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 가장 짜릿한 데뷔의 순간으로 기억된 연기자는 누가 있을까요. 2005년 개봉된 영화 '왕의 남자'의 공길 이준기가 그 중 하나에 꼽히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겁니다. 이준기는 '왕의 남자'에서 여자 보다 예쁜 남자로 매력을 과시하며 단번에 톱스타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굳이 2000년대 중반으로 한정하지 않아도 이준기는 가장 짜릿한 데뷔의 순간을 지닌 연기자로 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이준기의 데뷔 순간을 연상케하는 연기자가 있습니다. '천추태후'의 박진우입니다. 여자보다 예쁜 미모로 목종(이인)을 매료시키는 천민 광대 유행간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말 눈부신 미모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가녀린 몸매에 하늘하늘한 춤솜씨까지…. 목종을 사로잡는 점에서 또 하나의 왕의 남자입니다. 역사에 기록된 유행간이란 인물을 놓고 볼 때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 이야기는 잠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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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가 연기하는 유행간은 일단 외모상으로는 이준기의 공길과 비교해 손색이 없습니다. 미모는 조금 우월하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 같네요. 박진우는 2004년 데뷔 시절부터 '꽃미남'으로 꼽히며 기대주로 인정 받았습니다. 여러 차례 도약의 기회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대 만큼의 성과를 얻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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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 꽃미남 주자들에게 추월당한 분위기죠. 요즘 들어서는 만년 기대주에 그치고 있는 인상이 역력합니다. 그렇기에 '천추태후'의 유행간은 그에게 모처럼 찾아온 도약의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외모상으로는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천추태후'의 시청률이 갈수록 하락하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죠.

여기서 박진우가 어떤 연기자였는지 잠시 짚어 넘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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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은 2004년 개봉된 영화 '어린 신부'였습니다. 김래원의 꼬마신부 문근영의 고교 선배로 등장했습니다. 멋진 외모의 야구선수로 문근영의 마음을 흔든 장본인이었죠. 원빈을 닮은 이미지로 화제가 됐습니다. '원반'이라는 별명도 얻었죠. 문근영과 인연은 2008년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이어갔습니다.

이후 청춘 시트콤 '논스톱5'에도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했습니다. 구혜선 홍수아 타블로 이정 등과 호흡을 맞췄죠. 순조롭게 성장해가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영화 '다세포소녀'에서 남자 주인공으로 낙점되면서 스타 도약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신세대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다세포 소녀'에서 박진우와 김옥빈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다세포소녀'의 흥행 성적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박진우의 주가도 주춤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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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박진우는 또 한번 영화의 주인공으로 낙점되며 재도약를 노렸습니다. 쥬얼리의 박정아와 함께 '날나리 종부전'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흥행은 실패했습니다. 두 차례의 연이은 실패는 박진우에게도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주연급으로 활약하던 박진우는 조연급으로 밀려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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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에서도 초반엔 제법 비중이 있는 배역이 아닐까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눈에 거의 뜨지 않는 배역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인과는 '바람의 화원'에 이어 '천추태후'에서 다시 인연을 이어가네요.

과연 박진우는 '천추태후'의 유행간 캐릭터를 통해 만년 유망주를 탈피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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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캐릭터를 놓고 보면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유행간은 목종을 매료시켜 고려 왕실에 들어가게 됩니다. 목종의 최측근으로 정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 됩니다. 당대 최고 권세를 누리는 천추태후-김치양 세력에 유일한 대항마가 목종-유행간 세력이라고 할까요. 극중에선 김치양이 목종을 망가뜨리기 위해 유행간을 왕실로 끌어들인다는 설정도 있네요.

아무튼 유행간은 갈등의 주요 축이 되는 점에서 관심을 모을만한 캐릭터입니다.등장 초반 분위기도 상당히 긍정적이었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미모로 눈에 확 띄는 효과를 발휘했거든요. 박진우의 재발견 차원에서도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다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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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발목을 잡는 요소도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지나친 왜곡이죠. 극중 유행간은 천민 광대로 소개됐습니다. 그러나 역사상 기록에 따르면 이와 판이하게 다릅니다. 유행간은 고려 건국 중신인 유품렴의 아들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광대라는 극중 설정은 흥미를 위한 지나친 변조라고 봐야 겠네요. 좋은 출신으로 벼슬길에 오른 유행간은 미려한 용모 덕분에 목종의 눈에 띄어 합문사인이라는 관직에까지 올랐습니다. 목종의 뒤에서 정사를 뒤흔든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결국 유행간 캐릭터는 '천추태후'의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일 여지를 지닌 캐릭터입니다. 정통 사극에서 역사 왜곡 논란은 틀림없이 마이너스 요소죠. 박진우에게도 그다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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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열쇠를 쥔 인물은 박진우입니다. 박진우가 얼마나 열심히 해서 캐릭터의 장점을 부각시킨다면 도약의 기회를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제2의 이준기라고 할까요.

2009/07/07 12:17 2009/07/07 12:17

백상예술대상이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부문별로 5명(작품)의 후보가 결정된 가운데 치열한 경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수상자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끊임없는 논의와 논의를 거듭한다고 합니다. 심사위원들이 후보 중에서 앞서가는 인물을 추려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심에 고심, 심사숙고를 거듭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백상예술대상 TV부문은 무엇보다 지상파 방송 3사를 포괄하는 시상식인 점에서 방송가에선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해 동안 각 방송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연기자와 작품들이 경쟁을 펼치기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진정한 진검승부가 이뤄지는 셈이니까요. 지난 해까지 백상예술대상은 4월에 개최됐지만, 올해는 지난 해의 여운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시기를 앞당겼습니다. 2월 27일에 개최됩니다.

이번 백상예술대상 TV부문의 재미있는 점은 지난 연말 지상파 방송 3사의 연기 대상 수상자들이 후보에 올라 치열한 경합을 펼치는 점입니다. 김혜자·문근영·김명민·송승헌 등 각 방송사 대상 수상자들이 집결했습니다. 여기에 이준기·송일국·김지수 등 각 방송사의 최우수상 수상자들도 도전장을 던지네요. 지난 해 방송 3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은 논란들이 많이 있었죠. 이미 끝난 시상식이기에 논란이 해결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백상예술대상은 해묵은 논란을 시원하게 해갈한다는 의미도 지녔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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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주요 부문에 대해 미리 한번 점쳐보는 시간을 마련해 볼까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점을 우선적으로 말해둡니다. 심사위원분들과 저는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 역시 10년 가까이 방송 담당 기자를 하면서 남다른 식견과 안목을 지녔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TV를 열심히 봅니다. 직업 정신 반, 좋아서 반이라고 해두겠습니다. 제 의견이 수상자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진 않겠지만 재미삼아 짐작을 한번 해볼까요.

우선 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부터 볼까요. 후보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과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 '일지매'의 이준기와 '바람의 나라'의 송일국, 그리고 '온에어'의 박용하입니다. 쟁쟁한 후보들이네요. 김명민과 송승헌은 지난 연말 MBC 연기대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정말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죠. 백상예술대상에서 재격돌을 하니 흥미진진하네요. 이준기와 송일국은 SBS와 KBS의 최우수연기상 수상자입니다. 남자 수상자 중엔 가장 큰 상이었습니다. 백상예술대상은 말 그대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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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받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김명민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MBC 연기대상에선 방송사에 대한 공헌도 등을 감안했을 때 송승헌의 공동 수상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만. 백상예술대상에서 김명민과 송승헌을 비교할 땐 저울이 확 기우는 느낌입니다. 일단 송승헌은 김명민의 대항마로 꼽기 힘들다고 여겨집니다. 굳이 꼽자면 이준기를 꼽고 싶습니다. '일지매'에서 이준기는 깜짝 놀랄 만큼 출중했습니다.

여자 최우수연기상은 어떨까요. KBS와 SBS 연기대상 수상자인 '엄마가 뿔났다'의 김혜자와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이 진검승부를 벌이겠네요. '태양의 여자'의 김지수도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김지수는 KBS의 최우수여자연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에덴의 동쪽'의 한지혜와 '타짜'의 한예슬도 후보에 올랐습니다. 한지혜는 발연기 퍼레이드가 펼쳐진 '에덴의 동쪽'에서 발군의 연기를 펼친 신예로서 후보 자격이 넘쳐 흐릅니다. 그런데 한예슬은 왜 후보가 됐는지 영 납득이 안가네요. 어색하기 그지없는 연기로 최고의 미모를 완전히 가려버린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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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누가 받을까요. 다들 김혜자 선생을 최우선으로 꼽지 않을까 싶네요. 문근영이 대항마로 꼽힐 것 같고요.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저는 김지수를 꼽고 싶습니다. 연기력은 둘째 치고 작품에서 보여준 힘이 엄청났거든요. '태양의 여자'는 당초 그다지 기대를 모으지 않았던 작품이었지만 김지수의 명품 악녀 연기 하나로 화제작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반면 김혜자 선생의 경우 이순재 선생, 백일섭 선생, 강부자 선생 등 막강한 서포터들의 후원을 든든히 받았습니다. 김지수는 장판교에서 홀로 백만대군을 상대한 장비를 연상케 해 더욱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바람의 화원'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친 문근영이 경합한다고 하고 싶습니다.

신인상 부분도 치열할 것 같습니다. 특히 남자 신인상은 정말 누구 받아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후보들이 집결했거든요.

남자 신인상 후보는 '에덴의 동쪽'의 김범, '그들이 사는 세상'의 엄기준, '태양의 여자'의 정겨운, '조강지처클럽'의 이상우,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입니다. 요즘 사회 분위기상으로는 이민호가 단연 눈에 띄긴 합니다. 그러나 실력만 놓고 보면 이민호가 앞선다고 볼 수도 없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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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엄기준에게 한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엄기준은 조연이었지만, 현빈 송혜교 등 주인공들을 압도하는 포스를 발휘했습니다. 안정된 발성과 힘있고 절도있는 동선 등이 대단했습니다. 물론 이민호도 충분히 받을 만합니다. 그런데 요즘 다른 후보가 하나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정겨운입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엄청난 연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만일 '미워도 다시 한번'이 2개월 전에만 방송됐다면 정겨운에게 표를 던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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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신인상 후보는 '너는 내 운명'의 윤아, '에덴의 동쪽'의 이연희, '내 사랑 금지옥엽'의 홍아름, '바람의 화원'의 문채원, '온에어'의 한예원입니다. 남자 부문 만큼 치열할 여지는 별로 없을 듯 싶습니다. 앞서 가는 사람이 너무 눈에 보이거든요. 저는 문채원에게 한표 던집니다. '바람의 화원'에서 나긋한 금기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윤아가 지명도에서 앞서긴 하지만 문채원이 제겐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P.S 아 그리고 지난 번 포스팅에서 백상예술대상 초대 이벤트를 했는데요. 저는 20장을 다 처분할 수 있을거란 생각은 차마 못했는데 많이들 응모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착순 10분께는 15일까지 안내 메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아쉽게 선착선 10분에 포함되지 못한 분들께는 심심한 사과드리겠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꼭 찾아보겠습니다.


2009/02/15 09:28 2009/02/1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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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은 정말 느린 드라마입니다.
영상미는 역대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돋보이지만,
영상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정작 스토리 전개는 답답할 정도로 더딥니다.

연출자 장태유 PD는 '디테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확실히 디테일은 돋보입니다. 장태유 PD는 '디테일 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질질 끈다고 할 수 있고, 좋게 말한다면 섬세하다고 할 수도 있겠죠.

어쨌든 '바람의 화원'의 더딘 전개는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완성도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다소 부진한 편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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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방영된 '바람의 화원'은 더딘 전개의 아쉬움을 상당히 떨쳐냈습니다.
영상 자체야 전반적으로 느린 템포를 유지했지만,
다양한 사건들이 중첩되는 가운데 속도감 있게 흘러갔습니다.
 
무엇보다 돋보인 장면은 신윤복이 정향에게 여성성을 고백한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그 장면은 매우 느렸습니다. 동료들 중엔 보다가 졸았다는 이도 있더군요.
그렇지만 느린 와중에 팽팽한 긴장감은 상당한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여자가 여자에게 '그동안 여자인 척해서 미안하다'라고 용서를 구하고,
'여자임에도 여자인 당신을 마음에 둬서 미안하다'라고 사죄하는 이 장면은
'바람의 화원'이 그동안 동성애 코드를 분명히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성애 코드는 보통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로 활용되곤 하는데,
'바람의 화원'에선 안타까운 감정이 스물스물 흘러나오며 애잔하게 표현됐습니다.
문근영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신인 문채원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닷냥라인'이 작별을 고하는 점에서 한층 진한 아쉬움을 남긴 명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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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이 여성성을 고백하는 장면에 앞서 있었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입맞춤신도 괜찮았습니다.
조금 작위적인 느낌을 남기기도 했지만 여성성의 고백을 암시하는 역할을 했고
또한 앞으로 '바람의 화원'의 애정구도가 '닷냥라인'에서 '사제커플'로 이동한다는 것을
약간은 애매한 갈등이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보여줬습니다.

20일 방송분에서 '바람의 화원'은 느린 전개 속에서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담아낼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신윤복의 여성성 고백이라는 핵심 이야기와 김홍도와 신윤복의 묘한 감정의 흐름 외에도
사도세자 예진의 완성으로 인해 조정에 불어닥칠 개혁에 대한 예고와
얼굴 없는 초상화로 인해 밝혀질 10년전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에 대한 실마리까지
완만한 가운데 묵직한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이제 '바람의 화원'은 종영까지 2주 남짓 남았습니다.
앞으로 할 이야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20일 방영분은 짧은 시간에도 많은 이야기를 가치있게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남은 기간 흥미진진하게 시청할 수 있는 기대를 남겼습니다.
유종의 미가 기대됩니다.

사족으로,
지난 주말에 문근영이 숨은 선행천사였다는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뜨거운 화제가 됐고, 한 얼빠진 인간의 헛소리로 더 큰 화제가 됐습니다.
'바람의 화원' 시청률 상승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심 예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일 뿐이라는 진리를 잊었나 봅니다.




 

2008/11/24 10:57 2008/11/24 10:57

'바람의 화원'에서 문근영의 호연에 연일 극찬이 끊이지 않습니다.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에서 조선 후기 명화가인 남장여인 신윤복을 연기하고 있죠.
사실 방영 전에는 남장여인 캐릭터로 성인 연기에 도전한다는 화제성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방영이 시작된 뒤에는 화제성을 압도하는 연기력으로 감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깜찍한 국민 여동생의 여유로운 자신감까지 엿보여 흐뭇하기까지 하더군요.

문근영의 연기가 끊임없는 찬사를 이끌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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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바람의 화원'의 핵심 재미 포인트인 동성애 코드의 소화에 있습니다.
신윤복은 같은 남자의 모습을 한 스승 김홍도에게도 연정을 느끼고,
실제로 같은 여자인 금기 정향에게도 묘하게 끌리는 감정을 지녔습니다.
이성과 동성을 오묘하게 오가는 이중의 동성애 코드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러나 문근영은 섬세한 감정의 흔들림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2일 방송에서 김홍도와 함께 군선도를 그리는 장면에서 은은하게 흐른 묘한 감정의 기류를
표 나듯, 또 표 안 나듯 갈무리하는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워 발견하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8일 방송에서 정향의 몸을 어루만지며 화폭에 담는 과정에서 형언하기 힘든 감정의 떨림을
섬세하게 표현한 연기는 백미로 꼽기에도 손색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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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장면은 문근영이 고난도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대목입니다.
중요한 건 그다지 어렵게 연기한 듯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몸에 익은 듯 자연스럽게 소화해냈죠. 벌써 대가의 경지에 이른 걸까요.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깨려는 듯한 격정적인 연기도 찬사가 아깝지 않습니다.
특히 그림을 향한 열정을 뿜어내는 모습 등에선 혼신의 힘을 담은 투지가 느껴집니다.
살아있는 그림을 이단시하는 도화서의 경직된 화풍에 항변하고,
순수한 열정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상처 받자 오열하는 연기 등은
성장통을 이겨내는 문근영의 실제 모습을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줍니다.
돌로 스스로의 손을 찧으며 오열하는 장면이 압권이었죠.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깨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을 신윤복에 투영해 보준 명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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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문근영은 특유의 순수하고 깜찍한 매력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묘한 감정의 흔들림과 격정을 표출하는 와중에 은근히 보여주는 깜찍한 장난스러움은
예전 '국민 여동생'의 매력 그대로입니다.
이는 굳이 보여주려고 하지 않음에도 자연스럽게 보여지기에 더 사랑스럽습니다.
여장을 한 채 단오풍정을 그리다가 곤경해 처했을 때 보여준 능청스러운 연기가 대표적인 예죠.

이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로 이어집니다.
문근영은 이를 바탕으로 대선배 박신양과 연기 호흡과 대결에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안정된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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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은 성장합니다.
재능있는 생도에서 조선을 대표하는 화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죠.
문근영 또한 '바람의 화원'을 통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동생'에서 좋은 연기자로 성장하는 거죠. 성장보다 진화가 어울리는 표현일까요.
신윤복과 문근영이 나란히 성장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죠.

방영을 앞두고 문근영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남장여인인 신윤복 캐릭터에 접근하는 마음가짐이 뭔가요?"라고 물었죠.
'남장여인'에 힘을 준 질문이었습니다.
문근영은 "그림을 위해 남장을 해야했던 신윤복이 그림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가슴에 새겨두고 있어요"라고 답하더군요.
결국 '바람의 화원'은 화원 신윤복의 자아찾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 또한 연기자로서 자아를 찾겠다는 각오까지 다졌죠.

문근영은 그 각오를 너무 훌륭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찬사가 결코 아깝지 않고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지네요.

2008/10/10 00:07 2008/10/10 00:07
2일 방영된 '바람의 화원'은 묘한 기대감을 갖게 했던 방영분입니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키스신이 공개된다는 소식이 잠깐이나마 들렸기 때문이죠.
문근영은 지난 8월 박신양과 입맞춤신을 촬영했는데요.
바로 그 장면이 2일 방영분에 공개될 거란 소식이었습니다.
키스신이라 하면 조금은 야릇한 느낌의 선정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되는데,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키스신이니 전혀 그럴 리는 없을테고요.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할 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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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장면, 김홍도와 신윤복이 함께 '군선도'를 그리는 장면에서
입맞춤 장면을 촬영했다고 하는데요.
결과적으로 방영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불방될 것은 미리 기사를 통해 알려지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왜 불방됐는지 궁금해서 그 장면들을 더욱 열심히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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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고 스틸 사진들을 보면 김홍도와 신윤복이 사랑을 나눈다는 점을
너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신윤복이 여자인 점 역시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죠.
사실 문근영이 신윤복을 연기하는 점에서 이미 공개하고 시작하는 셈이긴 합니다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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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구애하네요.
포스터 컷인 것 같은데, 전개에 대한 노골적인 제시가 아닌 듯 싶네요.
스포일러가 내부에 있다고 봐야 하는건지...
그러나 사실 '바람의 화원'의 향후 전개에 이런 장면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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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가장 사실적으로 작품을 반영하고 있는 거죠.
신윤복은 작품 후반부까지 여자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김홍도는 남장을 한 신윤복을 보며 마음이 끌리고 묘한 떨림을 느끼면서도
그런 스스로를 당황스러워 합니다.
물론 과거 의문의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알아내긴 합니다.
언제쯤 방영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꽃보다 붓을 주며 짐짓 근엄한 척하는 게 맞는 상황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키스신 방영은 왜 불발된 것일까요.

사실 2일 방영분에서 김홍도와 신윤복의 입맞춤은 상상 속의 장면으로 처리될 예정이었습니다.
함께 손을 맞잡기도 하며 군선도를 그리던 김홍도와 신윤복은 뭔가 짜릿함을 느낍니다.
신윤복이 느낀 감정이 더욱 강렬하죠.
신윤복은 묘한 떨림을 자제하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김홍도에게 입을 맞추는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대본 상엔 없던 장면인데, 촬영 당시 현장을 감돌던 묘한 분위기에 취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입맞춤 장면이 있어도 좋겠다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촬영했죠.

그런데 왜 불방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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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방영분에 소개된 신윤복과 정향의 야릇한 동침신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장면은 '바람의 화원'의 동성애 코드 논란의 서두를 여는 장면입니다.
여인이 남장 여인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야릇하죠.
물론 이 장면은 암시 정도에 그칩니다.
8일 방영분에선 스스로 여인임을 아는 신윤복이 정향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림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이 담긴 장면이긴 하지만
예술혼으로만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하죠.

아무튼 1일 방송분에 동성애 코드가 느껴지는 장면으로 시선을 확 잡아 끌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와 남자의 모습을 한 사람이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동성애 코드 논란에 확실히 불을 댕기겠죠.
아니 양성애 논란까지 나올 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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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제작진에게 동성애 코드는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분명 남장 여인 신윤복이 기녀 정향의 사랑을 받는 점은 동성애 코드가 아닐 수 없고,
신윤복을 남자로 알고 있는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빠져드는 점 또한 동성애 코드입니다.
작품 내에 동성애 코드가 2개나 있는 점에서 적절히 활용하면 상당한 흥미요소가 됩니다.

그러나 적절하게 배치해야 합니다.
과도하게 배치하면 주제를 흐리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고급스럽게 미술을 소재로 아름다움을 논하고자 했던 작품을 저급하게 만들 수 있는거죠.
주객이 전도됐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그래서 제작진은 동성애 코드를 어느 선까지 활용하는 게 적절한지 여전히 고민중입니다.
'가급적 동성애 느낌을 피하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게 기본 정서입니다.

그런 점에서 여인과 남장 여인의 사랑과, 남자와 남자의 모습을 한 사람의 사랑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건 기본 정서와 동떨어지는 거였죠.
무난한 수순은 여인이 남장 여인에게 연모의 정을 품는 과정이 한차례 바람으로 지나간 뒤
남자와 남자의 모습을 한 여인의 애정이 다뤄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문근영의 키스신 신고식은 일단 미뤄졌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키스신은 분명히 있답니다.
언제일지 기다려 보는 것도 재미가 아닐까 싶네요. 
2008/10/03 09:37 2008/10/03 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