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거인 임수혁 끝내 지다
10년을 병상에서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던 롯데 자이언츠 임수혁이 7일 향년 4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모처럼 일요일 휴일을 즐기고 있던 중 후배로부터 임수혁 사망소식을 전해 듣고 부랴부랴 회사로 향했습니다.
10년 전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건이 마음속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더군요.
2000년 4월 18일이었습니다. LG 트윈스와의 롯데 자이언츠전이었죠.
2회초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한 임수혁은 후속타자인 용병 테드 우드의 안타 때 2루에 안착했고 조성환이 타석에 들어서자 갑자기 쓰러져 몸을 떨었습니다.
당시는 순간적인 발작으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경련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가는 임수혁을 보며 심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야구 경기 취재가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둔필은 기본 장비만 챙겨 그대로 앰뷸런스를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잠깐 사이에 그를 실은 응급차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잠시 멍한 상태로 있다가 가까운 강남병원 응급실로 향했죠.
도착해 보니 아무것도 없어 낭패감을 느낀 채 다른 병원으로 떠나려는 찰나,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임수혁이 실려 있는 구급차가 강남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들것에 실려 옮겨지는 임수혁의 몸에는 요란한 의료기기가 부착돼 있었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의료진은 반쯤 얼이 빠진 상태였죠.
의료진에 둘러 싸여 응급실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다시 잠실구장으로 향했습니다.
당시는 필름을 쓰던 시절이라 우선 현상을 해서 마감을 해야 했으니까요.
마감을 한 후 다시 병원을 향했으나 이미 임수혁은 다른 병원으로 옮긴 후였고 그제서야 둔필의 온몸도 땀에 흠뻑 젖어있음을 알았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지금도 기억을 되살릴수록 멍한 상태에 빠져듭니다.
어쨌든 이후에도 임수혁 관련 취재가 생기면 묘하게 둔필이 병원을 찾게 되더군요.
박찬호 위문 때도 각종 행사 때도 현장 주변을 취재하게 됐고 아버지 임윤빈 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막연하게 드는 생각은 ‘임수혁은 반드시 일어난다’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가능성보다는 아버지 임윤빈 씨를 보며 저 역시 임수혁이 일어나길 애타게 바랐던 것 같습니다.
길지 않은 세월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들의 기약 없는 병마와의 다툼을 같이한 임윤빈 씨는 이 시대의 진정한 아버지입니다.
둔필이 가장 최근에 그를 본 건 지난 2009년 9월 30일 잠실구장에서였습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두산-롯데전)이 열리는 날이었는데 이미 경기가 시작돼 인사는 못 나누었고 멀리서 망원렌즈로 야구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담아두었죠.
아마도 아들 임수혁과 관련된 이야기였을 겁니다.
오늘 후배가 장례식장에서 취재해 보내온 사진을 보니 다시 콧등이 시큰해집니다.
담담한 표정이지만 가슴에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게 보이니까요.
‘비운의 거인’ 임수혁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 편한 곳에서 멋진 야구 즐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