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이의 고백

조이는 오늘 태민에게 자기의 짐을 내려놓았다.

어릴 때… 형 집에 불났을 때 기억나?
그때 무서웠어? 많이 무서웠지!
근데… 거기 형만큼 무서워하는 아이가 있었어.
실수로 불을 질러 놓곤… 무서워서 벌벌 떨던 아이가 있었어.

그날. 형 생일날. 어른들이 모임에서 돌아오길 기다리던 현관의 모습이 똑똑히 기억나.
형은 장난감 비행기를 날리고 있었고… 난 케익 앞에 서 있었어.
어서 어른들이 돌아와서 이 케익을 먹을 수 있길 바라면서…

(케익을 너무 먹고 싶었던 조이는 초에 불을 당겼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불꽃은 금세 주위를 벌겋게 물들였다.)

너무 무서웠어.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매일 밤 너무도 생생히 그 악몽이 떠올라 이젠 더이상 견딜 수가 없어.

태민은 조이가 지금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얼떨떨했다.
조이가 왜 태민의 몸에 화상 자욱이 없는지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이해력 떨어지는 지진아처럼… 태민은 조이의 고백을 알아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난 왜 형한테 화상 자욱이 없는지 알아.
아줌마, 아저씨가 형을 감싸 안는 걸 봤어.
불길보다 먼저 형을 감싸 안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강회장님이 왜 쓰러졌는지 알아? 내가 그랬어.
더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내가 회장님한테…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태민이 얼마나 기겁했는데…
부모님 돌아가시게 한 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시게 할 뻔했단 말야? 조이가?
게다가 이우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야? 태민 본인의 일을 자기만 빼고 다 알고 있었던 거다.
할아버지도… 우주도…
우주는 조이가 태민에게 그런 고백을 하지 않길 바랬지만… 지금 태민만큼이나 조이가 힘들다는 사실도 안다.
조이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도 잘 알고 있으니까…
우주는 조이를 부축하며 나가 버렸다. 더 큰 상처를 받았을 태민을 두고 말이지…

#2. 모두가 힘겨운 시간

태민은 할아버지가 조이의 일을 알고도 말해주지 않은 것이 화가 났다.
조이는 우주가 자기를 '떼루아'에서 데리고 나오긴 했지만…
태민이를 더 걱정하는 우주 때문에 또 마음이 아프다.
우주에게 가라고 했다가… 있어달라고 했다가… 오락가락 이다.

있어달라는 조이를 뿌리치고 태민은 다시 찾은 우주.
태민은 마시지도 못하는 술로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취해 있었다.
몸도 가누지 못하며 우주에게 가라고 소리치는 태민.
그렇다고 태민을 그냥 두고 갈 순 없었다.
아무리 태민과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었지만… 오늘만은 태민을 그냥 두고 갈 순 없었다.

어릴 적 부모를 잃었다는 같은 아픔을 가진 우주와 태민.
태민은 부모님 보고 싶을 때 어떻게 했냐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우주는 울었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서 울었다고…

우주 "울고 싶으면 울어요. 실컷 울고 나서 다 잊어버려요.
실컷 울고 나서… 젖은 상처 꺼내서 탁탁 털고 말려요.
빨래처럼…"

태민 "가지마. 혼자서는 못 견딜 것 같아."

우주는 태민을 두고 갈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태민의 곁을 지킬 수도 없었다.
그래서 지선에게 태민의 전화로 문자를 남겼다. 와 달라고…

#3. 태민은 지금 너무 혼란스럽다

잠에서 깬 태민. 그의 곁을 지켜야 할 우주는 어디에도 없고 대신 지선이 와 있었다.
지선은 한때는 사랑하던 여자였지만… 지금은 할아버지 회사에 들어가라는 말과… 자기와 결혼하자는 말 뿐이다.
태민이 처음 시작한 와인 레스토랑 '떼루아'도 안정화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벌써 '떼루아'를 포기할 수도 없잖아.
그러니 지금은 회사로 들어가는 것도… 결혼도… 결론 내릴 수 없는 태민이었는데…
게다가 조이의 고백과 어제 마신 술에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태민 앞의 지선은 조금은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태민은 결국 지선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태민도 자기를 어찌할 바를 몰라 힘들었거든…

그런 태민 앞에 조이의 등장은 태민을 더 괴롭혔다.
조이는 조이 대로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으니… 이제 태민이 회사로 돌아가고… 조이 자신은 회사에서 빠져 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거다.
이제 프랑스로 돌아가 다시 올 생각이 없었던 조이는 태민에게 용서받고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조이, 태민에게 시간을 좀 줬어야 하지 않나?

태민도 알았다. 5살짜리 꼬마 아이의 실수라는 걸.
그 어린 나이에 뭘 어쩔 수 있었겠어. 그렇지만, 그 실수 하나가 자신을 고아로 만들었다.
그리고 친형제와 같이 지내온 그 시간은 어쩌라고?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다시 되새기게 된 태민은 조이를 미워하지도 용서하지도 못해 힘들었다.

#4. 우주를 찾은 태민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는 태민은 우주에게 위로받고 싶었나 보다.
우주가 일하는 레스토랑을 찾아가 멀찍이서 우주를 바라보고 돌아서는 태민은 '떼루아' 이곳저곳에 남은 우주의 흔적에 맘이 저리다.
게다가 우주 할아버지의 전화. 할아버지도 신문에 난 내용을 아시고 계실 텐데… 원망의 말은 전혀 없었다.

태민은 참다못해 결국 우주가 지내는 육공의 집을 찾았다.
태민은 그냥 우주의 얼굴을 한 번 보고 가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태민은 우주를 매몰차가 밀어낸다.
소믈리에 대회가 끝나면서 다시 보지 않기로 했었던 그들.
태민이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지선과 한 그 약속을 깰 순 없었다.

#5. 태민, '떼루아'를 포기하다

태민은 부모님의 죽음의 실체를 알고 쓰러졌던 할아버지가 새삼 신경 쓰였다.
늘 무섭고 완강하긴 해도… 할아버지도 자식을 잃은 부모였다. 게다가 삼촌까지…
그러니 지금 할아버지 곁엔 아무도 없었던 거다. 태민에게 가족이 없는 것처럼…
태민은 와인 한잔에 소파에서 잠든 할아버지를 지켜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우주가 일하는 레스토랑을 찾아… 우주가 추천하는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우주에게 '떼루아'의 등기권리증을 남기고 떠났다.
이제 태민이 '떼루아' 를 포기한다는 얘기다. 와인을 떠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6. 태민, 이제 용기를 내 보기로 하다

우주, 한 때는 '남초'를 찾고 싶어 혈안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주는 와인을 알게 되었고… 와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태민도…
우주는 태민이 등기권리증을 놓고 간 의미를 알았다.
'떼루아'에서 태민을 기다리던 우주. 등기권리증을 놓고 간 태민에게 화가 났다.

우주 "내가 와인을 어떻게 배웠는지 알죠?
까베르네 쇼비뇽은 까칠한 강태민. 피노누아는 자기 물건에 손만 대도 싫어하는 강태민.
그렇게 시작했어요.
쉬라는 처음엔 쓴맛이 강하지만… 오래 두면 제 맛이 난다.
강태민 처음 만났을 때… 뭐 저런 인간이 있나 했는데… 이젠 강태민 밖에 생각이 안 난다. 그렇게 받아들였다구요.
나한테 와인은 강사장이에요. 강사장이… 강태민이 와인 관두면… 나 다 잊어버린다구요."

태민 "이우주씨가 말했잖아. 나 힘들어서… 이우주씨 잠깐 갖구 논거야. 힘든 거 잊고 싶어서…
너 갖구 장난 친 거야. 너 힘들었다면 미안해"

우주 "그날 지선씨 만났어요. 지선씨한테 약속했어요. 다신 사장님 곁에 가지 않겠다고…"

태민 "네가 그런 약속을 왜 해?"

우주 "그럼 어떻게 해요? 지선씨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아는데…
내가 사랑한다고…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할 수 없잖아요.
사장님 마음까지 아프게 할 수 없잖아요."

태민 "아퍼. 미친 듯이 아퍼. 근데 내가 왜 아픈지 알아?
너 때문이야. 바로 이우주 너 때문이라고…"

세상에 감출 수 없는 3가지가 있다고 하지. 그중에 하나가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자기를 위해 기꺼이 아픔을 감수하고 떠났던 지선의 희생을 알았던 태민은 지선을 버릴 수 없었고…
이미 애인이 있는 걸 알면서 태민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우주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서까지 자기의 사랑을 지킬 수 없어서 자기 마음을 접었던
우주.
그렇게 피해가려던 그들의 사랑은 이제 더는 숨을 곳이 없었다.
이런 둘의 마음을 지선이 조금은 이해해 주려나?

2009/04/13 01:30 2009/04/13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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