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대부분 후일담입니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과 아쉬움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도 가정이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뤄질 뻔한 가정입니다.
그렇기에 재미있는 후일담이기도 합니다.

진작부터 쓰고 싶었던 내용이지만
김명민 박신양 모두 작품에 출연중이기에
이뤄지지 않은 과거를 끄집어 내는 건
결례가 된다는 생각에
'바람의 화원' 종영 때까지 기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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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바람의 화원'의 김홍도 역으로 강마에 김명민이 물망에 올랐던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박신양보다 먼저 출연 제의가 들어갔죠.
'바람의 화원'의 제작사 드라마하우스의 공동 대표가 '하얀거탑'의 안판석 PD거든요.
좋은 인연을 지닌 좋은 배우 김명민에게 출연 의향을 물었습니다.

김명민은 세가지 이유로 정중하게 고사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을 위한 드라마라는 점이었습니다.
자신의 연기는 강렬한 편이라 자칫 신윤복이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죠.
두번째 이유는 사극 이미지를 벗는데 너무 고생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불멸의 이순신'을 마친 뒤 이순신 캐릭터에 자유로워지는 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인사동 스캔들'이라는 영화에 캐스팅돼 있었던 점입니다.
물론 그 영화는 제작이 유보됐다가 김래원 주연으로 다시 제작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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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김명민은 '바람의 화원'의 김홍도와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인사동 스캔들' 제작이 보류된 뒤 '베토벤 바이러스'에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바람의 화원'과 동시간대에 경쟁해 압승을 이끈 주인공이 됐죠.

그렇다면 김명민이 김홍도 역으로 '바람의 화원'에 출연했으면 어땠을까요.
물론 훌륭한 연기를 펼쳤겠지만, 김홍도에 최고로 잘 어울리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바람의 화원'에서 김홍도는 신윤복을 돋보이게 도와주는 캐릭터이지,
스스로 돋보여선 곤란한 캐릭터거든요.
박신양도 정말 좋은 연기자고, '바람의 화원'에서 좋은 연기를 펼쳤지만
순간순간 스스로 돋보이는 경우들이 있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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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명민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돋보이는 엄청난 존재감을 지닌 배우입니다.
물론 신윤복을 돋보이도록 훌륭하게 지원할 수 있는 연기력을 지녔지만
그렇게 되면 김명민의 매력을 작품에 활용할 수 없게 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지만 김명민은 경쟁작의 인기를 주도해 '바람의 화원' 입장에선 아쉽긴 하죠.
김명민이 '바람의 화원'에 출연했다면 '베토벤 바이러스'가 그정도로 잘됐을까 하는 아쉬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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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의 경우에도 '만약에'라는 가정이 성립합니다.
사실 박신양은 '에덴의 동쪽' 출연 성사단계까지 갔거든요.
그 이야기는 훗날 '에덴의 동쪽' 종영 후에 다시하는 게 좋겠네요.

그렇다면 '바람의 화원'의 김홍도로는 누가 잘 어울렸을까요.
스스로 돋보이지 않으면서 탄탄하고 안정된 연기로 신윤복을 두드러지게 하는 연기자요.

순전히 저 혼자만의 생각이긴 한데, 이 배우가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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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입니다. 요즘 '하얀 거짓말'이라는 아침 드라마에 출연중이죠.
뛰어난 연기력을 지녔고, 함께 출연한 연기자를 돋보이게 하는 연기자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김유석은 박신양과 대학교 동기동창이라는 점이죠.
심지어 유학도 함께 러시아로 갔고, 같은 대학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입니다.
김유석 씨는 "내가 러시아에서 박신양보다 공부를 더 잘했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김유석 씨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로 했으니
공부는 잘하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합니다.

2008/12/05 16:58 2008/12/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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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은 정말 느린 드라마입니다.
영상미는 역대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돋보이지만,
영상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정작 스토리 전개는 답답할 정도로 더딥니다.

연출자 장태유 PD는 '디테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확실히 디테일은 돋보입니다. 장태유 PD는 '디테일 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질질 끈다고 할 수 있고, 좋게 말한다면 섬세하다고 할 수도 있겠죠.

어쨌든 '바람의 화원'의 더딘 전개는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완성도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다소 부진한 편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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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방영된 '바람의 화원'은 더딘 전개의 아쉬움을 상당히 떨쳐냈습니다.
영상 자체야 전반적으로 느린 템포를 유지했지만,
다양한 사건들이 중첩되는 가운데 속도감 있게 흘러갔습니다.
 
무엇보다 돋보인 장면은 신윤복이 정향에게 여성성을 고백한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그 장면은 매우 느렸습니다. 동료들 중엔 보다가 졸았다는 이도 있더군요.
그렇지만 느린 와중에 팽팽한 긴장감은 상당한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여자가 여자에게 '그동안 여자인 척해서 미안하다'라고 용서를 구하고,
'여자임에도 여자인 당신을 마음에 둬서 미안하다'라고 사죄하는 이 장면은
'바람의 화원'이 그동안 동성애 코드를 분명히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성애 코드는 보통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로 활용되곤 하는데,
'바람의 화원'에선 안타까운 감정이 스물스물 흘러나오며 애잔하게 표현됐습니다.
문근영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신인 문채원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닷냥라인'이 작별을 고하는 점에서 한층 진한 아쉬움을 남긴 명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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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이 여성성을 고백하는 장면에 앞서 있었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입맞춤신도 괜찮았습니다.
조금 작위적인 느낌을 남기기도 했지만 여성성의 고백을 암시하는 역할을 했고
또한 앞으로 '바람의 화원'의 애정구도가 '닷냥라인'에서 '사제커플'로 이동한다는 것을
약간은 애매한 갈등이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보여줬습니다.

20일 방송분에서 '바람의 화원'은 느린 전개 속에서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담아낼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신윤복의 여성성 고백이라는 핵심 이야기와 김홍도와 신윤복의 묘한 감정의 흐름 외에도
사도세자 예진의 완성으로 인해 조정에 불어닥칠 개혁에 대한 예고와
얼굴 없는 초상화로 인해 밝혀질 10년전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에 대한 실마리까지
완만한 가운데 묵직한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이제 '바람의 화원'은 종영까지 2주 남짓 남았습니다.
앞으로 할 이야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20일 방영분은 짧은 시간에도 많은 이야기를 가치있게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남은 기간 흥미진진하게 시청할 수 있는 기대를 남겼습니다.
유종의 미가 기대됩니다.

사족으로,
지난 주말에 문근영이 숨은 선행천사였다는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뜨거운 화제가 됐고, 한 얼빠진 인간의 헛소리로 더 큰 화제가 됐습니다.
'바람의 화원' 시청률 상승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심 예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일 뿐이라는 진리를 잊었나 봅니다.




 

2008/11/24 10:57 2008/11/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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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이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원작 소설을 읽으신 분이라면, '바람의 화원'의 진정한 재미는

10년전에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파헤쳐 가는 과정인 걸 아실겁니다.


드라마에서 또한 드디어 미스터리 구조로 다가가고 있기에

이제부터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된다고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뜻 끌리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시청자들도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조금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고요.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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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극적인 상황들을 추구한 것이 악수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진화사를 마친 뒤 김홍도와 신윤복이 위기에 처하는 과정과

이를 극복하게 위한 김홍도의 행동들이 너무 극적으로 그려지다 보니 작위적으로 비춰진거죠.

자연스럽지 못하다 보니 고급 드라마를 즐겨운 시청자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았나 생각됐습니다.


일단 신영복이 동생을 위해 색을 만들다가 안료에 중독돼 죽음을 맞은 상황입니다.

동생을 위한 장렬한 죽음으로 그려지며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깊은 슬픔에 젖은 신윤복이 임금의 초상화를 찢도록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죠.

어찌 보면 대단히 중요한 장면인데, 약간의 오버 느낌도 들었습니다.


과연 영복은 죽어야만 그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그려질 수 있는 것일까.

향후 전개 과정에서 영복이 더 중요한 도움을 줄 수도 있을텐데,

좋은 카드를 너무 일찍 던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인거죠.

신영복의 로맨스가 나름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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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김홍도가 신윤복을 살리겠다며 불 속에 손을 집어 넣은 장면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김홍도는 앞으로도 화원으로 업적을 많이 남길 인물인데, 이제 그림을 그만 그리겠다는건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장면이었죠. 손을 희생함으로서 신윤복을 구한다면 설득력이 있겠죠.

그러나 다음회에 보여졌듯이 신윤복을 구한 건 정조가 발휘한 솔로몬의 지혜였습니다.


뒤늦게 생각해 보니 김홍도를 연기한 배우가 스스로를 감동적으로 보여지게 하기 위해

자청해서 손을 불 속에 쑤셔 넣은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의도였든지 간에 원했던 성과는 얻지 못했다고 여겨집니다.

결과적으로 '오버였다'는 지적을 받았고 설득력도 잃었으니,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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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은 이제 종반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배경에 있는 악의 무리를 처단하기에 시간이 짧아 보입니다.

굳이 극적인 상황들을 작위적으로 만들어 넣지 않아도 충분히 극적인 상황들이 대기중입니다.

신윤복과 김조년, 그리고 정향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새로운 재미를 보장합니다.

김홍도와 신윤복이 김조년과 두뇌싸움을 벌리는 과정도 대단히 흥미진진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정향이 은근슬쩍 신윤복을 거드는 과정은 통쾌하게 그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차근차근 전개해도 충분히 시청자들을 매혹시킬 수 있는 재미가 있죠.

그런데 어떤 의도에서인지 첫걸음은 지나쳤습니다. 실족했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특히 김홍도의 손이 불 속에서 지져지는 장면은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훼손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차근차근 미스터리 구조에 접근해 가야 할텐데요.

이러다가 자칫 제대로 펼쳐보이지도 못한 채 극적인 상황들만 나오다 끝날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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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구조의 핵심은 김조년입니다.

류승룡은 지금까지 몇장면 나오지 않았지만 대단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연기를 펼쳤습니다.

앞으로 '바람의 화원'에서 자주 모습을 보길 희망합니다.

적어도 앞으로는 김홍도 신윤복 못지 않게 자주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2008/11/15 17:54 2008/11/15 17:54

'바람의 화원'에서 문근영의 호연에 연일 극찬이 끊이지 않습니다.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에서 조선 후기 명화가인 남장여인 신윤복을 연기하고 있죠.
사실 방영 전에는 남장여인 캐릭터로 성인 연기에 도전한다는 화제성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방영이 시작된 뒤에는 화제성을 압도하는 연기력으로 감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깜찍한 국민 여동생의 여유로운 자신감까지 엿보여 흐뭇하기까지 하더군요.

문근영의 연기가 끊임없는 찬사를 이끌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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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바람의 화원'의 핵심 재미 포인트인 동성애 코드의 소화에 있습니다.
신윤복은 같은 남자의 모습을 한 스승 김홍도에게도 연정을 느끼고,
실제로 같은 여자인 금기 정향에게도 묘하게 끌리는 감정을 지녔습니다.
이성과 동성을 오묘하게 오가는 이중의 동성애 코드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러나 문근영은 섬세한 감정의 흔들림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2일 방송에서 김홍도와 함께 군선도를 그리는 장면에서 은은하게 흐른 묘한 감정의 기류를
표 나듯, 또 표 안 나듯 갈무리하는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워 발견하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8일 방송에서 정향의 몸을 어루만지며 화폭에 담는 과정에서 형언하기 힘든 감정의 떨림을
섬세하게 표현한 연기는 백미로 꼽기에도 손색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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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장면은 문근영이 고난도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대목입니다.
중요한 건 그다지 어렵게 연기한 듯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몸에 익은 듯 자연스럽게 소화해냈죠. 벌써 대가의 경지에 이른 걸까요.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깨려는 듯한 격정적인 연기도 찬사가 아깝지 않습니다.
특히 그림을 향한 열정을 뿜어내는 모습 등에선 혼신의 힘을 담은 투지가 느껴집니다.
살아있는 그림을 이단시하는 도화서의 경직된 화풍에 항변하고,
순수한 열정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상처 받자 오열하는 연기 등은
성장통을 이겨내는 문근영의 실제 모습을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줍니다.
돌로 스스로의 손을 찧으며 오열하는 장면이 압권이었죠.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깨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을 신윤복에 투영해 보준 명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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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문근영은 특유의 순수하고 깜찍한 매력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묘한 감정의 흔들림과 격정을 표출하는 와중에 은근히 보여주는 깜찍한 장난스러움은
예전 '국민 여동생'의 매력 그대로입니다.
이는 굳이 보여주려고 하지 않음에도 자연스럽게 보여지기에 더 사랑스럽습니다.
여장을 한 채 단오풍정을 그리다가 곤경해 처했을 때 보여준 능청스러운 연기가 대표적인 예죠.

이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로 이어집니다.
문근영은 이를 바탕으로 대선배 박신양과 연기 호흡과 대결에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안정된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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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은 성장합니다.
재능있는 생도에서 조선을 대표하는 화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죠.
문근영 또한 '바람의 화원'을 통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동생'에서 좋은 연기자로 성장하는 거죠. 성장보다 진화가 어울리는 표현일까요.
신윤복과 문근영이 나란히 성장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죠.

방영을 앞두고 문근영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남장여인인 신윤복 캐릭터에 접근하는 마음가짐이 뭔가요?"라고 물었죠.
'남장여인'에 힘을 준 질문이었습니다.
문근영은 "그림을 위해 남장을 해야했던 신윤복이 그림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가슴에 새겨두고 있어요"라고 답하더군요.
결국 '바람의 화원'은 화원 신윤복의 자아찾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 또한 연기자로서 자아를 찾겠다는 각오까지 다졌죠.

문근영은 그 각오를 너무 훌륭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찬사가 결코 아깝지 않고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지네요.

2008/10/10 00:07 2008/10/10 00:07
2일 방영된 '바람의 화원'은 묘한 기대감을 갖게 했던 방영분입니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키스신이 공개된다는 소식이 잠깐이나마 들렸기 때문이죠.
문근영은 지난 8월 박신양과 입맞춤신을 촬영했는데요.
바로 그 장면이 2일 방영분에 공개될 거란 소식이었습니다.
키스신이라 하면 조금은 야릇한 느낌의 선정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되는데,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키스신이니 전혀 그럴 리는 없을테고요.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할 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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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장면, 김홍도와 신윤복이 함께 '군선도'를 그리는 장면에서
입맞춤 장면을 촬영했다고 하는데요.
결과적으로 방영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불방될 것은 미리 기사를 통해 알려지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왜 불방됐는지 궁금해서 그 장면들을 더욱 열심히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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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고 스틸 사진들을 보면 김홍도와 신윤복이 사랑을 나눈다는 점을
너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신윤복이 여자인 점 역시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죠.
사실 문근영이 신윤복을 연기하는 점에서 이미 공개하고 시작하는 셈이긴 합니다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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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구애하네요.
포스터 컷인 것 같은데, 전개에 대한 노골적인 제시가 아닌 듯 싶네요.
스포일러가 내부에 있다고 봐야 하는건지...
그러나 사실 '바람의 화원'의 향후 전개에 이런 장면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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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가장 사실적으로 작품을 반영하고 있는 거죠.
신윤복은 작품 후반부까지 여자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김홍도는 남장을 한 신윤복을 보며 마음이 끌리고 묘한 떨림을 느끼면서도
그런 스스로를 당황스러워 합니다.
물론 과거 의문의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알아내긴 합니다.
언제쯤 방영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꽃보다 붓을 주며 짐짓 근엄한 척하는 게 맞는 상황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키스신 방영은 왜 불발된 것일까요.

사실 2일 방영분에서 김홍도와 신윤복의 입맞춤은 상상 속의 장면으로 처리될 예정이었습니다.
함께 손을 맞잡기도 하며 군선도를 그리던 김홍도와 신윤복은 뭔가 짜릿함을 느낍니다.
신윤복이 느낀 감정이 더욱 강렬하죠.
신윤복은 묘한 떨림을 자제하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김홍도에게 입을 맞추는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대본 상엔 없던 장면인데, 촬영 당시 현장을 감돌던 묘한 분위기에 취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입맞춤 장면이 있어도 좋겠다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촬영했죠.

그런데 왜 불방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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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방영분에 소개된 신윤복과 정향의 야릇한 동침신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장면은 '바람의 화원'의 동성애 코드 논란의 서두를 여는 장면입니다.
여인이 남장 여인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야릇하죠.
물론 이 장면은 암시 정도에 그칩니다.
8일 방영분에선 스스로 여인임을 아는 신윤복이 정향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림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이 담긴 장면이긴 하지만
예술혼으로만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하죠.

아무튼 1일 방송분에 동성애 코드가 느껴지는 장면으로 시선을 확 잡아 끌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와 남자의 모습을 한 사람이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동성애 코드 논란에 확실히 불을 댕기겠죠.
아니 양성애 논란까지 나올 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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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제작진에게 동성애 코드는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분명 남장 여인 신윤복이 기녀 정향의 사랑을 받는 점은 동성애 코드가 아닐 수 없고,
신윤복을 남자로 알고 있는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빠져드는 점 또한 동성애 코드입니다.
작품 내에 동성애 코드가 2개나 있는 점에서 적절히 활용하면 상당한 흥미요소가 됩니다.

그러나 적절하게 배치해야 합니다.
과도하게 배치하면 주제를 흐리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고급스럽게 미술을 소재로 아름다움을 논하고자 했던 작품을 저급하게 만들 수 있는거죠.
주객이 전도됐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그래서 제작진은 동성애 코드를 어느 선까지 활용하는 게 적절한지 여전히 고민중입니다.
'가급적 동성애 느낌을 피하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게 기본 정서입니다.

그런 점에서 여인과 남장 여인의 사랑과, 남자와 남자의 모습을 한 사람의 사랑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건 기본 정서와 동떨어지는 거였죠.
무난한 수순은 여인이 남장 여인에게 연모의 정을 품는 과정이 한차례 바람으로 지나간 뒤
남자와 남자의 모습을 한 여인의 애정이 다뤄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문근영의 키스신 신고식은 일단 미뤄졌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키스신은 분명히 있답니다.
언제일지 기다려 보는 것도 재미가 아닐까 싶네요. 
2008/10/03 09:37 2008/10/03 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