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선덕여왕' 제작진은 퀴즈놀이에 푹 빠진 듯 합니다. 저번에는 '사다함의 매화'로 낚시질을 하더니 이번에는 유신과 보종의 비재 대결에서 신라(新羅)라는 국호의 세번째 의미(?)를 묻는 문제로 다음주 월요일까지 시청자들을 붙잡아 놓기로 결심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 비밀이 다음주까지 지켜질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답은 이미 8일 방송된 드라마 속에서 전부 나와 있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답이 있어서 설마 이게 답일까 했던 분들, 여러분의 생각이 맞습니다. 정답은 삼국통일입니다. 그 밖에 무슨 답이 또 있겠습니까.

특히 주인공들이 심각하게 고민하는 동안 죽방 이문식은 혼자 정답을 말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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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노가 화랑들에게 낸 문제는 '지증왕 때 생긴 신라라는 국호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으며, 그 세 가지 의미는 화랑의 존재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세 가지 의미를 대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무력의 양성, 신흥 세력의 육성이라는 두 가지 의미는 다들 알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번째 의미는 아무도 - 심지어 문제를 낸 문노까지도 -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낭도들이 답을 놓고 고민하는 장면. 죽방은 태연히 "신라면 새 그물이잖아. 화랑들이 그물이 돼 갖고, 그 그물에다 백제고 고구려고 다 쓸어 넣겠다는 거 아녀! 그물이 답이여!"라고 말합니다. 다른 낭도들이 "그렇게 쉬울 리가...?"하고 의심하자 "그래서 국선이시지, 그렇게 허를 찌르는거여"합니다.

죽방의 판단은 정확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답은 맞았습니다. 그리고 유신과 덕만이 거칠부가 숨겨 놓은 소엽도 표면의 미세한 글자를 들여다 보는 장면에서, 정답은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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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자가 보입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군요.

회전을 시켜 보면 좀 더 확실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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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지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삼국사기에 나오는 덕업일신 망라사방(德業日新 網羅四方) 입니다. 해석하자면 '나라의 덕업을 새롭게 하여 천하를 받아들이다'라는 얘기가 됩니다. 즉, 나라를 잘 다스려 부강하게 하고 그를 통해 덕을 쌓아 사방으로 영토를 펼쳐 나가자는 얘기죠. 이 시기의 신라에서 다른 말로 바꾸면 삼한일통, 즉 삼국통일입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개인적으로 '선덕여왕' 제작진에게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그 궁금증을 증폭시키기 위해 이 감춰진(?) 의미를 '진흥왕의 불가능한 꿈'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이건 정말 어이없는 생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진흥왕은 삼국통일의 대업을 꿈꿨고, 거칠부가 편찬한 국사에 그 뜻을 담아 후세에 전하려 했으나 뒤를 이은 진지왕이 그 뜻을 잇기를 거부했고, 진지왕이 폐위된 뒤에도 미실과 세종이 짜고 그 뜻을 감추었기 때문에 지금(드라마 속의 시대)에 와서는 그 뜻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식으로 설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선덕여왕' 제작진의 설정에 따르자면, 미실이 권력을 쥐고 있던 진평왕 때에는 왕도, 왕비도, 대신들도, 장군들도, 화랑들도, 아무도 '삼국 통일'이라는 대명제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아무도 이것이 국가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는 겁니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좀 지나치지 않습니까? 웃음이 나옵니다.

우선 당시 신라의 힘을 보겠습니다. 진흥왕 이후의 신라에게 있어 삼국통일이란 '불가능한 꿈'도 아니요, 어느 한 시대의 집권세력이 감추려 한다 해서 감춰질 정도로 불분명한 목표일 수도 없었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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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봐도 금방 드러나지만 진흥왕대의 신라는 이미 한반도의 핵인 한강 하구를 손에 넣었고 함경남도 지역까지 깊숙히 고구려의 영토로 침투하는 등 삼국시대의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한 나라입니다.

더구나 신라인의 스케일은 그저 고구려와 백제를 병합해 통일을 이루는 정도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흔히 '삼국통일의 염원이 담긴 탑' 정도로 알려진 황룡사 9층탑은 한 층마다 한 나라씩, 모두 아홉 나라를 병탄하겠다는 엄청난 야망이 담긴 탑입니다. 1층은 일본, 2층은 중화, 3층은 오월, 4층은 탁라, 5층은 응유, 6층 말갈, 7층 단원, 8층 여적, 9층은 예맥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고구려와 백제는 9층의 예맥 속에 포함돼 있습니다. 한마디로 동아시아 전체를 집어삼키겠다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탑인 것입니다. 이 탑을 세운 것이 선덕여왕때라고 해서 이런 비전을 선덕여왕 혼자 갖고 있었다고 밀어붙이는 건 좀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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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미실은 "국가가 전쟁에 나서면 왕권은 강화되고 귀족들은 세력을 잃을텐데 무엇때문에 내가 세번째 의미(삼국통일)를 계승해야 하느냐"고 냉소하지만, 이것 역시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입니다. 그럼 대체 미실은 '삼국 통일', 다른 말로 '백제와 고구려의 정복'을 접어둔 채 어떤 주장으로 자신의 권력 기반을 굳히고, 화랑이라는 무장 집단의 발전을 정당화했을까요.  

요즘 같으면 '국방'과 '정복 전쟁'은 구분되는 개념이지만 7세기에도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는, 그저 방어만을 위한 무력'이라는 개념이 존재했을까요. 어림없는 얘기입니다. 당시의 눈높이로 보자면 화랑과 상무정신의 존재는 정복 전쟁으로 이어질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진흥왕의 정신은 책 한권을 태우고 다시 쓰고 해서 가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흥왕의 의지를 표현하는 증표는 역사책 몇권보다 훨씬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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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네 군데에 세워진 진흥왕 순수비입니다. 진흥왕이 스스로 개척한 국토를 돌아보며 세운 세 군데의 비석만큼 팽창해가는 신라의 에너지를 잘 상징해주는 유물은 없습니다. 순수비가 뻔히 서 있는데 책 몇권을 조작한다고 이만한 국가적인 목표가 잊혀질 거란 생각은 참 안이합니다.

이 드라마의 설정대로라면 미실 일파는 반 통일세력이고, 그 이유는 자신들의 계급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사리사욕에 빠져 국가적인 목표를 잃었다는 점이 미실 그룹이 타도되어야 하는 이유이고, 덕만은 이를 통해 자신이 왕위에 오를 수 있는 명분이란 바로 삼국 통일이라는 명제를 내걸고 온 나라의 힘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 다음 주의 '선덕여왕' 내용일 듯 합니다.

반통일적인 기득권 세력에 대항해 통일을 명분으로 내건 젊은 개혁세력 덕만. 용어는 그럴듯하지만 비유는 참 공허합니다. 용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끌어다 붙인 억지 춘향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걸 '작가의 메시지'라고 생각하겠죠.

저는 이미 몇달 전부터 '대체 미실과 덕만의 차이는 무엇인가, 덕만이 미실을 대신해야 한다면 그 명분은 무엇인가에 대해 드라마 제작진이 답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이 드라마의 초점이 '대체 덕만이 미실에게서 권력을 빼앗아도 좋은 명분은 무엇일까' 쪽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을 보며 내심 흐뭇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작진이 내놓은 답은 참 실망스럽습니다. 그냥 판타지 드라마로 남아 있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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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덕여왕 16화 (연재소설)

    Tracked from 조정우2009/09/09 09:31

    덕만공주는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애원하듯이 말하는 지귀에게 연민의 정을 느껴 이름을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잠행중이라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도 없었지요. 순간 덕만공주는 선녀처럼 아름답다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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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나무 2009/09/09 08:19

    이 사극에 너무 큰 애정을 갖고 계시군요. 도대체 역사라는걸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만드는 드라마입니다.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역사란 컴퓨터 게임 수준인거 같습니다.

  2. G force 2009/09/09 08:27

    어제 드라마 보면서
    설마 삼국통일은 아니겠지 아니겠지...

    그런데 진짜 삼국통일이라니
    사기당한기분이네요

    아니 셍뚱맞게 웬 삼국통일? 그리고 그게 왠 비밀?
    찜찜한 기분의 원인이 뭔지 잘 짚어주신글 잘읽고갑니다

  3. 하늘 2009/09/09 08:43

    선덕여왕이 무지 인기있다고는 하나, 너무 선덕여왕 글만 쓰시는거 아닌가요?
    물론 개인블로그에 내가 쓰고 싶은거 쓰는데 어쩔래 하실 수도 있지만,
    기자님 블로그는 이제 거의 준 미디어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업글을 기대하고 들어와 보면
    내가 관심없는 선덕여왕 얘기만 이틀 연속 나오니
    좀 허탈합니다......
    굳이 선덕여왕 업글하고 싶으시면 반드시 다른 글도 하나 같이 올려주세욧!!

    • 송원섭 2009/09/09 19:10

      구독료 고지서 보내겠습니다. 주소좀...

  4. 아자哲民 2009/09/09 09:05

    제작직은 이 블로그를 모니터링 하고 있지 않을까요?

    하다못해 제작진의 지인이라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요?

    • 송원섭 2009/09/09 19:11

      하하.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

    • 너돌양 2009/10/03 15:22

      그럴것같은데요;;유명 연예기자시고 막강한 블로그니까요;;;;

  5. 假途 2009/09/09 09:22

    비담 얘기에 방긋하고 보다가 삼국통일에서 급좌절입니다.

    스스로 레벨을 낮추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이 영.....

    뭔가 어렵다싶은 얘기만 나오면 대사가 챗바퀴돌듯 되풀이되는 것도 짜증납니다. 한마디로 작가들이 자신이 없는 얘기를 쓰고 있다는 뜻이죠. 자신없는 얘기면 안 했으면 좋겠어요.

  6. 2009/09/09 09:22

    "이루지 못할 꿈"- 이라고 언급하는 순간 삼국통일이더군요.
    아, 허탈했습니다...
    이래저래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고 있는 드라마인 건 진작부터 깨닫고 있었지만
    어제는 참 그냥 그냥 그렇더군요.(뭔 말이야...;;)
    세 번째 의미에 흥미를 잃자마자 거칠부공에 대한 흥미가 생겼습니다.
    어제 거칠부공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을 종합하자면-
    "이 사람은 천재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더군요.-_-;;;

  7. 조정우 2009/09/09 09:30

    정말 듣고 보니 그렇네요...

    김유신은 어린 시절부터 삼국통일을 꿈꿨는데요...

    재이있게 봤습니다.

    트랙백 걸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8. 후다닥 2009/09/09 10:33

    처음 보는데 삼국통일이겠구만 했습니다
    뻔한 얘긴데 뭐 대단한 것인양 하는게 좀 어이가 없더라구요
    예고를 보니 다음주엔 김춘추가 살짝 등장할 것 같은데
    조금 더 재미나 지겠지요?

  9. 함냉강선생 2009/09/09 10:47

    실망입니다...참으로 실망입니다.
    삼. 국. 통. 일. 이라뉘욧!

    이젠....춘추 뿐입니다.

  10. skywalker 2009/09/09 11:05

    '반통일적인 기득권 세력에 대항해 통일을 명분으로 내건 젊은 개혁세력 덕만.' 이게 작가가 생각하는 메시지라면 실망스럽지요. 신라의 삼국통일 - 정확한 표현도 아니지만 - 은 진취적 행동이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반통일적 행태였으니까요.

    환타지 소설로 생각하고 메세지나 주제보다는 캐릭터 위주로 즐거이 보고있는데 작가가 무리해서 이념을 대입시키려 한다면 많은 무리가 올수밖에 없겠지요.

    송기자님의 우려뿐이기를 바랍니다.

  11. 호호 2009/09/09 11:19

    제 남편은 진흥왕 때 '삼국통일'이 뭐 불가능한 꿈이냐고, '불가능한 꿈'이 '신분제 타도' 및 '민주주의 도입' 아니냐고 추리하더군요. --; (당연 그럴리가 없겠지만요)

  12. 꽃무뉘빤쑤 2009/09/09 11:40

    저는 영화 '한반도'와 비숫한 흐름으로 가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자주권을 친일,친미에 매우 의지하는 상류층지향 이명박정부(한나라당)를 미실세력 으로.....
    군사작전권 회수를 반대한 군장성을 직무유기라 질타하고 일본 과거사 왜곡과 관련 선전포고와
    같은 연설을 했던 서민층지향 노무현정부(민주당)를 선덕여왕 세력으로 비유한건 아닌지......아님말고 ㅡ.ㅡ

    • skywalker 2009/09/11 15:11

      그게 바로 무리하게 이념을 대입하려하는 결과라는 겁니다. 선덕여왕과 무열왕을 아우르는 김유신과 신라의 대외정책을 우리가 알고 있는데 그 내용이 님이 하고싶으신 것처럼 참여정부를 미화하는 쪽으로 맞춰지겠습니까?

      대외적으로 자주를 표방하는척하면서 실제로는 더욱 대외의존적인 나라를 만든 참여정부를 비판하기위해 써먹는게 더욱 효율적인것 같군요.

      이러면 싸움이 되겠지요?

      그러니까 역사를 자가당착적으로 이념을 끌어들이는 일은 더우기 드라마를 보면서는 하지말자는 겁니다.

  13. 초록누리 2009/09/09 11:50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1,2번 의미가 더 어려웠지요. 자상하게도 드라마에서 가르쳐줬지만..
    시청자들이나 비재 참가자들 역시 삼국통일이 가장 쉬운 답이었을텐데 말입니다....ㅎㅎ
    저도 삼국통일이 아니 다른 것이 있나 골똘히 생각해 봤지만 다른 답은 못찾겠더라구요..

  14. 위드자이 2009/09/09 11:58

    어쩌면 삼국 통일이 아니라 중원 통일일 수도 있죠...-_-;

  15. EE 2009/09/09 12:00

    죽방이 먼저 말한 것도 있고 해서 삼국통일은 아닐 줄 알았습니다만 설마가 역시나였군요. 약간 진이 빠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은 미미하리라.. 이야기 강약조절을 잘못한 듯합니다. 기자님 말씀대로 당대인의 관점에서도 삼국통일은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 해내기 어려운 하지만 시도해볼만한 꿈이었을텐데..^^

  16. echo 2009/09/09 12:40

    그 어줍잖은 메시지를 넣기 위해 진흥왕의 업적도 폄하해야만 했을까요.

  17. notice 2009/09/09 13:35

    삼국 통일이 아니라 왕권 강화인것 같은데요....미실이 황후가 되었으면 세번째 내용이 전달되었겠지요. 황족이 되었으니깐 하지만 현재 귀족인 미실의 세력은 그 내용을 알릴 수가 없던 것이지요. 그리고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삼국통일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삼국통일이 불가능한 대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18. zz 2009/09/09 13:40

    근데 위의 기사는 지금의 국사책의 내용만이 사실일때 내용이겠죠 허나 과연 지금의 국사책의 내용이 전부 사실일까요 제가 봤을때 고구려나 백제나 진흥왕 시절의 저 그림보다 훨씬 큰 나라였을 것입니다 군사력도 강하고 영토도 훨씬 더 넓은 그런 나라 말입니다

    • 송원섭 2009/09/09 19:14

      그랬다면 백년도 안돼 통일이 됐을까요?

  19. 뉴웨이브 2009/09/09 15:38

    이해는 가지만 너무 앞선 결론 같네요. 진흥왕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실 신라는 보잘것 없는 나라였지요. 바로 인접한 가야조차 정벌하지 못한 나라였으니까요.

    이런 신라 형편에선 기실 삼국통일을 이루라는 지증왕의 유지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것이라고 해석할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뒤 진흥황이 순수비를 세울만큼 강성한 신라의 힘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 이전에 신라는 동남부에 치우친 나약한 소국이었지요.

    진취적인 진흥왕이 지증왕의 유지를 받드는 과정이 곧 신라 영토의 확장,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왕권 강화를 위한 국사편찬이었던 것 입니다.

    물론 극중에서는 삼국통일이 무슨 큰 비밀인양 과장 처리된 점이 있지만, 제 생각에는 당시 신라라는 고립된 지정학적 위치나 나라의 세력으로 볼때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제였음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진흥왕이 순수비를 세운 뒤에 이어진 진지. 진평왕은 사실 선대의 유지를 이을만한 진취적 기상을 갖추지 못한 왕들이었음을 감안할때 더욱 그렇습니다.

    더구나 당시는 여왕에게 황제를 잇게 해야 할만큼 황실의 힘이 위축되어 있을때였죠. 누군들 여자에게 황제를 맡기고 싶었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그 당시 신라의 국력수준에 비춰볼 때 삼국통일은 이루기 불가능한 벅찬 명제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뒤에 이어지는 비담의 반란은 황실의 무능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신라의 기상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는군요.

    진흥왕은 이미 부친인 지증왕으로 부터 그런 유지를 들어 알수 있었겠지만, 그 뒤 벌어진 혼란 상황을 고려할때 그런 가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되는군요.

    • 송원섭 2009/09/09 19:16

      (1) '통일하자'는 구호는 더 미약한 나라일 때에도 외칠 수 있습니다.

      (2) 진흥왕 초기와 진흥왕 이후를 혼동하시면 곤란합니다.

      (3) 진흥왕은 지증왕의 아들이 아니라 손자입니다.

  20. 십오야 2009/09/09 17:36

    우리나라 드라마가 외국으로 진출해서 외국 사람들이 많이 시청을 하는데 우리나라 드라마 자체가 우리 역사로 인식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21. 히히 2009/09/09 23:35

    선덕여왕은 구멍이 너무 많은 드라마입니다.
    짜임도 별로고 캐릭터도 미실외에는 잘 살리지 못했습니다. 비담조차 처음 포스에 미치지 못하고요.
    연출도 답답하고 감정씬도 과도하고 적절치 못해 빠져들지 못하죠.
    여러모로 어설픈 드라마지만 보게 만들다니 신기하긴 하네요.

  22. 랴랴 2009/09/10 00:52

    요즘은 왠 회상씬이 그리도 많은지요...
    매회 재방송 보는거 같습니다.
    삼국통일이란건 너무나 뻔한 얘기라...헐
    엿가락 처럼 늘이지 말고 빠른진행으로 완성도있게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23. 제목보고 글 읽은 이 2009/09/10 17:15

    저는 죽방이 말할때 이미 알았습니다. 저번에 비석이 올라올때는 흥미진진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허탈해지는 것은...

  24. 글쎄요 2009/09/10 23:11

    세 번째는 본문에 있는 '아홉 나라 병탄이라는 엄청난 야망'이 답 아닐까요?
    그래서 불가능한 꿈이라고 했을 수도 있고요.
    세 번째 답을 굳이 삼국통일에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신라가 당면한 과제는 삼국통일이지만 꿈은 그 이상이죠.

    그리고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루어야 한다'
    이것이 덕만이 왕이 될 수 있는 필요조건이 아니라

    '신라가 왜 삼국통일을 해야만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명분을 찾아 실천 할 수 있냐가 덕만이 신라의 왕이 될 수 있는 필요조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삼국통일(전쟁)에 대한 명분을 찾아 온 나라의 힘을 한곳에 모을 수 있냐입니다.

    그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면 그 명분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불교라고 생각합니다.

    즉, 신라를 중심으로 온 나라의 정신세계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윤리)의 창출이죠.
    황룡사 9층탑도 그런 의미에서 지은 것이고요.

    죽방이 말한 그물(구심점)이 덕만을 지칭하는게 아니라 불교라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그물을 들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있는자가 왕이 되어야만 한다는 내용 같습니다.

    불교의 교리가 단군의 홍익인간 건국이념과 화랑도 정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화랑도 정신이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면 덕만이 꿈꿔야 하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으로 그 당시 기득권 세력인 미실이 왜 반대하는지를 알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이상 부족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25. 현실주의자 2009/09/11 04:23

    기자님의 글을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냉엄한 현실의 외교안보적 관점에서 보자면 동의하기 힘드네요.

    체게바라가 그렇게 말했죠, "냉엄한 현실인식을 기반으로, 뜨거운 이상의 꿈을 실현시키자" 라구요. 게바라는 미국의 막강한 경제군사력이 독재권력들을 지탱해주고 있던 남미대륙 전체를 혁명화 시키겠다는 엄청난 이상주의자 면서도, 당시 최고의 실용적 게릴라전술을 책으로 펴낸 뛰어난 현실주의자이기도 했지요.

    진흥왕과 당시 신라 엘리트 그룹이 그렇게 삼한 통일을 이상으로 공유하고 있었는지는 사료적으로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신라가 현실적으로 그정도 군사-경제력이 있었는지 정도만 살펴볼께요.

    우선, 진흥왕대에 신라가 한강하구를 점령하면서 삼한의 맹주로 떠오르게 된 데는, 다른 두나라 백제, 고구려의 국내외적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입니다.

    <고구려>

    고구려는 비록 수나라와의 2차에 걸친 대전투를 승리로 장식했지만, 중원의 통일제국 수나라와의 피말린 전투는 고구려에도 큰 타격을 주었지요. 전 국력과 군사력, 경제력을 전쟁터인 요동 지방으로 집중해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구려의 거점인 요동지방은 10년 넘는 전란으로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이를 복구하는 것도 당시 고대 국가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죠.

    더 큰 문제는 이 전란을 치루면서, 고구려 귀족엘리트들이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수나라가 당나라로 교체되는 시기에, 고구려의 영류왕과 고구려-수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요동지방 영주들은, 전쟁보다는 외교와 화친을 주장하게 됩니다. 심지어 영류왕은 당나라가 원하는 사대관계를 선택해서라도 국가의 생존을 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틀게 되죠.

    이에 반해 연개소문과 주로 동북방면의 귀족들은 계속적인 항쟁과 당나라와의 대등한 관계를 원하게 됩니다. 결국은 이들의 쿠데타로 영류왕 계파와 몰살 당하면서, 정권은 연개소문에게 넘어가게 되죠. 하지만, 오랜 전란으로 초토화된 요동지역의 불만과 쪼개진 귀족집단의 분열은 계속적인 고구려의 문제로 남게 됩니다. 결국 당태종의 1차 고구려 원정은 안시성 전투로 승리를 거두지만, 연개소문 사후 당고종의 2차 원정에서 고구려는 너무나 쉽게 점령당하게 되죠.

    이런 제반 사항을 보면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고구려과 남쪽 한강유역에 에너지를 집중할 돈도, 군사도, 정신력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진흥왕의 북진은, 고구려의 이런 혼란이 없었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신라가 고구려를 점령하고 삼한통일을 꿈꿀 정도는 전혀 못 되었죠. 훗날 김춘추가 목숨을 걸고, 모두의 만류를 거부하면서도, 연개소문과 담판을 지으려 한것은, 어떤 절박함을 말해주지 않나요?

    <백제>

    삼국사기를 보면, 백제는 부여계인 왕족과, 토착 호족들 사이에 분열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성왕이 이를 중앙집권적으로 많이 바꾸어 놓았지만 (심지어 국호를 '남부여'로 바꿉니다.), 그가 신라와의 전투에서 사망한 뒤에는, 한마디로 귀족정이라 할만큼 왕들이 귀족들의 눈치를 살폈죠. 이런 내부 분열의 와중에서, 군사력은 통합될수가 없었고 (당시 군대는 귀족들의 사병에 크게 의존하였기 때문), 심지어는 가야 지역의 영토가 신라에 넘어갈 때도, 특별한 군대동원 없이 이를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변화가 온것은 무녕왕 입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의자왕이 왕위에 오르면서, 백제의 중앙집권적 군사력 동원은 획기적인 성장을 하죠. 의자왕은 심지어 신라의 최대 요지인 '대야성'을 함락 시킵니다. 이 성의 함락은 너무 큰 상징적 의미가 있었고, 심지어 다급한 김춘추를 당나라와 고구려등으로 도움을 요청하러 보내게 되죠. 대야성이 함락 되었을때, "이제 신라는 망했구나"라고 의자왕이 소리쳤다고 하니 그 군사적 의미를 알만 합니다. 심지어 대야성 함락에 동원한 병력이 1만명 입니다. 1만명... 여러분이 삼국사기를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거의 모든 전투가 몇백명 단위 입니다. 이런 시기에 1만명의 군대를 동원할수 있었다느 것은 의자왕이 얼마나 내부 귀족 분열의 봉합시키는데 성공했는지 알수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신라에게, 고구려는 커녕, 백제도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백제의 내부 분열기에 진흥왕이 크게 서진을 하고, 성왕과의 전투에서 왕을 사살하는등 큰 전과를 올렸지만, 삼한통일이요? 글쎄요. 현실을 아는 귀족들이 실제로 얼마나 가능한 꿈으로 생각했을지는 모르겠네요. 오히려 선덕여왕시기는 신라가 백제에게 크게 몰리던 시기이고, 이런 위기가 오히려 김춘추의 탁월한 외교전략 (당나라를 끌어들이기)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당시 신라는 진흥왕대와는 틀리게 매우 절박한 상황이었고, "생존"을 위해 위험할수도 있는 외세에의 의존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게 되는 것이죠.

    <일본>

    이외에도 "일본"이라는 변수가 있습니다만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만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당시의 일본은 우리한테 문물이나 수입하던 삼류국가로 생각하고 계신데, 우리쪽 기록인 삼국사기만 보더라도, 당시의 일본은 최소한 "군사대국" 이었습니다. 특히 왕족이 혈연관계인 백제와의 밀월은 대단했죠.

    삼국사기에 보면 일본군이 경주를 포위하다가, 신라왕의 협상제의를 받아들여서 수천명의 경주사람과 귀족자제를 볼모로 끌고 철군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우리쪽 기록인 삼국사기에도 말입니다. 이런 일본 마저도 배띠우면 이틀이면 닫는 거리에 포진해 있고, 그들은 특히 백제와 긴밀한 동맹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삼한통일을 현실로 생각할수 있을까요?

    오히려 황룡사 9층석탑의 의미는 어떤 정신적인 문화의 통합이라던가, 어려운 시기를 돌파해 나가자는 의지 정도로 볼수 있겠네요.

    차라리 드라마에서 보여준 미실의 말이 더 현실성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모든게 픽션 설정이지만, 진흥왕을 가까이서 보필해온 미실이라면, 진흥왕의 현실감 떨어지는 이상주의를 비판적으로 보았지 않을까요?

    • 송원섭 2009/09/11 16:14

      네. 적절한 말씀입니다. 사실 제가 사학도도 아니고, 길게 얘기할수록 밑천이 드러나니 요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1) 말씀하신 게바라의 경우에도 보듯 그렇게 황당무계한 '이상'도 목표가 될수 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진흥왕대의 삼국통일론은 - 말씀하신 내용을 모두 받아들여도 - 훨씬 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됩니다.

      (2) 저는 '삼한일통'이라는 구호가 가야 병합 시기에 이미 신라의 대의명분으로 자리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변한의 후계국으로 일정지분을 확보하고 있던 가야를 병합하고 그 주민들을 귀순시키는 명분으로 '삼한은 본래 하나이며 다시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었을까요. 실현 가능성에 앞서 이런 대의명분은 대단히 절실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3) 진흥왕 사후 신라의 위기는 3등의 1등 부각 - 나머지 두 나라의 견제로 인한 2:1 구도 - 중국을 끌어들인 2:2 구도의 확립이라는 형태로 전개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국면은 '결국 지속적인 군비경쟁과 팽창 외에는 살 길이 없다'는 통일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요.

  26. 현실주의자 2009/09/13 03:25

    그렇군요. 언제나 역사와 영화에 대한 기자님의 식견은 참 독창적이고 흥미롭습니다.

    신라의 정치엘리트들이 실제로 삼한일통의 꿈을 공유했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화랑시스템같은 치밀한 내부정리와, 후일 김춘추의 활약에서 보는 놀라운 외교정책을 디자인했다면, 그 사실 자체가 참 감동적입니다.

    21세기 한국을 위한 지혜로 삼아도 손색이 없네요. 언제까지 사마천의 사기나 삼국지에서 역사의 지혜를 구걸해야 할까요? 우리에게도 이런 대단한 인물들이 있었는데요.

    • 송원섭 2009/09/13 12:17

      문제는 기록이 풍성하지 않다는... ㅠㅠ

  27. 수엔공주 2009/09/14 23:27

    본부장님, 드디어 우리 승호가 나왔어요 >.<
    그런데 완전 버터왕자;
    아 이제 꽃미남 카드 다 나온 것 같은데 남은 3개월을 어찌 끌어갈까요

  28. 너돌양 2009/10/03 15:28

    이 드라마는 그냥 신라 통일 전에 주름잡았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100%창작물이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마음이 편합니다. 아무리 사극이 詐극이라고 해도 이건머...신라시대 기록이 너무 없어서 그런가요?

    아무튼 역사,정치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고 그걸 재미있고 쉽게 잘 풀어쓰시는 기자님이 부럽습니다. 역시 유명 기자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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