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헤드 플레이. 직역한다면 딱딱한 머리(돌머리?) 행동이고 의역하자면 멍청한 행동으로 해석되는 이 야구 용어는 어이없이 저지르는 서툰 플레이를 뜻하는 단어이다. 일반 실책을 뜻하는 에러(error)가 아닌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행동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행동에 붙는다. 때문에 돌머리 플레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점잖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악송구나 공을 놓치는 경우 보다는 주루 플레이에 많이 붙는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주자의 순간 선택이 중요하다는 말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지 본헤드 플레이의 유래도 역시 잘못된 주루 플레이에서 시작되었다.
머클의 본헤드

1907년 18살이라는 나이로 뉴욕 자이언츠에 입단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던 그는 1루수로서 갖춰야할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힘과 정확도가 조화를 이룬 타격감과 강한 어깨를 앞세운 송구능력.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두뇌도 명석해 감독과 직접 작전을 상의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딱 한번의 실수로 ‘머클의 본헤드’. 나아가 본헤드 플레이의 창시자가 되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다. 그 운명의 사건은 바로 1908년 9월 컵스와의 경기에서 벌어졌다.
2루를 밟지 않았다

이어서 다음 타자였던 앨 브리드웰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고 3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왔다. 이와 동시에 열광한 관중들은 그라운드로 몰려 들어 승리를 자축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는 듯 했다.
컵스의 2루수였던 자니 이버스가 락커룸을 향하고 있는 머클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본헤드 플레이, 저주 받은 이름이여
앨이 끝내기 안타를 때렸을 때 경기장의 모든 사람들은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1루 주자였던 머클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고 2루 베이스를 밟지 않은 체 그냥 클럽 하우스를 향했다. 하지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머클을 주시했던 자니 이버스는 중견수에게 2루로 송구하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도 정신이 없었던 중견수는 아무 생각없이 2루로 던진다.
이때부터 양팀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놀란 머클이 그라운드를 향하지만 컵스 선수들에게 막히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이버스가 2루에 터치하는데 성공한다. 그 뒤는 예상했듯이 컵스 선수들의 항의가 뒤따랐고 결국 심판은 머클이 아웃되었다고 판단해 무승부를 선언했다.
이 날 이후 맥이 빠진 자이언츠는 5연패의 늪에 빠지며 리그 챔피언 자리를 컵스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하지만 컵스가 리그 챔프를 넘어 월드시리즈까지 제패하자 화가난 뉴욕 언론들은 머클의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를 강하게 비난하기 시작한다. 이에 충격받은 머클은 결국 재능을 펼치지 못한 체 평범한 선수로 이팀 저팀을 떠돌다 은퇴하고 말았다.
머클의 본헤드 플레이가 평범한 경기에서 나왔다면 이만큼 큰 비난은 받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이없는 실수라는 것이 원래 큰 무대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벌어질 수록 호사가들의 입에 더 자주 오르내리기도 쉽다. 이는 국내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을 보고 달려라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조동찬의 우전안타가 터진다. 하지만 현대에는 심정수의 강한 어깨가 있었다. 이를 잘 아는 삼성의 류중일 3루 코치는 2루 주자였던 신동주에게 3루까지만 뛰라는 사인을 보낸다. 문제는 1루에 있던 강명구였다.
그는 안타가 터지자 냅다 3루까지 내달린 것이다. 물론 뒤늦게 3루에 멈춰있던 신동주를 보고 2루로 돌아가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본헤드 플레이 덕분에 삼성은 결국 현대에게 우승을 헌납해야 했다.
2명의 얼간이, 날아간 우승의 꿈

양키즈를 물리치며 18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보스톤에게 내리 2연패를 당한 상태였던 세인트루이스는 3차전에서 꼭 승리를 거둬 보스톤의 상승세를 꺾어야만 했다. 하지만 오히려 기선을 제압당한 쪽은 세인트 루이스였다.
1회초 1사 만루 찬스를 잡은 카디날스는 짐 에드먼즈의 좌익수 뜬공 때 워커가 무리하게 홈으로 파고들다 아웃되며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렸다. 또한 3회 들어 다시 잡은 무사 2, 3루 찬스를 맞았지만 다시 한번 얼간이 플레이가 펼쳐진다. 바로 이어진 워커의 땅볼이 2루수에게 아웃된 상태에서 충분히 홈까지 들어올 수 있었던 3루 주자 수판이 우물쭈물하다 오히려 3루로 귀루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웃된 것이다. 결국 맥빠진 세인트 루이스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체 보스톤을 새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줬다.
본헤드 플레이가 없는 야구는 상상할 수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본헤드 플레이는 어이없기는 하지만 ‘얼간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큰 실수는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인 만큼 팬들은 너그럽게 이해해줘야 한다. 하지만 누차 강조했듯이 중요한 경기에서 작은(혹은 큰) 실책 하나는 야구 경기의 특성상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뼈아프다.
팀이 졌을 경우 당연히 그 원인이었던 ‘얼간이 행동’에 대해서 매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플레이들이 있기 때문에 야구는 드라마가 되고 더 재밌어지는 것이 아닐까. 극적인 승리만 있다면 야구는 정말 재미없어질지도 모른다. 즐기자. 그리고 사랑하자. 승리를 빼앗아가는 본헤드 플레이마저도. 그런 당신이 바로 진정한 야구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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