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이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미실이 쿠데타를 일으켜 진평왕 연금 및 위국령 선포로 신라 조정을 장악하면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속절없이 밀리기만 하던 덕만공주 세력이 힘겹게 탈출에 성공하고 반격의 기회를 찾아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미실의 쿠데타가 마침내 끝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2일 방송된 '선덕여왕'에선 미실이 당나라 사신에 맞서 강한 여걸의 모습을 보여주며 멋진 인상을 남겼습니다. 미실이 이대로 신라의 여왕이 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유발하는 대목이었죠. 어쨌든 역사는 선덕여왕을 기록하고 있고, '선덕여왕'이 역사와 동떨어진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미실을 여왕으로 등극시키는 파격을 발휘하긴 어려울 겁니다. 미실은 쓰러져가는 시대의 거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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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의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면 미실은 몰락할 운명입니다. 미실을 연기하는 고현정의 출연 계약이 11일 방영분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미실은 그 무렵 죽음을 맞고 퇴장하게 되겠죠. 과연 미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지가 현재 '선덕여왕'의 최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시청자들도 가장 궁금하게 생각할테고, 기자들 또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갈해주기 위해 알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덕여왕' 제작진은 연기자와 스태프의 입단속을 하며 내용에 대한 사전 유출을 방비하고 있습니다. 실제 역사상으로, 아니 실제 역사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화랑세기'라는 역사서에 따르면 미실은 어느 정도 천수를 다한 뒤 병으로 죽는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상에선 쿠데타 실패 이후 드라마틱한 죽음을 맞을 겁니다. 어찌 죽을 지는 모르지만 병사는 아닐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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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를 썼다가 한 독자분에게 준엄한 질타를 받았습니다. 미실 죽음 시기에 대한 문제였죠. 저는 미실이 선덕여왕 등극 이후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독자분은 '화랑세기'의 기록에 근거해 미실은 선덕여왕 등극 25년전에 이미 세상을 등졌다고 알려오셨습니다. 아차 싶어서 '화랑세기'의 기록들을 살펴 봤더니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상에서 미실의 쿠데타가 펼쳐지는 시점에서 이미 미실은 세상 사람이 아니어야 했다는 역사서의 기록입니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미실은 607년 약 70세 언저리의 나이에 병사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이 때 덕만공주는 20세 정도고, 덕만공주 세력의 핵심인 김유신은 12세입니다. 덕만공주와 힘을 합친 김춘추는 5세 정도의 소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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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의 덕만공주야 그렇다 쳐도 12세 김유신과 5세 김춘추가 미실 세력에 앞장서서 맞서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네요. 사실 드라마상의 미실의 쿠데타는 역사 상으로는 칠숙과 석품의 난을 활용 각색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여왕 등극에 반대하는 귀족 세력의 반란으로 칠숙과 석품의 반란을 진압한 뒤 덕만공주는 선덕여왕이 되거든요. 그런데 칠숙과 석품의 난은 631년에 벌어진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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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드라마 상에서 미실의 쿠데타가 일어날 시점에 실제 미실은 이미 별세한 상황이라는 역사적 해석이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덕만공주는 유령을 상대로 힘겨운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 될 수도 있겠고요. '삼국지'의 유명한 대목인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제압한다'는 상황이 고스란히 '선덕여왕'에서 재현되는 셈이죠. 죽은 미실이 산 덕만공주를 괴롭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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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미실 세력의 중심 인물인 동생 미생 역시 미실과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덕만공주의 강적인 미생 역시 유령인 셈이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춘추 미실과 미생이 죽을 무렵 유아기였죠. 예전에 극중에서 미생은 김춘추를 수행하며 기방을 드나들었는데 코흘리개를 모시고 기방을 다닌 셈이네요. 요즘 같아서는 미성년자보호법에 크게 위반돼 철창 신세를 지고도 남을 일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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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이 역사를 상당히 도외시하고 전개되고 있긴 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역사왜곡의 도가 지나쳤다고도 지적할 수 있죠. 실제로 많은 지적이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번 포스팅이 '선덕여왕'의 역사왜곡을 지적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저도 푹 빠져 재미있게 보고 있으니 지적할 자격이 없죠. 그저 실제 역사와 비교하니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있더라 정도입니다.
2009/11/03 11:12 2009/11/03 11:12
요즘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월·화요일 밤 10시입니다. '선덕여왕' 방송하는 시간이죠. 요즘엔 특별히 기대하고 보게 되는 드라마가 없어서인지 '선덕여왕'을 기다려 챙겨보게 되고 있습니다. 14일부터 '아이리스'가 시작하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월화수목 밤 10시가 연속해서 기다려질 지 어떨지요.

'선덕여왕'의 장점은 매주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전체적으로 큰 흐름을 지닌 전개를 이어가면서도 매주 한가지씩 관심을 고조시키는 주제로 다음주로 관심을 이어가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엔 귀족들의 매점매석을 통쾌하게 분쇄하는 덕만의 기지가 특별 이벤트였습니다. 말미에 덕만의 여왕 등극 선언을 이번주 이벤트로 넘겨둔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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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덕만은 왕위를 이을 부마를 추천하는 어전회의에서 "혼인을 않겠다. 내 스스로 부군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동안 마음 속에 품어뒀던 큰 뜻을 마침내 정식으로 선포한 순간이었습니다. 왕실과 조정은 패닉 상태에 접어든 분위기였습니다. 미생 하종 등 미실파 인사들은 물론이고, 김춘추 염종 등 파벌이 모호한 인사들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덕만파의 비담도 부정적인 태도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반응은 칠숙의 반응이었죠. 피식 웃음을 지었습니다.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면서도 뭔가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암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쨌든 덕만의 여왕 등극 선언은 향후 '선덕여왕'의 전개에 핵심 화두가 됐습니다. 덕만이 신라 사회 전반의 반대를 극복하는 과정은 이번 주의 특별 이벤트가 되기도 하겠죠. 예전처럼 스피디하게 펼쳐 보일 수 있을 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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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신라 사회에서 여왕 등극 선언은 그토록 경악할 만한 일이었을까요. 이 부분은 역사에 명확하게 기록돼 있지 않았기에 드라마에서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기 좋은 대목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당시 정황에 비춰 추측해볼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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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그려진 것처럼 신라 사회 전반이 기함하고 어이없다고 덕만의 웅지를 폄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우선 골품제도 아래에서 덕만의 신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덕만은 성골입니다. 신라의 왕위는 성골만이 계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성골남진(聖骨男盡)의 상황에서 왕위 계승 최고 우선 순위는 덕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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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성골의 위상은 진평왕 부부의 이름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진평왕 부부의 이름은 백정과 마야입니다. 석가모니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과 일치합니다. 당시 성골의 지위가 석가모니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죠. 신라의 국가 종교가 불교임을 놓고 볼 때 성골의 지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성골인 덕만의 여왕 등극은 최선은 아니더라도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신라 사회는 여성의 지위가 대단히 높았던 것으로 기록에 남아있습니다. 우선 당장 미실이라는 걸출한 여성 지도자가 신라 조정을 장악하고 있었던 점도 여성의 지위가 높았던 점을 반영하는 대목입니다. 미실은 사실상 왕보다 더 강한 권력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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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를 찾아본다면. 화랑도의 전신인 원화의 수령이 여성이었던 점도 그렇고, 신라의 대표적인 문화 행사인 길쌈의 중심인물도 여성이었습니다. 건국 초기 왕비들 중에 국신으로 숭배되는 인물들도 있었습니다. 왕보다 더 높은 지위를 인정받았던 여인들이 있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 사회상에서 여왕의 탄생은 그다지 무리한 일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선덕여왕' 덕만의 여왕 등극 선언에 경악하는 신라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남존여비사상의 근원이 된 유교적 사고 방식을 신라 사회에 투영한 게 아닐까 여겨집니다. 그러나 당시 신라 사회에 유교 사상은 그다지 자리 잡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드라마상의 기함하는 반응은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 정도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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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덕만이 새로운 숙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이요원의 건강이 많이 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안타깝네요. 종영까지 2개월 가까이 남았는데 건강 관리 잘하면서 잘 마무리하길 기원합니다.
2009/10/12 07:37 2009/10/12 07:37
현재 안방극장은 '선덕여왕' 천하입니다. '선덕여왕'은 30%대 중반의 시청률로 월화극 시간대를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시간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최고 인기 드라마입니다. 상승세 또한 거침없습니다. 현재의 상승세라면 40% 돌파는 시간 문제일 것 같습니다. 올해 최고 기록인 '찬란한 유산'을 넘어서는 것 역시 시간 문제죠.

당대 어떤 드라마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 인기 드라마에겐 명예로운 칭호가 주어지곤 합니다. '국민 드라마'라는 칭호죠. 그렇다면 '선덕여왕'에도 국민 드라마라는 칭호가 주어질 수 있을까요. 치솟는 시청률과 인기를 감안하면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여겨지는 상황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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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덕여왕'은 국민 드라마라는 칭호를 얻기엔 부족함이 있는 작품입니다. 국민 드라마의 필수적인 선행 조건인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몇가지 걸림돌이 있거든요.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재미가 최우선입니다. 그러나 국민 드라마급의 성공을 하려면 단순한 재미 이상의 공감과 감동이 필요합니다. '선덕여왕'은 그 점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우선 '선덕여왕'은 자극적인 재미와 감동을 추구합니다. 쥐어짜내려 한다고 하면 적합한 표현일지 모르겠네요. 천명공주의 죽음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만 할 겁니다. 상황 전개상 천명공주의 죽음이 필연적이라면 최고의 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개 과정을 놓고 볼 때 천명공주는 반드시 죽어야 할 필요까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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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실 세력과 황실의 대립 구도에서 뭔가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천명공주의 죽음은 확실히 강력한 한방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굳이 죽지 않더라도 대결 구도의 국면 전환용 카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허망한 죽음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물며 실제 역사상으로 천명공주는 그렇게 비명횡사하지 않습니다.

애매모호한 멜로 구도 또한 '선덕여왕'이 국민 드라마로 올라서는데 있어 장벽이 되는 부분입니다. 탄탄하게 짜여진 멜로 라인은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를 잡도록 하는 중요 요소입니다. 그러나 '선덕여왕'은 멜로에 있어서는 허술하기 그지 없습니다. 핵심 멜로 라인은 감동적이긴커녕 불편하기만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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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멜로 구도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명공주와 김유신, 그리고 김유신과 덕만의 엇갈리는 애정 관계에 대한 이야기죠. 천명공주와 김유신의 국혼이 결정되고, 김유신이 덕만에게 사랑의 도피를 하자고 제안하는 장면 등은 제대로 어이상실이거든요.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역사적으로 천명공주와 김유신의 국혼은 존재하지 않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김유신과 덕만의 애정 관계 또한 역사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두 안되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 제작진이 밀어붙이며 감동을 짜내려고 한다면 불편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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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이 덕만에게 애절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나, 천명공주가 김유신에 대한 마음을 접고 동생에게 보내주는 장면은 역사를 배제한다면 충분히 감동적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실존한 역사를 바탕에 놓고 보면 감동은커녕 당혹스럽고 불편한 장면이 됩니다. 그런 장면이 지속되면 멜로 구도에 대해서는 거부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모든 불편함의 근원은 '선덕여왕'의 본질이 사극이라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일 겁니다. 사극은 실존했던 역사에 바탕을 둬야 하는데 이를 너무 무시한채 흥미에만 집중한다면 폭넓은 공감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구태의연한 표현에 따르자면 역사 왜곡의 불편함이죠. 재미있다는 이유로 용인해선 곤란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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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극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역사에 완전히 함몰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역사적 정보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부분입니다. '선덕여왕'은 천명공주 덕만공주 김유신 등 역사적으로 중요 인물인 동시에 작품의 주인공들의 역사적 배경을 깡그리 무시해버린 오류를 범하고 있기에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에 부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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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역사상 기록이 애매모호한 인물입니다. 화랑세기 정도에만 남아있죠. 그렇기에 작가적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해 극적으로 재미있게 그려도 누가 뭐라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덕만 천명 김유신 등 사료에 기록이 남아있는 인물의 경우에는 역사를 지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조상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고요.
 
사극 중에 국민 드라마의 칭호를 얻은 작품은 제법 있습니다. '허준' '대장금'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 되겠죠. 이들 작품은 역사적으로 중요 인물의 역사상의 정보는 지켰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했죠. 덕분에 역사 왜곡에 대한 지적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감동과 공감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었습니다.

'허준'과 '대장금'을 연출한 이병훈 PD께 '선덕여왕'에 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역사적 정보를 너무 무시하지 않나에 대한 질문이었죠. 이병훈 PD께서도 "재미는 있지만 조금 심한 것 같다. 최소한 기록에 남아있는 역사에 대해서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정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하시더군요. 
2009/08/12 07:37 2009/08/12 07:37

'선덕여왕'에서 조금씩 거북한 대목이 생기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부분입니다. 주로 상하 관계에 있어서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요소들이 발견됩니다. 굳이 지적하자면 등장인물의 나이입니다. 나이에 의한 묘사가 그다지 명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거든요.

'선덕여왕'의 인물들은 역사 속 실존 인물입니다. 출생년도가 정확하게 기록돼 있진 않아도 정황에 비춰 보면 충분히 추측은 가능합니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나이를 먹으면 늙어야 합니다. 등장 인물들의 외모에는 세월의 흔적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야 하죠. 그리고 윗 연배의 인물에겐 존대를 하는 게 당연지사입니다. 그래야 동방예의지국에 사는 사람들 답다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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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덕여왕'에서 세월과 예의범절은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인상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나이를 먹지 않는 불로장생의 인물이 있는가 하면, 10년 가까이 먼저 태어난 사람을 마구 대하는 인물도 수두룩하게 등장합니다.

'선덕여왕'은 역사 그대로를 다루는 정통 사극은 아니라고 합니다. 굳이 역사 왜곡 지적을 하는 건 치사하고 구차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어느 정도 부합되는 부분이 있어야 할겁니다. 세월과 예의범절이 너무 무시되는 경향은 불편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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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인물은 역시 미실 고현정입니다. 첫 방송이 시작된 이래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용모는 오히려 젊어진 듯한 모습입니다. 사료를 찾아보면 미실은 정확한 출생년도는 기록되지 않았습니다만. 545년께 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정황들에 비춰볼 때 요즘 한창 방영되는 시기는 610년 이후로 사료됩니다. 미실은 적어도 65세 정도가 돼야 합니다. 그런데 외모는 많이 봐줘야 30대 중반입니다. 진시황이 그토록 찾아헤매던 불로장생의 약을 구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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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초반부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또 한가지 어색한 대목이 나옵니다. 이순재 선생이 특별 출연한 진흥왕(진흥대제)에 대한 부분이죠. 진흥왕은 역사상 자료에 따르면 43세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선덕여왕'에선 천수를 누린 할아버지였죠.

미실이 나이에 걸맞지 않다 보니 정웅인이 연기하는 미생을 비롯한 미실파 인물들도 모두 세월을 거스른 인물들입니다. 미생은 550년께 출생한 걸로 기록돼 있으니 요즘 방영 시기엔 환갑 언저리의 나이입니다. 그러나 30세 이상 어린 사람들보다 오히려 젊어 보입니다. 미생은 엄청나게 색을 밝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색을 밝히면 세월을 거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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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범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김유신 엄태웅과 덕만 이요원을 거론해야할 겁니다. 김유신은 사료에 594년 출생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요즘 방영 시기엔 20대 후반의 화랑이라고 봐야겠죠. 극중에서 화랑의 한 세력을 이끌고 있습니다. 엄태웅의 늙수구레한 외모 덕분에 30대 초반의 장군 정도로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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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덕만은 정확한 출생연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황으로 미뤄볼 때 585년 무렵 태어난 것으로 여겨집니다. 김유신이 10년 가까이 연상인 덕만을 마구 하대하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죠. 물론 덕만공주가 남장을 하고 화랑으로 활동했다는 것 자체가 실제 역사와는 많이 다른 대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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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천명공주와 김유신의 모습도 어색한 부분이 참 많죠. 천명공주의 아들인 김춘추와 김유신은 후일 절친한 친구가 되는 걸로 알려져 있죠. 김유신은 여동생을 김춘추에게 시집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대단한 기지를 발휘해서 왕비의 오빠가 되는 걸로 유명하죠.

그런데 김유신은 사돈 어른이 될 천명공주와 우애를 나누고 있네요. 사돈과 우애를 나눈 이후에 동생을 친구에게 시집 보내네요. 이 부분은 역사 자료를 좀더 찾아봐야 할 것 같긴 합니다. 사료 상 김춘추는 김유신보다 10세 정도 아래이거든요. 김춘추는 유승호가 연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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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은 분명 재미있는 사극입니다. 학창 시절 국사 시간에 자세히 배우지 못했던 시기를 다루기에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다음 줄거리가 궁금해지면 역사 공부도 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사극에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역사 공부를 하고 나면 영 따로 노는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굳이 지적하자면 역사 왜곡일텐데. 왜곡이라고 하고 싶진 않습니다. 본질 자체가 다를테니까요. 그래도 조금 불편하고 거북한 건 어쩔 수 없네요.

2009/07/14 12:37 2009/07/14 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