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속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거의 한달 동안 이 순간을 기대해왔고, 어떻게 그려질지 나름대로 상상해왔건만. 막상 고대했던 순간은 기대와 영 다른 방향을 향했습니다. 지금까지 숨 막힐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졌던 전개를 고려하며 기대에 부풀어 상상력을 발휘했던 게, 어쩌면 헛된 망상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선덕여왕'의 하이라이트인 미실의 죽음에 대한 단상입니다. 그렇다고 실망했다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아쉬움도 컸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해야하는 건지. 아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많았지만 선뜻 수저가 향하는 음식들은 아니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화려했지만 정곡을 짚어주는 감흥을 빗겨간 겉치레라는 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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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스스로 죽음을 택했습니다. 결코 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철의 여인이었지만 스스로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틀림없이 승리할 수 있는 필승의 수가 눈앞에 있었지만 패배를 택했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신라를 지키기 위해 어렵게 찾아냈던 꿈을 버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 미실을 향해, 덕만은 "잠깐이나마 미실에게서 왕의 모습을 봤다"는 감동 어린 찬사를 보냈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흐트러지지 않았고, 아들의 눈물 앞에서도 강인함을 잃지 않은 채 강렬한 교훈을 남긴 미실은 감동적이어야 했습니다. 음악과 분위기 등 감동을 쥐어짜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았습니다. 지나친 비약으로 작위적인 결말에 이른 듯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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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성에서 내전을 준비할 때까지 미실은 분명 신라의 주인이고자 했습니다. 덕만공주가 합종이라는 최후 통첩을 할 때까지도 미실은 신라의 주인이 되려는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주인의 꿈은 버리고 후계자를 키우라"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한 덕만공주에게 따끔한 훈계를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얼마 뒤 미실에겐 꿈에 다가갈 확실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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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실은 단번에 마음을 뒤집었습니다. 꿈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시대의 거인다운 장엄한 죽음이긴 했습니다만. 전개 과정을 돌아볼 때 설득력은 떨어지는 파국이었습니다. 미실에겐 여전히 많은 선택이 있었고, 시간은 여전히 미실에게 우호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신라 전체로 놓고 볼 때 미실을 지지하는 세력이 더 많은 상황이었거든요.

어쩌면 미실이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실의 지지 세력들 중에도 그동안 미실이 굳건하게 유지했던 대의를 저버린 채 왕위에 욕심을 내는 점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있었거든요. 얼마 전 공개됐던 다섯가지 시나리오 중엔 그런 이유에 의한 죽음도 있었습니다. 아들로 인정받지 못한 비담도 암살자의 여지가 있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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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미실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고 비약적으로 여겨지는 자살을 택한 데엔 그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해져버린 미실의 카리스마에 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창조자, 즉 작가마저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미실의 카리스마죠. 동시에 미실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고현정의 카리스마이기도 합니다.

당초 기획 단계에는 미실은 비담에 의해 죽음을 맞는 설정이었던 것이 유력했습니다. 버려진 아들이 어머니에게 복수하고, 어머니는 정을 주지 못한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며 아들로 하여금 꿈을 대신 이루도록 당부하는 설정이었죠. 죽는 순간에 아껴뒀던 정을 표현하는 어머니를 보며 아들 비담이 왕에 대한 꿈을 품고 덕만공주와 대립하는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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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이 미실을 죽이는 것도 하나의 설정으로 검토됐습니다. 설원은 진흥왕으로부터 '대의를 위해 미실을 척살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를 어기고 미실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도록 도운 인물입니다. 그동안 대의를 지켰던 미실이 대의명분을 저버리고 폭주하는 양상을 보이자 진흥왕의 명령을 뒤늦게나마 지킨다는 설정입니다. 이때 설원은 자결로 미실과 함께 하게 되죠.

어떤 식이든 미실이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면 그동안 신에 가까울 정도였던 미실의 카리스마가 너무 허망하게 무너지게 됩니다. 어울리지 않는 죽음이죠. 작가 입장에서는 사실상 신과 다름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었던 미실을 인간이 죽이도록 하는 것을 감히 생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다소간의 비약이 있더라도 스스로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게 적절한 예우라고 여겼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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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선덕여왕'의 창조자는 미실을 너무 거대하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게 만든 탓에 죽음에 대한 선택권마저도 캐릭터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은 거죠.

다만 너무 미화시켜 아름다운 죽음으로 만든 점은 옥에 티였습니다. 미화의 과정이 너무 급박한 나머지 어느 정도 뜬금없다는 인상을 남겼거든요. 전개 과정에서 화려한 기교로 기대감을 높인 점에 비하면 이를 수습할 내공은 부족했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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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중요한 것은 2009년 가장 멋진 캐릭터가 퇴장했다는 점입니다. 가장 멋진 드라마가 퇴장했음에도 '선덕여왕'은 아직 갈 길이 제법 멀다는 점입니다. 과연 작가는 어떻게 수습할까요. 너무 거대했던 미실의 빈자리인 만큼 채워넣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보입니다. 기교만으로 채우기엔 너무 빈자리가 크거든요. 그만한 내공이 있을지 주목됩니다.  

 
2009/11/11 06:37 2009/11/11 06:37
'선덕여왕'이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미실이 쿠데타를 일으켜 진평왕 연금 및 위국령 선포로 신라 조정을 장악하면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속절없이 밀리기만 하던 덕만공주 세력이 힘겹게 탈출에 성공하고 반격의 기회를 찾아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미실의 쿠데타가 마침내 끝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2일 방송된 '선덕여왕'에선 미실이 당나라 사신에 맞서 강한 여걸의 모습을 보여주며 멋진 인상을 남겼습니다. 미실이 이대로 신라의 여왕이 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유발하는 대목이었죠. 어쨌든 역사는 선덕여왕을 기록하고 있고, '선덕여왕'이 역사와 동떨어진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미실을 여왕으로 등극시키는 파격을 발휘하긴 어려울 겁니다. 미실은 쓰러져가는 시대의 거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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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의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면 미실은 몰락할 운명입니다. 미실을 연기하는 고현정의 출연 계약이 11일 방영분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미실은 그 무렵 죽음을 맞고 퇴장하게 되겠죠. 과연 미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지가 현재 '선덕여왕'의 최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시청자들도 가장 궁금하게 생각할테고, 기자들 또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갈해주기 위해 알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덕여왕' 제작진은 연기자와 스태프의 입단속을 하며 내용에 대한 사전 유출을 방비하고 있습니다. 실제 역사상으로, 아니 실제 역사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화랑세기'라는 역사서에 따르면 미실은 어느 정도 천수를 다한 뒤 병으로 죽는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상에선 쿠데타 실패 이후 드라마틱한 죽음을 맞을 겁니다. 어찌 죽을 지는 모르지만 병사는 아닐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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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를 썼다가 한 독자분에게 준엄한 질타를 받았습니다. 미실 죽음 시기에 대한 문제였죠. 저는 미실이 선덕여왕 등극 이후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독자분은 '화랑세기'의 기록에 근거해 미실은 선덕여왕 등극 25년전에 이미 세상을 등졌다고 알려오셨습니다. 아차 싶어서 '화랑세기'의 기록들을 살펴 봤더니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상에서 미실의 쿠데타가 펼쳐지는 시점에서 이미 미실은 세상 사람이 아니어야 했다는 역사서의 기록입니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미실은 607년 약 70세 언저리의 나이에 병사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이 때 덕만공주는 20세 정도고, 덕만공주 세력의 핵심인 김유신은 12세입니다. 덕만공주와 힘을 합친 김춘추는 5세 정도의 소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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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의 덕만공주야 그렇다 쳐도 12세 김유신과 5세 김춘추가 미실 세력에 앞장서서 맞서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네요. 사실 드라마상의 미실의 쿠데타는 역사 상으로는 칠숙과 석품의 난을 활용 각색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여왕 등극에 반대하는 귀족 세력의 반란으로 칠숙과 석품의 반란을 진압한 뒤 덕만공주는 선덕여왕이 되거든요. 그런데 칠숙과 석품의 난은 631년에 벌어진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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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드라마 상에서 미실의 쿠데타가 일어날 시점에 실제 미실은 이미 별세한 상황이라는 역사적 해석이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덕만공주는 유령을 상대로 힘겨운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 될 수도 있겠고요. '삼국지'의 유명한 대목인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제압한다'는 상황이 고스란히 '선덕여왕'에서 재현되는 셈이죠. 죽은 미실이 산 덕만공주를 괴롭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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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미실 세력의 중심 인물인 동생 미생 역시 미실과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덕만공주의 강적인 미생 역시 유령인 셈이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춘추 미실과 미생이 죽을 무렵 유아기였죠. 예전에 극중에서 미생은 김춘추를 수행하며 기방을 드나들었는데 코흘리개를 모시고 기방을 다닌 셈이네요. 요즘 같아서는 미성년자보호법에 크게 위반돼 철창 신세를 지고도 남을 일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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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이 역사를 상당히 도외시하고 전개되고 있긴 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역사왜곡의 도가 지나쳤다고도 지적할 수 있죠. 실제로 많은 지적이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번 포스팅이 '선덕여왕'의 역사왜곡을 지적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저도 푹 빠져 재미있게 보고 있으니 지적할 자격이 없죠. 그저 실제 역사와 비교하니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있더라 정도입니다.
2009/11/03 11:12 2009/11/03 11:12
이번 주 '선덕여왕'은 색다른 구조로 시선을 떼기 어렵게 했습니다. 시청자에게 수수께끼를 던진 뒤 힌트를 암시하고 답을 알려주는 구조였습니다. 긴박감 넘치는 미스터리 구조로 시청자에게 퍼즐을 풀어가는 재미를 전해줬습니다.

12회 김춘추(유승호)가 덕만공주(이요원)에게 귓속말을 건네고, 김유신(엄태웅)이 덕만공주에게 "두번째 가능성은…"이라고 말을 흐리면서 퀴즈가 던져졌습니다. 방송을 보는 내내 내용을 짐작하느라 머리를 굴렸고 정답은 '미실(고현정)이 김춘추에게 당했다'였습니다. 김춘추가 미실을 이용했다는 이야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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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엔 과연 미실이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지는가에 포커스가 맞춰졌습니다. 김춘추의 전략에 의해 세종(독고영재)과 설원(전노민) 미실 세력 양대축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지만 미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졸립다"며 잠만 자다가 비담(김남길)과 칠숙(안길강)만 데리고 산책을 떠났죠. 마치 더이상 속세에 미련이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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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비담과 밀담을 나눴습니다. 두 사람은 이제 서로 모자지간임을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정이 은연중에 묻어 나오는 대화였습니다. 미실은 "하찮은 황후의 꿈을 꿨다"고 한탄했고, 비담은 그런 미실에게 "내가 천하를 얻겠다"며 꿈을 접을 것을 종용했습니다. 오히려 미실은 "내가 나서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 중 비담의 "저니까요"와 미실의 "나니까"는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실은 마침내 진정한 꿈을 꾸게 됐습니다. 이전에 덕만공주는 수하들에게 군주가 되겠다는 뜻을 밝히며 "미실은 꿈꾸지 않기에 왕이 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미실이 마침내 꿈을 꾸기 시작했죠. '선덕여왕'의 대권 다툼이 진정한 거대 세력의 빅뱅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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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현상은 덕만공주와 춘추의 치밀한 지략의 향방입니다. 춘추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교묘한 지략을 만들어냈습니다. 미생(정웅인) 등 미실 세력은 김춘추에게 깜빡 속아넘어갔습니다. 미실도 당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춘추는 미실을 도와준 결과가 됐습니다. 화백회의에서 선언한 '골품제 부정'은 미실 스스로 쌓아뒀던 벽을 무너뜨려준 결과가 됐거든요.

덕만공주도 착실하게 미실에게 잽을 날리며 힘을 쌓아갔습니다. 스스로 부군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신라 최초 여왕 탄생을 예고했습니다. 황후를 꿈꿨던 미실에 비해 한발짝 더 나아가며 미실 제압에 성공한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미실 스스로 쌓아둔 벽을 허물어준 결과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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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실은 골품제라는 신분상의 제약에 여자라는 한계에 갇혀 감히 왕의 꿈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덕만공주가 갖은 공을 들여 여인임에도 왕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성골이 아닌 김춘추가 골품제의 벽을 깨고 왕이 되겠다고 선언하자 한계를 넘어설 각오를 다지게 됐습니다.

결국 덕만이 힘을 쏟고 김춘추가 지략을 발휘한 것은 미실을 위한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세 세력의 대권 대결에선 세력과 능력을 지닌 미실이 한발 앞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거든요. 결과적으로 덕만공주와 김춘추는 미실의 손바닥 위에서 논 셈이 됐습니다.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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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과연 왕이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겠죠. 역사는 분명히 덕만공주가 선덕여왕으로 등극한다고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드라마에서일지라도 미실이 왕이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덕만공주는 어떻게 미실이라는 막강한 세력을 무너뜨리고 왕위에 오를 수 있을까요. 그 점이 '선덕여왕'의 향후 최대 흥미 포인트가 될 겁니다. 왠지 걷잡을 수 없이 벌려 놓은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는데요. 이 또한 하나의 퍼즐 풀기의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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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가지 더. 미실이 여왕 등극을 꿈꾸는 과정에서 또 한명의 거인이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인 비담입니다. 미실은 스스로 벽을 깬 동시에 아들 역시 벽을 깨도록 했습니다. 비담은 미실 덕만공주 김춘추에 이어 또하나의 거대 세력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덕만공주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분위기네요.      
2009/10/14 11:48 2009/10/14 11:48
안방극장 여걸 카리스마의 대표 주자는 역시 '선덕여왕'의 미실 고현정입니다. 여왕 등극을 선언한 덕만공주 이요원이 새롭게 카리스마 여걸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미실에 대적하기엔 다소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아직 덕만의 내공이 노회한 고수 미실에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이요원의 매력이 고현정에 못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고현정의 카리스마는 '선덕여왕'의 미실로 인해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고현정은 14년전에도 상당한 카리스마를 과시한 적 있습니다. 전국민의 귀가시계로 불렸던 '모래시계'에서였죠. 고현정은 카지노 사업가 윤혜린을 연기하며 여걸의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14년이 지난 뒤 미실로 등장해 다시금 카리스마를 과시하고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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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미실과 1995년의 윤혜린의 카리스마를 비교해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작업이겠죠. '모래시계'의 윤혜린은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카리스마를 선보인 캐릭터였습니다. 입체적인 인물인 점에서 매력을 극대화했죠. 초지일관 강렬한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미실이 힘의 카리스마라면, 윤혜린은 기교의 카리스마라고 봐도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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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계를 14년 전으로 돌려서 풋풋했던 고현정의 매력을 다시금 돌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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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초반부에 고현정은 풋풋한 여대생의 모습이었습니다. 1995년이면 고현정은 24살 때로 연기자로서는 신인에 불과하던 시절이었죠. 상큼한 미모가 돋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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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머리로 풋풋한 매력을 과시했습니다. 한편으로 사회를 바꾸려는 정의감으로 가득찬 운동권 여대생이었습니다. 남학생들을 주도하는, 마치 잔다르크 같은 카리스마를 과시했습니다. 어딘지 거친 야생매 같은 느낌도 조금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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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수 역의 최민수와 함께 하는 모습에서는 앳된 여대생의 매력을 물씬 풍깁니다. 윤혜린은 태수와 사랑을 위해 사회운동가로서의 길을 포기하게 됩니다.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어 사업가로서 카리스마를 선보이게 된 계기는 결국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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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최민수와 고현정이 달동네 집에서 함께 빨래를 하다가 물장난을 치는 장면이죠. 가난한 연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주는 명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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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에서 고현정의 곁을 지키는 또하나의 남자로 돋보였던 인물은 보디가드 백재희 역의 이정재입니다. 과묵한 포스로 대단한 매력을 과시했죠. 검도 붐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고현정의 미모가 상당히 망가져 있네요. 이정재는 말도 못할 정도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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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과 최민수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현정입니다. 처연한 매력이 엿보이죠. 당시 저는 박상원이 참 안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고현정이 뭐가 아쉬워서 깡패와 사랑하나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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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지키기 위해 비장해진 윤혜련입니다. 짧은 머리가 인상적이죠. 한결 강렬해 보입니다. 이 장면에서 명대사가 나옵니다. "모래시계 어쩌고 저쩌고"하는 대사였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죄송. 기억나시는 분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 후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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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으로 가득한 사업가의 풍모가 느껴지는 결연한 모습이죠. 강인한 카리스마가 엿보입니다. 미실에게서 능숙하고 노련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면, 이 무렵 혜련에게선 순수한 열정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네요. 연기를 놓고 보면 미실 고현정이 능수능란하다면, 혜련 고현정에게선 설익은 듯한 신선함이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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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노련한 매력도 과시했습니다. 14년전에 이미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니... 노련하고 능수능란한 미실의 카리스마는 14년전부터 갖춰진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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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사업에 뛰어든 혜련이 어둠의 세계를 평정한 태수와 카리스마를 겨루는 장면입니다. 불꽃이 튀죠. 최민수는 카리스마고, 카리스마는 곧 최민수인데. 고현정도 그에 못지 않네요. 만약 '선덕여왕'에 최민수가 등장해 고현정과 겨룬다면 어떨지 정말 궁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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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시절 혜련을 묵묵히 지켜주는 백재희의 모습입니다. 이정재는 옷빨 하나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요즘은 살이 너무 빠져서 예전만큼 매력적이진 않네요. 조금 아쉽죠.

이 정도로 14년전 '모래시계' 시절의 고현정의 매력과 카리스마를 정리해 보고요. 요즘 '선덕여왕'의 미실로 돌아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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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농염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고 해야겠죠. 거역하기 힘든 미모라고 해야 할까요. '모래시계' 시절 고현정은 사랑스러웠다면, '선덕여왕'의 고현정은 헤어나기 힘든 매력의 소유자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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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의 세월은 고현정에게 위엄을 선물한 모양입니다. 자세를 잡고 서있는 자체로 엄청난 위세가 뿜어져 나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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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희대의 요부이자 악녀입니다. 그럼에도 매혹적인 캐릭터로 사랑 받는 이유는 '모래시계' 이후 카리스마 내공이 쌓인 고현정의 힘 덕분이겠죠.
덕만 이요원이 본격적인 도전에 나서면서 미실의 위세도 슬슬 꺾일 조짐이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물어가는 카리스마를 보여줄 고현정의 모습도 기대됩니다.
2009/08/18 08:28 2009/08/18 08:28
현재 안방극장은 '선덕여왕' 천하입니다. '선덕여왕'은 30%대 중반의 시청률로 월화극 시간대를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시간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최고 인기 드라마입니다. 상승세 또한 거침없습니다. 현재의 상승세라면 40% 돌파는 시간 문제일 것 같습니다. 올해 최고 기록인 '찬란한 유산'을 넘어서는 것 역시 시간 문제죠.

당대 어떤 드라마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 인기 드라마에겐 명예로운 칭호가 주어지곤 합니다. '국민 드라마'라는 칭호죠. 그렇다면 '선덕여왕'에도 국민 드라마라는 칭호가 주어질 수 있을까요. 치솟는 시청률과 인기를 감안하면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여겨지는 상황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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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덕여왕'은 국민 드라마라는 칭호를 얻기엔 부족함이 있는 작품입니다. 국민 드라마의 필수적인 선행 조건인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몇가지 걸림돌이 있거든요.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재미가 최우선입니다. 그러나 국민 드라마급의 성공을 하려면 단순한 재미 이상의 공감과 감동이 필요합니다. '선덕여왕'은 그 점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우선 '선덕여왕'은 자극적인 재미와 감동을 추구합니다. 쥐어짜내려 한다고 하면 적합한 표현일지 모르겠네요. 천명공주의 죽음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만 할 겁니다. 상황 전개상 천명공주의 죽음이 필연적이라면 최고의 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개 과정을 놓고 볼 때 천명공주는 반드시 죽어야 할 필요까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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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실 세력과 황실의 대립 구도에서 뭔가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천명공주의 죽음은 확실히 강력한 한방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굳이 죽지 않더라도 대결 구도의 국면 전환용 카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허망한 죽음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물며 실제 역사상으로 천명공주는 그렇게 비명횡사하지 않습니다.

애매모호한 멜로 구도 또한 '선덕여왕'이 국민 드라마로 올라서는데 있어 장벽이 되는 부분입니다. 탄탄하게 짜여진 멜로 라인은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를 잡도록 하는 중요 요소입니다. 그러나 '선덕여왕'은 멜로에 있어서는 허술하기 그지 없습니다. 핵심 멜로 라인은 감동적이긴커녕 불편하기만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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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멜로 구도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명공주와 김유신, 그리고 김유신과 덕만의 엇갈리는 애정 관계에 대한 이야기죠. 천명공주와 김유신의 국혼이 결정되고, 김유신이 덕만에게 사랑의 도피를 하자고 제안하는 장면 등은 제대로 어이상실이거든요.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역사적으로 천명공주와 김유신의 국혼은 존재하지 않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김유신과 덕만의 애정 관계 또한 역사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두 안되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 제작진이 밀어붙이며 감동을 짜내려고 한다면 불편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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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이 덕만에게 애절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나, 천명공주가 김유신에 대한 마음을 접고 동생에게 보내주는 장면은 역사를 배제한다면 충분히 감동적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실존한 역사를 바탕에 놓고 보면 감동은커녕 당혹스럽고 불편한 장면이 됩니다. 그런 장면이 지속되면 멜로 구도에 대해서는 거부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모든 불편함의 근원은 '선덕여왕'의 본질이 사극이라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일 겁니다. 사극은 실존했던 역사에 바탕을 둬야 하는데 이를 너무 무시한채 흥미에만 집중한다면 폭넓은 공감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구태의연한 표현에 따르자면 역사 왜곡의 불편함이죠. 재미있다는 이유로 용인해선 곤란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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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극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역사에 완전히 함몰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역사적 정보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부분입니다. '선덕여왕'은 천명공주 덕만공주 김유신 등 역사적으로 중요 인물인 동시에 작품의 주인공들의 역사적 배경을 깡그리 무시해버린 오류를 범하고 있기에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에 부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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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역사상 기록이 애매모호한 인물입니다. 화랑세기 정도에만 남아있죠. 그렇기에 작가적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해 극적으로 재미있게 그려도 누가 뭐라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덕만 천명 김유신 등 사료에 기록이 남아있는 인물의 경우에는 역사를 지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조상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고요.
 
사극 중에 국민 드라마의 칭호를 얻은 작품은 제법 있습니다. '허준' '대장금'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 되겠죠. 이들 작품은 역사적으로 중요 인물의 역사상의 정보는 지켰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했죠. 덕분에 역사 왜곡에 대한 지적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감동과 공감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었습니다.

'허준'과 '대장금'을 연출한 이병훈 PD께 '선덕여왕'에 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역사적 정보를 너무 무시하지 않나에 대한 질문이었죠. 이병훈 PD께서도 "재미는 있지만 조금 심한 것 같다. 최소한 기록에 남아있는 역사에 대해서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정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하시더군요. 
2009/08/12 07:37 2009/08/12 0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