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무릎팍도사'에 박중훈이 출연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반드시 빠지지 않고 나올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던 질문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장동건이 어떻게 하면 무릎팍도사에 나올까요?'라는 질문, 두번째는 선배 안성기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 그리고 세번째는 자주 무릎팍도사와 비교됐던 '박중훈 쇼'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22일 방송된 박중훈 편 2부에서는 세가지 얘기가 모두 나왔습니다.

세 질문 중 가장 흥미도(?)가 떨어질 법한 안성기와의 관계. "배우 박중훈에게 안성기는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박중훈은 "아버지와도 같다. 안성기라는 배우는 속도는 느리지만 크고 튼튼한 트럭이다. 반면 나는 시속 200km를 낼 수 있는 스포츠카다. 가끔은 추월하지 않고 그 트럭의 뒤를 쫓는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그 뒤를 쫓아 달렸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 영화계, 혹은 연예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건 단순히 이 말 이상의 의미가 담긴 얘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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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가요계에 조용필이 있다면 영화계에는 안성기가 있습니다. 이 경동중학교 동창생인 두 사람은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양쪽 분야에서 수많은 후배들의 추앙과 존경을 받고, 독보적인 '대선배'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조용필에게 김종서와 신승훈이 있다면 안성기에게는 박중훈이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차이는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전통적으로 가수 쪽의 선후배 의식이 훨씬 강합니다. 아이들 그룹의 범람도 이런 전통적인 선후배간의 관계를 흔들지는 못했습니다. 조용필에 대한 존경은 80년대를 휩쓴, 카리스마 넘치는 제왕에 대한 자연스러운 추종이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강한 위계질서의 연장선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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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우 쪽에서는 안성기라는 인물이 구심점으로 자리를 잡기 전까지 한동안 이런 전통적인 관계들이 실종됐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입니다. 그리고 그런 관계들을 다시 정립한 것이 바로 박중훈이라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관계를 정립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한때 한국 영화계 최대의 파워 서클이었던 골프 모임 싱글벙글이었습니다. 이름은 살짝 촌스럽지만^ 회장 안성기, 부회장 한석규 박중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 영화계의 거의 모든 주연급 남자 배우들이 회원이었던 모임이죠. 이 모임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안성기-박중훈을 축으로 하는 한국 남자 톱스타의 대열에 합류한다는 의미였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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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배들인 남자배우들은 가끔 "중훈이형의 부름을 받았을 때"를 흥분된 목소리로 상기하곤 합니다. 사실 영화계는 제작자건 스태프건 모든 소속된 사람들을 하나의 거대한 서클로 취급하는 몸짓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안성기 선배님'이라고 불리는 안성기의 카리스마를 완성시킨 데 박중훈이 세운 공헌은 수많은 다른 후배들에 의해 재생산되고, 그것이 영화계의 한 시스템을 완성하는 역할을 해 온 것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얼마 전 한 술자리에서 어느 톱스타 남자 배우가 이제 막 스타로 발돋움하려는 남자 배우에게 열심히 이런 체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 톱스타(이름을 그냥 쓰기는 그렇고, 얼마 전 왕 연기로 호평을 받은 J씨라고 해 두겠습니다)는 후배에게, 자신이 처음 '안성기 선배님'과 '중훈이 형'을 선배로 모시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입니다.

"나도 처음에는 다 잘난 사람들끼리 무슨 선배고 후배고, 위 아래 질서를 이렇게 따지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고. 영화계에 들어온 이상, 그렇게 형들이 위에 계시고 그 어디쯤에 내 위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게 그만큼 든든하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 너도 곧 알게 될거다. 내가 자리를 만들테니까 그때 다시 한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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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라서 얘기가 좀 장황해진 탓도 있겠지만, 그 후배는 아직 이런 이야기에 그리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도 머잖아 그 대열에 합류해 있을 거란 점은 그리 의심스럽지 않더군요.

아무튼 박중훈은 '안성기 선배님'을 영화계 전체가 '선배님'이라고 부르게 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지만 누구도 그를 안성기의 그림자에 묻힌 인물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질서의 정립을 통해 그 자신 또한 존경받는 선배로 자리하게 된 것이죠. '박중훈 쇼'에 그 많은 톱스타들이 선뜻 출연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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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연예계에서 분야에 관계 없이 대통령을 뽑는다면 가장 당선 확률이 높은 사람은 박중훈일 것"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무릎팍 도사'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 주장이 옳다는 데 꽤 무게를 실어 준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런 폭넓은 인망이야말로 그가 '시속 40km로 달리는 트럭 안성기'의 뒤를 묵묵히 지킨 대가가 아닐까 합니다. 만약 그가 무리하게 앞서가려 했다면 결코 얻지 못했을 것들 말입니다. 이런 부분이야말로 박중훈의 현명함을 돋보이게 하는 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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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릎팍, 극장에서 죽고 싶다던 박중훈, 그의 열정에 감동한다.

    Tracked from pa.ra.ma2009/07/23 07:34

    저번주와 이번주 2주에 걸쳐서 영화배우 박중훈 씨가 나와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가 미국 유학의 길에 오르게 된 이야기, 아내를 만난 것들, 박중훈 표 코미디 영화, 안성기와 장동건과의 이야기 그리고 너무도 좋지 못한 성적으로 마무리 된 '박중훈쇼'에 대한 것까지 그는 너무도 솔직하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놔주었습니다. 영화배우 박중훈,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스타로 있었던 그였는데 요즘의 그는 그 빛이 바래보이는..

  2. 박중훈이 말한 ‘박중훈쇼’의 실패 요인

    Tracked from 세상을 향해 주접떨기2009/07/23 08:28

    어제 <무릎팍 도사>를 보면서 새삼 박중훈의 솔직한 모습에 놀랐다. 어제 방송에서 밝혔지만 1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품격 있는 토크쇼를 꿈꿨던 그로서는 실패를 말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한때 막강 라이벌로 생각했던 프로그램에서 말이다. 그러나 그는 거침이 없었다. 강호동이 조심스럽게 박중훈쇼의 실패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내가 상대방의 처지를 너무 잘 알아서 무슨 질문을 하면 곤란할지 잘 알았다. 그래서 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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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erle 2009/07/23 06:44

    앗, 새벽 6시에도 포스팅을....
    어쩄거나 우연히 또 1등! ^^;

  2. ash 2009/07/23 07:20

    이등인가요.

    이런 날은
    낮밤 다른 동네 사는게 좋네요.

    수정.
    그런 위계질서의 호오에 대한 판단은 묘하게 비껴가신 듯한 느낌인데, 그냥 제 생각일까요? ^^;

    J씨 사진이 있나봅니다. 역시 친절한 포스팅.

    • 송원섭 2009/07/24 07:12

      표현이 불쾌하실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런 정도의 질서가 없는 곳은 없을 겁니다. 있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그쪽을 무질서하다고 생각하겠죠.

  3. ㅇㅇㅊ 2009/07/23 08:55

    J씨가 조언한 신인이 누굴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
    사진에서 옆에 앉은 아즈씨는 아닐텐데에~

    • J씨와 같은 소속사라면.. 2009/07/23 20:21

      김지석씨 정도 같은데.. 꼭 같은 소속사라고 볼순 없을테니 ㅎㅎ;

  4. 사랑과평화 2009/07/23 08:59

    아! 3등!

    박중훈은 역신 Interviewer보다는 Interviewee일때 확실히 낫더군요. 한 10여년 전인가요? 아태 영화제 사회를 보는데 정말 못보더니..보는 사람이 아슬아슬 할 정도로 사회를 못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게스트로서 방송에 나오면 재미있게 얘기도 잘하고...이분은 사회로서 재미있는 분이 아니고 게스트로서 재미있는 분인것 같습니다.

    • ee 2009/07/23 12:48

      나도 기억남 .........내가 초딩때였나? 암튼 초딩인 내가봐도 위태위태해서리..ㅋㅋ 어쩜 저리 못할까싶었음 ㅋㅋ

  5. 후다닥 2009/07/23 09:23

    저도 사랑과 평화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박중훈씨는 본인이 호스트가 되기보다는 게스트가 되는쪽에 조금 더 맞는듯 합니다..
    제가 기대했던 만큼 빵빵 터지는 재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장동건씨를 향한 무릎팍 제작진의 사랑은 정말
    애절하기 까지 하네요..
    어지간하면 한번 나와주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6. ㅎㅎㅎ 2009/07/23 09:28

    위계질서라는 용어가 웬지 비민주적으로 느껴지는 건 저뿐일까요? 웬지 군사문화의 잔재 같기도 하고...
    약간은 과한 생각일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연예계처럼 약간은 폐쇄적인 사회에선 여전히 약간은 심하다 싶은 위계질서가 남아있는 것 같군요...

  7. 무릎팍까진도사 2009/07/23 11:23

    어제 무릎팍을 보며 박중훈쑈의 실패 원인을 알아냈다....

    무릎팍도사는 게스트가 넘 재밋고 말을 잘한다.. 신해철, 박진영, 안철수, 박중훈까지.... 주로 게스트가 이야기를 한다..

    반면 박중훈쑈는 말도 못하고 재미도 없는 게스트들로 채워졌다.. 자기가 못 웃겨서 박중훈보고 함 웃겨보라는 안성기나 말수적은 장동건, 주진모, 심지어는 듣보잡 정치인들이 게스트였으니 볼짱 다 봤지뭐........

    게스트 선정 미쓰가 크다...

    • ee 2009/07/23 12:50

      그래도 같은손님 모셔놔도 강호동이 진행하면 웃음을 끌어낼걸요? 그게 진행자의 능력이져.

  8. 교포걸 2009/07/23 14:27

    작년에 뉴욕에서 한 한국영화제에서 안성기님을 뵙고 팬이 되었습니다. 정말로 인간성이 좋으신 젠틀맨 같아요. 행사 끝나고 나가시는 도중에 제 후배들이 사진 같이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전혀 귀찮은 티없이 같이 포즈해주시고 간단한 얘기도 나눠주시는게 그 바로 전 주에 더 큰 무대에서 행사가 끝나자 마자 사회자한테도 인사도 없이 획 돌아서 나가던 한 젊은 스타배우랑 비교 되더군요.

    그리고 안성기님의 Q&A 도중에 한국 영화시장은 DVD 판매를 전혀 기대할수 없다는 발언에서 뼈있는 대배우의 포스를 느꼈습니다. 저는 그 행사 이전에 그분이 출연한 영화는 "무사"밖에 본적이 없어서 같이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그 뒤로 팬이 되었습니다. 왜 다들 안성기에 환호할까 몰랐는데 수긍이 되더군요.

  9. 선우재우부 2009/07/23 16:57

    솔직하게 말해도 되죠?

    -소해도 되는데.......ㄸㅊ-^;

  10. 좀 그렇네요... 2009/07/23 18:50

    이상하게 좋게 포장하시는듯하지만

    왠지 모르게 위하감이 드는 내용이라 할까요??

    물론 좋은 취지의 친목으로서 선후배관계로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면 좋겠지만

    변질되어서 악용되지만 않길 바랄뿐입니다....

    박중훈씨가 중심이 되어서 그것을 카리스마있게

    조율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여타 연예인들보다 배우들 몸값만 높고

    거품도 심하고 이런 부분이 그런 배우 중심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라스에서는 신동엽이 엠씨계에 그런 현상을

    만들었다고도 하는데 ....

    좀 그렇습니다... 자기들 밥그릇도 좋지만

    그래도 만들어주는 관객들 팬들의 입장도

    같이 생각해주고 좋은 친목관계라면 변질되지 않기를..

    관계정립... 위상... 이런거 듣기에 그닥

    좋지만은 않네요......

  11. 지나다가 2009/07/23 22:44

    윗분 말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안성기 씨가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 전부터요
    그때는 개런티가 5000만원 쯤 할 때였던것 같아요
    그런데 본인이 더 받으면 제작여건도 그렇고
    말주변이 없어 의미가 전달 될런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너도 나도 몸값을 올릴때 저분은 자기 게런티를 동결 시켜 얼마 이상 절대 안받는 다고 못박으셨어요
    단합해서 몸값을 올리는 거와는 거리가 있죠

    안성기 씨가 주연을 휩쓸때니 딴 후배들이 두려워 몸값을 부풀리지 못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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