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볼만한 '전설의 고향'이 방영됐습니다. 허영란이 모처럼 복귀해 화제를 모은 ‘씨받이’편은 이번 여름에 납량 특집으로 방영된 ‘전설의 고향’ 중에 가장 수작으로 평가될 만 했습니다. ‘전설의 고향’의 정신을 가장 잘 계승한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었습니다. 수십년을 이어온 ‘전설의 고향’을 일관되게 관통한 한(恨)이라는 정서에 충분히 기반을 둔 점에서죠.

씨받이로 양반집에 들어간 여인이 아이를 낳은 뒤 버림 받지만. 양반 남자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을 알게 된 어머니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뒤 원귀가 돼 복수한다는 내용. 전통적인 ‘전설의 고향’의 공식에 충실했습니다. 게다가 오랜만에 돌아온 허영란이 반가운 모습으로 귀신을 연기하는 점에서 한층 눈길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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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란은 동글동글한 이미지가 귀여운 연기자죠. 사실 귀신에 어울릴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제법 잘 어울리더군요. 섬광이 나올 것처럼 붉어진 눈으로 피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했습니다. 씨받이로 들어갔을 때의 동글동글 사랑스러운 모습과 원귀의 섬뜩한 모습이 대조를 이뤘습니다. 올해 ‘전설의 고향’의 최고 캐릭터로 남을 전망입니다.

허영란 주연의 ‘씨받이’를 보면서 올해 ‘전설의 고향’의 아쉬운 대목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배치의 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입니다. 가장 관심을 모을 만한 작품을 선두 타자로 배치해 전반적인 관심몰이를 한 이후에 나머지 작품들을 펼쳐가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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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선두타자로 나선 작품은 관심몰이를 하기엔 부족했거든요. ‘전설의 고향’ 전반에 실망감을 안겨주고 시작한 탓에 나머지 작품들이 그다지 힘을 받지 못할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허영란 주연의 ‘씨받이’가 첫 번째로 방영됐더라면 어느 정도 탄력을 얻은 상태에서 꾸준한 관심몰이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됐습니다. 

올해 방영되고 있는 ‘전설의 고향’은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완성도에는 공포에 대한 기대치가 포함돼 있을 겁니다. ‘전설의 고향’ 하면 일단 무서워야 하는데 별로 무섭지 않다보니 완성도 또한 떨어진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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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 방영된 ‘전설의 고향’이 예전에 방영된 작품들에 비해 무섭지 않나 여부를 세심하게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첨단 기술의 발전이 공포에 대한 눈높이를 높여 놓은 탓에 시청자들은 어지간히 무섭지 않고서는 공포에 무감각해졌다고 보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사실 예전 ‘전설의 고향’이 무서웠던 것도 진짜 소름끼치는 공포라기보다 정서적인 무서움에 기인한 바가 크거든요. 어렸을 때 할머니가 들려주던 귀신 이야기에서 느꼈던 공포의 향수를 자극해줬다고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설의 고향’의 스타트는 전통적인 공식에 충실한 작품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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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恨)에서 비롯된 공포와 결국엔 착한 사람(귀신)이 한을 풀게 되는 권선징악의 정서에 충실한 작품. 고전적인 미인형인 허영란이 전면에 나선 ‘씨받이’는 여러모로 스타트를 끊는 작품으로 적합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오랜만에 연기 활동에 나서는 허영란이 귀엽고 착한 용모로 무시무시한 원귀 연기에 도전하는 점에서 화제성도 충분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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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여름의 ‘전설의 고향’이 생각납니다. ‘구미호’가 선봉장이었습니다. 여주인공은 박민영이었습니다. 깜찍한 외모의 떠오르는 신예 박민영이 구미호를 연기하는 점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게다가 ‘구미호’는 ‘전설의 고향’의 정석이나 마찬가지 작품이었죠.

전통성과 화제성이 조화를 이룬 ‘전설의 고향’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2009년에도 ‘전설의 고향’이 다시 시청자를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올해는 막강 ‘선덕여왕’과 맞붙는 대진상의 불리한 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선봉작 선택의 오류는 아쉽습니다.
2009/08/25 08:32 2009/08/25 08:32

'스타일'이 영 불편해지고 있습니다. '스타일'은 방영 초반 김혜수의 카리스마 연기와 화려한 패션계의 볼거리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해져만 갑니다. 아니 괴이해져간다고 하는게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스타일'은 패션잡지사인 스타일을 배경으로 잡지사 직원들의 삶과 애환을 통해 패션계의 화려한 단면과 그 이면의 모습을 조명하는 취지의 작품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화려함에만 치우친 나머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채 표류하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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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극중에 등장하는 스타일이라는 패션 잡지사는 국내 패션 잡지사의 현실을 완전히 도외시한 비현실적인 공간이라는 지적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의상을 입고 다니는 초임 편집장의 모습은 현실에 있을 수 없고, 편집장에게 수억원대에 외제차를 선물하는 발행인도 존재할 수 없다는 지적이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미국 소설과 할리우드 영화의 강렬한 인상을 따라잡기에 급급한 국적불명의 이야기라는 지적입니다.

결국 '스타일'은 국적불명에 주제불명, 그리고 소재불명의 표류형 드라마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괴물 드라마'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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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스타일'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갖출 수 있는, 아니 갖춰야 하는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거든요. 백영옥씨의 동명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한 점에서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토록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문제의 근원은 김혜수가 연기하는 박기자 캐릭터에서 비롯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주인공의 스포트라이트가 엉뚱한 곳을 비추고, 주변 인물이어야 할 사람이 가장 중심 인물이 되다 보니 엉뚱한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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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박기자 역의 김혜수가 연기를 잘못하고 있는 거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연기를 너무 잘해서 탈인 경우입니다. 김혜수는 해줄 몫의 100%를 넘어 200% 가까이 해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타일'에서 볼만한 것은 김혜수의 연기와 패션 감각 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하고 있겠죠. 문제는 너무 보여줄 게 많다 보니 정작 봐야할 상황과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빼앗아간다는 점이 될 겁니다.

기획 상으로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성장 드라마입니다. 초년병 패션 잡지사 직원 이서정(이지아)이 어엿한 패션 잡지사 에디터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큰 축이 되는 작품입니다. 이지아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 해서웨이를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될 겁니다. 박기자 편집장은 이서정의 성장에 걸림돌인 동시에 지침서가 되는 캐릭터가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방영 전부터 할리우드 대형 배우 매릴 스트립과 비교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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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초반엔 그런 구도가 확연히 눈에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서정의 성장이라는 기본 골격은 흐릿해져가고 있습니다. 박기자 편집장의 명품 패션 사치 놀음과 잡지사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회장과 서우진(류시원)의 대결 구도가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박기자 서우진 이서정 김민준(이용우) 네 사람의 실체 불분명한 사랑 놀음은 그나마의 중심 구도마저 흐릿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초기 '스타일'의 기획 의도를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겠네요. 초년병 에디터 이서정의 일과 사랑에 있어서의 성장과 그의 눈에 비친 화려한 패션계와 그 이면을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패션계와 관련된 직업 세계를 조명해 보고자 했습니다. 요즘에 이르러 기획 취지와 비교해서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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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자 캐릭터, 더 나아가 김혜수의 '엣지'있는 연기가 '스타일'을 기획 취지에서 벗어난 괴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김혜수라는 거물급 스타가 큰 비중을 지닌 주변 인물이어야 하는 박기자를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게 했기 때문이라는 의미입니다.

김혜수는 톱스타입니다. 제작진 입장에서 김혜수를 활용한다면 중심 인물 중에 중심 인물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할 겁니다. 당초 기획에서 박기자는 이서정보다 비중이 작았지만 김혜수의 합류로 비중이 대폭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획 취지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게 된 원천적인 문제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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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서정을 연기하는 이지아의 내공이 부족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될 겁니다. 아직 연기력도 그렇고 카리스마와 아우라도 그렇고 부족함을 많이 보여주고 있거든요. 김혜수에겐 빛이 가려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죠. 이용우도 아직 설익은 느낌이 강하고요.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이지아와 이용우가 함께하는 장면에선 학예회의 느낌까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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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박기자의 캐릭터를 더없이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만. 지적될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너무 두드러질 정도로 매력적인 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너무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게 최선일텐데. 조금 과도한 힘으로 밀어붙인 느낌입니다. 김혜수 정도의 내공이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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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김혜수와 매릴 스트립과 비교를 피할 수 없겠네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매릴 스트립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결과 '악마를 프라다는 입는다'의 주인공은 앤 해서웨이였지만 가장 돋보인 배우는 매릴 스트립이 됐습니다.     

2009/08/24 12:52 2009/08/24 12:52
블로그를 운영한지 1년을 조금 넘겼습니다. 포스팅도 200개를 넘어 250개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3일에 2번꼴로 꾸준히 포스팅을 해온 셈입니다. 업무에 바쁜 와중에도 나름 열심히한 듯해 어느 정도 보람도 느껴집니다. 블로그를 죽 돌아보면 지난 1년의 생활을 돌아보게 합니다.

처음 블로그를 개설할 때 생각은 기사로 다루기 힘든 글을 써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는 드라마나 연기자 등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하기에 쓰고 싶은대로 쓸 수만은 없습니다. 블로그라는 공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였죠. 블로그 대문글도 '할말은 하고 살자'였습니다. 지금은 바뀌었습니다만. 요즘 생각이 좀 많아져서 바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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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을 하려다 보니 간혹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균형 감각 부족에 대한 비난이었습니다. 호감을 갖는 인물이나 작품에는 지나칠 정도의 찬사를 보낸 경우도 많았고, 반대의 경우도 제법 있었거든요. 그래도 기자 블로그이니 최소한의 균형 감각은 유지하려고 했지만 때때로 상실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객관적인 시각'. 기자에겐 매우 중요한 명제입니다. 기자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한 글을 써야하거든요. 그래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사를 써야한다는 생각에 항상 몰입해 있었고, 그렇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블로그의 포스팅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조금 벗어나도 된다는 여지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한 작가분을 만난 뒤 객관적인 시각에서 글을 쓴다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노희경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얻게 된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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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와 저는 드라마나 연기자에게 상처를 주는 공격적인 기사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때때로 기자의 감정이 섞인 비난 기사로 대상에게 심한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자주 있거든요. 특히 몇몇 기자는 인터뷰 등 취재 협조를 안해주는 취재원에게 타당성이 결여된 공격성 기사를 남발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객관적인 시각의 결여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는 주관을 배제하고 기사를 써야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주관이 개입하기에 감정이 섞일 수밖에 없고 타당성을 잃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노희경 작가는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객관이 뭐냐?"고 반문하시더군요. 그리고는 "세상에 객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군가가 무엇이든 쓰거나 말하는 순간에 이미 주관이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미 기사를 쓰는 순간에 주관이 됐는데 객관을 지키려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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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니고 있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이야기였습니다. 객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니... 그러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 것일까.

노희경 작가는 "주관적인 글을 쓰라"고 이야기하시더군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주관적인 글을 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엔 조금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무언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의미 자체를 파악하기엔 쉽지 않았습니다.

노희경 작가의 말씀은 "많은 사람들이 객관의 탈을 쓴 주관적인 글은 쓴다"였습니다. 여기서 객관이라 함은 표면적인 중립성을 이야기하는 거죠. 그러나 정보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지식이 없기에 주관적인 글이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객관이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공격적인 글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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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가 의미하는 주관적인 글은 결국 '정확한 글'이었습니다. 상황과 현실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 등에서 출발해 정확한 주관을 담아낸 글을 의미합니다. 어렵죠. 객관적인 시각에 만족하며 더 중요한 부분들을 망각하는 것보다 심원한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희경 작가와 그런 이야기를 나눈 이후 기사 및 포스팅하기가 조금 어려워졌습니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에 대헤서는 제 능력이 미흡하다고 여겨져서... 가급적 비판은 하지 않는 주관으로 치우치게 됐습니다. 차라리 칭찬을 더 많이 하자고 생각하게 됐죠. 비판은 좀더 내공이 쌓인 다음에 하기로 하고요.

노희경 작가 이야기가 나왔으니 주옥 같은 작품들을 한번쯤 기억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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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유'입니다. 이영애의 작부 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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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죠. 배용준의 풋풋한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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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입니다. 표민수 PD와 콤비를 이루기 시작한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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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사랑'이죠. '허준'에 밀려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아직까지도 수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입니다. 마니아 시청자의 지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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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이미숙과 류승범이 커플을 이룬 작품이었습니다. 표민수-노희경 콤비의 유일한 실패작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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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는 가족에게 바치는 감동적인 헌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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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솔로'. 윤소이 김민희 등 신예 스타들을 배우로 끌어올린 작품입니다.
2009/08/23 10:22 2009/08/23 10:22

요즘 예능계는 2강 체제가 확실하게 구축된 양상입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확고부동한 1인자로 확고부동하게 자리를 굳혀가는 가운데 이경규 김국진 신동엽 남희석 이휘재 등이 1인자급으로 명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들 외에 2인자급들은 2인자 자리를 지키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2인자급으로 진입하려는 예능계 신예들의 발돋움이 두드러지고 있거든요.

그런 와중에 2인자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박명수의 요즘 행보는 의미심장합니다. 현 상황에서 2인자의 살 길은 1인자급으로 발돋움하는 게 최선일 겁니다. 박명수는 그다지 발돋움하려는 모습은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은인자중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뭔가 각별한 의미들이 엿보입니다. 은연 중에 툭툭 던지는 예능 철학이 심오한 의미들을 담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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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몇개월 동안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급성 A형 간염과 황달 증세로 휴식을 취해야 했기에 몇회 동안 전면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서바이벌 동거동락 특집에선 조기 탈락의 충격을 맛봐야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뒷전에 밀려 있는 듯한 분위기라고 봐야겠죠. 분위기상으로는 2인자에서도 뒤쳐지는 양상이라고 봐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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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간혹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철학을 담아낸 표현들은 예능에 뛰어든 연예인들이 금과옥조로 삼아도 충분히 의미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우스개소리로 들렸고 우스개소리로 포장된 것도 사실입니다. 별것 아닌 개똥철학처럼 여겨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코 웃고 넘겨선 안되는 내용이었습니다. 1인자를 넘어 은거중인 고수의 한마디라고 할까요.

몇몇 사례를 돌아보겠습니다. 우선 '소원을 말해봐'편에서였죠. 박명수는 유재석과 함께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나머지 멤버들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을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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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한마디 '툭'하고 던졌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는 한마디였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당한 때'라는 격언을 패러디한 말처럼 여겨지며 헛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찰라였죠. 그런데 이어진 한마디는 의미심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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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시작해라." 늦었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당장 시작하라는 의미죠. 별거 아닌 이야기인 것 같지만 남다른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박명수는 10년 이상의 무명 설움을 겪은 개그맨입니다. 30대 후반에야 스타 예능인으로 대우 받게 됐습니다. 늦었다면 매우 늦은 시기였죠. 그는 늦었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뭔가 행동에 옮겼기에 지금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겁니다.

결국 "늦었다고 생각할 땐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는 말은 자신의 삶에서 우러난 깊은 예능 철학을 담은 의미심장한 한마디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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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에서 조기 탈락한 뒤 방구석에 틀어박혀 울분을 토할 때에도 처음엔 투정 정도로 받아들여져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그러나 뒷전에 쳐진 중년의 투정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요즘 예능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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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능계에 진출해서 두각을 나타내려는 신예들에 대한 따끔한 질타였죠. 예능은 출연자들이 웃으며 즐겨야 시청자도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데, 요즘 추세는 너무 지독하다는 의미였죠. 즐기는 예능이 아닌 일의 개념이 돼버렸다는 지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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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예능은 조금 독합니다. 폭로와 독설이 난무합니다. 예능을 일로 여기다 보니 너무 치열해졌고, 여유로운 웃음이 잠식당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일 찾으러 온 애들!"이라는 박명수의 한마디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고 보면 박명수는 은근하게 예능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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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동거동락에서 출연자들이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치열하게 게임에 임하는 동안 여유럽게 돋보기로 불을 피우는 모습을 보여줬죠. 결국 불을 피우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실 요리를 하려면 불을 피우는게 필수적이죠. 박명수는 여유롭게 반드시 해야할 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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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에서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때도 해변가에서 어슬렁거리며 멱을 감는 여유로움을 보여줬습니다. 이러다 보니 팀에서는 불필요한 인물로 꼽아 탈락 대상자로 꼽긴 했습니다. 그러나 시청자에겐 가장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한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탈락자들이 모여 함께 한 '마이너리그'도 유쾌한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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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자는 소외되고 떠나야 하는 기존 서바이벌의 맹점을 재치있게 짚어준 대목이기도 했죠. 당당하게 마이너리그를 외치는 박명수의 모습에서 소외된 사람도 뭔가 기여하고 보여줄 게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했다면 조금 '오버'겠죠.

그러고 보면 박명수는 은연 중에 많은 의미를 보여주는 예능인입니다. 원하지 않지만 등 떠밀려 하는 기부천사는 박명수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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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의 급성 간염 덕분에 '무한도전'의 출연진과 제작진은 건강검진을 받는 혜택을 입었습니다. 본의 아닌 기부천사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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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인도 산재처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각서를 통해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부상 위험 속에서 웃음을 만들기 위해 일하면서도 안전장치는 별로 없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 되겠죠.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의 제작진은 박명수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명수의 개똥철학은 단순히 웃음을 만드는게 아니라 통렬한 풍자를 담고 있습니다. 1인자 뒤에 숨은 배후의 실력자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9/08/22 12:10 2009/08/22 12:10

'아가씨를 부탁해'가 시작과 동시에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일 첫방송에서 단번에 시간대 1위를 차지하더니 이튿날에도 기세를 이어갔습니다. 방영전 기대됐던 윤은혜 효과가 제대로 빛을 발한 듯합니다. 게다가 '내조의 여왕'의 윤상현과 '찬란한 유산'의 문채원 등 올해 대박 드라마의 주역들이 가세했으니 기대도 될 법 했습니다.

'아가씨를 부탁해'는 전작인 '파트너' 보다 월등히 높은 시청률로 출발했습니다. 보통 후속작은 전작의 시청률에서 조금이나마 떨어지면서 출발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가씨를 부탁해'의 출발은 이례적입니다. 출발부터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셈이죠. 조심스럽게나마 대박을 예상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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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주인공들은 찬사와 함께 인기도 상승하는 좋은 분위기를 타는게 정상입니다. 윤상현과 문채원은 호응 속에 순풍을 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타이틀롤인 윤은혜는 각종 논란과 비난에 모두 휩싸인 듯한 분위기입니다. 다들 잘하는데 홀로 죽을 쑤는 듯한 양상이죠. 과연 윤은혜는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논란과 비난에만 휩싸일 정도로 못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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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윤은혜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지적이 어떤 것들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발음과 발성에 대한 지적이 눈에 띕니다. 연기가 예전과 달라진 것 없이 똑같다는 비난도 있습니다. 재벌가 상속녀 캐릭터 표현이 전혀 설득력 없다는 지적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많이 보이는 비난은 연기가 밉상이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발음과 발성은 조금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재벌가 상속녀라는 거창한 캐릭터에 너무 힘을 실으려다 보니 발성이 경직된 듯한 인상을 줍니다. 간혹 거칠게 갈라지는 듯한 음색은 거북하게 들리기도 하더군요. 이 지적은 윤은혜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힘을 좀 뺄 필요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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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기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비난은 그다지 타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아가씨를 부탁해'의 강혜나는 지금까지 윤은혜가 연기했던 캐릭터와 확연히 구분됩니다. 윤은혜는 달라 보이기 위해서 힘이 잔뜩 들어간 인상까지 주고 있습니다. 확실히 달라 보입니다. 기존 윤은혜의 매력에 비해 생소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은 있을 수 있겠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비난은 수용하기 힘들 겁니다.

캐릭터 표현이 설득력 없다는 지적은 윤은혜에게 모아질 성격은 아닙니다. 작가가 캐릭터를 설정해 놓은 것을 바탕으로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죠. 작가는 재벌가 상속녀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강혜나에게 반영했다기보다 패리스 힐튼 같은 특수한 인물을 그렸기에 비현실적인 것이라 생각해야할 부분이죠. 게다가 강혜나는 꼴불견의 밉상 캐릭터입니다. 연기가 밉상이라는 비난은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칭찬이 될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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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를 부탁해'는 윤은혜에게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출연을 결정하고 2년 가까이 기다릴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거든요. 윤은혜가 '아가씨를 부탁해'(원래는 '레이디 캐슬'이었죠) 출연을 결정할 당시만 해도 편성이 불투명했습니다. 제작사인 이김프로덕션이 '쩐의 전쟁'의 고액 출연료를 놓고 박신양과 분쟁을 일으켰고, 제작사협회로부터 편성 금지 처분을 받았거든요.

'레이디 캐슬'은 MBC와 SBS에서 편성 거부됐고 KBS 편성 가능성도 희박했습니다. 연출자도 정할 수 없었고 당연히 나머지 연기자 캐스팅도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방송가 관계자들은 제작에 들어가기 힘든 드라마로 분류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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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윤은혜는 캐스팅을 번복하고 다른 작품을 찾아야할 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위상을 한껏 끌어올린 윤은혜는 지나치게 공백이 길어지는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윤은혜는 꿋꿋하게 '레이디 캐슬'을 지켰고 KBS 편성이 확정되며 '아가씨를 부탁해'로 제목이 바뀌는 과정을 기쁘게 지켜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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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혜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아가씨를 부탁해'에 2년 동안이나 집착한 이유가 뭐냐"고요. 대답은 "지금까지 연기자 윤은혜가 보여준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회고, 너무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답하더군요. 털털하고 보이시하면서 순수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윤은혜에게 여성적이고 무례한 강혜나는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여긴거죠.

또 물었습니다. "2년이나 기다리면서 제법 긴 공백이 불안하지 않았냐"는 질문이었죠. 윤은혜는 "기다리는 동안 즐거웠다"고 했습니다. "어떤 연출자와 함께 할 지, 어떤 동료 연기자와 호흡을 맞추게 될 지, 또 어떻게 강혜나를 연기할 지 머리속에 그려보는 것이 유쾌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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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물었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2년이나 허송세월한 게 아쉽지 않냐"고 물었죠. 윤은혜는 "허송세월하지 않았다"고 반응하더군요. 소속사에서 독립해 자신만의 기획사를 설립했고, 조이너스에 디자이너로 참여해 봄 여름 가을 겨울 4시즌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 '윤은혜 라인'을 탄생시키기도 했거든요. 사업가로, 디자이너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의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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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를 부탁해'의 방영 첫주가 지나면서 윤은혜는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는 성공에서 약간 소외된 인상을 받을 수 있거든요. 자칫 2년의 기다림이 헛된 것이었다고 생각하지나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더 큰 성공이 기대됩니다. 윤은혜도 더욱 훌륭한 연기력을 인정받을 기회는 충분합니다.      

2009/08/21 07:37 2009/08/21 0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