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 막바지를 향해가면서 드라마는 두개의 탑으로 형성돼 시청자를 양분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선덕여왕'과 시청률 30%를 향해가고 있는 '아이리스'입니다. 두 작품 모두 블록버스터이고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닮은점이 있습니다. 역시 좋은 연기자에 많은 물량을 투입하면 볼만한 작품이 나오는 점은 진리인 모양입니다.

물량과 화려한 캐스팅을 논하자면 '아이리스'가 '선덕여왕'보다 우위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아이리스'를 보다 보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블록버스터 시대를 연 작품이죠. 영화 '쉬리'입니다. 남북 관계를 다루는 점이나, 정보기관을 배경으로 하고 정보요원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점에서 '아이리스'와 '쉬리'는 유사한 면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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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두 작품의 유사성은 더욱 짙어집니다. 10년여 세월이 지난 점을 감안하면(10년이면 강산도 변했으니 많은 게 변했겠죠) '아이리스'는 세월의 변화에 발맞춘 '쉬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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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이 깊은 유사성을 지녔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우선 기본적인 부분부터.

일단 배경인 정보기관입니다. '쉬리'에선 국가비밀정보기관 OP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이리스'에선 NSS(국가안전국)라는 조직이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쉬리'의 OP에 비해 NSS는 좀더 현실감 있는 첩보조직이라는 점에서 업그레이드의 기운을 풍깁니다.

또한 '쉬리'의 무대는 전적으로 국내에 국한됐습니다. 반면 '아이리스'는 해외로 무대를 넓혔습니다. '쉬리'에선 국내 도심에서 총격전을 벌였는데, '아이리스'에선 남의 나라 도심까지 장악한 채 총격전을 벌이네요. 10년이 흐르면서 강성해진 대한민국의 국력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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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정보요원의 대립 구도 역시 유사합니다. '아이리스'에선 이병헌·정준호·김태희 등 남측 정보요원이 김승우·김소연 등 북측 요원들과 대결을 벌이고 있습니다. '쉬리'에선 한석규·송강호 등이 남측 요원이고 최민식·박은숙 등이 이에 맞서는 북측 요원이었습니다. 대결 양상은 '쉬리'에선 남측 요원들이 북측 요원들을 쫓는다면, '아이리스'에선 남측 요원이 쫓기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긴 합니다.

여기까지는 표면적인 유사성입니다. 여기에 다소 복잡한 유사성도 존재합니다. 확실한 업그레이드를 발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등장인물에 대한 부분이죠. 표면적인 유사성을 넘어 본질적으로도 유사성을 지니고 있거든요. 다만 절묘하게 교차하고 있는 점에서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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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인물별로 대비해 보겠습니다. '아이리스'의 이병헌과 비교할 수 있는 '쉬리'의 인물은 한석규입니다. 정준호는 송강호와 대비되겠죠. 최민식은 김승우, 김소연은 박은숙과 대비될 겁니다. 아, 박은숙은 '쉬리'에서 북측 여전사 이방희로 등장한 배우입니다. 김태희는 김윤진과 비교해볼 수 있겠네요.

1대1로 맞붙여놓고 보면 대비는 되지만 유사하진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인물의 배경과 성격을 교차해 보면 확연히 눈에 보이는 부분이 생깁니다. '쉬리'의 등장 인물의 배경과 성격이 '아이리스'의 등장 인물에 뒤섞여서 투영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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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한석규를 연상시키지만, 조직에서 동떨어진 채 임무를 수행하고 쫓기는 점에서 최민식의 배경을 떠오르게 합니다. 정준호의 캐릭터는 송강호와 닮았습니다만. 한편으로 조직 논리에 맹목적일 정도로 충성하는 점에서 최민식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김승우는 최민식과 명쾌하게 대비되긴 합니다. 그러나 아직 보여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좀더 유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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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와 김윤진의 대비가 조금 복잡합니다. 하지만 다른 인물과 결합한 뒤 다시 나누면 명쾌해 집니다. 김윤진과 박은숙의 캐릭터를 합친 뒤 나누면 김태희와 김소연의 캐릭터가 나온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무슨 소리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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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에서 김윤진은 북측 요원이면서 신분을 위장하고 있습니다. 한석규와는 연인이고 송강호와도 친합니다. 김태희는 남측 요원입니다. 이병헌과 연인이고 정준호와 친하죠. '쉬리'의 박은숙은 북측의 여전사입니다. '아이리스'의 김소연은 북측 여전사이지만 훗날 남측편에서 활동합니다. 합치고 다시 나누면 얼렁뚱땅 유사한 인물들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조금 복잡한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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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이리스'에 드리워진 '쉬리'의 그림자를 살펴보는건 무슨 이유냐고요? 그냥 재미를 위해서입니다. '아이리스'의 결말을 예측해보는 재미죠. 과연 '쉬리'의 그림자가 끝까지 드리워져 있을 지…. 만일 끝까지 드리워져 있다면 김태희가 신분을 위장한 캐릭터라는 결론에 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병헌을 사랑하지만 실상은 적이기에 고뇌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된다는 결론이죠.

만일 정말 그렇게 끝난다면 '쉬리'의 그림자는 그다지 긍정적인 그림자라고는 볼 수 없겠네요. 제 포스팅은 스포일러가 되고 마는 거고요. 이를테면 예고 스포일러라고 할까요. 그렇지 않길 바랍니다만. 실제 어떻게 전개될 지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09/10/29 06:37 2009/10/29 06:37
역시 미모는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아이리스'에서 이지적인 정보기관 프로파일러 최승희 역을 맡아 영화 '싸움' 이후 2년여 만에 연기자로 돌아온 김태희는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만큼 매력적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름답긴 하지만 그다지 매력은 느껴지지 않거든요.

이제 2회가 방영된 '아이리스'에서 김태희는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듯 했습니다. 그동안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이번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각오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기는 못하는구나'하는 인상을 지우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아름다움을 연기로 승화시키지 못하니 매력적이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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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가 연기에 있어서 한결같이 지적받는 부분은 천편일률적인 표정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김태희는 한결같이 눈을 부릅 뜬 표정으로 일관하다시피 했습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웃을 때도, 화날 때도….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을 한가지 표정으로 일관하니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느껴졌습니다. '연기 못한다'는 악평이 뒤따르는 것도 당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리스'에서도 김태희의 표정은 일관되게 경직돼 있습니다. 눈에서 광선이 나올 정도로 부릅뜬 느낌입니다. 표정이 경직되다 보니 연기도 경직된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물론 발전한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라는 단서 아래 좋아진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이지, 절대적으로 좋아진 것은 결코 아니죠. 이병헌 정준호 등 연기 고수들 사이에서 김태희의 연기는 쫓아가기 버거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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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감정의 변화를 담아내는 표정 연기에선 역부족이 여실히 느껴지더군요. 정보기관 부하직원인 이병헌과 정준호를 대하는 모습에서 이야기입니다. 사무적인 관계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너무 급격하게 그려졌습니다. 김태희는 감정의 변화를 전혀 그려보이지 못했습니다. 격정적인 키스신이 화면을 장식할 때 뜬금없다는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었죠. 한마디로 '이건 뭥미?'였습니다.


김태희의 연기에 대해 동료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전반적인 반응은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였습니다. 한 동료는 "그래도 발연기에서 무릎연기까지 올라왔다"고 촌평하더군요. 적절한 비유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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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는 왜 이토록 오랜 기간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한 지인은 "너무 완벽하게 잘 자라서 시련이란 걸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고 해석했습니다. 부유한 집에서 공부도 잘하고 모든 면에서 부족함 없이 성장해왔기에 인생 굴곡을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죠. 희노애락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이를 표현해내는 연기력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언론이 김태희를 완벽한 여성으로 묘사해가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항상 '서울대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최고 '엄친딸'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서 김태희 스스로도 경직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서울대 출신 연예인이 참 많은데, 김태희만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수식어에 유독 얽매이고 있는 점은 그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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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김태희는 '향기 없는 꽃'을 연상시킵니다. 아름답지만 매력이 없는 차원에서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꽃이지만 꽃과 나비가 찾아들지 않는 향기없는 꽃이죠. 연기자라고 한정하는 이유는 CF에서 김태희는 매력적이거든요. 순간적인 매력을 표출하는 능력은 분명히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연속성인 차원에서 연기를 논할 때는 부족하긴 합니다.
2009/10/16 11:08 2009/10/16 11:08
색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눈길을 모았습니다. 6일 방송된 '웰컴 투 코미디'입니다. 정통 코미디 장르인 콩트를 요즘 대세인 토크쇼 코미디와 접목한 색다른 기획으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김병만 유세윤 신봉선 황현희 윤형빈 등 최근 잘나가는 개그맨들이 총출동한 점도 흥미를 유발할만한 요소였습니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은 대목은 남희석이 콩트 코미디에 복귀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남희석은 이날 방송에서 1995년 '유머 1번지' 이후 처음으로 콩트에 도전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남희석은 개그맨의 방향을 콩트에서 MC로 전환시킨 선구자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MC형 개그맨들이 9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서야 MC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남희석이 콩트에 회귀한 점은 상당한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해도 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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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코미디'는 일단 파일럿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영속성에 대한 점은 제쳐놓고 생각해야 합니다. 고정 편성이 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힘에 대해서는 아무리 높은 점수를 준다고 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재료들을 가지고 새로운 맛을 내는 데 성공했거든요. 익숙하지만 새로운 온고지신을 이뤄냈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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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코미디'의 중심은 '개그 콘서트'로 대표되는 스탠딩 개그의 대표 주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스탠딩 개그에선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최근 대세를 이루는 리얼 버라이어티나 토크쇼 개그에선 아직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세윤 신봉선 등 일부는 예외입니다. 남희석은 MC로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를 이루는 주류에서는 조금 비껴나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우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웰컴 투 코미디'는 요즘 예능의 추세에서 놓고 볼 때엔 1류의 모임이라고 보긴 어려울 듯합니다. 강력한 주변인들의 단합이라고 보면 어떨까 싶네요. 이들의 단합은 물리적인 결합 이상의 화학적인 효과를 냈습니다. 이들은 구시대적인 장르로 여겨졌던 콩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찾아냈거든요. 바로 유쾌한 패러디와 치열한 배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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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코미디'는 출연자들이 기획한 콩트들로 구성됐습니다. 평소 해보고 싶던 스타일의 콩트를 마음껏 펼쳐보인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개그 콘서트'에서 불과 2~3분의 시간적 제약에 가로막혀 펼치지 못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였다고 할까요. 엉뚱한 상상력과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대목도 자주 있었습니다. 재치 있는 풍자를 곁들인 패러디도 눈에 띄더군요.

물론 콩트의 생명력은 통렬한 풍자에 있습니다. 대세의 뒤안길에 처져가던 콩트도 풍자 정신 만큼은 담고 있었습니다. '웰컴 투 코미디'의 콩트는 예전의 사회 풍자적인 콩트에 비해 그다지 앞서간다고 보기 힘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배틀이라는 획기적인 방식이 더해지며 번득이는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신예들의 실험정신이 치열한 경쟁이라는 장치를 통해 흥미가 배가되는 효과를 얻은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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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돋보이는 인물은 남희석이었습니다. 그가 14년 만에 선보인 콩트 '이상한 가족'은 남희석이 왜 고수인지를 보여줬습니다. 현재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숨가쁘게 패러디하면서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재주는 남희석 아니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오랜 기간 MC로 활약하며 장착한 에드리브는 콩트 연기에 한층 순발력을 더했습니다. 토크쇼와 콩트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의 정착을 기대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 장르는 너무 분명히 두 갈래로 나뉘어진 듯합니다. 유재석 강호동 등으로 대표되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 장르와 '개그 콘서트'로 대표되는 스탠딩 개그 프로그램입니다. MC와 개그맨이라는 분류까지 생겨난 것은 어색하기만 합니다. 어차피 둘 다 근원은 개그맨인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남희석과 '웰컴 투 코미디'는 의미심장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분된 갈래의 결합과 조화를 모색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남희석이 유재석 강호동의 1인자 시대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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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코미디'에선 유치하지만 신선하고 재미있는 콩트가 있었습니다. '김준호쇼'였습니다. 김태희가 출연했더군요. 알고 보니 예전에 '박중훈쇼'에 출연했던 장면인데 대사들을 재미있게 합성해 새로운 콩트로 꾸몄습니다. 결코 새로운 건 아니었지만 새로워 보였습니다. 이런 게 개그가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2009/03/07 09:08 2009/03/07 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