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콘서트'를 보다가 눈을 의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요즘 '개그 콘서트'의 간판 코너인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볼 때였죠. 안영미 김경아 정경미 등이 한차례 유쾌한 폭소를 유발한 뒤였습니다. 기다렸던 강선생이 나타나는 순간. "이게 뭥미?"했습니다.

우리의 강선생 강유미는 약간 긴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흑과 백을 구분하기 힘든 낯빛 그리고 약간 주저앉은 코 모양을 한 채 엉거주춤 뒷걸음질치며 등장했습니다. 복숭아뼈가 보일 듯한 검은색 9부바지에 흰 셔츠 그리고 검은색 재킷.

그렇습니다. 마이클 잭슨을 패러디한 모습이었습니다. 강유미는 마이클 잭슨의 대표곡 중 하나인 'You are not alone'을 흥얼거리며 나타났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순간 '이게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일단 팝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던 마이클 잭슨의 죽음을 애도하는 오마주의 하나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에이~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던 건 제왕의 죽음을 희화화시켜 애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곧바로 뒤를 잇는 강유미의 한마디. "뒤로 걸으니까 멀미가 난다." 불쾌감이 밀려들었습니다. 이건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전세계 팝 팬들이 슬픔에 젖어 어떻게 애도해야 할 지 갈피도 못 잡는 판국에. 옆 채널의 뉴스들에서는 필리핀의 교도소 수감자들도 단체 군무로 마이클 잭슨을 애도하고 있는 판국에. 한국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가 마이클 잭슨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가 일기까지 했습니다. 무례해도 보통 무례한 게 아니고요.

잠시 진정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날 방영분은 언제 공개 녹화를 했을까. 일반적으로 '개그 콘서트'의 공개 녹화가 수요일에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24일 녹화됐을 거라고 생각됐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건 26일이었습니다. 사망 이전에 녹화된 것이었죠. 일단 '거참 공교로운 일이군'하고 생각했습니다. ''개그 콘서트' 제작진이 대단한 예지력을 지녔나보다'하는 낭만적인 상념에 빠지기도 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보면 볼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강선생 강유미가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연상됐기 때문입니다. 전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스타에서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나락에 빠져간 마이클 잭슨 말입니다. 어린 시절 그의 팬으로써 떠올리기도 싫은 구설들로 인해 위상을 완전히 잃어버린 제왕의 모습을 발견하게 돼 못내 씁쓸했습니다. 고인에 대한 애도는 결코 아니었고 명예를 훼손하는 편에 가까웠거든요.

게다가 강선생 강유미가 흥얼거리며 등장한 'You are not alone'은 마이클 잭슨의 팬들이 추모곡으로 가장 많이 듣고 있는 곡이기도 했죠. 생전 말기 외로웠던 그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는 의미에서 슬퍼하며 듣고 있는 노래입니다. 그 노래가 강선생의 입을 통해 희화화되니 그다지 유쾌할 수 없었습니다. 무례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가지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개그 콘서트' 제작진은 편집 과정에서 어떻게 조정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방송 장면들을 돌아보니 편집의 기술로 어떻게 하긴 매우 힘들어 보였습니다. 강선생의 등장부터 대사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야 할테니까요. 그럼 이번 회의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그야말로 '이게 뭥미'가 됐을 겁니다.

그러면 이번 한 주는 아예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쉬는 건 어땠을까요. 그게 최선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24일 공개 녹화에서 방청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은 큰 웃음과 즐거움을 누렸을 겁니다. 제왕이 그렇게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지 않았다면, 근래 몇년간 그의 모습은 희화화의 대상이 됨직도 하거든요. 많은 팬들이 그에게 실망한 것도 사실일테고요. 저도 어느 때부터 마이클 잭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됐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을 때 공개 녹화에서 재미를 본 코너를 굳이 방송해서 시청자를,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개그 콘서트'를 시청한 사람들 중 마이클 잭슨을 애도하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공개 녹화로 만족하고 방송은 내지 않는 편이 좋았을 거라 생각되네요.

제작진은 "사망 소식을 접한 이후 편집 시간이 촉박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방송분에선 어느 정도 편집한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왕 제대로 편집하려면 아예 코너 자체를 편집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비록 최고 인기 코너라 할 지도요. 그게 최고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가 취할 대승적인 자세가 아닐까 싶어 안타깝습니다.

한가지 더욱 황당했던 건 방송 이후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다룬 기사였습니다. ''개그 콘서트' 마이클 잭슨 죽음 유효 적절히 활용'이라는 제목의 기사. 그 매체 관계자들은 머리를 왜 달고 다니는건지 궁금했습니다. 제 신세가 처량해지기도 했고요.

2009/06/29 13:19 2009/06/29 13:19
이천희와 박예진이 떠나면서 1기 '패밀리가 떴다'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천희와 박예진을 비롯한 '패밀리가 떴다' 멤버들은 2주에 걸쳐 방영된 이별여행을 통해 작별의 정을 나눴습니다. '패밀리가 떴다' 이별여행편은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게임과 진행 방식으로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패밀리로 함께했던 이들이 떠나는 모습은 일상적인 장면들이었기에 더욱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만일 이별여행이라는 의미와 취지를 살리려고 무언가 인위적인 장치들을 마련했다면 오히려 의미가 퇴색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잔잔한 일상적인 모습 속에서 차분하게 이별의 정을 나누고 자연스럽게 의미를 나눴기에 한층 감흥을 더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상적인 부분은 이천희와 박예진을 비롯한 패밀리들이 어느 순간 눈물을 쏟기 시작한 것입니다. 차곡차곡 쌓아온 정(情)의 무게에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눈물이었죠. 유쾌한 웃음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틈에 흘러나온 눈물이었습니다. 즐거운 시간의 끝은 이별이기에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렀을겁니다.

실없는 개구쟁이 이미지의 이천희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박예진 또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효리 대성 등도 눈시울을 붉혔죠. 이때 이들의 뒤쪽에서 이별여행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펼쳐졌습니다. 기둥 뒤에 가려져 있던 유재석이 눈물을 쏟기 시작한거죠. 유재석은 고개를 숙인채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재석의 눈물은 '패밀리가 떴다'에 많은 걸 의미한다고 여겨졌습니다.

유재석은 '패밀리가 떴다'의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고 낯설 수밖에 없었던 이천희와 박예진이 확실한 캐릭터를 갖고 맹활약하도록 이끌어준 존재입니다. 김수로 윤종신 김종국 대성 등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유재석의 도움 덕분에 개성을 부각시키며 예능 스타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습니다. 톱스타 이효리도 유재석이라는 파트너를 만났기에 한층 사랑스러운 섹시퀸으로 위상을 높일 수 있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존재인 유재석의 눈물은 장성한 자식들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눈물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옆에서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기둥에 가리워진 채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기에 한층 감동적이었죠. 함께 했던 시간들의 소중함이 켜켜이 묻어나오는 눈물이었기에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또한 유재석의 눈물은 '패밀리가 떴다'의 멤버십을 가족의 정으로 승화시켰기에 더욱 의미를 더합니다. 떠나는 가족인 이천희와 박예진에게만 의미를 남기는게 아니라 새로 합류할 박시연과 박해진에게도 의미심장한 눈물입니다. '패밀리가 떴다'가 단순히 흥미를 위해 모인 집단이 아니라 적어도 가족의 모양은 갖춘 집단이라는 의미심장함이죠. 진솔한 정을 나누는 가족의 의미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패밀리가 떴다'는 그동안 식상함의 함정에 빠져서 예전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멤버 교체는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는 중요한 순간이 됩니다. 새로 합류할 박해진과 박시연은 '패밀리가 떴다'에 신선한 피를 수혈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상당한 부담을 안고 합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재능을 검증 받을 기회는 없었기에 시청자들을 비롯해 지켜보는 이들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재석을 비롯한 패밀리의 눈물은 가족의 정이라는 '패밀리가 떴다'의 기본 정서를 반영했습니다. 박해진과 박시연은 예능 재능을 과시하기 위해 '패밀리가 떴다'에 합류하는게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되는 의미를 보여주고 있죠. 그만큼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순간이 된 셈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의미에서 유재석의 눈물은 감동이었고, 희망이었습니다. '패밀리가 떴다' 부활의 키워드와 원동력은 역시 유재석임을 보여줬습니다.  
2009/06/29 09:07 2009/06/29 09:07

발리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 금요일 아침에 돌아왔으니 꼬박 7일 동안 발리 여행을 다녀온 셈이네요. 꾸따 비치에서 2박3일을 보냈고, 우붓으로 이동해 4박을 했습니다. 꾸따에서는 쇼핑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여행을 했고, 우붓에서는 리조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주로 저녁 시간에 우붓 중심가를 돌아다녔습니다.

앞서 2차례의 포스팅을 통해 이번 발리 여행의 인상적인 부분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번이 3탄이 되겠네요. 꾸따에 대해서는 환전 사기에 대한 정보 위주로 소개했습니다. 우붓은 흠뻑 빠져 즐긴 정취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삶과 발리 예술의 정취에 대한 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붓은 숲과 농촌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산으로 올라가기 직전의 장소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가까이엔 논과 밭이 있고, 멀찍이엔 수풀이 우거진 풍경도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지낸 리조트인 체디 클럽은 논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뒤쪽으로 제법 넓은 논이 펼쳐져 있습니다. 한차례 추수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입니다. 발리에선 1년에 벼농사를 세번 짓는다네요. 짧은 벼들이 열심히 자라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조트 근처엔 원숭이들의 숲이 있습니다. 수백마리의 원숭이들이 뛰놉니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원숭이를 무서워하죠. 좀 짖궂은 원숭이 한놈이 아내의 가방을 낚아채려해서 기겁을 했습니다. 아내는 계속 "빨리 나가자"고 울상이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조트의 연못에선 백조 오리 등 다양한 새들이 자유롭게 노닙니다.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노닐죠. 하긴 제가 연못에 뛰어들어 이놈들을 잡을 것도 아니니... 새들도 사람 볼 줄 아나봅니다. 사람 또한 자연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장에 가둔 새들도 있습니다. 주로 앵무새와 구관조들이죠. 얘들은 조금 거칩니다. 특히 말버릇이 상당히 거칠죠. 짖궂은 서양인들이 안좋은 말을 가르친 것 같아요. 가만히 들어보면 "Fxxx Yxx"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저와 아내도 이에 질세라 "야 임마!"를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도통 말을 듣지 않더군요. 인종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조트의 수영장도 대단히 자연친화적입니다. 주위에 야자수도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도마뱀도 기어다닙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평소 같으면 징그러워서 기겁을 할텐데, 자연과 동화돼 지내다 보니 그렇게 친근할 수가 없습니다. 도마뱀보다 조금 더 징그럽고 무서운 뱀이 기어다닌다고 해도 자연스러울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전혀 놀라지 않고 수영장으로 불러 들여서 같이 놀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 여명입니다. 한국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거의 즐길 수 없죠. 한순간 한순간이 아깝더군요. 휴가 기간 내내 새벽 5시반에 일어나 새벽 어스름부터 즐겼습니다. '휴가엔 푹 쉬어야지'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아침에 태동하는 자연의 모습을 관조하는 것도 좋은 휴식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석양입니다. 논 뒤편으로 발갛게 해가 지는 모습은 놓치기 아까운 멋진 풍경입니다. 해가 진 뒤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별들이 밤 하늘을 수놓습니다. 그렇게 많은 별들을 본 기억은 좀처럼 없습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안찍히더군요. 카메라보다 사람의 눈이 더 좋은 모양입니다.

일단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예술의 정취에 빠지는 이야기 좀 해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도네시아는 예술과 문화에 있어서는 낙후된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은 오산이죠. 상당히 수준 높은 전통 예술을 지녔습니다. 우붓 왕궁은 대단히 격조 있는 건축 양식을 과시합니다. 왕궁에서 펼쳐지는 전통 무용 공연도 장관입니다. 깜깜한 밤에 펼쳐지는 공연이라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도 상당히 훌륭한 수준입니다. 화방 거리를 거닐다 보면 깜짝 놀랄만한 그림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두번에 걸쳐서 깜짝 놀라죠. 그림이 너무 멋있어서 놀라고. 가격을 물어본 뒤 너무 싸서 깜짝 놀랍니다. 저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그림을 한 점 구입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인 소장품들을 전시하는 미술관들도 훌륭합니다. 유명한 개인 미술관만 7~8개 된다고 하네요. 여긴 가장 대표적인 개인 미술관인 네카 아트 뮤지엄입니다. 발리 전통 예술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습니다. 전체를 다 둘러보는데만 2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카 미술관의 목조 예술품입니다. 상당히 추상적인 깊은 의미를 지닌 듯 보이네요. 문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냥 보고 느껴야 하죠. 문외한인 저로서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금으로 된 미술품인데요. 뭐 이렇게 허술하게 전시해 놓았을까 하는 염려가 되더군요. 경비원도 없거든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참 순박한가봅니다. 그러나 보니 여행객들도 순박해지는 듯하죠. 손으로 만지는 사람도 거의 없다네요.

우붓에서 4일간 지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편안함을 즐겼고, 기대 이상의 예술품들 덕분에 문화 생활의 즐거움도 만끽했습니다. 게디가 리조트에서 매일 아침 요가 강습을 했습니다. 삶 자체가 자연 그 자체가 된 듯한 4일이었지요. 
2009/06/27 23:00 2009/06/27 23:00
여름 휴가라고 하면 우선 바다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바다 다음에 산과 계곡을 생각하게 되죠. 그 외에도 여러 장소가 있겠지만 '논'을 여름 휴가의 배경으로 떠올리긴 쉽지 않을 겁니다.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에 거대한 논 사이에 마련된 리조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 했습니다. 사실 4년 전에 추천을 받은 리조트였습니다. 그런 곳에서 무슨 여름 휴가야 하는 생각이 들어 그다지 염두에 두지도 않았습니다.

발리의 특색 있는 예술과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휴양지인 우붓에 위치한 리조트 체디 클럽입니다. 2년 전에 갔던 발리 스미냑 지역의 리조트 클럽 앳 더 레기안의 자매 리조트입니다. 당시 너무 만족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 숙소를 체디로 정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듣던 대로 리조트 주변은 온통 논이었습니다. 열대 지방인 발리에서는 1년에 벼농사를 3번 짓는다더군요. 리조트 주변의 논은 이미 추수가 끝나기도 했고, 이제 막 벼가 자라는 곳도 있고, 모내기를 하는 곳도 있고, 제각각이었습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인상적인 장면도 있었습니다. 농부가 오리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광경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경남 봉화 지역에서 시험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오리농법이었습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오리에게 해충 퇴치 등을 맡기는 유기농 농사법이라죠. 오리떼와 함께 농사를 짓는 농부의 모습이 푸근하고 정겨워 보였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져 평화롭게 농사를 짓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죠. 이렇게 농사를 지어 생산된 쌀로 지은 밥은 얼마나 맛있을까. 실제로 리조트에서 먹은 음식은 모두 맛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조트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논의 전경입니다. 식사를 하면서 농사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식사 도중에 과일껍질 같은 것들은 바로 논을 향해 던져도 됩니다. 자연 비료가 된다고 하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논 중간에 보면 자그마한 오두막들이 한채씩 있습니다. 농부들의 집은 아니고 농사 짓는 도중에 쉴 수 있는 장소라고 하네요. 농사 도구들을 보관하기도 하고, 오리들이 머물기도 한다고 합니다. 농부들과 오리들이 어울려 쉬는 모습도 보고 싶었습니다만. 실제로 보진 못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 산책을 나와서 바라본 논의 모습입니다. 여유로워 보입니다. 농부들도 그다지 서두르지 않는 모습입니다. 자연 그대로 벼가 자라길 기다리는 듯합니다. 농부들도 자연 그 자체가 돼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조트엔 곳곳에 원두막도 있습니다. 옆에 연못도 있고요. 농촌에서 보내는 여름 휴가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조트의 메인풀입니다. 논 주위에 있진 않습니다. 그래도 농지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주변 풍광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색다른 운치가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묵은 숙소에는 개인 수영장이 있습니다. 이른바 풀빌라죠. 빌라는 논 주위에 있습니다. 수영장에선 논이 보입니다.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간혹 농부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하고 손을 흔들면 푸근한 미소로 "하이"하고 화답하는 순박한 농부들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조트에서 조금만 나가면 원숭이들의 천국이 있습니다. 이른바 몽키 포레스트라는 곳입니다. 이곳 원숭이들은 사람을 너무 좋아합니다. 옆에 앉아 있으면 와서 장난도 걸곤 합니다. 짐짓 때리는 시늉을 해도 좀처럼 도망치지 않습니다. 졸졸 따라옵니다. 결국 제가 도망치곤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숭이 가족들입니다. 간혹 자기들 끼리 싸우기도 합니다. 요란하게 싸우죠. 이럴 때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싸움을 말립니다. 말릴수록 더 치열하게 싸웁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과 비슷합니다. 무시하고 놔두면 어느 틈에 싸움을 끝내고 사이좋은 가족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연친화적인 리조트이다 보니 도마뱀들이 빌라 곳곳에 출몰합니다. 이놈들도 도무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좀처럼 도망가지 않더군요. 오히려 포즈를 취하기까지 했습니다. 참 평화로운 곳이죠. 한국에 돌아가기 무서운 마음까지 들곤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묵은 리조트인 체디 클럽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었네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상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2009/06/26 15:58 2009/06/26 15:58
여름 휴가를 즐기느라 포스팅을 몇일 쉬고 있습니다. 실은 지난 주 토요일부터 발리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포스팅을 계속 중단해선 안될 것 같아서 이틀치 정도는 예약을 걸어 놓았습니다. 와서도 1~2번은 포스팅을 할 계획이었는데. 아내가 "휴가까지 와서 블로그질이나 하냐"고 성화라... 발리에서의 마지막 밤 아내를 재워놓고 밤에 몰래 하나 씁니다.

발리의 인터넷 속도가 너무 빨라서(?) 사진 올리는게 거의 불가능하네요. 여행 전반에 대한 건 한국에 돌아간 뒤에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발리에 오시려는 계획이 있거나 한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좋은 정보나 하나 정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상당수 발리 여행객들이 불쾌한 기억 중 하나로 지니고 있음직한 환전 사기와 이를 방지하는 방법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발리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설 환전소 간판입니다. 원화도 바꿔줍니다. 환율은 그닥.

발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환전소가 있습니다. 물론 은행에서 환전 업무를 처리해줍니다. 그러나 그다지 환율이 좋지 않습니다. 관광지 거리 곳곳에 사설 환전소들이 있습니다. 은행에 비해 환율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그리고 이들 사설 환전소 사이에도 환율의 차이가 심합니다. 가급적 환율이 좋은 곳에서 환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확실한 문제가 있습니다. 환전 사기가 횡행한다는 점이죠. 특히 환율이 좋은 곳일수록 환전 사기의 위험이 높다고 합니다. 사전에 경고를 듣고, '나는 절대 그런 거 안 당해'라고 자신하던 사람도 당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각종 여행 가이드북을 통해 환전 사기 경고를 들었음에도 거의 당할 뻔했습니다.

일단 전반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요.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휴양지입니다. 루피아를 사용합니다. 한국에서 루피아로 환전해 가면 좋을텐데. 국내 루피아 환율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달러로 바꾼 뒤 현지에서 다시 루피아로 환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확실히 그렇게 환전하는게 유리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 경우도 혹시 몰라서 루피아를 조금 바꿔가긴 했습니다. 그런데 환율 계산을 해보니 아무래도 현지에서 달러를 루피아로 환전하는게 유리하더군요. 국내에서 1000루피아=14원 정도의 환율로 70만 루피아를 환전하고, 1달러=1270원 정도로 400달러를 환전해갔습니다. 달러와 루피아의 환율은 1달러=9900루피아 정도인 셈이죠. 발리 현지에서 1달러=10000루피아 이상으로만 환전하면 국내에서보다 대단히 좋은 조건의 환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환전소의 환율을 보니 1달러=10000루피아였습니다. 보통 공항 환율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통과했습니다.

다음날 발리의 관광 명소인 꾸따 거리에 나와서 사설 환전소 가격을 봤더니 1달러에 9700루피아~10400루피아로 천차만별의 환율이 있었습니다. 일단 1달러=10260루피아에 100달러를 환전한 뒤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1달러=10340루피아의 환전소에서 100달러를 환전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환전 사기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어찌 했는 지 한번 돌아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길 건너편에 ATM 간판 바로 옆에 있는 환전소가 문제의 사기 환전소입니다.

일단 제가 100달러를 내밀며 환전해 달라고 요구하자 근처 상점의 동료 한명을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계산기에 '1034000'이라는 숫자를 찍어 보여주더군요. 100달러 내면 그만큼의 루피아를 준다는거죠. 그리고는 돈을 꺼내 세기 시작했습니다.

앞선 환전소에선 102만6000루피아를 10만 루피아 10장과 2만 루피아 1장, 5000루피아 1장, 1000루피아 1장으로 줬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환전소에선 엉뚱하게 5만 루피아 지폐를 꺼내 들더군요. 20장을 정신없이 늘어놓더니, 또다시 5만 루피아 1장을 꺼내 놓고는 제게 1만5000루피아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105만 루피아를 준 다음에 15000루피아를 거슬러 달라는 겁니다.

일단 정신이 없죠. 옆에 불러 놓은 동료는 "어디서 왔냐, 이제 어디 갈거냐, 너네 신혼여행이냐, 아이는 있냐, 어제 저녁에 뭐 먹었냐' 등등등 질문을 해댑니다. 더욱 정신없게 만드는거죠. 저와 아내는 정신을 반짝 차리고 지폐들을 뚫어지게 지켜봤습니다. 절대 당하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모습이었죠. 그 와중에 그 동료라는 놈은 담배 연기를 제 아내에게 뿜어내기도 했습니다.

모든 방해 공작에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폐를 지켜봤기에 절대 속지 않았다고 자신하며 돈을 받으려 했습니다. 그때 동료라는 놈이 아내에게 전자계산기에 뭔가 숫자를 찍어 보여줬습니다. 아내가 "숫자가 이상해" 하면서 제게 보여줬죠. 그랬더니 그 동료놈은 "실수"라고 다시 제대로 된 금액을 찍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돈을 받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통은 이쯤 되면 빨리 가려고 할 겁니다. 그런데 아내가 뭔가 이상하다며 그 자리에서 다시 돈을 세었습니다. 85만 루피아밖에 안되더군요. 잠시 시선을 돌린 틈을 타서 5만 루피아 4장을 빼돌린 것이었습니다. 'X팔'하면서 거칠게 항의했더니 빠른 손놀림으로 다시 4장을 합쳐넣더니 105만 맞지 않냐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5만 루피아는 가져가더군요. "커미션"이라나 뭐라나요...

'X까' 하면서 "다시 100달러 내놔. 내가 준 15000루피아도 함께 내놔"라고 소리를 질러서 환전 자체를 원상복구했습니다. 두눈 부릅 뜬 채로 20만 루피아를 뜯길 뻔한 상황을 가까스로 모면한겁니다. 정신 번쩍 차리고도 환전 사기를 당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셈이죠. 만일 사전에 정보가 없었다면 분명히 당했을 겁니다.

이 시점에서 환전 사기 방지법을 전반적으로 짚어볼까요.

일단 환전소 주인이 근처에 있는 동료를 불러서 함께 환전을 해준다면 십중팔구 사기라고 보면 됩니다. 그 동료는 소란을 피워서 헷갈리게 하는 놈입니다. 환전소에 가서 돈을 내밀었는데 환전소 주인이 누군가를 부른다면 두말하지 말고 돈 찾아서 발길을 돌려야 합니다.

낮은 단위 화폐로 환전해 주는 경우도 십중팔구 사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환전소는 10만 루피아로 환전한 뒤 짜투리를 낮은 단위 화폐로 교환해줍니다. 만일 5만 루피아로 환전하려 하면 눈속임을 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합니다. 역시 발길을 돌려야죠.

그리고 사기 환전소에서는 두눈을 부릅뜨고 사기를 막아냈다고 해서 제대로 된 금액을 받을 수 없습니다. 결국엔 커미션이니 뭐니 합니다. 사기성이 엿보이는 환전소 같으면 굳이 자신의 눈썰미를 시험할 필요 없이 발길을 돌리는 것이 상책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내 뒤편에도 사설 환전소 간판이 있습니다. 역시 사기성이 농후했습니다.

환전 사기가 많은 장소는 어디일까요. 꾸따 스퀘어 북부 쇼핑 거리인 뽀삐스1 거리 쪽이 환전 사기가 많다고 합니다. 사기 환전소를 촬영하려고 했지만 두 놈이 뛰어나와서 못찍에 해서 건너편에서 넌지시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대엔 환전 사기가 횡행하니 조심하라고들 하더군요.

안전한 곳은 디스커버리 쇼핑몰이나 마타하리 백화점 등 공신력 있는 대형 쇼핑 센터 부근의 환전소입니다. 환율도 괜찮은 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꾸따는 재미있는 거리입니다. 음식값도 싸고 기념품도 저렴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습니다. 노천카페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여유로운 오후를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환전 사기 때문에 기분 잡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들 합니다. 저 역시 상당히 기분 잡쳤습니다. 비록 사기는 당하지 않았어도 말이죠.
2009/06/26 09:07 2009/06/26 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