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스 신드롬. 이 무시무시한 정신병은 오로지 야구에서만 생기는 특이한 병이다. 그 증상은 아주 간단하지만 끔찍하다. 바로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몸 상태나 다른 아무 이유 없이 오로지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니 정말 소름이 끼친다. 그것도 다른 스포츠에는 찾아볼 수 없고 단지 야구에서만 벌어진다니 더욱 놀라울 뿐이다. 그렇다면 하필 왜 블래스 신드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그건 스티브 블래스라는 선수가 처음 세상에 소개했기 때문이다.

블래스 신드롬의 창시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티브 블래스. 60년대 피츠버그 소속의 투수였던 그는 67년부터 1972년까지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던 팀의 에이스였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그는 갑자기 제구력 난조에 빠지며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게 되었다. 그것도 심하게 말이다.

한창 잘 나갔던 72년에는 249이닝 동안 84 사사구를 허용한 반면 그 이듬해에는 88이닝 동안 같은 수의 사사구를 허용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3승9패와 방어율 9.85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물론 체력적인 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후 그는 결국 1년 뒤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고 33세의 나이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때부터 아무 이유없이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공을 던지지 못하는 투수나 수비수에게 블래스 신드롬이란 단어가 붙여지게 되었다.

사사구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까지 들었을 때 눈치 빠른 분은 마크 월러스나 릭 엔키엘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마크 월러스는 90년대 중반 애틀랜타의 특급 마무리로 맹활약했다. 166km 강속구로 유명세를 떨치며 3년간 수호신으로 당당히 군림했다. 하지만 98년부터 갑자기 볼넷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20이닝 동안 무려 33개의 사사구를 던질 정도로 심각했다. 당연히 그는 블래스 증후군의 의심을 받게 되었고 여러 팀을 전전하다가 사라졌다. 이렇게 마크 월러스가 서서히 팬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진 반면 릭 엔키엘은 오히려 블래스 증후군 덕분에 더욱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2000년 시즌 중반 빅리그에 첫 선을 보였던 그는 당시 엄청난 광속구와 커브를 앞세워  175이닝동안 무려 19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최고의 신인이란 찬사를 이끌어냈었다. 하지만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부담감 때문인지 4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사사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미 그에게 시즌 중반의 강속구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이듬해 마이너리거로 전락한 그는 부상까지 겹치면서 야구 팬들에게 불운의 스타로 각인되었다.

블래스병은 투수에게만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서 언급한 두 명의 투수처럼 대부분 투수에게 주로 나타나지만 타자도 예외는 아니다. 91년 미네소타에 입단해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2루수로 활동하던 척 노블락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타격도 뛰어났지만 수비 역시  일품이었다. 주루 플레이도 뛰어나 모든 팀들이 그를 잡기위해 노력했지만 98년 양키스에 입단한다. 하지만 악명높은 뉴욕 팬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2000년부터 서서히 블래스 신드롬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짧은 거리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던질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경기중 평범한 2루 땅볼을 잡고 1루로 던진다는 것이 관중석으로 던져  관중 한 사람을 맞춘 적도 있었다. 결국 그는 외야수로 전업하기도 했지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2002년을 끝으로 야구 인생을 접고 만다. 

블래스 신드롬을 이겨낸 스타, 엔키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많은 유망주와 슈퍼스타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게 한 블래스 신드롬은 야구계의 가장 무서운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대부분 과도한 중압감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블래스 신드롬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엔키엘이 부활하기 전까지 이야기다.
 
불운의 스타로 기억되었던 엔키엘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과감히 타자 전향을 선언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그의 성공에 다들 반신반의 했다. 몰락한 투수가 타자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가 2007년 마이너리그 홈런선두를 달리며 부활하자 반응은 달라졌다. 결국 빅리그에 복귀한 그는 복귀전에서 쓰리런 홈런포로 자축한다. 2008년에는 4번타자까지 꿰차며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다.

카디널스의 에이스에서 4번타자로 변신.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은 바로 엔키엘을 두고 존재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불치병으로 불리던 '끔찍한 정신병'이 피나는 노력이라는 '무서운 치료제'에 의해 정복당하고 있다.

2008/07/07 16:22 2008/07/07 16:22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isblog.joins.com/jipoman/trackback/38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비밀글 (Serect)
댓글 달기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