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선덕여왕'이 미실의 대권 도전으로 본격적인 정치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당초 대권 경쟁은 덕만공주와 미실이 내세우는 대리인의 대결 구도였는데, 미실이 직접 군주가 되겠다고 나서면서 덕만공주와 미실의 대결로 압축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잠시 대권 도전의 뜻을 밝혔던 김춘추는 덕만공주 휘하로 들어왔습니다. 차기 대권주자로 뜻을 잠시 보류해둔 양상이죠.

미실은 세종 미생 설원 하종 등 혈연 관계의 고위 귀족을 비롯한 신라 귀족 세력을 등에 업고 있습니다. 반면 덕만공주는 진평왕 김용춘 등 왕족과 김서현 김유신 등 가야 출신 귀족들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미실 세력이 강력합니다. 정면 대결을 통해서는 도저히 덕만공주에게 승산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덕만공주의 승리가 되죠. 역사는 선덕여왕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다면 덕만공주는 어떤 과정을 거쳐 대권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될까요. 아니 미실이 어떻게 대권 경쟁에서 패하는지를 관측해보는 게 더욱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현재 세력 구도를 놓고 볼 때엔 덕만공주의 승리보다 미실의 패배가 더 놀라운 일이 될테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방송에서 미실은 이른바 '미실의 난'을 통해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습니다. 치졸하고 비열한 계략을 동원해 덕만공주 세력을 뒤흔들었습니다. 군사 정변을 야기하는데 성공했고, 세종 시해를 조작해 덕만공주 세력을 완전히 궁지에 몰아넣었습니다. 완벽한 승리가 거의 목전에 보이는 상황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실은 패하겠죠.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미실이 무너지는 데엔 뭔가 내부적인 요인이 필연적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할 겁니다. 무너질 수 없는 장벽에 균열을 초래하는 요인.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는 요인 말입니다. 이를테면 미실의 아킬레스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역사상 기록을 놓고 볼 때 미실은 대권 경쟁에 뛰어든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덕여왕'의 전개는 전적으로 작가적 상상력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할겁니다. 우선 역사에 기록된 미실의 행보부터 살펴 볼까요. 아무리 작가적 상상력에 의해 드라마가 전개된다고 해도 역사적 기록에 어느 정도 근거하고 있을 테니까요.

미실에 대한 기록이 나온 사서는 화랑세기입니다. 화랑세기에도 미실이 대권에 도전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드라마 상에 나타난 '미실의 난' 역시 기록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칠숙과 석품의 난'이 기록돼 있습니다. 덕만공주의 왕위 등극에 반대한 귀족의 반란이었습니다. '선덕여왕'에선 칠숙과 석품의 난의 배후 조종 세력을 미실로 묘사해 오묘하게 변조한 듯 여겨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랑세기에 따르면 미실은 말년에 대권에 도전하기보다 유난히 유약했던 보종에게 많은 정성을 쏟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선덕여왕'에서 보종은 강인한 화랑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역사는 내성적이고 문학을 즐기는 연약한 사내로 그려지고 있거든요.

화랑 내에서도 도태될 가능성이 농후했던 보종은 미실의 정성 덕분에 김유신에 이어 풍월주에 오르게 됩니다. 보종이 풍월주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실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승이 됐다는 야사도 전해진다고 하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선덕여왕'으로 돌아와서. 이 같은 역사상 미실의 말년 기록에서 추측해볼 때 미실의 아킬레스건은 자식들을 비롯한 혈연 관계가 아닐까 추측 가능합니다. 남편인 세종과 그 사이에서 난 아들 하종, 정부 설원과 아들 보종, 거기에 남동생 미생. 피로 맺어진 끈끈한 관계지만 대권 획득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이들은 내부적 갈등 관계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특히 미실은 미실의 난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세종 시해 사건을 조작했습니다. 미실 캠프의 수장격인 세종을 희생양으로 삼는 거죠. 이는 세종과 설원의 갈등을 초래할 요인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세종은 미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만 하거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종과 설원은 김춘추의 혼례를 놓고 한차례 격돌한 일도 있습니다. 세종-하종 부자는 미실과 설원이 각별하게 마음이 통하는 사이임을 견제해왔습니다. 세종이 희생양이 되는 상황은 미실 캠프 내부 조직력에 균열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지왕과 정을 통해 낳은 숨겨진 아들 비담 또한 미실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습니다. 미실은 대권 도전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비담에게 상당한 정을 보입니다. 청유를 다녀오는 과정에서 미실과 비담은 다정한 모자지간이었습니다. "아들아" "어머니"라는 호칭만 없었을 뿐이지,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 채 대화를 나눴습니다.

미실은 대권 행보에 나서면서 비담을 보호하려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염종을 사주해 비담을 정변 현장에서 멀어지도록 했습니다. 이런 조치가 비담을 보호하려는 건지 아니면 강적인 비담의 개입을 막으려는 것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실은 실패 이후 카드로 비담을 염두에 두는 모습도 은연 중에 보여줬습니다. 아들을 보호하고, 왕위에 올리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담은 미실의 대권 도전에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추측됩니다. 현재 비담의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은 미실과 비담, 그리고 설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덕만공주 세력에서 사실을 알게 되면 엄청난 파워를 지닌 국면 전환용 카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지, 또 어떻게 알게 될 지가 '선덕여왕'의 최대 재미 요소 중 하나게 되겠죠. 누가 작가이더라도 미실과 덕만공주의 대권 대결에 비담의 존재를 활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또 한가지 미실의 아킬레스건을 꼽는다면 지나친 자신감을 들 수 있을 겁니다. 미실 또한 자식들과 혈연 관계들이 자신의 행보에 악영향을 미칠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그 이상의 혜안을 지닌 캐릭터거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에도 단도리에 소홀하다는 것은 자신감이 넘쳤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철녀 미실 또한 혈육의 정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어머니이자 아내인 여인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고요.

2009/10/21 06:37 2009/10/21 06:37
이번 주 '선덕여왕'은 색다른 구조로 시선을 떼기 어렵게 했습니다. 시청자에게 수수께끼를 던진 뒤 힌트를 암시하고 답을 알려주는 구조였습니다. 긴박감 넘치는 미스터리 구조로 시청자에게 퍼즐을 풀어가는 재미를 전해줬습니다.

12회 김춘추(유승호)가 덕만공주(이요원)에게 귓속말을 건네고, 김유신(엄태웅)이 덕만공주에게 "두번째 가능성은…"이라고 말을 흐리면서 퀴즈가 던져졌습니다. 방송을 보는 내내 내용을 짐작하느라 머리를 굴렸고 정답은 '미실(고현정)이 김춘추에게 당했다'였습니다. 김춘추가 미실을 이용했다는 이야기였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13회엔 과연 미실이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지는가에 포커스가 맞춰졌습니다. 김춘추의 전략에 의해 세종(독고영재)과 설원(전노민) 미실 세력 양대축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지만 미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졸립다"며 잠만 자다가 비담(김남길)과 칠숙(안길강)만 데리고 산책을 떠났죠. 마치 더이상 속세에 미련이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실은 비담과 밀담을 나눴습니다. 두 사람은 이제 서로 모자지간임을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정이 은연중에 묻어 나오는 대화였습니다. 미실은 "하찮은 황후의 꿈을 꿨다"고 한탄했고, 비담은 그런 미실에게 "내가 천하를 얻겠다"며 꿈을 접을 것을 종용했습니다. 오히려 미실은 "내가 나서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 중 비담의 "저니까요"와 미실의 "나니까"는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실은 마침내 진정한 꿈을 꾸게 됐습니다. 이전에 덕만공주는 수하들에게 군주가 되겠다는 뜻을 밝히며 "미실은 꿈꾸지 않기에 왕이 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미실이 마침내 꿈을 꾸기 시작했죠. '선덕여왕'의 대권 다툼이 진정한 거대 세력의 빅뱅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현상은 덕만공주와 춘추의 치밀한 지략의 향방입니다. 춘추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교묘한 지략을 만들어냈습니다. 미생(정웅인) 등 미실 세력은 김춘추에게 깜빡 속아넘어갔습니다. 미실도 당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춘추는 미실을 도와준 결과가 됐습니다. 화백회의에서 선언한 '골품제 부정'은 미실 스스로 쌓아뒀던 벽을 무너뜨려준 결과가 됐거든요.

덕만공주도 착실하게 미실에게 잽을 날리며 힘을 쌓아갔습니다. 스스로 부군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신라 최초 여왕 탄생을 예고했습니다. 황후를 꿈꿨던 미실에 비해 한발짝 더 나아가며 미실 제압에 성공한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미실 스스로 쌓아둔 벽을 허물어준 결과가 됐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동안 미실은 골품제라는 신분상의 제약에 여자라는 한계에 갇혀 감히 왕의 꿈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덕만공주가 갖은 공을 들여 여인임에도 왕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성골이 아닌 김춘추가 골품제의 벽을 깨고 왕이 되겠다고 선언하자 한계를 넘어설 각오를 다지게 됐습니다.

결국 덕만이 힘을 쏟고 김춘추가 지략을 발휘한 것은 미실을 위한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세 세력의 대권 대결에선 세력과 능력을 지닌 미실이 한발 앞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거든요. 결과적으로 덕만공주와 김춘추는 미실의 손바닥 위에서 논 셈이 됐습니다.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말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실은 과연 왕이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겠죠. 역사는 분명히 덕만공주가 선덕여왕으로 등극한다고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드라마에서일지라도 미실이 왕이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덕만공주는 어떻게 미실이라는 막강한 세력을 무너뜨리고 왕위에 오를 수 있을까요. 그 점이 '선덕여왕'의 향후 최대 흥미 포인트가 될 겁니다. 왠지 걷잡을 수 없이 벌려 놓은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는데요. 이 또한 하나의 퍼즐 풀기의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서 한가지 더. 미실이 여왕 등극을 꿈꾸는 과정에서 또 한명의 거인이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인 비담입니다. 미실은 스스로 벽을 깬 동시에 아들 역시 벽을 깨도록 했습니다. 비담은 미실 덕만공주 김춘추에 이어 또하나의 거대 세력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덕만공주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분위기네요.      
2009/10/14 11:48 2009/10/14 11:48
요즘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월·화요일 밤 10시입니다. '선덕여왕' 방송하는 시간이죠. 요즘엔 특별히 기대하고 보게 되는 드라마가 없어서인지 '선덕여왕'을 기다려 챙겨보게 되고 있습니다. 14일부터 '아이리스'가 시작하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월화수목 밤 10시가 연속해서 기다려질 지 어떨지요.

'선덕여왕'의 장점은 매주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전체적으로 큰 흐름을 지닌 전개를 이어가면서도 매주 한가지씩 관심을 고조시키는 주제로 다음주로 관심을 이어가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엔 귀족들의 매점매석을 통쾌하게 분쇄하는 덕만의 기지가 특별 이벤트였습니다. 말미에 덕만의 여왕 등극 선언을 이번주 이벤트로 넘겨둔 분위기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주 덕만은 왕위를 이을 부마를 추천하는 어전회의에서 "혼인을 않겠다. 내 스스로 부군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동안 마음 속에 품어뒀던 큰 뜻을 마침내 정식으로 선포한 순간이었습니다. 왕실과 조정은 패닉 상태에 접어든 분위기였습니다. 미생 하종 등 미실파 인사들은 물론이고, 김춘추 염종 등 파벌이 모호한 인사들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덕만파의 비담도 부정적인 태도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반응은 칠숙의 반응이었죠. 피식 웃음을 지었습니다.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면서도 뭔가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암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쨌든 덕만의 여왕 등극 선언은 향후 '선덕여왕'의 전개에 핵심 화두가 됐습니다. 덕만이 신라 사회 전반의 반대를 극복하는 과정은 이번 주의 특별 이벤트가 되기도 하겠죠. 예전처럼 스피디하게 펼쳐 보일 수 있을 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다면 과연 신라 사회에서 여왕 등극 선언은 그토록 경악할 만한 일이었을까요. 이 부분은 역사에 명확하게 기록돼 있지 않았기에 드라마에서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기 좋은 대목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당시 정황에 비춰 추측해볼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그려진 것처럼 신라 사회 전반이 기함하고 어이없다고 덕만의 웅지를 폄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우선 골품제도 아래에서 덕만의 신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덕만은 성골입니다. 신라의 왕위는 성골만이 계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성골남진(聖骨男盡)의 상황에서 왕위 계승 최고 우선 순위는 덕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시 성골의 위상은 진평왕 부부의 이름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진평왕 부부의 이름은 백정과 마야입니다. 석가모니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과 일치합니다. 당시 성골의 지위가 석가모니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죠. 신라의 국가 종교가 불교임을 놓고 볼 때 성골의 지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성골인 덕만의 여왕 등극은 최선은 아니더라도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신라 사회는 여성의 지위가 대단히 높았던 것으로 기록에 남아있습니다. 우선 당장 미실이라는 걸출한 여성 지도자가 신라 조정을 장악하고 있었던 점도 여성의 지위가 높았던 점을 반영하는 대목입니다. 미실은 사실상 왕보다 더 강한 권력을 지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른 예를 찾아본다면. 화랑도의 전신인 원화의 수령이 여성이었던 점도 그렇고, 신라의 대표적인 문화 행사인 길쌈의 중심인물도 여성이었습니다. 건국 초기 왕비들 중에 국신으로 숭배되는 인물들도 있었습니다. 왕보다 더 높은 지위를 인정받았던 여인들이 있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 사회상에서 여왕의 탄생은 그다지 무리한 일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선덕여왕' 덕만의 여왕 등극 선언에 경악하는 신라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남존여비사상의 근원이 된 유교적 사고 방식을 신라 사회에 투영한 게 아닐까 여겨집니다. 그러나 당시 신라 사회에 유교 사상은 그다지 자리 잡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드라마상의 기함하는 반응은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 정도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쨌든 덕만이 새로운 숙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이요원의 건강이 많이 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안타깝네요. 종영까지 2개월 가까이 남았는데 건강 관리 잘하면서 잘 마무리하길 기원합니다.
2009/10/12 07:37 2009/10/12 07:37

문채원은 참 묘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단아하고 고전적인 미모가 돋보이는 한편으로, 서구적인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참하고 선한 인상이지만 어딘지 요부의 느낌을 숨긴 듯한 야누스적인 이미지의 소유자입니다. 나른한 음색은 몽환적인 매력을 풍기기도 하죠. 화면상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실제로 보면 더욱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그런 묘한 매력 덕분인지 문채원은 출연작에서 여주인공의 매력을 오묘하게 제압하는 마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 '찬란한 유산'의 한효주, '아가씨를 부탁해'의 윤은혜 등을 은은하게 감싸며 이들 못지않은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문채원은 아직 원톱 여주인공을 하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원톱 주인공을 위협하기엔 충분한 위상을 확보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문채원은 매력의 차원에서는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연기자로서 아우라의 측면에서 있어서는 스스로 높은 벽을 세워 버린 듯한 인상입니다. 외사랑이라는 벽입니다. '바람의 화원' 이후 연이어 연기한 외사랑 캐릭터가 답습 그 이상의 어떤한 의미도 부여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매력이라는 외양은 부쩍 성장했지만, 캐릭터 표현은 제자리 걸음을 한 듯하다고 할까요.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문채원의 '아가씨를 부탁해' 출연은 현명했다고는 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자칫 캐릭터가 고정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출연했겠지만 성적이 전만 못한 점이 첫번째 아쉬움이 될 겁니다. 또한 이전 출연작에서 보여줬던 외사랑 캐릭터와 달리 표현하려는 욕심 때문인지 캐릭터가 모호해지는 아쉬움도 남겼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채원 스스로 더욱 아쉬움을 느낄만한 요소도 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문채원의 캐릭터는 외사랑에 연연하는 캐릭터는 아니었거든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윤상현을 좋아하긴 하지만 짝사랑에 함몰되기보다 자신의 삶을 씩씩하게 개척하는 캐릭터로 설정돼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문채원은 이미 두차례나 외사랑 캐릭터를 연기했기에 또다시 외사랑 캐릭터를 선택하고 싶어하진 않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가씨를 부탁해'는 '찬란한 유산' 종영 직후에 촬영에 들어가야 했죠.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유사 성격의 배역을 연기하고 싶은 배우는 없습니다. 외사랑 상황임에도 이를 씩씩하게 이겨나가는 캐릭터이기에 선뜻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초반부엔 기획 단계의 캐릭터로 그려졌습니다. 문채원의 입장에선 만족할 만했을 겁니다. 그러나 왠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동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윤은혜와 윤상현의 멜로 구도가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문채원이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완전히 따로 노는 모양새가 되거든요. 결국 문채원은 서서히 외사랑 캐릭터가 될 수밖에 없었고 '찬란한 유산'의 재탕을 향해 가야 했습니다.

어찌보면 결과가 보이는 선택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를 피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해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피하기 힘든 상황이었죠. 차라리 독하게 외사랑에 흠뻑 빠졌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죠. 그런 의미에서 '아가씨를 부탁해'의 외사랑은 문채원에겐 유리 같은 장벽이었다고 봐도 되겠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문채원은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점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다만 '찬란한 유산'의 기세를 충분히 이어갔다면 단순히 가능성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엄청난 성장을 했을 거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문채원은 한번 주춤하는 것으로 기세가 꺾이지 않을 재능을 지녔습니다. 계속 달리기만 하면 숨가쁠 수 있을테니 속도를 약간 조절했다고 보는 게 어떨까 생각됩니다.

2009/10/08 07:37 2009/10/08 07:37
출연료 미지급으로 인해 방송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전망입니다. 송선미·정성환·유태준·황지현 등 '녹색마차'의 출연진 대부분이 출연료를 받지 못한 끝에 촬영 거부 단체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녹색마차'는 10월 2일 종영 예정으로 방송은 1주일 정도 남은 상태입니다. 연기자 파업으로 마지막 1주일치 방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제작사와 방송사가 촬영 재개를 위해 연기자를 설득하고 있지만, 출연료 지급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촬영 재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결방은 불가피한 상황이죠. 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맞게 된 것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연기자들이 촬영 거부 단체 행동에 들어간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영을 눈앞에 둔 시점이라는 점이죠. 출연진 입장에선 두가지 면에서 의미를 지닌 시기입니다. 첫번째로는 종영이라는 상징적인 시기를 막는다는 의미입니다. '유종의 미'라는 개념이 한국 사회에서 지니는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강력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더 중요한 의미는 연기자들의 절박함을 대변하는 시기라는 점입니다. 일단 종영되고 나면 출연료를 받을 길이 더욱 막막해지기에 종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단체 행동에 들어간 거죠. 촬영을 끝내 어찌어찌 종영을 하게 되면 방송사나 제작사는 아무래도 한숨을 돌리게 되겠죠. 출연료 지급 사안이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거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제로 10여편의 종영 드라마 출연료가 미지급된 상태고 출연 연기자가 출연료를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황인 점은 '녹색마차' 출연진의 막판 단체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제작사 도산 등의 이유로 출연료가 끝끝내 미지급된 드라마도 여러 편 있는 실정이거든요.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모름지기 드라마 제작사는 출연료를 포함한 제작비를 갖춘 상태에서 제작에 들어가야 할텐데요. 어쩌다가 출연료도 못주는 제작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일이 이토록 빈번할까요. 한국 드라마의 왜곡된 구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선 드라마를 제작하면 무조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겁니다. 드라마 제작비는 급등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사에서 제작사에 지급하는 제작비는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삭감됐죠. 방송사 지원 제작비는 실질 제작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제작사들은 간접광고와 협찬, 기업의 제작지원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합니다. 판권 수출과 판매도 부족분을 메우는 하나의 방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지갑을 닫았습니다. 제작지원과 간접광고 시장이 극도로 위축됐습니다. 한류가 시들해지면서 해외 수출도 부진한 상황이 됐죠. 결국 제작사 입장에선 모든 재원을 다 합쳐도 실질 제작비에 훨씬 못미치는 돈으로 드라마를 제작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연기자 출연료와 촬영 스태프 인건비 등의 지급을 미루는 일이 계속되는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기에 악순환이 또하나의 문제점이 됩니다. 제작사들이 다음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받은 제작비를 앞선 드라마의 출연료로 지급하는 악순환이죠.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막는다고 할까요. 쉬지 않고 드라마를 제작해서 자금이 순조롭게 순환한다면 그럭저럭 운영은 되겠죠.

그러다가 대박이라도 터트리면 수지를 맞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마이너스가 누적되다 보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피해는 연기자와 촬영 스태프가 고스란히 떠앉고 있는 구조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결책은 있을까요. 구조적인 모순이다 보니 구조를 뜯어 고치지 않는 한 뾰족한 해결책은 없어 보입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거죠. 적절한 제작비를 갖춘 제작사를 선별해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거나. 방송사의 제작비 지원 규모를 현실화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겁니다. 출연료나 인건비는 생계에 직결되는 부분이니 방송사 차원에서 지급 보증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안들이 지금까지 전혀 고려되지 않았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무수히 논의된 방안일 겁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건 한국 드라마의 구조적 모순이 뜯어고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즐거워 합니다. 요즘 드라마는 특히 화려하죠. 하지만 그 이면엔 생계를 걱정하며 눈물 짓는 사람들도 다수 있습니다. 화려함 이면의 어두움이라고 할까요.
2009/09/25 13:20 2009/09/25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