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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4이동현‘선덕여왕’ 고현정, 나이의 압박(250)

'선덕여왕'에서 조금씩 거북한 대목이 생기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부분입니다. 주로 상하 관계에 있어서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요소들이 발견됩니다. 굳이 지적하자면 등장인물의 나이입니다. 나이에 의한 묘사가 그다지 명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거든요.

'선덕여왕'의 인물들은 역사 속 실존 인물입니다. 출생년도가 정확하게 기록돼 있진 않아도 정황에 비춰 보면 충분히 추측은 가능합니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나이를 먹으면 늙어야 합니다. 등장 인물들의 외모에는 세월의 흔적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야 하죠. 그리고 윗 연배의 인물에겐 존대를 하는 게 당연지사입니다. 그래야 동방예의지국에 사는 사람들 답다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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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덕여왕'에서 세월과 예의범절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인상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나이를 먹지 않는 불로장생의 인물이 있는가 하면, 10년 가까이 먼저 태어난 사람을 마구 대하는 인물도 수두룩하게 등장합니다.

'선덕여왕'은 역사 그대로를 다루는 정통 사극은 아니라고 합니다. 굳이 역사 왜곡 지적을 하는 건 치사하고 구차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어느 정도 부합되는 부분이 있어야 할겁니다. 세월과 예의범절이 너무 무시되는 경향은 불편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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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인물은 역시 미실 고현정입니다. 첫 방송이 시작된 이래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용모는 오히려 젊어진 듯한 모습입니다. 사료를 찾아보면 미실은 정확한 출생년도는 기록되지 않았습니다만. 545년께 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정황들에 비춰볼 때 요즘 한창 방영되는 시기는 610년 이후로 사료됩니다. 미실은 적어도 65세 정도가 돼야 합니다. 그런데 외모는 많이 봐줘야 30대 중반입니다. 진시황이 그토록 찾아헤매던 불로장생의 약을 구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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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초반부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또 한가지 어색한 대목이 나옵니다. 이순재 선생이 특별 출연한 진흥왕(진흥대제)에 대한 부분이죠. 진흥왕은 역사상 자료에 따르면 43세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선덕여왕'에선 천수를 누린 할아버지였죠.

미실이 나이에 걸맞지 않다 보니 정웅인이 연기하는 미생을 비롯한 미실파 인물들도 모두 세월을 거스른 인물들입니다. 미생은 550년께 출생한 걸로 기록돼 있으니 요즘 방영 시기엔 환갑 언저리의 나이입니다. 그러나 30세 이상 어린 사람들보다 오히려 젊어 보입니다. 미생은 엄청나게 색을 밝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색을 밝히면 세월을 거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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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범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김유신 엄태웅과 덕만 이요원을 거론해야할 겁니다. 김유신은 사료에 594년 출생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요즘 방영 시기엔 20대 후반의 화랑이라고 봐야겠죠. 극중에서 화랑의 한 세력을 이끌고 있습니다. 엄태웅의 늙수구레한 외모 덕분에 30대 초반의 장군 정도로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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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덕만은 정확한 출생연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황으로 미뤄볼 때 585년 무렵 태어난 것으로 여겨집니다. 김유신이 10년 가까이 연상인 덕만을 마구 하대하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죠. 물론 덕만공주가 남장을 하고 화랑으로 활동했다는 것 자체가 실제 역사와는 많이 다른 대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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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천명공주와 김유신의 모습도 어색한 부분이 참 많죠. 천명공주의 아들인 김춘추와 김유신은 후일 절친한 친구가 되는 걸로 알려져 있죠. 김유신은 여동생을 김춘추에게 시집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대단한 기지를 발휘해서 왕비의 오빠가 되는 걸로 유명하죠.

그런데 김유신은 사돈 어른이 될 천명공주와 우애를 나누고 있네요. 사돈과 우애를 나눈 이후에 동생을 친구에게 시집 보내네요. 이 부분은 역사 자료를 좀더 찾아봐야 할 것 같긴 합니다. 사료 상 김춘추는 김유신보다 10세 정도 아래이거든요. 김춘추는 유승호가 연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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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은 분명 재미있는 사극입니다. 학창 시절 국사 시간에 자세히 배우지 못했던 시기를 다루기에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다음 줄거리가 궁금해지면 역사 공부도 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사극에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역사 공부를 하고 나면 영 따로 노는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굳이 지적하자면 역사 왜곡일텐데. 왜곡이라고 하고 싶진 않습니다. 본질 자체가 다를테니까요. 그래도 조금 불편하고 거북한 건 어쩔 수 없네요.

2009/07/14 12:37 2009/07/14 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