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래스 신드롬. 이 무시무시한 정신병은 오로지 야구에서만 생기는 특이한 병이다. 그 증상은 아주 간단하지만 끔찍하다. 바로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몸 상태나 다른 아무 이유 없이 오로지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니 정말 소름이 끼친다. 그것도 다른 스포츠에는 찾아볼 수 없고 단지 야구에서만 벌어진다니 더욱 놀라울 뿐이다. 그렇다면 하필 왜 블래스 신드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그건 스티브 블래스라는 선수가 처음 세상에 소개했기 때문이다.
블래스 신드롬의 창시자

한창 잘 나갔던 72년에는 249이닝 동안 84 사사구를 허용한 반면 그 이듬해에는 88이닝 동안 같은 수의 사사구를 허용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3승9패와 방어율 9.85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물론 체력적인 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후 그는 결국 1년 뒤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고 33세의 나이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때부터 아무 이유없이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공을 던지지 못하는 투수나 수비수에게 블래스 신드롬이란 단어가 붙여지게 되었다.
사사구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였냐면 20이닝 동안 무려 33개의 사사구를 던질 정도로 심각했다. 당연히 그는 블래스 증후군의 의심을 받게 되었고 여러 팀을 전전하다가 사라졌다. 이렇게 마크 월러스가 서서히 팬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진 반면 릭 엔키엘은 오히려 블래스 증후군 덕분에 더욱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2000년 시즌 중반 빅리그에 첫 선을 보였던 그는 당시 엄청난 광속구와 커브를 앞세워 175이닝동안 무려 19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최고의 신인이란 찬사를 이끌어냈었다. 하지만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부담감 때문인지 4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사사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미 그에게 시즌 중반의 강속구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이듬해 마이너리거로 전락한 그는 부상까지 겹치면서 야구 팬들에게 불운의 스타로 각인되었다.
블래스병은 투수에게만 있다?

실제로 경기중 평범한 2루 땅볼을 잡고 1루로 던진다는 것이 관중석으로 던져 관중 한 사람을 맞춘 적도 있었다. 결국 그는 외야수로 전업하기도 했지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2002년을 끝으로 야구 인생을 접고 만다.
블래스 신드롬을 이겨낸 스타, 엔키엘

불운의 스타로 기억되었던 엔키엘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과감히 타자 전향을 선언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그의 성공에 다들 반신반의 했다. 몰락한 투수가 타자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가 2007년 마이너리그 홈런선두를 달리며 부활하자 반응은 달라졌다. 결국 빅리그에 복귀한 그는 복귀전에서 쓰리런 홈런포로 자축한다. 2008년에는 4번타자까지 꿰차며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다.
카디널스의 에이스에서 4번타자로 변신.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은 바로 엔키엘을 두고 존재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불치병으로 불리던 '끔찍한 정신병'이 피나는 노력이라는 '무서운 치료제'에 의해 정복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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