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영된 '무한도전'은 독특한 구성이었습니다. 여름방학 특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멤버들이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예전 유년 시절에 즐겨하던 게임들을 함께 재현하며 아련한 추억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멤버들이 동심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흐뭇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째 '무한도전'답지 않다는 생각도 은연 중에 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까지 방송된 '서바이벌 동거동락 특집'이 평소 '무한도전'의 모습과 달라 약간의 생소함을 느꼈던 저로서는 생소함의 연속이 조금 아쉽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막판 30분 남짓을 남기고 실망감을 완전히 해소시키는 깜짝 기획이 등장했습니다. 1학기 예능 성적표의 공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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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평가에 의해 '무한도전' 멤버들의 올 상반기 활약상을 평가한 것이었죠. 시청자에게 평가를 맡긴 점에서 쌍방향 소통의 의미를 부여한 의미심장한 대목이었습니다. 단순히 누가 인기 있고 없고를 떠나 '무한도전'의 멤버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결과는 전반적으로 큰 점수 차이는 없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박명수 유재석 노홍철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정준하 길이 중위권, 전진 정형돈이 하위권에 머문 양상이었네요. 점수도 점수지만 분야별로 내려진 평가 내용이 의미심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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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반적으로 가장 후한 평가를 받은 박명수부터 살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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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 음악 미술 세과목이 수, 도덕과 체육이 우로 호평을 받은 반면, 국어와 자연이 가를 받았네요. 공격적인 말투에 대해 지적을 받았고, 간염 투병을 한 점 등이 감점 요인이 된 분위기였습니다. 총평에서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려는 노력과 기부 문화에 앞장서고 있는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노력은 박명수를 대표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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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반장 유재석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평가는 박했다는 느낌입니다.

국어와 자연이 수, 사회 음악 체육이 우로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도덕 산수 미술 등은 미로 평균에 그쳤네요. 무서울 정도로 예의 바르지만 지켜봐야한다, 다 퍼주는 스타일이다, 타이트한 의상으로 시선을 고정시킨다 등이 평균점에 머문 요인입니다. 어째 좀 그렇죠. 더 높은 점수를 받아도 되는데 박하게 점수를 매겼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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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은 뜻밖에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예능인으로서 기본적인 자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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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와 음악이 수, 국어와 사회 우로 호평을 받은 분야네요. 반면 자연은 양으로 평균 이하로 평가됐습니다. 도덕 미술 체육이 평균 수준으로 분류됐고요. 거짓말을 자주한다는 평가는 노홍철 스스로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연인 노홍철과 예능인 노홍철의 괴리감이 크다는 평가도 의미심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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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하는 특유의 성실함 덕분에 중상위권으로 분류됐습니다.

자연이 수, 음악 미술 체육이 우, 주로 몸으로 하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죠. 국어와 산수는 양이고, 도덕도 미에 그쳤네요. 생색을 잘 낸다, 머리 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대인 관계의 단방향성 등이 점수를 까먹은 부분입니다. 그래도 전반적인 평가는 우호적입니다. 기본적으로 갖춘 자질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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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들어온 돌 길은 의외로 선전했습니다. 항상 논란이 되면서도 중상위권으로 분류될 정도면 고정 멤버를 욕심내도 될 만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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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수, 사회와 음악이 우로 우수하게 평가된 반면, 국어는 양이네요. 도덕 산수 자연 체육 등이 골고루 평균 점수를 받았습니다. 주얼리 박정아와 사귀는 점에서 여러 분야에서 점수를 얻었습니다. 빠른 적응력도 점수를 얻었네요. 다만 언어 사용 분야에서 점수를 까먹었습니다. '무한도전'이 바른 언어 사용에서 방송통신위로부터 지적 받은 일이 생각나는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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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권에 분류된 전진은 겸허하게 평가를 수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존재감에 있어서 지적을 많이 받아온 점이 평가에 반영된 듯 하거든요.

자연과 음악은 수, 체육이 우 등 몸으로 하는 분야에서는 거의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도덕 사회 양, 국어 가 등은 생각해야할 부분입니다. 결석률이 높다,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등의 평가는 전진이 '무한도전'의 고정 멤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되짚어봐야할 대목으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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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의 하위권 분류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그래도 시청자의 평가는 냉철했습니다.

수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나마 우도 음악 하나네요. 도덕 국어 산수 사회 체육 등이 평균에 그쳤고, 자연은 양, 미술은 가였습니다. 웃기지 않는 개그맨이라는 이미지에 안주한다는 총평이 매섭습니다. 전반적으로 평균은 되지만 확실히 돋보이는게 없다는 점은 돋보이는 예능인으로 올라서기 힘든 요인으로 평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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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예능성적표는 멤버들이 지금까지 활동을 돌아보고 더 좋은 모습으로 하반기 활약을 다짐하는 듯한 자리였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반성은 더 좋은 '무한도전'으로 이어질 계기가 되겠죠. '개학'이라는 자막과 함께 환호하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더 많은 웃음과 즐거움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2009/08/30 12:22 2009/08/30 12:22
요즘 오락 프로그램의 경향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겁니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 버라이어티로 나뉠 수 있을 겁니다. 이들 중 리얼 버라이어티의 경우 무언가 의미있는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 주된 추세입니다. 그런 추세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프로그램은 물론 '무한도전'이겠죠. '무한도전'은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장면에도 의미를 담는 묘한 힘을 보여줬습니다.

8일 방송된 '서바이벌 동거동락'편은 바캉스 특집이라는 부제답게 '무한도전'이 바캉스를 떠난 느낌이었습니다. 서바이벌에 도전하는 의미야 지니고 있지만 '무한도전'다운 도전은 아닌 듯 싶고요. 그 동안 의미있는 도전들을 하느라 애를 좀 먹었으니 이번엔 몸으로 떼우는 도전으로 머리를 푹 식히겠다는 의도가 담긴 듯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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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선 '무한도전'의 바캉스라고 봐야할까요. 그러다 보니 기존의 '무한도전'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도 보여줬습니다. 물론 '3D 예능'이라는 표현으로 설명되는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경향은 이어졌습니다만. 무의미하게 웃음을 쥐어짜려는 듯 보인 점에서 '막장'이 가미됐다고 할까요.

어쨌든 '무한도전'이 막장에 뛰어드니 그것도 색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3D 막장 예능의 진수를 보여줬다고 평가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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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서바이벌 동거동락'은 역대 최다 게스트를 출연시킨 점에서 기존 '무한도전'의 성격에서 벗어나있습니다. 게스트 선정도 왠지 무작위의 느낌을 주더군요. 그냥 '내키는대로'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손호영 박휘순 상추 배정남 양배추 등 그다지 조합으로 떠오르지 않는 게스트들이 '꾸역꾸역' 모여든 인상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의미심장한 대목은 있습니다. 여자 게스트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점이죠. 남자로만 출연진을 구성했을 때 흥미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질 수 있을텐데 과감히 남자로만 출연진을 구성한 것은 '무한도전'다운 도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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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출연진을 2개의 팀으로 나눴죠. 잘생긴 팀과 못생긴 팀으로요. 그런데 그다지 설득력은 없는 팀 분류였습니다. 잘생긴 팀에 못생긴 사람이 여럿 포함됐고(굳이 누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못생긴 팀에도 잘 생긴 사람이 몇몇 포함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대결 구도의 오락 프로그램이 팀을 나눌 때 이름만 거창하게 분류해놓고 실상은 전혀 이름과 상관없이 구성했던 점에 대한 패러디가 아니었나 보여지기도 하네요.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은 의미를 부여하려면 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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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만 40~50분 지속되는 가운데 막장 예능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18시간 동안 다른 아무것 없이 놀고 게임하는 설정이죠. 그것도 남자들끼리만요. 남자들끼리 모인 가운데 댄스 경연대회를 진행한 것은 정말 웃기는 막장이었죠. 그 중에 역시 최고의 막장은 박휘순의 기가 막힌 댄스였습니다. 기가 막히게 거북한 댄스 퍼레이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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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순에게 '역한 남자'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은 정말 적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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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동거동락'에는 최후의 생존자에게 3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집니다. 작지 않은 상금인 만큼 의욕을 갖고 도전해볼만 하죠. 진짜 300만원을 걸고 하는 것임을 보여줬습니다. 500원짜리 동전 6000개죠. 최후의 생존자가 돼도 가져가려면 애 좀 먹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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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방송분에선 16명의 참가자 중 2명이 탈락했습니다. 탈락자의 면면이 제법 의미있습니다. 1차 탈락자는 정형돈, 2차 탈락자는 정준하였죠. '무한도전'의 고정 멤버들이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 셈입니다.

제법 의미심장하죠. 비중 있는 스타들은 결코 탈락되지 않는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날선 패러디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벌써부터 '무한도전' 애청자들은 고정 멤버 탈락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주인공도 실력이 부족하고 운이 없으면 탈락하는게 당연함을 '무한도전'은 2연속에 걸쳐 제대로 보여준 점에서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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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무한도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무한도전'을 시청해 왔다면 대단한 편견일 것입니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아닌 것 같은 대목에서도 무언가 의미를 담아냈습니다. '서바이벌 동거동락'에는 그다지 의미가 없을 듯 싶었지만 은연 중에 이런저런 의미가 있음을 보여줬네요. 3D 막장 예능을 표방하면서도 '무한도전'다운 무언가는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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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동거동락'은 이제 도입부를 막 넘겼습니다. 서두가 너무 길어서 짜증이 좀 나기도 했죠. 정준하 정형돈의 탈락을 보며 본론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막장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에 대해서죠. 
2009/08/09 11:29 2009/08/09 11:29

1일 방영된 '무한도전-소원을 말해봐'의 주인공은 박명수였습니다. 7월초 급성 A형 간염에 걸려 방송 활동을 잠시 중단해야 했던 박명수의 쾌유를 위해 멤버들이 소원을 들어주는 내용으로 꾸며졌습니다. 촬영 당시 황달기가 남아 있어 거동이 불편했던 박명수는 몸소 촬영장에 나와 힘겹게 소원을 말하며 유쾌한 웃음의 전주곡을 만들어 갔습니다.

일단 이날 방송된 '무한도전'의 주제는 동료애와 우정이었습니다. 투병중인 박명수를 위해 나머지 멤버들이 헌신적으로 소원들어주기에 나선 내용을 다뤘습니다. 그러나 그 자체로만 구성됐다면 자칫 심심할 수 있었습니다. 감동만 있고 웃음은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거든요. 감동을 추구하는 오락 프로그램이 곧잘 빠지는 함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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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한도전'은 뭐가 달라도 달랐습니다. 동료애와 우정을 교묘하게 비틀어 가며 비상한 웃음을 만들었습니다. 멤버들 간의 우정은 확실히 갈무리하면서도, 시청자들은 웃을 수 있도록 동료애의 유쾌한 변주를 선보인 거죠.

'무한도전'이 보여준 동료애의 변주의 첫번째 양상은 약올리기와 애먹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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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가 등장하기 전 멤버들은 박명수를 위로하면서도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아찔해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혹시나 A형 간염에 전염되진 않았는지 호들갑을 떨었죠. 급기야 출연진 포함 스태프까지 간염 검사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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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1년전에 박명수의 차를 인수한 스태프는 차 바닥에서 박명수의 셔츠를 발견했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죠. 그야말로 무한이기주의의 진수를 보여준 양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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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는 실로 고생스러울 법한 소원을 차분한 어조로 늘어놓으며 멤버들을 기함하게 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줄줄 늘어놓고, 위로 영상 메시지를 들려줄 톱스타를 거명하고... 펀치를 주고 받는 듯한 양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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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멤버들은 세 팀으로 나뉘어 박명수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출동했습니다. 1인자 유재석의 등에 업혀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러 가는 2인자 박명수의 모습은 의미심장한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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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나선 세 팀 중엔 길-정형돈 콤비가 단연 돋보였습니다. 출동할 때부터 비장한 각오를 보여주더니 돌아다니는 내내 몸을 던지는 시도들로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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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길의 활약상은 나날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양말을 민머리에 뒤집어쓰는가 하면 빨대를 코에 꽂는 등 괴상한 모습을 연달아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했죠. 휴게소 식당에서 만난 시민들이 길의 코믹 존재감에 대해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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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차원적인 웃음은 아니었다곤 해도 '무하도전' 특유의 마이너리즘에 적절히 어울리는 몸개그였습니다. 길이 '무한도전'의 고정 멤버로 부족함이 없음을 매주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멤버들이 소원을 풀어주는 과정은 어땠을까요. 물론 나름대로들 고생을 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변칙으로 수행했습니다. 박명수의 소원 자체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들어주기엔 쉽지 않았거든요. 정준하-전진 콤비는 대부분의 위로 영상메시지를 조작으로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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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준호와 장서희 등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직접 들려준 톱스타들도 있었습니다. 정준호와 장서희가 이날 '무한도전'의 웃음과 감동을 책임져준 훈남훈녀였습니다.

물론 박명수는 침대 위에서도 활약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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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얼마 전엔 '해피투게도 시즌3'에서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굳혀온 이미지 중 대표적인 것은 '등 떠밀려 기부하는 스타'입니다. 박명수는 이날 노홍철이 대타로 나선 라디오 '2시의 데이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후원 좀 해달라"는 멘트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은근하게 자신을 PR하는 멘트였죠. 재치가 돋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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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 유재석과 2인자 박명수의 유쾌한 신경전도 재미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유재석은 역시 따뜻한 톱스타임을 여지없이 보여줬습니다.

'무한도전-소원을 말해봐'는 어떤 의미에선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유쾌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스스로를 위한 듯이 여겨지는 기획이거든요. 하지만 '무한도전' 특유의 마이너리즘은 색다른 컬트 예능으로 탄생시켰습니다.
 

2009/08/02 11:15 2009/08/02 11:15
언제부터인지 '무한도전'을 볼 때면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됐습니다.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집중을 하며 보게 됐습니다. 행간에 숨겨져 있는 심오한 풍자 정신과 위트를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방영이 끝난 뒤 한참 지나서야 '아! 그게 그런 의미였지'하는 감탄에 무릎을 치는 일이 종종 있었거든요.

게다가 '무한도전'은 전형적인 허허실실입니다. 허술한 듯 자유분방하지만 치밀한 기획 아래 빈틈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뚫어지게 보다 보면 숨겨진 치밀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재미도 '무한도전'을 즐기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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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방송된 '무한도전' 해상구조대편은 모처럼 긴장을 풀고 그저 쉴새없이 폭소를 터뜨리면 됐습니다. 편안한(?) '무한도전'이었죠. 물론 초반엔 잠시 긴장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긴 했습니다.
 
A형 간염 때문에 병석에 있던 박명수가 복귀한 모습에서였죠. 박명수는 실제 촬영에는 참가하기 어려워 옆에서 쉬면서 제작진에게 각서 서명을 요구했습니다. 각서의 내용들이 사회상을 반영하는 듯 의미심장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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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는 각서에 처음엔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고용주인 제작진과 고용인인 박명수 사이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실업에 대한 두려움과 산재처리에 대한 노사 양측의 입장차를 웃음으로 풍자한 대목이었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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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박명수와 김태호 PD는 한가지씩 양보해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이 또한 요즘 사회상에 대한 풍자가 아닐 듯 싶네요. 양보의 미덕을 찾아라... 뭐 그런 식으로 해석해봤습니다. 좀더 들어가서 말하자면 '강한 자가 양보하라' 정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뭔가를 발견하려고 본 건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해상구조대 훈련에 들어간 이후에는 뭔가 찾아내려고 눈을 부릅뜨고 보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재석 길 정준하 정형돈 등의 순박한 몸개그가 쉴새 없이 펼쳐진 덕분에 그저 낄낄거리며 볼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무장을 해제하고 '무한도전'을 즐기게 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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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무한도전'은 몸개그에도 능한 프로그램입니다. 예전엔 비상한 몸개그가 상당히 많았는데 요즘 들어서 조금 시들해졌죠. 워낙 생각하게 하는 요소를 많이 다룬 덕분이겠죠. 프로펠러 바람 견디기 훈련은 초창기 '무한도전' 시절을 연상케 하는 고전적인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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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서 단어 설명하기 퀴즈에선 난데없는 길의 웃음이 폭소를 제조했습니다. 웃음이라는게 한번 터지면 전염성이 강해지죠. 길에서 유재석으로, 또 전진으로, 그리고 시청자로 제대로 전파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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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몸개그도 대단한 수준입니다. 구조 훈련에서도 아이스박스를 들고 물속에 뛰어들었다가 제대로 데굴데굴 구르며 폭소를 유발했습니다. 유재석 정도의 정상급 MC라면 이런 식으로 망신 당하는 몸개그는 잘 안할텐데... 유재석이 최고인 이유입니다.

이날 해상구조대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정형돈의 '족발당수'가 작렬한 순간들입니다. 굳이 설명이 필요없이 화면만 봐도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명장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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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의 날라차기에 정준하가 완전히 패대기쳐지죠. 들고 있던 맥주가 흩뿌려지는 영상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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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좀더 강렬하게 당했습니다. 족발당수에 당한 뒤 1m 이상 날아갔죠. 널부러지듯 쓰러져 있는 모습이 안스럽기까지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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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스타인 전진도 예외일 순 없었네요. 전진은 바다속으로 장렬히 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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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족발당수'가 뭔가 또 의미심장합니다. 최근에 윤종신이 '영계백숙' 리믹스 음원을 유료화하면서 '돈벌이에 눈이 멀어 무한도전의 기획 취지에 위배됐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죠.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한 태도 때문에 비난이 더욱 거세지는 실정입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함께하는 '족발당수'는 윤종신에 대한 풍자가 아닐까 생각도 되더군요. 취지에서 동떨어진 행동을 하는 윤종신에게 족발당수를 날린다고 할까요.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은 몸개그에도 의미를 담아냅니다. 고품격 몸개그죠.
2009/07/26 11:38 2009/07/26 11:38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태원과 길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활약이 돋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눈부시다고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태원은 4차원 정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재치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하긴 힘든 사고 방식과 행동으로 독특한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약골 체질로 보이는 모습도 웃음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길은 엉뚱하고 어리숙한 재치로 폭소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듬직한 체구와 위압적인 외모로 상대방을 압도할 것처럼 보이지만 허술하기 그지 없는 모습으로 유쾌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무한도전'의 객원 멤버로 활약 중인데 충분히 고정 멤버로 자리 잡아도 될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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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과 길은 예능계 늦둥이로 예기치 않은 맹활약을 펼치는 점에서 공통된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들에겐 더욱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요계 비주류 장르의 상징적이고 간판과도 같은 존재라는 점입니다. 김태원은 록 음악계에서 20년 이상 카리스마를 과시했던 존재입니다. 길은 힙합계에서 최고의 뮤지션으로 포스를 발휘해왔습니다.

잠시 김태원과 길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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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은 부활의 리더이자 작곡가입니다. 이승철 김종서 박완규 등이 김태원과 함께 그룹 활동을 하며 실력을 쌓았습니다. 이들은 솔로로 독립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 받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또한 김태원은 시나위의 신대철, 백두산의 김도균과 함께 한국의 3대 기타리스트로 군림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이들 세 사람의 아성을 뛰어넘는 기타리스트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존재들이 아닐 수 없네요.

김태원이 이끄는 부활은 시나위 백두산 등과 함께 1980년대 후반 한국 록 음악의 중흥기를 이끌었습니다. 이후 록 음악의 기세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와중에도 '사랑할수록' '네버 엔딩 스토리' 등 꾸준히 히트곡을 내며 한국 록 음악의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김태원은 한국 록음악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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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힙합 듀오 리쌍의 멤버입니다. 그 이전엔 한국 가요계에 처음으로 정통 힙합 음악을 선보인 허니패밀리의 멤버였습니다. 허니패밀리는 '우리 함께해요'를 히트시키며 정통 힙합의 대중화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길은 개리와 함께 리쌍을 결성해 '러시'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등의 주옥 같은 히트곡을 만들어냈습니다. 길은 작곡가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요즘 정통 힙합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뮤지션으로 꼽히는 인물은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 JK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길의 영향력도 타이거 JK에 견줘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길은 힙합 뮤지션 이외에도 김건모 현미 류승범 등 폭넓은 인맥을 지녔습니다. 힙합의 대중화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인물입니다.

다시 김태원과 길의 예능 프로그램 활약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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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과 길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는 점에 대해 아쉬워하는 시선들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록 음악과 힙합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며 카리스마를 과시해온 존재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며 체면을 구기는 듯하니 고정 팬들 입장에선 아쉬울 만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태원과 길은 같은 목소리로 항변합니다. 김태원은 "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것 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태원은 그런 차원에서 록 음악계의 선배인 백두산의 유현상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김태원과 유현상은 21일 '상상 플러스'에 함께 출연해 주거니 받거니 카리스마 선문답으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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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길도 대중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는 힙합을 친근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고 하죠. 에픽하이의 타블로나 DJ DOC의 이하늘 등도 비슷한 차원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예능 활약이 록 음악과 힙합의 대중화와 부흥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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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부분이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일 것 같습니다. 김태원과 길은 이제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물이 됐으니까요.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만큼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할 때에도 예전과 비교해 엄청나게 많은 시선을 모을 겁니다. 예전에 척박한 황무지에서 농사를 지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 활동의 여건은 확실히 좋아졌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본질을 놓고 볼 때엔 우려되는 대목이 틀림없이 있습니다. 뮤지션으로서 카리스마에 대한 부분입니다. 록 음악과 힙합에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김태원과 길에 대한 호감 덕분에 이들의 음악을 접하게 되는 사람들이 느낄 생소함에 대한 부분이죠. 예능 활동 때처럼의 친근함을 요구하는 팬들의 구미에 맞추다 보면 음악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깁니다. 물론 섣부른 우려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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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 소견으로는, 김태원과 길의 예능계 맹활약이 반갑기만 합니다. 예전부터 좋아하며 보던 아티스트들의 친근한 모습이 좋습니다. 그러나 예전의 모습을 모르던 이들에게 아티스트로서 이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아니면 아티스트로서 모습만을 좋아하던 팬들에게 예능계에서 망가지는 이들의 이미지는 어떨까요.

김태원과 길은 분명히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점점 무거워지는 숙제를 짊어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2009/07/22 13:48 2009/07/22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