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가의 정식 국가 명칭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입니다. 제대로 된 국가 명칭을 사용해주시라요."
남북대결을 하루 앞둔 3월 31일 오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김정훈 북한대표팀 감독은 퉁명스레 답했다. 한국 기자들 중 한 명이 질문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북한'이라는 명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김감독은 꾸중하듯 북한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한국 취재진들을 다그쳤다. 김감독이 국가 명칭을 두고 항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남북대결 때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한 방송국의 신입 여기자는 나름 열심히 준비해온 질문을 당차게 던졌지만 '북한'이라는 용어 때문에 정작 질문에 대한 답변은 듣지도 못하고 김감독으로부터 호통을 듣고 얼굴이 벌개져야 했다.

통상 우리는 '남한' '북한'이라고 표현하지만 정작 이 표현은 남쪽 한국과 북쪽 한국이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약자인 한국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표현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은 '북조선' '남조선'이라는 식으로 부르는데 남한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은 명칭을 두고 그다지 트집을 잡지 않는다. 만일 평양에 가서 북한 기자들이 허정무 감독에게 '남조선'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어땠을까. 허감독은 유연하게 받아넘겼을 것이다.

남·북한, 남·북조선이 모두 안된다면? 그래서 양쪽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이 '남측' '북측'이라는 단어다. 굳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용어를 쓸 수 없다면 '북측'이라는 표현을 쓰면 된다. 이 표현이라면 명칭에 까탈스러운 북한 사람들도 대강 넘어가준다. 하지만 북측이라는 용어 때문에 공식 축구경기가 취소될 뻔한 사건도 있었다.

북한의 미녀 응원단에 관심이 쏠렸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일이다. 10월2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는 북한과 일본간의 여자축구 예선전이 예정돼있었다. 북·일전이 벌어진데다 북한 미녀응원단이 대거 찾다보니 한국 취재진들도 기자석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경기 전 경기본부석 쪽이 소란스러웠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들이 대회조직위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항의를 퍼부었다.

경기장 입구에 붙어있던 아시안게임 공식 포스터에 북한 인공기가 빠진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잔뜩 뿔이 난 북한의 김명보 행정역원은 "남북통일축구대회였다면 북측과 남측으로 부를 수도 있지만 정식대회에서 북측으로 부르는 것은 한 국가를 무시하는 처사다"며 "우리가 무슨 유령단체냐"면서 흥분했다. 김대봉 육체훈련 감독 역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길다면 조선으로 줄여야지 북측이 뭐냐"고 반발했다.
이들은 "선수 교체 때 북측이라는 표현이 나온다면 경기를 포기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시 구덕운동장 경기위원장은 "국가 연주와 시상식 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되 선수교체와 골을 넣었을 때는 '북측'으로 하자는 공문을 받았다. 남자축구와 농구에서는 북측이라는 표현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연신 식은 땀을 흘렸다.

전반이 끝난 뒤 로커룸을 빠져나온 북한 선수단은 선수 교체 명단이 적힌 쪽지를 내밀었다. 이날 북한 선수단과 동행한 국정원 직원들과 경기장 운영위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만일 '북측'이라는 장내 방송이 나가, 북한 선수단이 경기를 보이코트하게 된다면 큰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장내 아나운서는 대회 규정에 따라 '북측'이라고 방송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보이코트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북한 선수단은 북측이라는 방송에도 별다른 항의없이 경기를 마감했다. 한 경기장 운영위원은 "북한 관계자들이 인공기가 빠진 공식 포스터를 보고 화가나서 시비를 건 것 뿐이다. 포스터가 북한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해서 간신히 화를 풀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970∼1980년대 남북대결 때는 TV 중계 캐스터가 '북괴'라는 표현을 썼던 엄혹한 시절은 아니지만 여전히 명칭 문제로 얼굴을 붉히는 현실은 씁쓸하다.

2009/04/01 14:06 2009/04/0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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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홈스 스타디움 앞 주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대세. 그는 구단 버스에 오르면서도 끝까지 포즈를 취해주는 친절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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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2008년) 3월 일본 고베에서 정대세(25·가와사키 프론탈레)를 단독 인터뷰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달전 동아시아축구선수권이 열린 중국 충칭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북한 경호원들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졌었죠. 혹시나 인터뷰를 거절하지 않을까, 성의없이 단답형 답변만 내놓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는 3월 15일 고베 홈스스타디움에서 빗셀 고베의 김남일과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후반 교체 투입된 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데다 대패를 당하다보니 또 한 번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아 인터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반갑게 인터뷰에 응해줬습니다.

정대세. 나고야 출신의 조선적 3세. 아버지의 본적지는 육쪽 마늘이 유명한 경상북도 의성군이지만 어릴 때부터 북한을 마음 속 조국으로 알고 성장한 이 청년은 첫 인상부터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을 있었습니다. 2005년 북한 대표팀이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일본에게 패하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본 후 북한 대표가 되고 싶었던 그는 2007년 5월 소원을 이룬 후 "16년간 조선학교에서 축구를 해왔기 때문에 나에게 대표팀은 공화국 팀"이라며 기뻐했었죠. 마치 고구려 시대의 장수가 튀어나온 듯한 투박하고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그는 유머있고 예의바르고, 달변이며 순수한 친구입니다.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자기 표현을 못하는 여느 북한 선수들과 달리 그는 자유롭게 자기 표현을 할 줄 아는 친구죠. 충칭에서 그의 발길을 재촉하며 몸을 이끄는 북한 경호원을 마다하고 한국 취재진에게 끝까지 답변해주던 그가 기억나네요. 당시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는 말에 "이 얼굴로는 스타가 될 수 없다"면서 재치있게 받아넘기는 그가 기억나네요.

어릴 적 꿈은 병아리 감별사. 축구선수가 안됐다면 사이클 선수가 되고팠고, 라디오 DJ를 맡을 만큼 음악에 심취한, 20년 후에는 '일본 제일의 침술사'가 되고 싶고, 바퀴벌레가 무섭다는 엉뚱한 이 청년을 홈스 스타디움 믹스트존에서 만났습니다. 일본에서인 지 그는 더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6월 22일 서울에서 한국대표팀과 A매치를 앞두고 있던 터라 그에게 "서울에 오면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롯데 플라자에 가서 놀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롯데 플라자가 어디지?'라고 생각하던 순간 옆에 있던 그의 매니저가 "롯데 월드를 말하는 것 같다"고 정정해줬죠. TV를 통해 실내에 놀이시설을 탈 수 있는 롯데월드가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그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아직 사진밖에 보지 못했지만 멋진 곳이더라. 그 곳에서 대한민국의 열정적인 응원을 보고싶다"고 하더군요.

충칭 때만 해도 K-리그 진출설에 "비밀이다. 상상에 맡기겠다"면서 말을 아끼던 그는 무지 솔직했습니다. "조건만 맞는다면 K-리그에 못갈 이유가 없다. FC 서울, 전남 드래곤즈, 부산 아이파크, 수원 삼성, 성남 일화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전북 현대 등을 알고 있다"면서 "만일 K-리그로 간다면 팬들이 열광적인 FC 서울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었습니다. 인터뷰는 무척 성공적일 것 같다는 느낌이 스쳤습니다. 당시 정대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사진과 함께 올려봅니다.

정대세는 16일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 18일 오후 8시 스틸야드(포항축구전용구장)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예선 2차전을 치릅니다. 다음달 1일 2010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때문에 이번에는 북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을 찾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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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 스타디움 믹스트존에서 필자와 인터뷰 중인 정대세...한국어로 하다보니 일본 기자들은 멀찌감치 지켜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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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이 합류할 한국대표팀의 전력은 어떻게 달라질 것 같나요?
"박지성 선수가 제일 두렵습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골을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거든요. 한 두 명을 쉽게 제치고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달라질 겁니다."

-지난 한국전서 골을 넣었습니다. 이번에도 골을 넣고 싶을 텐데요
"물론입니다. 우리(북한대표팀) 역시 유럽에서 뛰는 홍영조 선수가 들어옵니다. 가와사키에 주니뉴와 후키 등 브라질 출신의 좋은 공격수들이 호흡을 맞추듯이, 나와 홍영조 선수가 함께 콤비네이션을 이룬다면 더 강해질 겁니다. 호흡을 잘 맞추면 조에서 3, 4위할 것도 1,2위까지 올릴 수 있겠죠."

-한국을 상대로 또 골을 넣고 싶다면 가장 경계할 선수로 누구를 꼽나요?
"물론 오늘 맞붙은 김남일 선수입니다. 그를 멈추게 하지 못한다면 한국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유럽 진출이 꿈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동경한 팀이 있나요?
"팀이 있다기 보다는 가고 싶은 리그가 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죠. 거기에 가게 된다면 박지성 선수와 함께 필드서 만나고 싶습니다."

-프리미어리그를 가기 위해 본인 스스로 보완해야 할 점이라면
"속도도 높여야 하고 실수도 줄여야 합니다. 좋을 때는 정말 좋은데, 나쁠 때는 마냥 나쁜 게 내 스타일입니다. 기복없이 꾸준하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J리그에는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 등 한국의 대표적인 공격수들도 많이 뛰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나요?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최용수 선수의 소문(이야기)은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팀에는 제프 유나이티드에서 최용수 선수와 함께 뛰었던 선수가 있어 그에게서 많은 축구 이야기를 듣고는 합니다. 힘이 좋은 공격수여서 내게는 좋은 모범이 됩니다"

-오늘 선발로 나서지 못했는데
"개막전 때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감독님이 특별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경기 전부터 선발로 못나갈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몸을 풀면서 '내가 들어갔다면 골을 넣었을텐데'라고 생각했습니다. 분한 마음을 삭이고 기회가 주어지면 폭발시킬 수 있어야 프로고, 그것이 축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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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이지만 흔들리고 말았다. 다음에 만나면 깨끗한 사진을 하나 더 찍어야지.

-동아시아선수권 활약 이후 다른 팀 수비수들의 견제가 심하다는 느낌이 드나요?
"전혀 그런 것은 못 느꼈습니다. 우리 팀에는 브라질 출신의 좋은 공격수들이 많습니다. 내가 동아시아선수권에서 활약했지만 경기에 못나가는 이유입니다. 이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주전자리를 차지해야 합니다."

-경기 후 김남일과 잠시 대화를 나누던데
"인사를 드렸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시합(경기) 때문에 잠깐밖에 만나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머리를 다치지 않았느냐'고 물어봐줘서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충칭 때 신었던 오렌지색 축구화를 오늘도 신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유니폼 색깔에 따라 맞춰 신습니다. 흰색 유니폼일 때는 오렌지색을 신고, 곤색 홈유니폼을 입을 때는 검정색을 신죠."

2009/03/17 15:52 2009/03/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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