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도 놀란 3000m 계주 4연패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준비한 필승카드가 허망하게 날아갈 뻔 했습니다.
한국 여자쇼트트랙 3000m 계주 4연패를 응원하기 위해 토리노로 날아온 문근영도 토끼눈이 되었죠.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뒷이야기를 전하는 <토리노의 영광> 두 번째 이야기는 여자쇼트트랙 3000m 계주 필승작전
‘아찔한 아펙스’입니다.
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부터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까지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3연패를 달성한 한국대표팀은 4연패를 위해서 변칙 작전이 필요했습니다.
영원한 라이벌인 중국이 치밀한 분석으로 ‘한국타도’의 기치를 높이 들었기 때문이죠.
2006년 2월23일 팔라벨라빙상장에서 열린 여자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전에서
기막힌 ‘히든카드’가 등장합니다.
박세우 대표팀 코치는 훈련 중 왼쪽 발목을 다친 전다혜를 개인 종목이나 계주 준결승까지 출전시키지 않고 꽁꽁 숨겨두었다가 3000m 결승에서 가장 중요한 1번 주자를 맡겼죠.
승부의 핵은 스타트 능력이 좋은 전다혜의 초반 ‘치고나가기’ 작전입니다.
한국대표팀 중 가장 체격이 좋은데다 스타트가 빨라 초반 자리다툼에 적격이라고 판단했죠.
스타트 총성이 울리고 몸집 큰 전다혜가 앞으로 치고나가자 순간 당황한 중국과 캐나다 선수가 화들짝 놀라며 무리하게 인코스로 파고들었고 전다혜는 중국, 캐나다 선수들과 몸이 닿으며 선두자리를 중국에 내주자 그대로 넘어지는 기지를 발휘합니다. (뭐 기지가 아니라 운이 따랐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상대 선수 스케이트날에 닿아 밀렸을 경우 첫 코너링 반 바퀴 이내인 ‘아펙스 구간’에서 넘어지면 재출발하는 규정을 이용한 작전이었죠.
심판진이 상대팀 반칙이라고 인정할 경우에만 중지시키는 사안이라 사실상 위험천만한 일이었죠.
그러나 작전은 성공했고 여기서 중국과 캐나다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절치부심을 그대로 가슴에 묻고 말았습니다.

경기 종료 후 캐나다 선수와 악수를 나누는 전다혜.
경기 후 중국의 왕명은
“분명 한국 팀이 전략, 전술이 있을 터인데 미리 예측할 수가 없다. 결국 경기 후에 혀를 차게 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지 놀라울 따름”
이라며 감탄했죠.
우승을 목표로 한 중국은 한국 작전에 허둥대다가 반칙을 범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실격패로 노메달 수모를 당했습니다.

4연패 영광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전다혜, 변천사, 강윤미, 진선유, 최은경.
한국은 3000m 계주에 전다혜-진선유-최은경-변천사를 차례로 세웠습니다.
보통 계주에서 1,2번에 에이스를 4번 자리에 제일 떨어지는 선수를 배치하는데 그걸 역이용해 인, 아웃코스에서 치고 나가는 거라면 ‘세계 1위’인 변천사로 하여금 상대팀 4번 주자를 추월하게 한 거죠.
실제 경기에서도 두 번의 선두 탈환을 변천사가 성공시켰고 진선유의 질주를 가장 효과적으로 돕게 했습니다. 최은경이 3번 주자로 배치된 것도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최은경은 '미는 힘‘이 강해 변천사에 제트엔진을 다는 역할을 담당한 거였습니다.
왕멍이 ‘멍’할 수밖에 없었죠.
어쨌든 금메달 응원을 위해 먼 발걸음을 한 국민여동생 문근영의 응원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문근영은 한국선수단 응원 차 토리노에 방문해 1일 애니콜리포터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이날은 팔라벨라 빙상장에 들러 대형 태극기를 휘날리며 열띤 응원을 펼쳤습니다.(둔필승총과 함께한 1일 애니콜리포터 활동은 추후 소개하겠습니다)

금메달 확정 후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있는 진선유(왼쪽)와 변천사.
여자쇼트트랙 계주팀은 문근영을 비롯한 한국응원단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92년 릴리함메르부터 이어진 4연패 위업을 달성했고
결국 토리노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공식홈페이지 헤드라인을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Short Track: Korea Hits the Jackpot!>
“한국이 쇼트트랙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토리노의 영광 1편 <쇼트트랙 쌀쓸이, 토리노의 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