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얼마나 빠졌어?"
"요즘도 잘 걸어다니고 있어?"
회사에서 마주친 대선배가 반갑게 물어보셨다.

할 말이 없었다.
몸살이 났다는 이유로, 오늘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발 뒷꿈치가 까졌다는 이유로, 일찍 들어가 아이들을 보고 싶다는 이유로, 그리고 바쁘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최근 2주 가까이 도통 걷기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오늘만해도 아침에 조금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여건이 됐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버스를 타고 말았다.(아침일찍 뒷 산에 가기 위해 나왔지만 너무 쌀쌀해서 되돌아왔다. 출근 길에는 한 두 정거장이라도 걸어간 다음에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 것도 아니다.)

"한 3~4kg 빠지더니 그 뒤로는 통 신통치 않습니다."
"아뇨 요즘은 통 걷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색한 나의 대답이었다.

잠시 후 마주친 한 후배도 비슷한 질문을 물어봤고, 난 고개를 가로 저었다.

또 다른 후배는 날 보더니 빙긋 말없이 웃고 지나갔다.
반갑다는 뜻인지, '흥, 살 뺀다더니 뭐 그대로잖아'라고 생각하며 웃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 상당히 개인적인 일 이랄수 있는 다이어트를 이렇게 공개한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을 노린 것이기도 했다.

다이어트를 하기 싫어도, 걷기 싫어도, 주변의 눈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오늘은 모처럼 퇴근길에 걸었다.  

모처럼 걸으니 좋았다, 라고 쓰고 싶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가방은 무거웠고, 길거리의 소음은 심했다. 당연히 공기가 좋을 리도 없다.
그러나 걷고 나니 좋았다, 라고는 쓸 수 있겠다. 걷고, 걷다보면, 걷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까지 걷다보면, 자연스레 살도 빠져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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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fd 2008/11/21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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