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를 지배한 세련된 부드러움,

젊은 그들은 달랐다

2009.10.11 03:54 입력 / 2009.10.11 06:48 수정

26년 만의 청소년 월드컵 4강 도전,

좌절이 슬프지만은 않은 까닭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 청소년 축구 대표팀. 가나와의 경기에서 박희성이 1-2로 추격하는 골을 터뜨리자 문기한·김민우·서정진·홍정호(왼쪽부터)가 빠르게 경기를 재개하기 위해 공을 집어들고 하프라인으로 달려가고 있다. [수에즈(이집트) AP=연합뉴스]
한국 축구 20세 이하 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새벽 이집트 수에즈 무바라크 스타디움에서 끝난 가나와의 8강전에서 2-3으로 졌다. 1983년 멕시코대회 이후 26년 만에 4강 신화를 재현하려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 축구는 실망보다 기대, 좌절보다 가능성을 남겼기에 패배의 충격은 크지 않다. 선수들이 흘린 눈물은 멀지 않은 장래에 환호로 바뀔 것이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했고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첫 실점을 한 점이 아쉬웠다. 한국은 전반 8분 가나 스트라이커 도미니크 아디야에게 선제골, 28분 랜스포드 오세이에게 추가골을 내줘 0-2로 끌려갔다. 31분 박희성이 한 골을 만회했지만 후반 33분 아디야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홍정호가 걷어낸 공을 상대 공격수에게 차단당한 게 뼈아팠다. 한국은 교체 투입된 김동섭이 후반 37분 헤딩으로 골을 넣어 2-3으로 따라붙었으나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나이 어린 선수들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굵은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열렬한 응원전을 펼친 교민들은 “괜찮아, 괜찮아”를 연호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짙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번에도 청소년 대표팀은 26년 전처럼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신호탄을 쏘았다.

1983년 한국 축구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달리고 있었다. 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에 처녀 출전한 이후 82년 스페인 월드컵까지 무려 28년 동안 아시아라는 좁은 무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박종환 감독이 지휘한 멕시코 청소년 선수권의 4강 신화는 암흑을 밝힌 한 줄기 빛이었다. 벌떼처럼 빠르고 산소가 희박한 멕시코 고지대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한 한국 축구를 향해 세계 축구는 ‘붉은 악령’이라는 닉네임을 달아줬다. 청소년들의 활약에 이어 성인 대표팀은 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쾌거를 이어갔다.

‘호랑이 감독’ 박종환과 대조적
1983년 한국은 1번부터 6번까지 번호를 붙인 전술을 장기 합숙을 통해 익혔다. 컨베이어 벨트 앞의 노동자처럼 ‘붉은 악령’은 기계처럼 움직였다. 멕시코 신화의 주역인 신연호 단국대 감독은 “뻔한 전술이지만 속도가 워낙 빠르고 숙련도가 높아 상대는 알면서도 당했다”고 회고했다.

가나와의 경기에서 한국은 볼 점유율 64-36으로 앞섰다. 90분 중 60분 이상 한국이 경기를 지배했다는 의미다. 한국은 3-0으로 완승한 미국·파라과이와의 경기는 물론 1-1로 비긴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볼 점유율 58-42로 우세한 경기를 했다. 카메룬과의 조별 리그 첫 경기는 0-2로 졌지만 볼 점유율은 50-50으로 팽팽했다. 한국은 완급과 강약을 조절하는 미드필드 플레이를 펼치며 26년 전과는 다른 호흡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한국은 카메룬에 진 다음 독일과의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주전 5명을 바꿨다. 김민우도 벤치를 지키다가 이때부터 발탁돼 3골을 터뜨리며 이번 대회 가장 각광받는 스타가 됐다. 예전처럼 기계적이고 도식적으로 팀을 조련했다면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전술 변화도, 김민우 같은 스타의 탄생도 불가능했다. 신연호 감독은 “경기 운영과 선수 개개인의 테크닉이 우리 때보다 훨씬 세련됐다”고 평가했다.

박종환 감독은 ‘호랑이 감독’의 대명사였다. 그가 얼마나 혹독하게 선수를 다루었는가는 축구계에 소문이 자자하지만 비판보다는 칭송을 받았다. 박종환식 조련법은 알게 모르게 한국 축구 지도자의 전형으로 자리매김했다. 신 감독은 “감독님이 ‘이 놈들’하면서 호통치면 꼼짝도 못했다. 너무 무서워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며 껄껄 웃었다.

대표팀 주무가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경어를 쓴다”고 했을 때 기자는 처음엔 믿지 않았다. 한국 팀에서? 그것도 전쟁 같은 축구를 하면서? 도리어 팀 분위기가 민망해지지 않을까? ‘도대체 정확히 어떤 식으로 존댓말을 쓰는 거냐’고 자세히 물었다. 주무는 “선수들을 여러분이라고 부르고, 말 끝은 ‘요’자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상대를 존중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존댓말을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도 한국의 스포츠 지도자 가운데는 경기 중 선수들이 조금만 실수를 해도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에는 배구 대표팀에서 코치가 선수를 구타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의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훈련법도 26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멕시코 대회 당시의 청소년 대표팀은 아침에 일어나면 태릉선수촌 400m 트랙을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봤다면 깜짝 놀랄 일이지만, 그땐 땀을 흘린 만큼 성과를 올릴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일본인 피지컬 트레이너를 고용해 체력 강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실시한 것과 유사한 훈련이었다.

올림픽·월드컵의 가능성 높여줘
홍명보 감독은 청소년 대표팀을 연계해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까지 맡기로 돼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는 ‘스타는 명장이 되기 힘들다’는 속설을 깨뜨릴 만한 자질을 보여줬다. 그는 한국 축구에서는 보기 드물게 오랫동안 ‘공들여 기른’ 지도자 재목이다. 선수로서는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 중 한 명이며 일본과 미국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는 청소년팀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지만 프로 리그 같은 험한 무대에서 능력을 입증한 경험이 없다는 한계를 지적받기도 한다. 이 한계는 곧 한국 축구의 한계로 연결될 수 있다.

한 나라의 총체적인 축구 역량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무대는 성인 월드컵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잉글랜드·독일 등 강호들은 빅리그에 몸담고 있는 유능한 선수들을 제외한 채 대회에 임했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들이 출전하는 대회에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팀이 때때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월드컵에서는 남미와 유럽 이외의 팀이 우승컵을 치켜들지는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올림픽 출전 연령을 21세 이하로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현행 체제(23세 이하 선수+연령 초과 선수 3명 출전)가 유지되면 이번 청소년 대표팀이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주축이 된다. 성장기에 놓인 선수들이기에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발전하는 시기다. 2년 뒤 김민우(연세대)·김보경(홍익대)·홍정호(조선대) 등 한국 선수들이 다른 팀 선수들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가나는 21명의 대표 선수 중 8명이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다. 나머지 선수도 모두 프로 선수다. 반면 한국의 해외파는 4명뿐이고 그나마 모두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다. 대학에 머물고 있는 선수가 8명이나 된다. 국내 프로축구 역시 1983년 출범했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축구를 경험하기가 어려운 조건 속에 있다. 가나와의 경기에서 가장 위협적인 부분은 놀랄 만한 기량을 가진 두 명의 스트라이커였다. 이런 선수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축구의 저변을 넓고 튼튼하게 가꿔야 한다.

홍 감독은 “감독을 오래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낸 다음 “축구에 또 다른 형태로 공헌하고 싶다”는 것이다. 홍 감독이 목표대로 월드컵으로 가기 위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들어야 한다. 청소년 대회 8강이라는 성공의 신호탄을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축포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젊은 호랑이’들과 홍 감독은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해준 기자 hjlee7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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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떡잎들,

K-리그 외면 J-리그로 ‘엑소더스’

[중앙일보]

2009.10.10 00:26 입력 / 2009.10.10 01:04 수정

U-20 대표 4명 이미 활약 중 … 줄줄이 진출 선언할 듯

국내선 드래프트·연봉 상한제로 유망주들 등 돌려

“앞으로 대표팀 소집 훈련 때 파주가 아니라 일본에서 모여야 할 판입니다.” 홍명보 청소년 대표팀 감독은 농담하듯 웃으면서 말했지만 결코 편하게 웃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한국 축구의 젊은 유망주들이 일본 J리그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에는 조영철·김동섭·서용덕·정동호 등 4명이 J리그에 몸담고 있다. 홍 감독은 “대회가 끝나고 연말이 되면 몇 명 더 일본으로 진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8강전까지 3골을 터뜨린 김민우(연세대)는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몇몇 J리그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2골을 뽑아낸 김보경(홍익대)은 올 초 J리그 야마가타 이적을 눈앞에 뒀지만 학교 측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 체구가 한국보다 작은 일본은 김영권(전주대·1m87㎝)·홍정호(조선대·1m88㎜) 등 한국의 체격 좋고 투쟁력 있는 중앙수비수들도 눈여겨보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 5월 소집 훈련 때 파주 트레이닝센터에 찾아온 K-리그 관계자보다 일본 스카우터가 훨씬 많아 금족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한국 선수에 대한 J리그의 관심은 집요하고 뜨겁다.

한국의 보석 같은 선수들이 J리그로 건너가 일본 축구를 좀 더 풍성하게 한다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재능들이 일본에서 꽃을 피우기는커녕 제대로 기회도 잡지 못하고 시들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박종진(22·강원 FC)도 그중 한 명이다. 2005년 네덜란드 대회와 2007년 캐나다 대회 때 청소년 대표로 활약한 선수다. 2007년부터 2시즌 동안 일본 J1리그와 J2리그를 전전하다 올해 K-리그로 복귀한 그는 “박지성(맨유) 선배처럼 J리그를 거쳐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고 일본에 진출했다. 하지만 실력이 비슷하면 일본 선수에게 출전 기회가 돌아갔다. 낯선 환경과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며 경쟁을 벌이는 게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청소년 대표에서 뛰고 있는 조영철이나 김동섭도 한국에 있었다면 더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근호 선배처럼 기량을 키우고 나서 일본에 진출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지성을 빼고 나면 일본을 거쳐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룬 선수는 한 명도 없다.

J리그 클럽이 한국의 유망주를 입도선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2억5000만원 정도다. 일본 클럽으로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면 그만인 금액이다. 이기철 스텝스톤 매니지먼트 대표는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성장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해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며 일본 진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진출하겠다는 선수들을 말릴 명분이 없다”고 했다. K-리그는 드래프트로 신인을 선발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어떤 팀에서 자신의 미래를 시작할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첫해 받을 수 있는 최고 연봉도 50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홍 감독은 “구단의 경영난 등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한 취지도 이해하지만 유망주들을 뺏기지 않고 국내에서 키울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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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자 중앙일보에 게재한 기사 입니다.
한국의 유망주들이 J리그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홍 감독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기사에도 썼듯이 그 곳에 가서 한국 선수들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가 어린 유망주들을 품고, 키울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결코 성장하기가 쉽지 않은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조영철도, 김동섭도 일본에서 많은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K-리그 무대를 누볐다면 아마도 FC 서울의 이승렬과 좋은 경쟁을 벌일 정도로 기회를 얻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늘 합숙 생활에 익숙해졌던 한국 선수들이 일본에 가서 낯선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기란 쉬운 게 아닙니다.

홍 감독도 일본에서 활약한 적이 있습니다. 홍 감독은 "그 때 나는 대표 경력이 있었고, 일본 구단에서도 특별히 관리를 해주었다"며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지금 선수들은 "일본의 신예들과 똑같은 조건 속에서 경쟁해야 합니다"라고 홍 감독이 말하더군요.

일본에서 두 시즌을 보내고 강원으로 복귀한 박종진 선수도 "아직도 막연히 일본에 진출하려는 후배들이 많다. 만날 때마다 다시 잘 생각해보라고 한다"고 하더군요.

오장은 선수도 유럽을 거쳐 일본 FC 도쿄에 어린 나이에 입단했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고 K-리그에 복귀한 뒤 좋은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물론 일본에서 배울 수 있는 점도 있겠지만, 그 대신 치러야 하는 기회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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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 대표팀이 독일과 비겼습니다.

경기 내용에서는 이긴 경기였습니다. 카메룬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0-1로 뒤지며 정신적으로 무너질 법도 했는데... 잘 극복해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카메룬 전 패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저에게는 경기가 끝난 직후 벤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런 태도는 이전 지도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뭐 모든 이전 지도자들이 그렇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 퍼거슨 처럼 유럽의 요즘 지도자 중에도 선수들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많긴 하지요.)
 
이하는 그에 대해 쓴 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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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청소년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홍명보는 "선수들이 실수만 하면 벤치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눈치 보는 게 너무 싫다"고 했던 사람이다. 그건 윽박지르며 선수를 몰아붙이곤 했던 한국 축구의 악습에서 벗어나겠다는 다짐이었다.

27일(한국 시간) 이집트 수에즈 무바라크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메룬과의 200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C조 조별리그 1차전. 홍명보의 지도력을 검증하는 본고사 1교시였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0-2 한국이 패했다. 홍 감독으로서는 사령탑에 오른 후 9승3무 무패가도를 달리다 처음 경험한 쓰라린 패배다. 하지만 그는 패배의 아픔을 외면하지도, 서둘러 벤치에서 떠나지도 않았다. 

경기 후 벤치로 찾아온 조중연 축구협회장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홍 감독은 곧바로 선수들 곁으로 다가가 한 명씩 어깨를 툭툭 치고 격려하며 라커로 들여보냈다. 라커에서도 질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공격수 이승렬은 "잘했다, 스코어는 졌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잊고 내일을 준비하자고 감독님이 격려해줬다"고 경기 후 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은 전반 시작하자마자 조영철의 왼발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의 헤딩은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빗나갔다. 하지만 전반 19분 아코노 에파의 기습적인 슈팅에 선제 결승골을 허용했다. 골키퍼 장갑을 맞고도 그대로 골 망을 흔든 강슛이었다. 골키퍼 이범영이 정면으로 향한 슛을 안이하게 대처한 결과다.

홍 감독에게 '골키퍼가 뭐라더냐'고 묻자 "아직 안 물어봤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지 않아도 자책하고 있을 게 뻔한 선수에게 더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배려다. 이범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패배는 내 잘못이다.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후반 20분 프리킥 상황에서 티코에게 헤딩 추가골을 내주며 패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에는 희망이 있었다. 점유율에서는 51-49로 앞섰고, 유효 슈팅은 5-6으로 하나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일대일 찬스를 내주는 등 실점 위기가 두 세 번 더 있었지만 득점 기회도 서 너 차례 잡았다. 홍 감독은 "주문했던 전술을 선수들이 잘 따라주었다. 결과는 아쉽지만 경기 내용에는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29일 오후 11시 독일과 격돌한다. 지난해 유럽 19세 이하 대회 챔피언 독일은 앞서 열린 경기에서 미국을 3-0으로 일축하며 C조 최강의 전력을 과시했다. 카메룬 벽을 넘지 못한 한국 앞에 더 큰 산이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홍 감독은 "패배의 충격을 털고 정신적, 체력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은 독일과 미국(3일)전에서 1승1무를 거두면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수에즈(이집트)=이해준 기자 hjlee7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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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선수 집 방문기

분류없음 | 2009/09/27 01:46 | hjlee72

이청용이 23일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칼링컵 3라운드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더니... 26일 열린 버밍엄시티와 경기에서는 역전골을 넣었습니다.

전 지금 이집트입니다.
세계 청소년 월드컵을 취재 중이죠. 여기 오기 전 영국에 들려 이청용을 만나고 왔죠. 아래 기사는 며칠 전에 쓴 기사 입니다.

제가 영국에 도착하던 날 이청용이 골을 넣었고, 바로 그 날 밤 이청용과 인터뷰를 했죠.

이청용이 골을 넣었다니 저 까지 기쁘네요.




스포츠

잉글랜드 진출 후 첫 공격 포인트 … 볼턴의 맥슨 감독 극찬 [중앙일보]

2009.09.24 00:52 입력 / 2009.09.24 01:38 수정

“공이 가는 곳엔 항상 그가 있었다”

팀의 세 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이청용(오른쪽)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볼턴 AP=연합뉴스]
“공이 향하는 곳에는 항상 이청용이 있었다. 그는 측면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볼턴 원더러스 게리 맥슨 감독)

경기 후 감독이 선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이청용(21·볼턴)이 받았다. ‘블루 드래건’이 마침내 축구 종가에서 힘차게 비상했다. 이청용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볼턴 리복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칼링컵 3라운드에서 연장 후반 14분 요한 엘만더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3-1 역전승을 도왔다. 잉글랜드 진출 후 첫 공격 포인트다. 0-1로 뒤지던 후반 24분 가드너와 교체 투입된 이청용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연장 전반 6분에는 날카로운 크로스로 게리 케이힐의 역전골에 시발점 역할을 했다. 이청용의 크로스가 팀 동료 파트리그 무암바의 머리를 맞고 흐르자 케이힐이 페널티 아크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이청용은 경기 종료 직전 미드필드에서 넘어온 공을 받아 상대 진영 오른쪽을 돌파한 뒤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리며 완벽한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엘만더가 달려들어 텅 빈 골문에 가볍게 공을 밀어넣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청용의 집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깜깜한 밤이었지만 그는 볼턴의 단복인 감색 양복에 푸른색 와이셔츠, 검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귀가했다. 약 50분 동안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그의 얼굴엔 생기가 가득했다. 이제 막 첫 번째 고비를 넘어선 청년은 “홈에서 거둔 첫 승이 기분 좋다. 내겐 아주 뜻 깊은 경기였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K-리그에서 뛸 때와 뭐가 다르냐고 묻자 그는 “훈련 시간이 짧다”고 했다. “그런데 훈련을 시작하면 방금 전까지 장난치고 놀던 선수들의 눈빛이 싹 달라진다. 한마디로 열정에 가득 차 있다. 그들을 보면 내가 서울에 있을 때도 이렇게 했던가라고 되돌아보게 된다.”

그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 체력을 꼽았다. 영국행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체력이 걸림돌이 될 줄은 몰랐다. “잔디에 적응이 안 됐을 때는 45분 뛰기도 힘들었다. 시차고 뭐고 다 핑계다.” 이청용은 스스로 피지컬 트레이너를 찾아갔다. 요즘엔 일주일에 세 번씩 피지컬 트레이너와 따로 훈련한다.

웨스트햄전이 열린 날 이청용은 쉴 틈이 없었다. 오전 9시에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서둘러 영어 숙제를 한 뒤 구단이 소개해준 랭귀지 스쿨에서 1시부터 3시30분까지 수업을 들었다. 초급반이다. 이청용은 “손짓 발짓 해가며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한다”며 “아직은 부족하지만 감독이 말하는 축구 전술은 알아듣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수업을 마친 후 30분 남짓 낮잠을 자고 6시30분 집합시간보다 20분 먼저 홈구장에 도착해 경기에 임했다.

그는 “TV로 볼 때는 프리미어리그가 굉장히 빨라 보이지만 실제로 뛰어보니 적응할 만하다”고 자신했다.

볼턴=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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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청용 스타셀카①] 자신감으로 만든꿈 IS가 첫 손님 [JES]

2009.09.25 11:43 입력

웰컴 투 마이 프리미어리그 하우스



안녕하세요. 일간스포츠 독자 여러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제가 이곳, 잉글랜드로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곳은 그저 TV로 보던 꿈의 무대였으니까요. 어떻게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그곳에 제가 몸담고 있다는 게 꿈만 같습니다.

제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이 제가 잘나서만이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지성이 형, 영표 형, 기현이 형 등 선배들이 잘 뛰었기에 저에게도 기회가 왔겠죠. 그래서 전 늘 다짐합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겠다고. 이제 제 동료들은 저를 보고 한국 축구와 K-리그의 수준을 평가할 테니 말이죠.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막상 경기를 뛰어보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결코 TV로 보이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곳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있습니다. 그런 자신감마저 없다면 이곳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답니다.

지난주에야 호텔 생활을 끝내고 볼턴에 거처를 구했습니다. 일간스포츠가 제 집을 방문한 첫 번째 손님이군요. 아직 집 정리가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저희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스포츠

[이청용 스타셀카②] 어! FC서울 영국팬 깜짝 놀랐어요 [JES]

2009.09.25 12:2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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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문훈 2009/10/04 07:09

    빨리 영어배워야 여자친구도 사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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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선데이에 게재한 기사 입니다.

기사가 끝난 후에는 기사를 취재하면서 느낀 저의 느낌을 추가했습니다. 즐감.

스포츠

폭주 기관차, 차두리 희망봉 될까 [조인스]

축구 대표 ‘대형 공격수’ 이어 ‘대형 수비수’ 필요론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 한국이 0-1로 뒤진 후반 38분 거스 히딩크 감독은 주장 홍명보를 빼고 차두리를 투입했다. 폴란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후반 44분 출전해 2~3분 남짓 뛴 차두리에게는 사실상 첫 번째 월드컵 출전이었다.

히딩크 감독의 승부수는 절묘했다. 차두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측면을 돌파하며 지칠 대로 지친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에 균열을 냈다. 후반 43분 설기현의 동점골이 터졌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차두리가 문전에서 강력한 오버헤드킥을 쏘았다. 너무 잘 맞은 슈팅은 이탈리아 골키퍼 부폰의 가슴에 안겼다. 아주 조금만 빗맞았다면 이탈리아전의 영웅은 연장 골든골을 터뜨린 안정환이 아니라 차두리가 됐을 것이다.

일부 팬은 차두리를 두고 “뛰는 것밖에 못 한다”고 비아냥댔지만 히딩크 감독은 ‘너무 잘 뛰는 차두리’를 ‘조커’(후반 교체 투입요원)로 활용하며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2006년 마인츠에서 수비수로 전환

ㅇ2010 남아공 월드컵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동국·최성국 등 최근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지만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올드 보이’ 이야기로 축구계 안팎이 떠들썩하다. 그러나 차두리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2006년 10월 가나전 이후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차두리는 시나브로 잊혀진 존재가 됐다.

어지간한 축구 매니어가 아니면 차두리의 근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그가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와 더불어 유럽 4대 리그에 포함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아한 일이다.

2002년 월드컵을 마치고 독일 분데스리가 빌레펠트에 둥지를 튼 차두리는 프랑크푸르트·마인츠·코블렌츠 등 1, 2부 리그를 오가며 무려 8년 동안 경험을 쌓았다. 지난 시즌에는 2부 리그 코블렌츠에서 34경기에 출전해 2골4도움을 기록했다. 출전한 34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다. 그가 얼마나 든든한 신뢰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2부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1부 리그로 승격한 프라이부르크는 차두리를 스카우트했다.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저평가

차두리가 고려대에 진학했을 때 주변에서 말이 많았다. 자질이 부족하지만 아버지 덕분에 고려대에 갔다고 눈을 흘겼다. 고려대에 재학 중이던 아마추어 차두리를 대표팀에 발탁한 사람은 학연·지연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히딩크 감독이었다.

청소년·올림픽 등 각급 대표팀 발탁은커녕 고려대에서도 주전 자리를 안정적으로 꿰차지 못했던 차두리가 월드컵 대표에 뽑히리라고 예견한 국내 지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만일 차두리가 월드컵 이후 한국에 남았다면 어떤 선수로 성장했을까. “독일에서처럼 꾸준하게 팀의 주전으로 뛰면서 기량을 성장시키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국내 축구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차두리 역시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대표팀에 뽑히기 전에는 선수 생활을 접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유럽에서는 축구를 퍼즐이나 퀼트(조각이불)에 비유하곤 한다. 개성이 다른 선수를 모아 장점과 단점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게 감독의 구실이라는 거다. 히딩크 감독의 눈에도 차두리의 단점이 보였겠지만 국내 지도자와 달리 그의 장점을 높이 샀다. 국내에 머물렀다면 사사건건 아버지와 비교하는 대중의 시선과 여론도 차두리를 괴롭혔을 것이다. 또 독일에서 태어나 성장기를 유럽에서 보낸 차두리에게는 한국이 독일보다 더 적응하기 어려운 낯선 땅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차두리의 포지션은 측면 공격수였다. 독일로 진출한 뒤에도 한동안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다. 1980년대 분데스리가를 수놓은 ‘차붐’의 활약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독일의 팬들은 ‘리틀 차붐’이 아버지만 못 하다며 실망했다. 차두리에게는 샨첸 토드(Chancen Tod)라는 치욕적인 별명이 붙기도 했다. 찬스를 죽이는 선수라는 뜻이다.

힘겨운 고비였지만 차두리는 이겨 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차두리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2004~2005 시즌 29경기 8골을 터뜨리며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키는 데 힘을 보탰었다. 2005~2006 시즌에는 1부 리그에서 27경기에 출전해 3골을 뽑아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 엔트리에서 차두리를 제외했다.

차두리는 낙담했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월드컵 기간 중 MBC 해설위원으로 깜짝 변신해 아버지와 함께 마이크를 잡았던 유쾌한 청년은 2006년 여름 마인츠로 이적하면서 공격수가 아니라 오른쪽 풀백으로 새 출발했다.

마인츠에서 보낸 1년 동안 차두리는 부상에 시달리며 제 몫을 못 했고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되며 2007년 여름 코블렌츠로 말을 바꿔 탔다. 오른쪽 풀백 변신은 마침내 코블렌츠에서 결실을 맺었다. 독일 축구에 정통한 이은호 수원 삼성 대리는 “수비수 변신 후 한동안 고전했지만 수비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자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를 살펴보면 자신감도 붙었고 크로스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차두리와는 스치기만 해도 부상”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정해성 코치의 갈비뼈에 금이 갔다. 피지컬 트레이닝을 하면서 차두리와 가슴을 부딪힌 게 화근이었다. 차두리와는 ‘스쳐도 부상’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돌았다. ‘인간 병기’ ‘인간 폭탄’이라는 별명이 붙은 차두리에게는 훈련 때 동료가 다치지 않게 특별히 주의하라는 코칭스태프의 엄명이 떨어지기도 했다. 통나무처럼 단단한 차두리는 아버지의 스피드와 지칠 줄 모르는 스태미나까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32개국 가운데 유럽은 13개국에 이른다. 한국은 조별 예선에서 유럽 팀 2개국과 한 조에 묶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무패로 통과했지만 월드컵에서 상대할 선수들은 몸싸움 능력부터 확연하게 다르다. 그 누구와 맞붙어도 어깨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유럽 선수를 상대한 경험이 많은 차두리의 가세는 대표팀 수비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현재 대표팀에서 좌우 풀백 요원은 이영표·김동진·오범석이다. 김동진은 어느 정도 체격이 크지만 이영표와 오범석은 시쳇말로 씨알이 작은 선수다. 94년 미국 월드컵을 지휘했던 김호 전 대표팀 감독은 “포백을 쓸 때 좌우 풀백 중 한 명은 체격이 크고 몸싸움 능력이 좋은 선수를 활용해야 팀 전체의 균형을 이루고 경기를 풀어 나가기 편하다”고 말했다.

허정무 감독은 대형 공격수를 강조하지만 수비에서도 대형 수비수가 필요하다. 코너킥·프리킥 등 세트피스를 허용했을 때 차두리처럼 강인한 수비수가 페널티박스를 지켜 준다면 골키퍼의 부담도 확 줄어든다.

게다가 남아공 월드컵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요하네스버그는 해발 1700m가 넘는다. 인근 개최 도시 블룸폰테인·프리토리아·루스텐버그도 1200~1400m에 이른다. 10개 월드컵 경기장 중 6개가 1200m가 넘는 고지에 있다. 해발 고도가 높을수록 산소가 희박해져 1500m 정도의 고지대에서는 평지보다 1.5배나 체력 소모가 많다.
공격수 출신이기 때문에 경기 상황에 따라 언제든 공격수로 변신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것도 차두리의 장점이다.

정해성 코치 “경쟁력 보이면 태극마크”

허정무 감독 역시 차두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항간에는 ‘차범근 아들인 게 껄끄러워 차두리를 안 뽑는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있지만 허 감독은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오를 수만 있다면 악마와도 거래할 사람이다.

3월에는 박태하 코치를 독일로 파견해 차두리의 경기력을 파악했지만 대표팀에 중용하지는 않았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일단 기존에 손발을 맞춰 왔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안전 운행했다. 또 차두리의 소속팀 코블렌츠가 분데스리가 2부 리그 중하위권을 맴돌았고, 단 한 경기만 보고 덜컥 대표팀에 뽑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정해성 코치는 “두리는 장점이 많은 선수다. 또 이번 시즌에는 분데스리가 1부 리그에서 뛴다. 다른 선수보다 경쟁력을 보인다면 당연히 대표팀에 뽑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두리에게는 8월 개막하는 2009~2010 분데스리가가 남아공 월드컵행을 좌우하는 시험대다.

차두리는 대표팀 발탁을 둘러싼 논란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찾았을 때도 “대표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조용한 팀에서 시즌을 보낸 것 같다”는 말만 남겼을 뿐 2010년에 대한 야망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해설을 할 때 이탈리아전 오버헤드킥을 회상하며 “4년 뒤 꼭 보여 드리려 했는데 앞으로 4년을 더 기다려야겠네요”라며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차두리는 내년 1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축구화 끈을 바짝 묶고 있다. 자신에게 차범근 감독이 그랬듯 태어나는 아이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기 위해.

이해준 기자 hijee7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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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엔트리는 23명 입니다. 하지만 23명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무려 4강까지 오르고, 3~4위전까지 치렀지만 김병지, 최은성, 윤정환, 현영민 등은 1분도 기회를 얻지 못했죠.

그런 면에서 보면,, 차두리처럼 확실한 장점이 있는 선수는 분명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또 1부리그 진출은 차두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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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인터뷰 뒷이야기

축구이야기 | 2009/07/07 10:49 | hjlee72

스포츠

[스타 데이트]

태극마크 11년째 ‘초롱이’ 이영표 [중앙일보]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축구인생을 얘기하는 이영표. [김민규 기자]
이영표(32)는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홍천 산골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2학년 안양으로 이사했을 땐 산에서 뜯어먹는 나물을 돈 받고 파는 게 신기했다. 처음 본 소시지의 낯선 냄새에 코를 막았던 ‘촌놈’이 지금은 세계 축구의 중심을 누비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1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대해, 그리고 그의 축구 인생에 대해 물었다. 시작할 땐 축구 선수와 인터뷰했지만, 끝날 때는 ‘축구 구도자’와 대화를 나눈 듯한 느낌이었다.

◆"나 때문에 벤치 지킨 선수들”=내년 월드컵에서 후배들과 경쟁할 각오가 돼 있느냐고 묻자 “그런 걸 각오할 나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첫 경기 전날 허정무 감독이 김동진을 선발로 정한다면 어떻겠느냐’고 고쳐 묻자 진의를 알 수 있었다. “벌써 대표팀에 몸담은 지 11년째다. 그동안 운 좋게 계속 주전이었다. 나 때문에 벤치를 지킨 선수들이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내가 그들을 위해 벤치를 못 지킨다면 너무 이기적인 일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을 경험한 그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대해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지 않았다. “월드컵은 아르헨티나·브라질·프랑스 같은 강팀도 긴장하는 꿈의 무대다. 평가전 때 그들을 이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과 겨룰 만한 실력이 있어야 한다. 쉽게 16강을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버거운 목표다. 그것을 이룬다면 엄청나게 행복할 것이다.”

◆"허정무 감독 많이 발전하셨다”=허정무 감독에 대해 묻자 이영표는 히딩크 이야기부터 했다. “난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과 에인트호번에서 5년을 함께했다. 그는 내게 월드 클래스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그 수준에 오를 수 있게 해준 분이다. 하지만 날 처음 올림픽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에 뽑아준 사람은 허 감독이었다. 2000년 무릎 부상을 당했을 땐 허 감독이 보약을 지어주셨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2000년에 이어 9년 만에 대표팀에서 재회한 허 감독을 향해 이영표는 “감독님께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젊어서 그랬는지 의욕적이고 캐릭터도 강했다. 지금은 정말 부드러워졌고, 모든 것을 흡수할 만한 경륜이 느껴진다. 내가 경험한 그 어떤 유럽 감독과 비교해도 모자란 게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 선수보다 잘해야 유럽 진출”=이영표는 대학 4학년 때까지 각급 대표팀에 한 번도 뽑히지 못했던 무명이었다. 제2의 이영표를 꿈꾸는 유소년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고 하자 그는 “열심히 하라”는 심심한 말을 했다.

그러나 곧 독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떤 사람은 1시간을 한 뒤에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건 우리 학교, 서울에서, 한국에서, 아시아에서, 세계에서 나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유럽 진출을 노리는 후배들을 향해서도 “유럽 선수와 같은 실력이면 절대로 한국 선수를 쓰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실력이 낫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이영표는 “실력이 있어도 1년에 50~60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실력과 체력이 있어도 정신력이 좋아야 한다. 유럽에서 적응하지 못한 한국 선수들은 실력과 체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고비를 참아내지 못해서 뒤처졌다”고 말했다.

그 고비를 넘으면 어떤 순간이 펼쳐질까. 이영표는 “유럽에서 200경기를 뛰었다. 그중 10경기 정도는 정말 내 맘대로 경기가 됐다. 심판이 종료 휘슬을 불지 않고 이대로 경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뛰고 나면 피곤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축구 속에서 황홀경을 느끼는 사내가 이영표다.

이해준 기자 ,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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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영표를 인터뷰하고 쓴 기사입니다.
눈이 유난히 빛나 초롱이라는 별명을 지닌 이영표.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말도 조리있게 잘합니다.

특히 자기 주관이 아주 뚜렷한 게 돋보였습니다.

성경을 4번이나 완독했다는 그는, 자기 자신에게 아주 매서울 정도로 철저하게 성실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가 도대체 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영표는 매우 유쾌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비 기독교인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영표는 흔히 기독교에서 말하는 '주 안에서 매일같이 승리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영표는 "자신을 생각하며 단 한번도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더군요. 승리했다는 감정, 성공했다는 마음이 교만의 씨가 되기 때문이다...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기사에는 못 썼지만, 이영표에게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물었습니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한 자 넘어질까 두렵다'라고 하더군요.

일어섰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어 선 순간부터 넘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조심하라,, 뭐 이런 의미... 이영표가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훈련에 몰두하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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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한국시간) 남아공 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 미국과 스페인 전입니다.
다들 스페인의 승리를 예측했던 바로 그 경기.

그러나 축구 공은 둥글더군요. 방심하면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잘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전반 27분에 터진 조시 알티도르의 선제골과 후반 29분 클린트 뎀시의 추가골로 미국이 2-0으로 이겼습니다.
 
스페인은 2006년 11월 이후 A매치 연속 무패 행진도 35경기에서 끝이 났네요. 브라질이 1993-1996년 사이 세웠던 A매치 최다 연속 무패기록(35경기)과 동률에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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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잉글랜드에서 북한에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에게... 잇달아 우리의 고마운 밥이 되어주었던 유럽의 강호 아주리 군단... 이번에는 아프리카의 이집트에 덜미를 잡혔네요.

19일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이탈리아는 이집트에 0-1로 패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 다혈질로 유명하죠. 그러다보니 간간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닐까요.

한국과 경기할 때 화가 나서 벤치를 주먹으로 치던 트라파토니 감독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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