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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1이동현역사 왜곡 우려 남기는 '천추태후', 사극의 한계인가(30)
'천추태후'는 2009년 초반 가장 관심을 모으는 드라마 중 하나일겁니다. 첫방송에서 채시라가 연기하는 여전사 천추태후의 모습이 화제가 된 이후 어린 시절 천추태후 김소은의 호연이 이어지면서 시청자의 눈길을 확실히 사로잡고 있습니다. 천추태후의 어린 시절이 다뤄지는 요즘에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폭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종 최철호의 광기어린 연기와, 황보수 황보설 자매의 운명 그리고 황주원군 왕치를 둘러싼 권력세력의 왕위 옹립 움직임 등입니다. 과연 황보수는 어떤 과정을 거쳐 천추태후가 되는지와 왕치가 어떤 시련을 극복하며 왕위에 오르는가 여부죠. 또한 경주원군 왕욱과 황보설에 사랑에 대한 부분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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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태후'는 일반 대중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고려 초기 역사를 다룹니다.
전개 과정이 어찌되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낼 법합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예측이 가능합니다.
저 역시 보면서 궁금증이 생겨서 당시 역사를 조금 공부해봤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움이 생겨나더군요. 알려진 역사와는 많이 다른 점을 발견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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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광기어린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경종에 대한 부분입니다.
'천추태후'에서 경종은 폭군 중에 폭군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조금 다르게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선왕 광종이 호족 세력을 탄압 축출하는 폭군이었던 탓에 경종은 견제를 많이 받았습니다.
복잡한 혼인 관계로 얽히고 설킨 왕족과 호족들의 견제 속에 극도로 위축된 왕이었습니다.
전시과를 시행하는 등 정치적 업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견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습니다.
결국 주색에 빠져 연회를 즐기는데 전념한 유약한 군주였다는 게 일반적인 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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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태후와 김치양 강조 강감찬 등 주위 인물의 관계도 드라마와 역사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선 천추태후와 김치양(김석훈)의 관계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상당히 애틋한 관계입니다.
그러나 역사에선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우월했습니다.
천추태후는 경종의 비가 된 뒤 오빠인 성종에 이어 아들을 목종에 즉위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집권 세력이 되서 천추태후로 군림했습니다.
김치양은 그무렵 천추태후의 연인으로 엄청난 권세를 휘두르는 인물로 알려졌네요.
승려라는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만, 하나의 설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천추태후가 김치양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왕위에 올리려 했다고도 하네요.
어찌보면 김치양은 반역 세력으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천추태후와 김치양은 고려 초기 부정적인 권력세력의 대표자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천추태후'에서처럼 위대한 정치가들은 아니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는 의미죠.

강조(최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극중에선 천추태후에 대한 사랑을 품고 사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극단적인 대립 관계를 형성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추태후와 김치양이 조정을 왜곡시킬 때 이들을 몰아낸 인물이 강조였던 것입니다.
결국 천추태후는 강조에 의해 실각하고, 김치양은 죽음을 당한다고 알려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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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천추태후'는 기존에 알려진 역사에 대해 180도 다른 해석을 하는 작품 같습니다.
기본 설정에서부터 역사 왜곡에 대한 지적을 각오하고 있어야 하는 셈입니다.
물론 역사는 승자에 의한 해석이 정사로 기록돼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천추태후는 결과적으로는 패배자였기에 역사에선 불리하게 다뤄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를 통한 재해석은 의미있는 작업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왜곡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많이 있어보입니다.

사극은 항상 역사 왜곡의 여부를 놓고 논란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물론 사극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이기에 어느 정도의 각색은 용인되야 할겁니다.
그렇지만 '천추태후'처럼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다룰 경우엔 조심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진짜 역사로 여길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극은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의미를 지닌 장르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천추태후'는 조심스럽게 전개해나가야 하는 작품일겁니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해석은 달리 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정보 만큼은 정확하게 다뤄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드라마이니만큼 최고의 미덕은 극적인 재미에 있다고 해도 부정할 순 없습니다.
그런데 보면서 매번 진짜 역사는 어땠나 확인하면서 보는 건 너무 힘들 지 않을까요.
 

2009/01/11 13:12 2009/01/11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