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도산’에는 표면적으로 단 한명의 레슬러를 내세우고 있다. 바로 배우 설경구가 열연한 ‘역도산’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를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조연급 레슬러들이 등장한다.
역도산을 프로레슬링 계에 발을 들여놓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 이민자 출신 레슬러, 해롤드 사카다. 그리고 역도산과 태그팀을 이뤄 활동하다 결국 등을 돌리고 만 이무라 마사히코. 마지막 요코즈나 출신으로 프로레슬링 계에 데뷔해 역도산의 아성에 도전하는 아즈마나미. 이런 조연들이 있었기에 영화는 더욱 박진감 넘치는 프로레슬링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판크라스’의 창시자, 후나키 마사카츠. ‘전일본’ 프로레슬링 단체의 사장, 무토 케이지, 작은 인디 단체에서 시작해 지금은 무시 못할 메이저 프로레슬링 단체로 거듭난 ‘제로원’의 대표이자 지금은 고인이 된 하시모토 신야. 이들 배역에 캐스팅된 배우(?)들 자체만을 본다면 결코 조연에 그치지 않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모두 주연급 레슬러 아니 단순히 레슬러에 그치지 않는 현 일본 프로레슬링 계의 산 주역들이다.
'이무라 마사히코' 역을 맡은 후나키 마사카츠

이에 자신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고 판단한 그는 역도산과의 팀을 깨뜨리고 정면 도전을 신청한다. 이런 이무라의 역은 역도산을 부각시켜야 하는 배역인 탓에 레슬링 기술을 구사하거나 받아주는 부분에서 탁월한 배우 아니 레슬러가 맡아야 했다. 여기에 후나키 마사카츠는 최고의 캐스팅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현재의 종합격투기의 발전은 더뎌졌을 거란 말이 있을 정도로 후나키는 오늘날 종합격투기 세계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하지만 나이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스스로 한계를 느낀 그는 2000년 5월 400전 무패의 신화, 힉슨 그레이시와 은퇴 경기를 가지며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비록 아깝게 패하긴 했지만 진정 사나이답게 링에서 내려온다.
이후 판크라스의 경영진 및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고문직도 맡았던 그는 배우라는 새로운 길을 위해 과감히 고문직을 사퇴한다. 그 후 제 2의 인생을 걷고 있는 그는 첫 출연 영화인 이시이 소고 감독의 ‘고조(五條靈戰記, 2000)’를 시작으로 구로자와 기요시 감독의 ‘배틀 로얄(バトル ロワイアル, 2000)’과 ‘강령(降靈, 2000)’에 등장하면서 영화팬들에게도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최근에는 김민준이 열연한 국내 드라마 ‘폭풍 속으로’에 같은 ‘판크라스’ 창시자인 스즈키 미노루와 함께 출연해 국내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해롤드 사카다' 역을 맡은 무토 케이지

해롤드 사카다 역에는 날뛰는 역도산을 한방에 제압할 수 있는 위압감이 있는 레슬러가 필요했다. 특히 스모 선수 출신인 역도산이 프로레슬링이라는 신세계에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도 넘지 못할 산처럼 막강한 선수가 필요했다. 여기에 무토 케이지는 더할 나위없는 선택이었다.

‘크로스 위저드’란 별명으로도 유명한 그는 85년 첫 미국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88년에는 아예 미국으로 건너가 푸에르토 리코에서 활동을 했었다. 당시에는 첫 데뷔전 상대이자 라이벌이었던 쵸노 마사히로를 비롯해 영화 ‘역도산’에도 함께 출연한 하시모토 신야와 ‘투혼 삼총사’을 결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89년에는 그 유명한 ‘그레이트 무타’라는 닉네임으로 NWA TV 챔피언에 오르며 당시 슈퍼스타였던 스팅, 릭 플레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후 일본 프로레슬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그는 2002년 대형 이벤트 ‘레슬-1(Wrestle-1)’을 통해 밥 샵과 경기를 가지기도 했고 2003년에는 빌 골드버그(Bill Goldberg)와 태그팀을 이루며 자국 프로레슬링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에도 역시 프로레슬링을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아즈마나미' 역을 맡은 故 하시모토 신야

스모 출신이면서도 프로레슬링을 소화해야하는 배역에는 하시모토 신야만큼 어울리는 선수가 없었다. 하시모토 신야는 '파괴왕'이라는 별명답게 엄청나게 몰아붙이는 스모 선수의 기질을 가진 레슬러를 훌륭히 소화해 냈다.

팬들은 신흥 강호인 ‘폭주왕’에게 ‘파괴왕’이 제거당하고 말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사나이 하시모토에게 끝은 없었다. 그는 2000년 은퇴한지 꼭 1년만인 2001년에 ‘제로원’이라는 인디 단체를 설립하며 다시 링으로 복귀했다. 또한 프로레슬링 부흥이라는 같은 목적을 위해 과거 라이벌이자 자신을 은퇴시키기 까지 했던 원수 오가와 나오야와 'OH포'라는 태그팀을 결성하기도 했다. 또한 ‘제로원’ 역시 흥행에 힘입어 메이저 레슬링 단체로 성장시키며 제 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2005년 갑작스런 뇌출혈로 세상을 떠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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