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은수, 영수의 초대장을 받다

은수는 나무 같은 남자 영수와 결혼하고 싶었다. 뿌리가 깊고, 잎이 넓어 은수를 편히 쉬게 할 그늘을 만들어 줄 것 같은 남자 김영수. 그런 영수가 갑자기 사라져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은수가 찾은 김영수는 은수가 알던 김영수가 아니었다.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친형 같이 지내는 홍이사도 시원한 답을 주지 않고 다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데…

잠도 잘 수 없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숨이 턱에 차도록 뛰기라도 해야 숨을 쉴 거 같다. 그렇게 운동장을 뛰고 온 은수는 우편함에 넣어둔 기차표를 발견하다. 이거 혹시 영수가 보낸 것은 아닐까?

#2. 은수, 기차를 타다

은수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탔다. 기차가 출발하고도 나타나지 않았던 영수. 조용히 은수 옆에 와 자리에 앉았다.

#3. 영수, 영수의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 하다

"저는 김영수가 아니에요. 제 이름은 태경이에요. 유태경.
여름이었고, 강이었고, 술을 조금 마셨어요.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싸움이 있었고…
그리고 나는 정환이를… 내 친구 정환이를…."


영수는 쉽게 말을 잊지 못했다.

"스무 살은 갇힌 채로 살았어요. 정환이가 보고 싶었어요. 말하고 싶었어요.
죽은 너보다 나는 더 고통스럽다고…
그렇지만 그 아이의 스무 살을, 서른 살을, 마흔 살을 빼앗아 버린 게 나란걸…
고통받아도 그 고통으로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그곳에서 홍이사를 만난 모양이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산에서 진짜 김영수를 만났다.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죽어야만 하는 걸까? 아무도 내게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그때 그 형을 만났어요.
김영수. 형은 말했어요. 너에게 나를 주겠다고… 나를 가지고 살라고…
마음이 괴롭거든 너무 행복하지 말라고…
풀처럼, 나무처럼, 바람처럼 살아 있으니 그냥 살라고…
그렇게 살았어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사람이 아니라, 행복도 불행도 모르는 채로…"


#4. 영수, 돌이킬 수만 있다면…

"만약에 시간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정환이와 함께 있던 그 강가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만약에 돌이킬 수만 있다면, 정말로 단 한 순간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비 오는 날 그 찻집 앞으로 가고 싶어요.
그럼 난 아무것도 보지 않았을 텐데… 창밖을 바라보던 은수씨를 보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만 봤어요. 은수씨를!
버릴 수도 멈출 수도 없었어요. 왜냐면 행복했으니까…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었으니까…"


영수는 이렇게 힘겹게 자기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했다.


2008/08/12 12:10 2008/08/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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