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양태영과 끝내 울어버린 유재석
양태영의 이름 앞에는 언제부터인지 ‘비운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습니다.
한국 올림픽 체조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간판스타 양태영은 올림픽 때마다 좌절의 문턱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다신 보는 베이징 2008’ 12회는 ‘비운의 스타’ 양태영의 아름다운 도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무릎부상으로 운동을 할 수 없었던 양태영은 눈물겨운 재활 훈련 끝에 지난해 5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에 올라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이후 양태영은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고난이도 평행봉 기술을 펼쳐보이고도 심판 오심으로 미국의 폴 햄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동메달에 만족해야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소까지 이어졌지만 끝내 금메달을 되찾진 못했죠.
남다른 각오로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양태영은 만삭의 아내에게 금메달을 약속한 것이 알려지며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국민MC 유재석이 아름다운 도전의 생중계에서 보조 해설을 맡았습니다.
8월19일 베이징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체조 평행봉 결승.
양태영(28·포스코건설)은 이날 7번 연기자로 나섰지만 금메달에 대한 지나친 집념이 경직을 불러 물구나무 연결동작에서 삐끗하면서 15.650점으로 7위(남자체조 종합 8위)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단체전에서도 몇 차례 실수를 한 양태영은 경기 후 "아내(김혜정씨)가 많이 도와줬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죠.
양태영의 실수로 노메달 위기에 처한 한국남자체조는 혜성처럼 등장한 유원철이 만회했습니다.
8명의 선수 가운데 6번째로 나선 유원철은 가장 높은 A점수(난이도 점수) 7.000점짜리 연기로 자신 있게 경기를 펼쳤습니다.
공중회전 뒤 두 개의 봉에 팔을 걸치는 동작에서 한 치의 실수도 없었고, 물구나무를 설 때의 균형도 완벽했죠.
마지막으로 몸을 세 바퀴 돌려 매트로 뛰어내린 그는 양팔을 힘차게 옆으로 벌리며
‘해냈다’는 세리머니를 펼쳤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유원철(16.250)의 금메달 획득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마지막 한 명의 주자는 중국의 리샤오펑.
딱 한 번의 실수면 한국남자체조 사상 첫 금메달이 눈앞에 있었죠.
그러나 리샤오펑의 연기는 얄밉게도 너무도 완벽했습니다,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 속에 평행봉에 오른 리샤오펑은 시종 침착하고도 완벽한 연기를 펼쳐 16.450으로 금메달을 가져갑니다.
아쉽게도 단 0.2점 차이로 체조 금메달은 4년 후를 기약해야 했습니다.
긴장된 표정으로 경기를 중계하던 유재석은 양태영의 실수에 차분한 위로의 말을 건넸고 전문가 못지 않는 중계를 진행했지만 시상식 때 태극기가 올라가자 감격에 겨워 눈물을 쏟기 시작했죠.
“태극기가 올라오니까 눈물이 나네요”라며 울먹이는 모습이 응원을 보내던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아쉬움과 감동을 준 남자체조는 3년 후 런던올림픽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유원철은 10월 1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 42회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 남자 평행봉에 출전했으나 5위를 차지했고 양태영은 지난 25일 전국체전에서 마루운동에서 14.175로 정상에 올라 체전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모두가 체조 첫 금메달을 한국에 안기려고 고군부투하고 있습니다.
지금 흘린 눈물과 땀은 이제 남자체조 선수들 앞에 붙은 수식어 ‘비운’을 떼어버릴 것입니다.

유재석 사진은 MBC화면 캡쳐임을 알려드립니다.
3년 후 런던 올림픽체육관에서 중계를 맡은 유재석이 “한국 남자 체조 금,은,동 싹쓸입니다”라고 소리치며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모습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