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천사의 유혹'이 방송 초반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아내의 유혹'에 중독됐던 주부층을 다시 사로잡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작품도 도입부부터 '놀랍도록 빠른 전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실 '천사의 유혹'의 스토리가 새롭게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천사의 유혹'이나 '아내의 유혹'과 자주 비교되는 아침드라마들의 경우, 비슷한 엽기성 스토리가 날이면 날마다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왜 아침부터 이런 얘기들이 먹혀드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천사의 유혹'이나 '아내의 유혹'의 인기는 수십년간 축적된 아침 드라마 시장의 소비자들과 분리해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이 드라마를 놓고 방송의 공익성이 어쩌네 저쩌네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안정된 시청률과 광고 판매의 효자인 이런 드라마를 없앤다는 건 방송사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이런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혹시 이 드라마에 대해 모르는 분들을 위해 '천사의 유혹'의 베이스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주아란(이소연)은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원수의 아들 현우(한상진-나중엔 배수빈)와 결혼합니다. 그리고 주아란을 돕는 의사 남주승(김태현)과는 내연의 관계죠. 주아란은 현우의 집안을 박살내는데 성공하지만 식물인간이 됐던 현우는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성형수술을 통해 다른 인물로 변신해 다시 주아란에게 복수합니다.

딱 보면 아시겠지만 배신과 복수, 그리고 다른 인물로의 변신이 주요 소재입니다. 네. '아내의 유혹'에서 익히 봤던 소재들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순옥 작가의 이 드라마들은 왜 인기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화 보시는 분들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만화 많이 본 독자일수록 만화 한 권을 보는 속도가 빠릅니다. 소설도 사실 마찬가지일 겁니다. 영화를 1년에 100편 이상 보시는 분들은 가끔씩 빨리감기로 보는 영화가 있을 겁니다.

이 '유혹'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이야 이미 수십년간 아침드라마들을 시청하며 첫장면 봐도 끝장면이 보이는 높은 내공의 주부 시청자들에게, '당연히 생략해도 좋을' 장면들은 과감하게 날려 주는 것이 이 '유혹' 시리즈의 서비스입니다.

'유혹' 시리즈는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긴 하지만 다른 막장성 드라마들처럼 시청자를 짜증나게 하는 요소들이 과감하게 생략돼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건 너답지 않아!'라며 말리는 친구에게 '그럼 나다운게 뭔데?'라고 반문하는 여주인공 같은 장면들입니다. 이런 구태의연한 장면은 '유혹' 시리즈에서 볼 수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신 좀 더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엊그제 결혼한 새색시가 사실은 강남 텐프로 룸살롱의 에이스 출신이고(이름은 웬 로즈마리?) 악당 회장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룸살롱에서 007 쇼를 벌입니다.

여기에 주아란과 남주승은 와인 잔을 부딪히며 자신들의 음모가 성공하는 걸 자축하다가 그 자리에서 눈에 불이 붙어 바로 뜨거운 키스와 함께 베드신으로 직행합니다. (어딘가 외국 영화에서 본듯한 장면입니다만, 연출이며 연기가 사실 좀 낯뜨거울 정도로 어설펐습니다.)

어쨌든 이 드라마의 매력은 1.5배속, 혹은 2배속으로 아침 드라마를 보는 재미입니다. 지루한 부분은 확실히 생략. 괜히 시간만 끌고 러닝타임만 잡아먹는 똑같은 줄거리의 드라마에 비해 '유혹' 시리즈의 만족도가 높은 건 너무 당연한 얘깁니다. 그리고 가끔은 상상을 초월하는 '말도 안 되는' 장면이 등장해 시청자의 기대를 무너뜨려 줍니다.

그런데 기껏 애쓰고 돈들여 만든 드라마보다는 이런 드라마들이 확실한 효과를 주고 있으니, 방송사 입장에서도 어찌 보면 답답한 노릇입니다.

아, 처음에 얘기한 해결 방법은 왜 안 나오냐구요. 네. 지금 나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간단합니다. 지금부터 이 드라마의 장르 표기를 바꿔 버리면 됩니다.

그러니까 '미니시리즈 천사의 유혹' 이라고 부르는 대신, '코미디 극장 천사의 유혹' 이라고만 부르면 만사 해결입니다(마침 강유미도 나오지만, 강유미가 나와서 코미디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이미 이 드라마는 드라마가 가지고 있어야 할 대체적인 미덕을 넘어서서 '황당무계한 상황'을 통해 '현실을 풍자하는 웃음'을 주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개콘'이나 '웃찾사'를 보면서 '저게 세상에 말이 되는 얘기야? 말도 안돼!'라며 흥분하지 않죠. 다소간의 과장은 코미디의 미덕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방송사측에 권합니다. 그냥 제목과 장르 표기만 바꾸시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어떤 시청자 단체가 코미디라는데 토를 달겠습니까. 게다가 '천사의 유혹'은 현재의 '웃찾사'보다 훨씬 더 많은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그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오는 헛웃음인지, 정말 즐거워서 나오는 웃음인지는 굳이 구별하지 맙시다. 어쨌든 웃음은 웃음이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사의 유혹'을 보면서 TVN의 '롤러코스터'에 나오는 '막장로맨스'나 '막장극장'과 혼동을 느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들 코너들은 '막장드라마의 엑기스만을 모아' 드라마처럼 꾸며 방송하는 패러디 코너들이죠. 그런데 '천사의 유혹'을 보다 보니 어느 것이 원작이고 어느 것이 코미디 프로그램의 패러디인지 구별을 못하게 돼 버렸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바에는 '천사의 유혹'의 장르 표기만 코미디로 바꾸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출연하는 배우들이 항의할까요? 에이, 사실은 다들 알고 출연했을텐데요. 그리고 요즘 왕비호한테 욕 한번 먹으려고 줄 선 배우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자, 오늘 저녁부터 '코미디 극장 천사의 유혹', 어떻습니까?


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화끈한 추천 한방!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sblog.joins.com/fivecard/trackback/569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후다닥 2009/10/14 09:44

    추천이 없어요..
    일등~~~~~~~~~`

    간만에 출근해서 출석하면서 일등했네요..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하나가 유행한다 하면 우~~~
    하고 따라가는 경향이 심한것 같습니다
    아내의 유혹 이후 하얀거짓말까지 히트하고 나니
    방송3사 아침 드라마들이 죄 치정복수극으로 도배되네요
    이러다 드라마에서 칼들고 나와서 칼부림하는 장면
    나올까봐 겁납니다.
    물론 시청률이란 과제가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하나 성공했다고 죄다 우 하고 따라가는 건 좀 피해줬으면 합니다.
    드라마 몇개 보다보면 이게 저건지 그게 그건지 구분이 안가요...

  2. 철스 킴 2009/10/14 10:03

    2등~~~!!!!
    2등은 언젠가는 1등이 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자리니...만족^^
    이 드라마 어제 한 5분쯤 봤는데......제 취향이 아니라서 패스~~~

  3. Saint C 2009/10/14 10:06

    이등만 세번째... 언젠가 나도 일등을...

    주인장님 의견에 원헌드레드퍼센트 동의합니다.
    사실 그래서(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목용탕집 남자들 이후
    드라마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어떤 드라마도 ^^

  4. 블랙라군 2009/10/14 10:21

    사랑해요~정가은~~!

  5. echo 2009/10/14 10:25

    막장 코미디 장르의 대가이신 임모 모성한 작가께서 예전에 미국의 소프오페라와 자신의 드라마를 비교하신적이 있었죠.

    물론 미국의 소프오페라가 훨씬 막장이라는 취지의 말씀이셨지만.

  6. 우유차 2009/10/14 11:06

    중요한 사실은 월화 미니시리즈라는 것. 매일 드라마가 아니라서 '오늘 저녁부터'는 무리이옵니다. u_u*

  7. jsyqa 2009/10/14 11:38

    ㅎㅎㅎ

  8. 비밀방문자 2009/10/14 11:44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9. 흠.. 2009/10/14 12:26

    차라리 전작인 아내의 유혹이 나았다~!! 이건뭐...갈수록 짜증지대로~!!

  10. 하이진 2009/10/14 14:29

    세상이 살기 힘들어지니까 사람들에게 웃음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헛웃음이라도...

  11. 2009/10/14 14:39

    전 매일 기사를 읽거나 방송을 보고-
    관심은 있으나 굳이 찾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무실 동료들에게
    맛깔나게 스토리를 전해주는 재미로 산답니다. ㅋㅋ
    정작 보고 있는 저는 보면서 졸기도 하지만요.-_-
    하루이틀 정도 빼먹어도 충분히 대사까지 짐작이 가능해서
    어떻게 보면 닥본사의 대명사인 <선덕여왕>보다 부담이 덜하죠. ㅋㅋ
    시간은 때울 수 있지만 의무감은 없는-
    아주 그냥 요즘처럼 멍 때리고 싶을 때는 이런 게 최곱니다. ㅋㅋ

  12. 뽀글 2009/10/14 17:25

    한번도 못봤는데 이야기만 들어도 잼날것같아요..한번봐야겠네요^^ 중요한 내용은 지금것들만 봐도 다 알듯해요^^ㅎ

  13. 박효식 2009/10/14 17:44

    이 빨갱이놈아 !!!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북한가 살아라 !!!

    이 빨갱이놈아 !!!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북한가 살아라 !!!

    이 빨갱이놈아 !!!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북한가 살아라 !!!

  14. ㅋㅋㅋ 2009/10/15 00:23

    롤러코스터 재밌지요 ㅋㅋㅋㅋ

  15. 리얼리스트 2009/10/15 02:24

    전 주인장님 같은 생각을 울나라 예능프로를 보면서 많이 느낍니다. 아무 의미없고 말초적이고 경박단소한 말들의 나열. 그런 말장난 재주를 천재들이라고 인정받는 풍토. 우리 한국의 수준이, 사람들의 수준이 딱 이정도 랍니다.

    가끔 미국 토크쇼를 보면 코미디언 출신들의 진행자들이 상원의원이나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불러다놓고 촌철살인의 농담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놀라곤 합니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사회지도층들이 이 코미디언들 앞에서 혹시 속내를 들키지 않을까 시종일관 긴장하는 모습들이 대단하기도 하구요... 쩝..

  16. 야행성아침형인간 2009/10/15 02:25

    "만화 많이 본 독자일수록 만화 한 권을 보는 속도가 빠릅니다. 소설도 사실 마찬가지일 겁니다. 영화를 1년에 100편 이상 보시는 분들은 가끔씩 빨리감기로 보는 영화가 있을 겁니다."

    대 공감....

    어쩌다 보니 만화 많이 본 독자와 1년에 100편이상 보는 사람에 둘다 해당되게 되어버렸네요..

    잠이 없는 체질덕에 ㅋㅋ

    아무튼 막장 드라마의 제목을 코미디로 바꾸는 발상은 정말 기가 막히네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개콘을 보면서 현실성을 따져본 일이 없듯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성을 따지는 사람도 사실
    극.히 드물거같긴 합니다.^^

  17. 사랑과평화 2009/10/15 11:45

    와 여기에도 위와 같은 광고글이 실리네...

    사람 많다고 소문이 나긴 났나 봅니다.

비밀글 (Serect)
댓글 달기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