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로 태국을 다녀왔습니다.
방콕 2박3일을 거쳐 푸껫 3박4일 일정으로 다녀왔습죠.
방콕에선 여기저기 쏘다니며 관광을 했구요. 푸껫에선 고급 리조트에 처박혀 철저하게 휴양을 즐겼습니다. 매년 여름이면 동남아로 휴가를 다녀왔기에 나름대로 동남아 지역에는 정통하다는 평가를 듣곤 하지요. 특히 리조트에 대한 연구가 많아서 '동남아 리조트 전문가'라고 하기도 합니다. 푸껫은 이번이 4번째라 무척 익숙해요. 어디다 떨궈놔도 길을 잃지 않을 겁니다.
각설하고.
방콕 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방콕은 이번이 두번째인데, 지난번에 왕궁 지역 및 짐톰슨 박물관, 칫롬, 씨암 지역 등을 섭렵했기에 이번엔 수언롬야시장, 스쿰윗 일대, 손통포차나 등 안가본 곳 중심으로 일정을 짰죠. 물론 씨암 쇼핑가는 또 갔습니다. 여행의 재미 중 하나가 쇼핑인데 씨암을 안갈 순 없죠.
지난번에 방콕을 갔을 때 카오산로드에 안가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주위 사람들이 "카오산을 안가고 방콕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하지말라"고 하더군요. 김호진-김지호 부부가 집필한 방콕 소개 책에도 카오산 예찬이 있기에 이번엔 필수 방문 지역으로 카오산을 포함시켰습니다.
교통이 만만치 않더군요. 방콕은 교통 지옥을 방불케 하는 곳이라 어지간하면 BTS(스카이트레인)나 MRT(지하철)를 이용하게 되는데, 카오산은 BTR이나 MRT로 직접 연결되지 않더라고요. 일단 BTS를 타고 한참 간 뒤 배를 타고 짜오프라야강을 거슬러 올라간 뒤 다시 열심히 걸어가야 했습니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은 좋았습니다. 비록 뿌연 강물이 종종 얼굴에 튀기도 해서 언짢기도 했지만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가는 기분은 그럭저럭 괜찮더군요.
내려서 약간 복잡한 길을 걸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대부분 카오산을 향하는 것 같아 앞사람 머리만 보고 쫓아갔죠. 사람도 많고, 간혹 오토바이도 지나가고, 아주 간혹 차도 지나가고... 그다지 유쾌한 길은 아니더군요.

한참 걸어가다가 목이 말라서 노점상에서 과일주스를 사먹었습니다. 이 여인네는 저의 집사람입니다. 예쁘죠. 그런데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네요. 주스가 맛이 없어서일까요. 아마 너무 복잡한 길을 걸으려니 힘들고 짜증이 났기 때문일겁니다.
주스를 먹는 동안 계속 바라보고 가던 앞사람 머리가 사라졌습니다. 아무려면 어때. 다른 사람 머리를 보며 또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어도 예찬을 할만한 거리는 나오지 않더군요.
별수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었습니다.
"Excuse me. Where is Kaosan Road?"
씩 웃으며 친절하게 대답하더군요.
"Here. This is Kaosan."

이런 된장... 이렇게 짜증나는 거리에 대고 예찬을 늘어 놓은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야. 그래도 좀 가면 낫겠지 하고 일단 걸었습니다. 좀 걷다 보니 거리가 끝나더군요.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지 하고 두리번 두리번 했지만 더 갈 곳이 없어요. 뭐야~ 정말 별볼일 없는 거리구만. 그래도 혹시 하고 있는데 좀전에 친절하게 여기가 카오산임을 알려준 아저씨가 지나가더군요. 다시 물어봤죠.
"Excuse me.(저는 예의 바릅니다. 구면이지만 '익스큐즈 미'는 빼먹지 않습니다) Is this end of the Kaosan?"
역시나 씩 웃으며 돌아오는 대답.
"Yes."

음... 다시 돌아보면 좀 나을까 싶어.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집사람은 아직도 과일주스를 마시고 있네요. 아껴 먹는 걸까요. 아닙니다. 확실히 길거리에서 파는 불량식품은 맛이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아껴먹게 되는거죠.
한참 돌아와도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집사람과 제가 내린 결론은 '속았다'였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어울리는 곳', '자유로운 영혼의 안식처' 등 카오산의 화려한 수식어에 현혹돼 기대가 너무 컸던 거죠.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와 함께 떠오른 생각이 우리나라의 홍대나 신촌 등이 카오산보다 훨씬 유쾌하고 즐거운 거리라는 점이었습니다. 잘만 개발하면 카오산보다 훨씬 훌륭한 관광명소가 될텐데 하는 아쉬움이죠.
그와 함께 반성도 했습니다. 저와 집사람은 카오산로드라는 곳을 씩씩하게 걸어다니려면 배가 든든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녁을 정말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저도 그렇고 집사람도 그렇고 사진을 보면 배가 살짝 나와있죠. 밥을 많이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카오산에선 군것질할 게 참 많습니다. 볶음국수, 꼬치구이 등 태국 고유 군것질거리를 파는 노점상이 곳곳에 즐비해 있습니다. 지나가다 슬쩍 들러 맥주 한잔 마시기 좋은 노천카페도 많고요. 자유롭게 군것질하고 맥주도 마시면서 초면의 외지인 여행객들과 편안하게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곳이죠.
너무 배가 부른 나머지 걸으면서 배 꺼트리기 바쁜 우리 부부 입장에서 군것질과 맥주는 언감생심이었습니다. 크나큰 패착이었죠.
숙소로 돌아온 뒤 다짐했습니다. 다음에 카오산에 올 때는 밥을 굶고 오자. 군것질도 신나게 하고 노천카페에서 술도 마시고 하자는 다짐이죠. 그런데 사실 다음에 방콕에 올 때 카오산을 행선지에 포함시킬 지는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한국에서 홍대 거리를 걷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카오산은 작정하고 뒹굴 각오로 가야해요. 베낭도 하나 큼직한 거 매고... 이 상점 저 상점 다 기웃기웃하고... 그냥 산책하듯 걸어 다녀선 매력을 전혀 못느끼죠.
헉.. 내얼굴 너무 똥그래//
사모님 완소^^
고맙습니다.
웅~~사진 잘나왔네요~~잘보고 갑니다~~
반얀트리 내부를 보여주세용
넹, 다음번에 2회에 걸쳐 하죠. 더블풀빌라와 스파풀빌라로
저도 곧 태국에 갈 예정인데 참고해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