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이 미실의 죽음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실의 퇴장은 결국 덕만공주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실의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면서 덕만공주의 여왕 등극을 위한 걸림돌이 사라집니다. 이번 주 '선덕여왕'의 최대 흥미 포인트는 미실의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게 되는 과정과 미실의 죽음이 어떤 방식으로 그려질 지가 될 겁니다. 이후 덕만공주의 시대가 열리겠죠.

전개 추이를 놓고 볼 때 진평왕(조민기) 또한 곧 유명을 달리하게 될 전망입니다. 미실의 죽음 이후 덕만공주의 여왕 등극은 거의 곧바로 이뤄진다고 봐도 되는 상황인 셈이죠. 더이상의 걸림돌은 없는 것처럼 그려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록으로 남은 역사를 놓고 볼 때 덕만공주의 왕위 등극에는 커다란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둘이나 있었죠. 드라마상에선 나타나지 않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적'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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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공주의 여왕 등극으로 가는 길에 가장 막강하게 등장했던 인물은 김용수(또는 김용춘)입니다. 드라마 상에서는 김용수와 김용춘이 각기 다른 인물로 다뤄졌는데 기록상으로는 동일 인물로 표시되기도 합니다. 천명공주의 남편이자 김춘추의 아버지이죠. '선덕여왕'에선 미실의 계략에 의해 이미 죽은 것으로 다뤄졌습니다만. 기록상으로는 오래오래 살면서 대장군으로 백제와 전쟁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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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공주 또한 드라마에서처럼 비명횡사하진 않았습니다. 김용수는 천명공주의 남편이자 진지왕의 아들 자격으로 왕위 계승 순위에 올라 덕만공주와 경쟁하게 됩니다. 관련 기록은 '화랑세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진평왕은 백제와 대결이 본격화될 무렵 후계 구도에 대한 걱정을 한 끝에 김용수를 후계자로 삼았습니다. 자신이 혹시라도 전쟁 중에 죽게 될 경우에 대비해 후계자를 정해놓은 거죠.

어떤 의미에선 김용수-천명공주 부부는 덕만공주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을 겁니다. 물론 덕만공주는 왕위 계승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제왕의 면모를 갖춘 결과 김용수를 제치고 진평왕의 후계자가 됐습니다. 경쟁에서 밀려난 김용수-천명공주 부부는 왕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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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상에서는 어떨까요. 일단 김용수와 천명공주 모두 세상을 등진 상태입니다. 극중에서는 김용춘이 김용수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김용춘은 왕위 계승 경쟁에서는 진작에 조력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덕만공주 지지 세력에서 조카인 김춘추 지지 세력으로 바뀌었다가 덕만공주와 김춘추의 연합 이후 덕만공주를 밀고 있습니다. 덕만공주 입장에선 사라진 경쟁자라고 볼 수 있겠네요.

덕만공주가 여왕에 오르는 과정에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계모와 이복동생이 경쟁 세력으로 부상했습니다. 덕만공주의 어머니인 마야왕후는 덕만공주가 후계자가 되기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승만왕후가 뒤를 이었고 아들을 낳아 왕위 계승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드라마상에서는 마야왕후가 건강하게 살아 있지만 이는 역사상 기록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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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공주와 승만왕후 모자의 경쟁은 제법 치열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덕만공주 지지 세력이 극단적인 방법까지 사용한 듯한 의혹을 사기까지 했거든요. 승만왕후가 아들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세력을 구축하고 힘대결 국면에 접어들어가는 와중에 아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거든요. 김용춘이 배후세력으로 지목되기도 했으니 덕만공주 관련설이 제법 설득력이 있었을 겁니다.

드라마상에서는 아예 승만왕후는 등장하지도 않을 분위기입니다. 당연히 아들 또한 등장하지 않을테죠. 실제 역사의 기록으로 막강했던 경쟁자가 드라마상에는 없는 셈입니다. 오직 미실만이 덕만공주의 경쟁자로 남게될 겁니다. 역사상 실존했던 경쟁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보이지 않는 적이 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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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공주가 여왕이 된 뒤 후계자는 사촌여동생인 승만공주가 잇게 됩니다. 진덕여왕이 되죠. 드라마상에는 역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비담이 덕만공주의 새로운 적수가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려낼지. 이미 역사와는 많이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또다시 엄청 다른 길을 가게 될 것 같습니다.


2009/11/12 11:41 2009/11/12 11:41
조금 속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거의 한달 동안 이 순간을 기대해왔고, 어떻게 그려질지 나름대로 상상해왔건만. 막상 고대했던 순간은 기대와 영 다른 방향을 향했습니다. 지금까지 숨 막힐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졌던 전개를 고려하며 기대에 부풀어 상상력을 발휘했던 게, 어쩌면 헛된 망상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선덕여왕'의 하이라이트인 미실의 죽음에 대한 단상입니다. 그렇다고 실망했다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아쉬움도 컸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해야하는 건지. 아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많았지만 선뜻 수저가 향하는 음식들은 아니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화려했지만 정곡을 짚어주는 감흥을 빗겨간 겉치레라는 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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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스스로 죽음을 택했습니다. 결코 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철의 여인이었지만 스스로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틀림없이 승리할 수 있는 필승의 수가 눈앞에 있었지만 패배를 택했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신라를 지키기 위해 어렵게 찾아냈던 꿈을 버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 미실을 향해, 덕만은 "잠깐이나마 미실에게서 왕의 모습을 봤다"는 감동 어린 찬사를 보냈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흐트러지지 않았고, 아들의 눈물 앞에서도 강인함을 잃지 않은 채 강렬한 교훈을 남긴 미실은 감동적이어야 했습니다. 음악과 분위기 등 감동을 쥐어짜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았습니다. 지나친 비약으로 작위적인 결말에 이른 듯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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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성에서 내전을 준비할 때까지 미실은 분명 신라의 주인이고자 했습니다. 덕만공주가 합종이라는 최후 통첩을 할 때까지도 미실은 신라의 주인이 되려는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주인의 꿈은 버리고 후계자를 키우라"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한 덕만공주에게 따끔한 훈계를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얼마 뒤 미실에겐 꿈에 다가갈 확실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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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실은 단번에 마음을 뒤집었습니다. 꿈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시대의 거인다운 장엄한 죽음이긴 했습니다만. 전개 과정을 돌아볼 때 설득력은 떨어지는 파국이었습니다. 미실에겐 여전히 많은 선택이 있었고, 시간은 여전히 미실에게 우호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신라 전체로 놓고 볼 때 미실을 지지하는 세력이 더 많은 상황이었거든요.

어쩌면 미실이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실의 지지 세력들 중에도 그동안 미실이 굳건하게 유지했던 대의를 저버린 채 왕위에 욕심을 내는 점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있었거든요. 얼마 전 공개됐던 다섯가지 시나리오 중엔 그런 이유에 의한 죽음도 있었습니다. 아들로 인정받지 못한 비담도 암살자의 여지가 있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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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미실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고 비약적으로 여겨지는 자살을 택한 데엔 그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해져버린 미실의 카리스마에 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창조자, 즉 작가마저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미실의 카리스마죠. 동시에 미실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고현정의 카리스마이기도 합니다.

당초 기획 단계에는 미실은 비담에 의해 죽음을 맞는 설정이었던 것이 유력했습니다. 버려진 아들이 어머니에게 복수하고, 어머니는 정을 주지 못한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며 아들로 하여금 꿈을 대신 이루도록 당부하는 설정이었죠. 죽는 순간에 아껴뒀던 정을 표현하는 어머니를 보며 아들 비담이 왕에 대한 꿈을 품고 덕만공주와 대립하는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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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이 미실을 죽이는 것도 하나의 설정으로 검토됐습니다. 설원은 진흥왕으로부터 '대의를 위해 미실을 척살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를 어기고 미실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도록 도운 인물입니다. 그동안 대의를 지켰던 미실이 대의명분을 저버리고 폭주하는 양상을 보이자 진흥왕의 명령을 뒤늦게나마 지킨다는 설정입니다. 이때 설원은 자결로 미실과 함께 하게 되죠.

어떤 식이든 미실이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면 그동안 신에 가까울 정도였던 미실의 카리스마가 너무 허망하게 무너지게 됩니다. 어울리지 않는 죽음이죠. 작가 입장에서는 사실상 신과 다름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었던 미실을 인간이 죽이도록 하는 것을 감히 생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다소간의 비약이 있더라도 스스로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게 적절한 예우라고 여겼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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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선덕여왕'의 창조자는 미실을 너무 거대하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게 만든 탓에 죽음에 대한 선택권마저도 캐릭터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은 거죠.

다만 너무 미화시켜 아름다운 죽음으로 만든 점은 옥에 티였습니다. 미화의 과정이 너무 급박한 나머지 어느 정도 뜬금없다는 인상을 남겼거든요. 전개 과정에서 화려한 기교로 기대감을 높인 점에 비하면 이를 수습할 내공은 부족했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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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중요한 것은 2009년 가장 멋진 캐릭터가 퇴장했다는 점입니다. 가장 멋진 드라마가 퇴장했음에도 '선덕여왕'은 아직 갈 길이 제법 멀다는 점입니다. 과연 작가는 어떻게 수습할까요. 너무 거대했던 미실의 빈자리인 만큼 채워넣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보입니다. 기교만으로 채우기엔 너무 빈자리가 크거든요. 그만한 내공이 있을지 주목됩니다.  

 
2009/11/11 06:37 2009/11/11 06:37
'선덕여왕'이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미실이 쿠데타를 일으켜 진평왕 연금 및 위국령 선포로 신라 조정을 장악하면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속절없이 밀리기만 하던 덕만공주 세력이 힘겹게 탈출에 성공하고 반격의 기회를 찾아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미실의 쿠데타가 마침내 끝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2일 방송된 '선덕여왕'에선 미실이 당나라 사신에 맞서 강한 여걸의 모습을 보여주며 멋진 인상을 남겼습니다. 미실이 이대로 신라의 여왕이 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유발하는 대목이었죠. 어쨌든 역사는 선덕여왕을 기록하고 있고, '선덕여왕'이 역사와 동떨어진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미실을 여왕으로 등극시키는 파격을 발휘하긴 어려울 겁니다. 미실은 쓰러져가는 시대의 거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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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의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면 미실은 몰락할 운명입니다. 미실을 연기하는 고현정의 출연 계약이 11일 방영분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미실은 그 무렵 죽음을 맞고 퇴장하게 되겠죠. 과연 미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지가 현재 '선덕여왕'의 최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시청자들도 가장 궁금하게 생각할테고, 기자들 또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갈해주기 위해 알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덕여왕' 제작진은 연기자와 스태프의 입단속을 하며 내용에 대한 사전 유출을 방비하고 있습니다. 실제 역사상으로, 아니 실제 역사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화랑세기'라는 역사서에 따르면 미실은 어느 정도 천수를 다한 뒤 병으로 죽는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상에선 쿠데타 실패 이후 드라마틱한 죽음을 맞을 겁니다. 어찌 죽을 지는 모르지만 병사는 아닐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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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를 썼다가 한 독자분에게 준엄한 질타를 받았습니다. 미실 죽음 시기에 대한 문제였죠. 저는 미실이 선덕여왕 등극 이후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독자분은 '화랑세기'의 기록에 근거해 미실은 선덕여왕 등극 25년전에 이미 세상을 등졌다고 알려오셨습니다. 아차 싶어서 '화랑세기'의 기록들을 살펴 봤더니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상에서 미실의 쿠데타가 펼쳐지는 시점에서 이미 미실은 세상 사람이 아니어야 했다는 역사서의 기록입니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미실은 607년 약 70세 언저리의 나이에 병사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이 때 덕만공주는 20세 정도고, 덕만공주 세력의 핵심인 김유신은 12세입니다. 덕만공주와 힘을 합친 김춘추는 5세 정도의 소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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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의 덕만공주야 그렇다 쳐도 12세 김유신과 5세 김춘추가 미실 세력에 앞장서서 맞서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네요. 사실 드라마상의 미실의 쿠데타는 역사 상으로는 칠숙과 석품의 난을 활용 각색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여왕 등극에 반대하는 귀족 세력의 반란으로 칠숙과 석품의 반란을 진압한 뒤 덕만공주는 선덕여왕이 되거든요. 그런데 칠숙과 석품의 난은 631년에 벌어진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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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드라마 상에서 미실의 쿠데타가 일어날 시점에 실제 미실은 이미 별세한 상황이라는 역사적 해석이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덕만공주는 유령을 상대로 힘겨운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 될 수도 있겠고요. '삼국지'의 유명한 대목인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제압한다'는 상황이 고스란히 '선덕여왕'에서 재현되는 셈이죠. 죽은 미실이 산 덕만공주를 괴롭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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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미실 세력의 중심 인물인 동생 미생 역시 미실과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덕만공주의 강적인 미생 역시 유령인 셈이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춘추 미실과 미생이 죽을 무렵 유아기였죠. 예전에 극중에서 미생은 김춘추를 수행하며 기방을 드나들었는데 코흘리개를 모시고 기방을 다닌 셈이네요. 요즘 같아서는 미성년자보호법에 크게 위반돼 철창 신세를 지고도 남을 일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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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이 역사를 상당히 도외시하고 전개되고 있긴 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역사왜곡의 도가 지나쳤다고도 지적할 수 있죠. 실제로 많은 지적이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번 포스팅이 '선덕여왕'의 역사왜곡을 지적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저도 푹 빠져 재미있게 보고 있으니 지적할 자격이 없죠. 그저 실제 역사와 비교하니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있더라 정도입니다.
2009/11/03 11:12 2009/11/03 11:12
가을 들어 막장 드라마가 다시금 안방극장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습니다. '보석비빔밥'의 임성한 선생, '수상한 삼형제'의 문영남 선생, '천사의 유혹'의 김순옥 선생 등 막장 드라마계의 거장 작가들이 일제히 밀려나와 경연을 펼치고 있어 막장의 강세에 불을 지피는 분위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종영한 '밥줘'의 서영명 선생도 막장 드라마계에선 역량을 발휘하는 분이었습니다.

막장 드라마는 자극적인 상황과 극단적인 전개로 "말도 안돼!"라는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구태의연하고 통속적인 드라마 소재들을 한층 선정적으로 그려내 시청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을 취하죠. 출생의 비밀, 사자(死者)의 귀환, 불륜, 복수, 괴이한 가족 관계 등이 주요 요소입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도 이 같은 막장 요소를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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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선덕여왕'입니다. 다른 작품들은 '막장'이라는 비난에 휩싸여 있는 반면, '선덕여왕'은 흥미진진하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틀림없이 막장 요소들이 재미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유는 뭘까요.

일단 '선덕여왕'의 막장 요소들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출생의 비밀 코드. 초반 덕만이 진평왕의 쌍둥이 딸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중반 이후엔 비담이 미실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출생의 비밀 코드로 이어졌습니다. 덕만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은 '선덕여왕'의 중반 가장 극적인 재미를 주도한 내용입니다. 비담의 출생의 비밀은 후반 '선덕여왕'의 절정을 이룰 대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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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死者)의 귀환의 귀환 코드 역시 재미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중국의 사막에서 모래 폭풍에 휩싸여 죽은 줄 알았던 칠숙과 소화가 돌아와 미실파와 덕만공주파의 갈등과 대립 구조에 상당한 부분을 담당했습니다. 칠숙과 소화는 최근 화두인 미실의 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습니다.

복수 코드는 '선덕여왕' 전개의 전체를 관통하며 흐르고 있는 정서입니다. 미실은 젊은 시절 천대 받고 궁에서 밀려난 기억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왕후를 꿈꾸고, 또 군주를 꿈꿉니다. 덕만공주는 자신을 대신해 살해 당한 천명공주에 대한 복수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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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추 또한 어머니 천명공주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을 지녔죠. 가야 부흥을 꿈꾸는 복야회 또한 복수에 정서의 근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담은 어머니를 향한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복수의 화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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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괴이한 가족 관계는 기존 막장 드라마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고 있습니다. 미실은 세종과 부부이면서 설원과 관계를 갖고 보종을 낳습니다. 진지왕을 유혹해 비담을 낳기도 했습니다. 미실의 문어발식 불륜은 막장 드라마의 기준에서 볼 때 절대 지존급입니다. 미실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족 관계 또한 괴이함의 절정을 이루죠.

물론 그 시절엔 그랬습니다. '선덕여왕' 상의 불륜과 괴이한 가족관계는 시대상의 반영이라는 차원에서 막장으로 몰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만. 요즘 막장 드라마의 기준에서 놓고 볼 때 막장 코드로서 의미는 있다고 한마디 곁들이고 싶은 정도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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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열거한 것만 놓고 보면 '선덕여왕'은 막장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칭송받아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선덕여왕'을 막장 드라마로 분류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있다면 '제 정신이냐?'는 질타를 받겠죠. 왜 그럴까요.

적절한 개연성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막장 코드들은 톱니바퀴가 맞아 떨어지는 듯한 인과관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다뤄집니다. 다만 다뤄지는 방식에서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돼!"라는 지적이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은 가능합니다만. 드라마의 전개로는 매끄럽고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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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타당성도 하나의 요인이 될 듯합니다. '선덕여왕'에는 등장인물들이 난데없는 비약으로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습니다. 인물들은 설득력 있는 정황 아래서 막장 코드들을 적절하게 묘사해나갔습니다.

'선덕여왕'에 등장한 막장 코드들을 짚어보면 생각할 대목이 있습니다. 막장 드라마를 형성하는 건 막장 코드의 소재가 아닌 전개에 있다는 점이죠. 요즘 막장 코드만 조금 보여도 '막장 드라마'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전후 사정을 잘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막장 코드가 있을 뿐 전개상으로는 막장이 아님에도 막장 드라마로 내몰아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2009/10/27 11:27 2009/10/27 11:27
P>'선덕여왕'이 미실의 대권 도전으로 본격적인 정치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당초 대권 경쟁은 덕만공주와 미실이 내세우는 대리인의 대결 구도였는데, 미실이 직접 군주가 되겠다고 나서면서 덕만공주와 미실의 대결로 압축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잠시 대권 도전의 뜻을 밝혔던 김춘추는 덕만공주 휘하로 들어왔습니다. 차기 대권주자로 뜻을 잠시 보류해둔 양상이죠.

미실은 세종 미생 설원 하종 등 혈연 관계의 고위 귀족을 비롯한 신라 귀족 세력을 등에 업고 있습니다. 반면 덕만공주는 진평왕 김용춘 등 왕족과 김서현 김유신 등 가야 출신 귀족들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미실 세력이 강력합니다. 정면 대결을 통해서는 도저히 덕만공주에게 승산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덕만공주의 승리가 되죠. 역사는 선덕여왕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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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덕만공주는 어떤 과정을 거쳐 대권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될까요. 아니 미실이 어떻게 대권 경쟁에서 패하는지를 관측해보는 게 더욱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현재 세력 구도를 놓고 볼 때엔 덕만공주의 승리보다 미실의 패배가 더 놀라운 일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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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방송에서 미실은 이른바 '미실의 난'을 통해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습니다. 치졸하고 비열한 계략을 동원해 덕만공주 세력을 뒤흔들었습니다. 군사 정변을 야기하는데 성공했고, 세종 시해를 조작해 덕만공주 세력을 완전히 궁지에 몰아넣었습니다. 완벽한 승리가 거의 목전에 보이는 상황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실은 패하겠죠.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미실이 무너지는 데엔 뭔가 내부적인 요인이 필연적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할 겁니다. 무너질 수 없는 장벽에 균열을 초래하는 요인.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는 요인 말입니다. 이를테면 미실의 아킬레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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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역사상 기록을 놓고 볼 때 미실은 대권 경쟁에 뛰어든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덕여왕'의 전개는 전적으로 작가적 상상력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할겁니다. 우선 역사에 기록된 미실의 행보부터 살펴 볼까요. 아무리 작가적 상상력에 의해 드라마가 전개된다고 해도 역사적 기록에 어느 정도 근거하고 있을 테니까요.

미실에 대한 기록이 나온 사서는 화랑세기입니다. 화랑세기에도 미실이 대권에 도전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드라마 상에 나타난 '미실의 난' 역시 기록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칠숙과 석품의 난'이 기록돼 있습니다. 덕만공주의 왕위 등극에 반대한 귀족의 반란이었습니다. '선덕여왕'에선 칠숙과 석품의 난의 배후 조종 세력을 미실로 묘사해 오묘하게 변조한 듯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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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세기에 따르면 미실은 말년에 대권에 도전하기보다 유난히 유약했던 보종에게 많은 정성을 쏟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선덕여왕'에서 보종은 강인한 화랑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역사는 내성적이고 문학을 즐기는 연약한 사내로 그려지고 있거든요.

화랑 내에서도 도태될 가능성이 농후했던 보종은 미실의 정성 덕분에 김유신에 이어 풍월주에 오르게 됩니다. 보종이 풍월주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실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승이 됐다는 야사도 전해진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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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덕여왕'으로 돌아와서. 이 같은 역사상 미실의 말년 기록에서 추측해볼 때 미실의 아킬레스건은 자식들을 비롯한 혈연 관계가 아닐까 추측 가능합니다. 남편인 세종과 그 사이에서 난 아들 하종, 정부 설원과 아들 보종, 거기에 남동생 미생. 피로 맺어진 끈끈한 관계지만 대권 획득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이들은 내부적 갈등 관계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특히 미실은 미실의 난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세종 시해 사건을 조작했습니다. 미실 캠프의 수장격인 세종을 희생양으로 삼는 거죠. 이는 세종과 설원의 갈등을 초래할 요인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세종은 미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만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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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 설원은 김춘추의 혼례를 놓고 한차례 격돌한 일도 있습니다. 세종-하종 부자는 미실과 설원이 각별하게 마음이 통하는 사이임을 견제해왔습니다. 세종이 희생양이 되는 상황은 미실 캠프 내부 조직력에 균열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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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왕과 정을 통해 낳은 숨겨진 아들 비담 또한 미실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습니다. 미실은 대권 도전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비담에게 상당한 정을 보입니다. 청유를 다녀오는 과정에서 미실과 비담은 다정한 모자지간이었습니다. "아들아" "어머니"라는 호칭만 없었을 뿐이지,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 채 대화를 나눴습니다.

미실은 대권 행보에 나서면서 비담을 보호하려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염종을 사주해 비담을 정변 현장에서 멀어지도록 했습니다. 이런 조치가 비담을 보호하려는 건지 아니면 강적인 비담의 개입을 막으려는 것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실은 실패 이후 카드로 비담을 염두에 두는 모습도 은연 중에 보여줬습니다. 아들을 보호하고, 왕위에 올리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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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은 미실의 대권 도전에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추측됩니다. 현재 비담의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은 미실과 비담, 그리고 설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덕만공주 세력에서 사실을 알게 되면 엄청난 파워를 지닌 국면 전환용 카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지, 또 어떻게 알게 될 지가 '선덕여왕'의 최대 재미 요소 중 하나게 되겠죠. 누가 작가이더라도 미실과 덕만공주의 대권 대결에 비담의 존재를 활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또 한가지 미실의 아킬레스건을 꼽는다면 지나친 자신감을 들 수 있을 겁니다. 미실 또한 자식들과 혈연 관계들이 자신의 행보에 악영향을 미칠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그 이상의 혜안을 지닌 캐릭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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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단도리에 소홀하다는 것은 자신감이 넘쳤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철녀 미실 또한 혈육의 정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어머니이자 아내인 여인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고요.

2009/10/21 06:37 2009/10/21 0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