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사는 세상'의 노희경 작가와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노희경 작가 하면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선 최고의 드라마 작가로 인정받는 분이죠.
저도 노희경 작가를 최고라고 꼽아왔기에 인터뷰에 임하면서 매우 설렜습니다.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등 노희경 작가의 작품들에
느낀 감동도 남달랐기에 청해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노희경 작가와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에 깊게 남은 대목은 '상처'에 대한 부분입니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정서는 '상처'라고 생각해 왔거든요.
노희경 작가가 그려내는 '상처'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었고,
가슴 시리게 아프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로 가득했기에,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부분은 인터뷰만으로 감명 깊었습니다.

노희경 작가에게 던진 첫번째 질문은, '작품 속에 드러난 특별한 인간군상'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우리 주위의 사람들과 달라 보인다는 취지의 질문이었죠.
그래서 작품들이 하나 같이 특별하고, 폭넓은 대중성보다 마니아 요소가 강했다는
부분에 대해 노희경 작가의 생각을 청해 듣고 싶었건 것입니다.
대답은 "상처는 누구나 지니고 있다. 다만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였습니다.
결국 노희경 작가가 그려온 상처는 사람들이 지닌 보편적인 정서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평범함에 있는 특별함과 특별함에 있는 평범함을 그려낸다"는 조금은 어려운 설명도 곁들였죠.
노희경 작가는 스스로 상처가 많기에 상처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왜 나만 그럴까"라는 생각에서 "알고 보니 남들도 그렇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에 주목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상처의 긍정적인 부분을 찾기에, 더욱 인간적이고 행복할 수 있었던 것 같더군요.
그러나 더욱 가슴에 와 닿은 말은
"지금까지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상처를 반드시 치유해야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한층 편안한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하네요.
"상처는 그 자체로 긍정적일 수 있는 것"이라는 관조적인 마음이 됐다는 의미죠.
굳이 치유하지 않아도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 게 상처라는 이야기는
노희경 작가만의 철학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죠.
(사실 인터뷰 할 때에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감흥을 느꼈지만,
나중에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면서는 어렵다고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상처는 치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진 첫 작품이라고 합니다.
상처에 관조할 수 있다면 한층 가벼워지겠죠.
노희경 작가 작품 특유의,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무게감과 깊이가 조금 편안해질까요.
노희경 작가만의 무게감과 깊이에 감동을 느껴왔다면 아쉬울 수도 있을텐데요.
노희경 작가는 "잘못된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부도 했습니다.
"'깊다'의 반대 개념은 '얕다'이지 '가볍다'가 아니다"라면서요.
깊이는 있지만 가벼운 작품을 쓰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처음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서 무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희경 작가를 만나고 난 뒤엔 '무겁다'가 아니라 '깊다'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대신 편안한 '가벼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노희경 작가는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때때로 장난스러운 천진난만함도 발견할 수 있었고요.
그런 순수함이 있기에 상처에서 행복을 전해줄 수 있고,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도 놔둔 채로 더욱 행복한 글을 쓸 수 있는 거겠죠.
'그들이 사는 세상'의 시청률은 기대 만큼 높진 않습니다.
그러나 노희경 작가 특유의 언어로 소통하는 내용은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평가하기엔 너무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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