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피니시' 박지성은 왜 루니와 찰떡 궁합일까요?
Posted 2009/05/03 00:39, Filed under: 풋볼리언 랩소디
2일 미들즈브러 원정 경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선 박지성을 확인하셨을 겁니다.
체력이 고갈됐다는 우려의 시각 속에 3경기를 결장한 박지성에게는 존재감을 확인시킬 가시적인 성과가 절실했습니다. 후반 6분 왼발 골로 그는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해보였습니다.
박지성과 눈을 맞춘 루니는 빈공간으로 제대로 찔러줬죠. 수비수 2명 뒷편으로 가로지른 박지성의 움직임은 칼날같이 예리했습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왼발 터닝슛. 맨유에서 본 그의 11골 중 가장 통쾌하고 시원한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지성은 2000년 말 소속팀 교토가 2부로 강등되며 대표팀에서 잊혀질 위기를 넘겼죠. PSV 아인트호벤에서 오른 무릎 연골판 부분 제거수술을 받았던 2003년 3월 이후 홈팬들과 동료인 판 보멀의 비판 역시 실력으로 잠재웠습니다. 맨유 진출 이후 두 차례 큰 수술을 받고도 건재하게 돌아온 그였습니다. 시련은 그를 단련시켰고 고비를 넘길 지혜를 선물했나 봅니다.
이 날 골로 박지성은 3가지를 얻었습니다. 웨인 루니와 찰떡 궁합임을 다시금 확인한게 첫 번째 결과물이고, 골결정력 비판을 잠재울 계기를 마련한게 두 번째 수확이죠. 또 아스널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출전 여지를 남겨둔 것 역시 기분 좋은 선물입니다.
①루니와 눈을 맞추면 골이 보인다
박지성의 득점 중 어시스트가 인정된 5골만 따져본다면 40%(2골)가 루니의 어시스트였던 셈입니다. 박지성이 기록한 14개의 어시스트 중 50%인 7개가 루니의 발을 거쳐 골로 이어졌습니다. 수치 상으로도 루니와의 호흡이 증명이 됩니다.
박지성이 막 영국 땅을 밟아 첫 공격포인트에 굶주렸던 지난 2005년 10월1일 풀럼전에서 그의 패스를 골로 완성한 주인공은 루니였습니다.
한 달 후 웨스트햄 원정 때 루니의 골을 도운 박지성의 어시스트는 '이주의 패스'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루니는 박지성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을 때마다 껴안고, 윙크하며 감사의 뜻을 잊지 않았습니다. 박지성 역시 이날 골을 터트린 후 축하해주러 달려온 루니에게 감사를 표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2006년 4월10일 아스널전에서 박지성이 뽑은 프리미어리그 1호골은 루니의 어시스트였네요. 루니의 오른발 크로스를 달려들던 박지성이 미끌어지듯 슬라이딩하며 골을 뽑아내죠.
지난해 4월2일 AS 로마(이탈리아)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원정 때 박지성은 아웃되는 볼을 끝내 되살려 루니의 쐐기골을 돕습니다. 경기 후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다. 그가 그런 볼을 잡아내 루니의 골을 만들어 줄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칭찬했죠. 나흘 후 박지성은 이날 골을 터트린 미들즈브러 홈구장인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루니의 짜릿한 동점골(2-2무)을 어시스트합니다. 때늦은 함박눈이 내리던 이날. 박지성-루니는 맨유를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 올립니다.
수치상으로 나타나지 않는 인상적인 장면도 있었죠. 지난해 11월30일 맨체스터시티와의 원정 때 루니가 뽑은 통산 100호골의 숨은 조력자는 박지성이었습니다. 박지성이 끝까지 싸워 따낸 헤딩볼이 캐릭의 발을 거쳐 루니의 골로 이어졌었죠. 150번째 맨체스터 더비였던 이날 루니는 7경기 무득점을 깨고 100호골을 기록하며 누구보다도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물론 루니는 오로지 박지성과 찰떡 궁합인 것은 아닙니다. 악동으로 알려져있지만 그는 개인 욕심보다는 팀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라 어느 선수들과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자세가 돼있습니다. 2년 전 잉글랜드에서 유학중이던 장외룡 오미야 감독은 "루니는 팀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지. 동료들의 움직임을 잘 알고 패스를 받을 길목을 찾고, 동료들이 먼저 움직이면 패스를 내줄줄 알아. 개인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호날두보다는 루니가 탐나는 선수야"라고 말하더군요. 박지성의 골도 대단했지만 루니의 패스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②5개월 전의 악몽을 씻다
이날 그는 6차례 기회에서 슈팅으로 이어갔지만 모두 불발에 그쳤습니다. 특히 후반 27분 게리 네빌의 오른발 크로스를 골문앞에서 제대로 받았지만 그의 슈팅은 어이없이 골대를 훌쩍 넘겼죠. 실수를 빨리 잊고 경기에 집중하는 그였지만 경기 후 "뛰는 내내 그 장면이 떠올랐다"며 아쉬워했었습니다. 이후 박지성의 결정력 논란은 한국 뿐 아니라 잉글랜드 언론에서도 다뤄졌습니다. 퍼거슨 감독 역시 몇 차례 인터뷰에서 "박지성은 골만 넣으면 최고의 선수"라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결정력 빈곤을 꼬집었었죠. 미들즈브러에게 당한 상처를 미들즈브러를 통해 씻었습니다. 특히 완성도 높은 이날 골 한방은 박지성의 '몰아넣기 본능'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을 겁니다.
③아스널전 출전 티켓을 덤으로 얻다
솔직히 이날 박지성이 선발이었을 때 찜찜했습니다. 판데르사르 대신 벤 포스터가 나왔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마이클 캐릭 등이 모두 빠졌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이 미들즈브러전에서 뛰면 아스널과의 2008-2009 UEFA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6일 오전 3시45분·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때는 결장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퍼거슨 로테이션의 패턴을 살펴보면 가장 빠르게 순환하는 포지션이 측면 미드필더입니다. 만일 박지성이 이날 풀타임 출전했다면 현지시간으로 사흘 후 열릴 아스널전에 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진다는 말이죠.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이날 후반 29분 루이스 나니와 교체 아웃시켰습니다. 솔직히 박수를 쳤습니다. 그의 교체는 아스널전 출전 여지를 담겨둔 암시이기 때문입니다. 선발이 아닐 수도 있을테고, 경기 상황에 따라 결장할 수도 있겠지만 엔트리에는 이름을 적어놓겠다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지난해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2차전은 그야말로 박지성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맹공도 박지성의 헌신 앞에서 무력화됐었죠. 만일 아스널전에 나설 수 있다면 그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박지성 맨유 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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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상대(H/A) 대회 골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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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2005년 12월21일 애스턴빌라(A) 칼링컵 후반 5분 공중볼을 헤딩으로 사아에게 패스, 사아가 앞으로 흘린 볼을 다시 잡아 한 명 제친 후 왼발 터닝슛. 3-1승
2호 2006년 4월10일 아스널(H) 프리미어리그 후반 33분 오른쪽 코너에서 웨인 루니가 올린 오른발 크로스를 골지역 왼쪽에서 슬라이딩하며 오른발로 골. 2-0승
3호 2007년 1월14일 애스턴빌라(H) 프리미어리그 전반 11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바운드 터닝슛. 3-1승
4호 2007년 2월11일 찰턴(H) 프리미어리그 전반 23분 에브라의 왼발 크로스가 수비수 맞고 굴절돼 튀어오르자 수비수 대처보다 먼저 뛰어올라 왼쪽 이마로 헤딩골. 첫 결승골. 2-0승
5·6호 2007년 3월17일 볼턴(H) 프리미어리그 전반 14분 호날두의 크로스를 오른발 인사이드로 첫 골을 만든데 이어 전반 25분 호날두의 왼발 중거리슛이 GK 맞고 흐르자 미끌어지며 오른발로 둘째 골. 첫 멀티골. 4-1승
7호 2007년 4월1일 블랙번(H) 프리미어리그 후반 38분 호날두의 오른발 프리킥이 골키퍼 손에 맞고 흐르자 슬라이딩하며 오른발 골. 첫 2경기 연속골. 4-1승
8호 2008년 3월2일 풀럼(A) 프리미어리그 전반 44분 스콜스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올린 오른발 크로스를 헤딩골. 3-0승
9호 2008년 9월21일 첼시(A) 프리미어리그 전반 18분 에브라의 왼발 크로스를 베르바토프가 오른발 슛. GK 맞고 흐르자 골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골. 1-1무
10호 2009년 3월8일 풀럼(H) FA컵 8강전 후반 36분 페널티 지역 안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 지난해 9월 21일 첼시전 이후 5개월 18일만의 골. 4-0승
11호 2009년 5월2일 미들즈브러(A) 프리미어리그 1-0으로 앞서던 후반6분 루니의 공간 패스를 2명의 수비수 뒤를 돌아들어가며 왼발 터닝슛. 2-0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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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역대 미들즈브러전 활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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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및 날짜 홈/원정 결과 박지성 활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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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10월30일 A 1-4패 선발로 나섰지만 후반15분 호날두와 교체아웃. 맨유 입단 후 첫 대패. 스카이스포츠는 평점 6점을 주며 '부지런했지만 지쳐보였다'고 평가.
2006년5월2일 H 0-0무 선발로 나섰지만 후반11분 호날두와 교체아웃. 경기 도중 무릎을 다쳐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조기 귀국하며 독일월드컵 준비에 돌입.
2007년3월20일 H 1-0승 FA컵 8강전. 후반15분 리차드슨을 대신해 투입된 후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서 결승골을 어시스트한다.
2008년 4월6일 A 2-2무 함박눈이 내리던 이날. 1-2로 패배 직전에 몰린 후반18분 교체 투입. 후반 35분 루니의 극적인 동점골을 어시스트한다. 영국 언론은 긱스를 호되게 비판하며 박지성을 재평가했다.
2008년12월30일 H 1-0승 맨유 입단 후 첫 경고를 받았다. 또 경기 도중 골문앞에서 골대를 넘기는 허공슛으로 기회를 놓쳤다. 스카이스포츠는 평점 7점을 줬지만 결정력 빈곤을 비판받았다.
2009년5월2일 A 2-0승 1-0으로 앞서던 후반6분 루니의 공간 패스를 2명의 수비수 뒤를 돌아들어가며 왼발 터닝슛. 스타이스포츠 멈추지 않았다며 평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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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의 골은 마치 박찬호의 홈런같다.
Tracked from FunFun LeoPie 2009/05/03 10:36 Delete오랫만에 터져 준 맨유의 박지성 골 골을 넣는 공격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씩 넣어주면 참으로 즐겁다. 마치 박찬호가 홈런을 치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박지성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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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의 골...그리고 위기론
Tracked from 耳目口通 2009/05/03 13:22 Delete박지성이 엔트리에서 아예 제외된 지난 FC포르투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그리고 명단에 들고도 출전하지 못한 아스널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이런 상황이 발생되면서 국내팬들 사이에서는 박지성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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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분석글입니다. 마지막 교체는 진짜 많은 것을 암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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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멋진골이었습니다.
지금 한순간 한순간이 훗날 역사가 될듯! -
그 골이 들어가는 순간 10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