지만 최근 "WEG가 부활했다"며 중국을 비롯해 전세계 각 사이트마다 출전선수를 놓고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한마디로 전율을 느낀다. 더욱이 무료 관람 경기에 암표상이 나돈다고 하니 말해 무엇하랴.
위의 사진들은 지난번 아이에스플러스와 항조우 인민정부의 대회 조인식 때 취재하러 가서 내가 찍은 사진들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0/19 12:08 2008/10/19 12:08

최진실의 죽음과 살아있는 스티브 잡스의 부음기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CF로 온 국민의 듬뿍 받았던 슈퍼스타 최진실씨의 자살 소식이 연예계를 비롯 한국을 패닉상태로 몰고 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소위 '최진실법'이니 '사이버 모욕죄'니 하며 적잖은 후폭풍까지 몰고 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애플사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로 IT업계를 흔드는 큰손으로 통하는 스티브 잡스가 떠올랐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두 건의 대형오보를 통해 매스컴의 엄청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지난 8월 27일 블룸버그통신은 그의 부음 기사 30초 동안 잘못 내보내는 대형 오보를 내 망신을 당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CNN의 시민기자 사이트에서 ‘잡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오보를 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네요.
이로 인한 후폭풍도 만만찮습니다. 애플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인터넷의 익명성에 대한 논란이 한창인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익명성의 무책임함을 꾸짖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때 애플 주가 5.4%까지 곤두박질

블룸버그가 스티븐 잡스의 미완성 부고기사를 30초 동안 잘못 내보낸 당시에도 만만치 않은 파장이 일었지만, 이번 스티브 잡스에 대한 오보는 가뜩이나 금융위기와 고유가로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 증권가를 강타했네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CNN 소유의 한 시민 저널리즘 사이트 아이리포트닷컴’(iReport.com)에서 ‘스티브 잡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근거없는 보도로 인해 애플의 주가가 한때 연중 최저치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는군요. 문제의 기사는 “잡스가 심각한 심장마비를 일으킨 뒤 병원으로 후송됐다”라고 올려졌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는 전 메릴린치 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였던 헨리 블로젯이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 블로그 ‘실리콘 앨리 인사이터 웹사이트’에 옮겨지며 파장이 커졌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플 주가는 이 여파로 장중 5.4%까지 급락했습니다. 소문이 거짓으로 밝혀지고 문제의 기사도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대비 3% 하락한 97.07달러로 장을 마감했네요.

그렇다면 이 같은 일련의 대형 오보에 대해 블룸버그와 CNN측은 어떤 해명을 내놨을까요. 

블룸버그는 ‘유명인의 부고기사를 미리 작성해두는 관례대로 잡스에 관한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CNN측은 “아이리포트닷컴의 기사들은 편집 과정을 거치지 않은 뉴스들이다. CNN은 이 사이트의 기사 내용을 보증하지 않는다”며 “문제의 시민기자는 잡스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기 전까진 한 번도 글을 올린 적이 없다. 언제 사이트에 가입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어쩌면 변명거리에 불과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수의 네티즌들이 내용을 퍼나르는 블로그의 구조 때문에 소문은 급속도로 커지고 주가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악순환의 구조에 대해 과연 누가 책임을 지어야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스티브 잡스와 췌장암 수술 그리고 건강이상설


저는 개인적으로 애플 컴퓨터와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아이팟을 만들며 세상을 변화시켜온  ‘몽상가’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에 대해 늘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가 날 때부터 버려진 입양아였고, 대학도 졸업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그에 대한 존경심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죠.
저는 특히 애플 창업자이면서도 오만한 독재자라는 평을 받아 쫓겨난 후에도 픽사를 창립, 세계 최초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만들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 그의 괴짜기질과 창의력을 좋아합니다. 또한  경영난에 시달린 애플사에 재영입되어 ‘아이팟’과 ‘아이폰’을 통해 새로운 애플 신화를 만들어내는 그의 몽상가 기질에 대해서도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멀쩡한 사람을 고인으로 만드는, 그리고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으로 만드는 오보를 보면서 적잖이 화가 나고 분개했습니다. 최근 아이폰의 한국 상륙 소식과 아이폰에 모바일 게임을 탑재하게 된 한국 모바일게임사 사장을 만난 적이 있어서 더욱 놀랐죠
.

스티브 잡스는 2004년 8월 췌장암 수술 받았습니다. 이후 그의 병이 재발할 수 있다는 소문이 인터넷 블로거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돌았지요. 그는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애플 개발자회의 개회식에 등장해 신형 아이폰을 직접 소개했죠. 그리고 사망부고가 실리고 나서 9월 9일 아이팟 신제품 출시일에 나타나 사망설을 일축했지요.

물론 6월과 9월에도 매우 수척한 모습 때문에 건강에 대한 우려가 증폭된 건 사실입니다. 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이날 심장마비 기사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네요.

실제로 그의 건강 이상이 미칠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사는 물론 IT업계에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낙종이라고 절대 쓰지 않는다’는 언론의 기본 상식마저 무너뜨린 이 같은 오보 사태는 ‘편집과정을 거치지 않은 뉴스들의 문제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 하나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일들이 생기듯이, 서툰 자기 자랑과 허세가 한 인간과 집단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욕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쓰나미를 일으키는 법이니까요.



허위 기사에 널뛰기 하는 주가 “누가 책임지나"
 

최근 미국에서는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허위 기사가 주가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군요.

지난 8월에는 UAL의 자회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파산신청을 했다는 루머가 나돌며 유나이티드 항공 주가가 70% 폭락하는 해프닝이 있었지요. 6년 전 기사가 새 기사로 오인돼 발생한 오보였지요.

지난 6월에는 야후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합병 협상을 재개했다는 블로그 기사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후 다시 급락하기도 했었죠.

그렇다면 이번 오보에 대해 미 금융증권거래위원회(SEC)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SEC는 ‘Jonntw’라는 아이디의 시민기자가 어떤 의도로 이 글을 올렸는지 밝혀내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아이리포트닷컴은 3일(현지시간)기사 게재와 관련, 게재자의 ID와 관련한 개인정보를 연방 당국에 건넸다고 하구요.

그러나 CNN측은 ‘시민기자들의 경우 아이리포트닷컴에 글을 올릴 때 실명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변했네요. 또한 ‘반드시 실명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락이 가능한 e메일 주소를 등록해야만 한다’구 하네요.


인터넷의 소통, 책임이 전제된 자유가 전제

‘근거없는 인터넷의 사채설 하나가 국민 스타 최진실을 자살로 몰고 갔다’는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블로그의 허위기사가 멀쩡한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고, 잘나가는 회사를 망하게도 할 수 있나 봅니다.
인터넷 세상은 정보의 바다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에 의한 여론 형성의 장입니다. 건전한 의견과 관심사가 모여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악플과 허위 사실 주장으로 멀쩡한 사람의 인격과 한 회사를 파멸로 몰고가기도 합니다. 누리는 자유만큼 책임이 부여되지 않으면 또다른 죄악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근 아들을 잃고 악플에 시달리다 외국으로 떠났던 임수경씨가 최근 마음의 안정을 찾고 귀국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저주한 악플러 중에는 현직 대학교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인터넷이 제대로된 소통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정보가 유통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책임이 전제된 자유일 것입니다. 누구나 평등한 수평적 공간의 자유. 이만큼 발전한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자유의 전제는 책임의식인 것 같습니다.
물론 공권력의 지나친 간섭으로 일상생활이 된 이메일이나 블로그 등에 대해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감시하고,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하루 아침에 글이 날아가고 또한 법적인 책임을 묻는 그런 감시사회로 회귀한다는 것도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지만요. 20081005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0/05 09:58 2008/10/05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