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 40대로서의 기분은 어떤가.
양- 마음은 젊은 때랑 똑같다. 그런데 주위 시선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 조금만 못하면 꼭 나이가 많다, 배트 스피드가 느려졌다는 말이 나온다. 고정관념이 심하다. 외국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44~45세 선수도 뛰고 있다. 짬밥으로 뛰고 있는 게 아니라 젊은 선수들과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홍- 나는 선수 은퇴 후 지도자로서 첫 발을 디뎠다. 지도자에서는 내가 막내급이기에 크게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새로 시작하는 것에 열정을 갖고 젊게 하려고 한다.
IS- 은퇴에 대한 생각은 어떻나.
홍- 현역으로 뛸 때가 제일 좋다. 오래한다는 것은 열정도 있고 자기 관리도 잘 했다는 것이다. 은퇴할 때 큰 업적 남겨서 후배들에게 뛰어넘어야 할 목표를 제시하는 건 참 멋진 일이다. 개인적으로 양준혁 선수가 앞으로 계속 기록을 바꿔 나가길 바란다.
양- 선수 할 때가 좋다는 말에 공감한다. 오래하고픈 마음도 있고, 유종의 미도 거두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3년 정도 더 했으면 좋겠다. 홍 감독님처럼만 하면 좋겠다.(웃음).
홍- 지금 나는 제2막을 살고 있다. 선수 때부터 주위 선배들의 은퇴 후의 생활을 유심히 지켜보며 은퇴 후를 준비했다. 애초 미국에 진출한 것도 은퇴 후를 대비해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지도자로 곧장 나아가는 것을 배제하고 다른 것을 해보려고 준비했다. 장학재단·미국 연수 등에 신경썼다.
양 선수는 20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뛰지만 머리 속에 그리는 것은 다를 것이다. 은퇴 후 공백이 생기지 않게끔 철저히 준비할 것을 조언하고 싶다. 선수 때 미리 준비하면 주위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양- 은퇴 이후의 일들을 생각만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지는 않고 있다. 좋은 지적을 해줘 감사하다.

▲스포츠 문화 업그레이드 기대한다
IS- 스포츠문화, 스포츠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양- 청소년들이 공부만 하는 게 안타깝다. 주말에는 야구든 축구든 스포츠 활동을 통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여가 때도 주로 폐쇄된 공간에서 인터넷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 운동을 하면 몸도 건강 마음도 건강해진다.
홍- 학교 체육 시간도 점점 줄어든다. 부모들이 자녀와 경기장을 자주 찾고 주말에는 스포츠를 즐겼으면 한다. 메이저리그를 보면 할아버지·아버지·손자 3대가 함께 보스턴 레드삭스를 응원하고 유럽에서는 집안 전체가 맨유의 팬인 경우도 많다. 그런 풍경이 부럽다. 자녀들에게 맛있는 것, 좋은 것 사주는 것도 좋지만 함께 운동하거나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양- 유소년 야구 클럽을 통해 야구 실력만 느는 게 아니다. 야구를 통해 가르치는 것이 많다. 희생정신, 조직력, 예절 등을 배울 수 있다. 박찬호·이승엽같은 선수도 키우지만 클럽 활동을 통해 건전한 사회 리더가 만들어질 수 있다.
IS- IS일간스포츠와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해달라.
양- 대학 때까지는 크게 각광을 받지 못했다. 영남대 4학년 때 일간스포츠에 처음으로 크게 내 기사가 실렸다. 국내 신문 중 양준혁 기사를 일간스포츠가 처음으로 써줬다고 보면 된다.
홍- 고려대 4학년인 1990년 1월에 국가대표로 처음 뽑혔다. 당시 프로 선수 4명과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일간스포츠에서 '대학생 수비수 홍명보 국가대표 발탁'을 1면에 실어줬다. 내 인생에서 스포츠 신문 첫 1면이었다. 너무 고마웠다.
IS-홍 감독은 기혼이고 양 선수는 미혼이다. 결혼에 대해 조언한다면.
홍- 결혼 하자마자 두 달 있다가 일본으로 진출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우리 가족끼리 의지해야 했다. 10년 간 해외에 사는 동안 가족이 있어서 참 든든했다. 양 선수도 빨리 결혼해라.
양- (웃음). 그 동안 혼자서도 불편없이 잘 살아왔다. 그런데 올해 조금 크게 다치니깐 옆에 있어 줄 사람 생각이 나더라.
홍명보와 양준혁은 탁월한 운동 신경뿐 아니라 선행도 닮은 꼴이다.
사람들은 어려운 이웃에게 따스한 손을 내미는 이들에게 ‘기부 DNA’가 있다고 말한다. 홍명보는 1억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금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8억원을 기부해 스포츠 스타 가운데 최고액을 기록하고 있다. 양준혁도 정기적으로 고아원을 찾는 등 선행과 기부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홍명보와 양준혁은 모두 손사래를 치며 겸손하게 말했다. 먼저 양준혁이 “팬들께 워낙 큰 사랑을 받아 그 중 일부를 돌려드린다는 생각으로 조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명보도 “선수들은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 덕분에 좋은 경기력을 발휘한다. 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운동선수라면 경기장 밖에서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맞장구 쳤다.
양준혁은 홍명보의 장학재단 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장학재단, 유소년 지원, 자선경기 등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지금 홍 감독님이 하고 있다. 홍 감독님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홍명보는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개인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최대한 많은 것을 되돌려주는 것이 삶의 목표다”고 화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