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인터뷰 뒷이야기

축구이야기 | 2009/07/07 10:49 | hjlee72

스포츠

[스타 데이트]

태극마크 11년째 ‘초롱이’ 이영표 [중앙일보]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축구인생을 얘기하는 이영표. [김민규 기자]
이영표(32)는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홍천 산골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2학년 안양으로 이사했을 땐 산에서 뜯어먹는 나물을 돈 받고 파는 게 신기했다. 처음 본 소시지의 낯선 냄새에 코를 막았던 ‘촌놈’이 지금은 세계 축구의 중심을 누비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1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대해, 그리고 그의 축구 인생에 대해 물었다. 시작할 땐 축구 선수와 인터뷰했지만, 끝날 때는 ‘축구 구도자’와 대화를 나눈 듯한 느낌이었다.

◆"나 때문에 벤치 지킨 선수들”=내년 월드컵에서 후배들과 경쟁할 각오가 돼 있느냐고 묻자 “그런 걸 각오할 나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첫 경기 전날 허정무 감독이 김동진을 선발로 정한다면 어떻겠느냐’고 고쳐 묻자 진의를 알 수 있었다. “벌써 대표팀에 몸담은 지 11년째다. 그동안 운 좋게 계속 주전이었다. 나 때문에 벤치를 지킨 선수들이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내가 그들을 위해 벤치를 못 지킨다면 너무 이기적인 일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을 경험한 그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대해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지 않았다. “월드컵은 아르헨티나·브라질·프랑스 같은 강팀도 긴장하는 꿈의 무대다. 평가전 때 그들을 이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과 겨룰 만한 실력이 있어야 한다. 쉽게 16강을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버거운 목표다. 그것을 이룬다면 엄청나게 행복할 것이다.”

◆"허정무 감독 많이 발전하셨다”=허정무 감독에 대해 묻자 이영표는 히딩크 이야기부터 했다. “난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과 에인트호번에서 5년을 함께했다. 그는 내게 월드 클래스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그 수준에 오를 수 있게 해준 분이다. 하지만 날 처음 올림픽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에 뽑아준 사람은 허 감독이었다. 2000년 무릎 부상을 당했을 땐 허 감독이 보약을 지어주셨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2000년에 이어 9년 만에 대표팀에서 재회한 허 감독을 향해 이영표는 “감독님께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젊어서 그랬는지 의욕적이고 캐릭터도 강했다. 지금은 정말 부드러워졌고, 모든 것을 흡수할 만한 경륜이 느껴진다. 내가 경험한 그 어떤 유럽 감독과 비교해도 모자란 게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 선수보다 잘해야 유럽 진출”=이영표는 대학 4학년 때까지 각급 대표팀에 한 번도 뽑히지 못했던 무명이었다. 제2의 이영표를 꿈꾸는 유소년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고 하자 그는 “열심히 하라”는 심심한 말을 했다.

그러나 곧 독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떤 사람은 1시간을 한 뒤에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건 우리 학교, 서울에서, 한국에서, 아시아에서, 세계에서 나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유럽 진출을 노리는 후배들을 향해서도 “유럽 선수와 같은 실력이면 절대로 한국 선수를 쓰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실력이 낫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이영표는 “실력이 있어도 1년에 50~60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실력과 체력이 있어도 정신력이 좋아야 한다. 유럽에서 적응하지 못한 한국 선수들은 실력과 체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고비를 참아내지 못해서 뒤처졌다”고 말했다.

그 고비를 넘으면 어떤 순간이 펼쳐질까. 이영표는 “유럽에서 200경기를 뛰었다. 그중 10경기 정도는 정말 내 맘대로 경기가 됐다. 심판이 종료 휘슬을 불지 않고 이대로 경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뛰고 나면 피곤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축구 속에서 황홀경을 느끼는 사내가 이영표다.

이해준 기자 ,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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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영표를 인터뷰하고 쓴 기사입니다.
눈이 유난히 빛나 초롱이라는 별명을 지닌 이영표.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말도 조리있게 잘합니다.

특히 자기 주관이 아주 뚜렷한 게 돋보였습니다.

성경을 4번이나 완독했다는 그는, 자기 자신에게 아주 매서울 정도로 철저하게 성실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가 도대체 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영표는 매우 유쾌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비 기독교인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영표는 흔히 기독교에서 말하는 '주 안에서 매일같이 승리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영표는 "자신을 생각하며 단 한번도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더군요. 승리했다는 감정, 성공했다는 마음이 교만의 씨가 되기 때문이다...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기사에는 못 썼지만, 이영표에게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물었습니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한 자 넘어질까 두렵다'라고 하더군요.

일어섰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어 선 순간부터 넘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조심하라,, 뭐 이런 의미... 이영표가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훈련에 몰두하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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