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은 가을이면 분주해집니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을 맞이 프로그램 개편으로 상당한 편성 조정이 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대체로 개편의 규모가 작았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소폭 개편으로 끝났습니다.

규모는 작았습니다만. 확실히 눈길을 모으는 대목이 있습니다. SBS가 '천사의 유혹'을 새로운 월화극으로 내세우면서 드라마 시간대를 조정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평일 밤 드라마 시간대는 10시대로 고정돼 있었는데 과감하게 9시대로 이동했습니다. 물론 경쟁작인 '선덕여왕'을 피해가자는 전략이죠. '선덕여왕'이 시청률 40%를 웃돌며 막바지에 접어드는 와중에 경쟁에 뛰어들어봐야 5%도 어려울 거라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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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3개월 동안 희생타를 쳐야 하는 타자가 탄생했습니다. 개그맨 신동엽입니다. 신동엽은 '신동엽의 300'이라는 신설 프로그램의 MC로 나서 월요일 밤 10시대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월요일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야심만만'이 폐지되면서 새롭게 가세한 형국입니다. '야심만만'은 11시대에 방영됐지만 '신동엽의 300'은 10시대로 당겨진게 이채롭습니다.

'신동엽의 300'의 10시대 편성이 눈길을 모으는 또 하나의 이유는 화요일에 새롭게 편성되는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은 11시대에 자리잡는다는 점입니다. '강심장'은 강호동을 MC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SBS는 예능계 거장 신동엽과 강호동을 앞세워 주초 예능의 주도권 장악에 나선 듯 보입니다. 그러나 신동엽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10시대인 반면, 강호동은 그나마 괜찮은 11시대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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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신동엽은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서 새 프로그램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을 지닐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사지(死地)에 내던져졌다'는 표현까지 들려올 정도입니다. 과연 신동엽은 '선덕여왕'과 맞대결에서 어떤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요.

일단 '신동엽의 300'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20대~50대에 걸친 300명의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퀴즈 프로그램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앙케이트 설문 퀴즈쇼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예인도 출연하지만 일반인이 다수 출연하는 점에서 신변잡기식 토크쇼와는 차별화된다도 볼 수 있지않나 싶습니다. K본부의 '1대 100'과 유사할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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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100'의 주요 시청자층에 비춰볼 때 이런 종류의 퀴즈 프로그램의 주된 시청자층은 30대 이상 남성입니다. '1대 100'의 경우 30대~50대 남성이 시청자의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동엽의 300' 또한 이들에게 기대야 하는 부분이 제법 클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강력한 경쟁작인 '선덕여왕'의 주요 시청자층은 어떨까요. 시청률 40%를 웃돌 정도면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사랑 받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시청 행태를 놓고 볼 때 사극의 주요 시청자층은 30대 이상 남성입니다. 결국 '선덕여왕'과 '신동엽의 300'은 비슷한 타깃 시청자층을 상대로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신동엽 입장에선 확실히 '도전'이라는 의미를 강하게 지니는 상황을 맞은 셈인데요. 무리한 도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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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신동엽은 사지에서 생환할 수 있을까요. 3개월 동안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 제작진 차원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일단 토양 다지기에 힘을 쏟는다고 생각해야죠. 근시안적으로 '선덕여왕'과 경쟁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두겠다는 욕심보다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을 시청자에게 심어놓는 게 중요합니다. '선덕여왕' 종영 이후를 노리는 장기적인 포석이 중요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동엽의 저력이 중요하고,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009/10/05 10:56 2009/10/05 10:56

2000년대 중반 이후 방송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아진 직업군은 예능인 MC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예능계 양대산맥인 유재석 강호동으로 대표되는 예능인 MC들은 연기자들 이상으로 높은 인기와 위상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영향력 있는 연예계 파워맨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유재석 강호동 등은 항상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곤 합니다.

유재석 강호동 등 예능인 MC들의 출발점은 어디일까요. 개그맨입니다. 90년대에만 해도 코미디 프로그램 외에는 영역을 넓히지 못했죠. 상대적으로 연예계에서 위상이 낮은 축에 속했던 직업군입니다. 그런데 버라이어티 예능 MC로 영역을 넓히면서 방송가 전방위에서 활약하는 최강의 위세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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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개그맨의 영역을 예능 MC로 넓히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우선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초기 전성기를 주도한 주병진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주병진의 직계 후배라 할 수 있는 이경규가 대표적인 인물이 되겠죠. 그렇지만 지금처럼 버라이어티 예능 등 다방면으로 개그맨의 영역을 넓힌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은 신동엽입니다.  

신동엽은 '남자 셋 여자 셋'이라는 시트콤의 주인공을 맡아 개그맨의 영역을 연기자로도 확대했고,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 하우스'와 '느낌표' 등을 통해 공익 예능으로도 넓혔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개그맨의 무대는 스튜디오에 국한되는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신동엽은 스튜디오 밖으로 무대를 넓힌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경규 김국진 등도 같은 공헌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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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방송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예능인은 누가 뭐래도 신동엽이었습니다. 타고난 순발력과 재치, 그리고 애드리브 능력은 타에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러브 하우스'와 '느낌표'에서 보여준 따뜻한 마음 씀씀이는 최고 훈남으로 인정 받을만 했습니다. 아쉽게도 당시엔 훈남이라는 단어가 없었네요.

신동엽의 시대는 좀처럼 저물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틈에 서서히 저물어 갔습니다. 그리고는 유재석 강호동에게 시대를 양보했습니다. 양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건 신동엽 스스로 물러난 양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신동엽은 개그맨의 영역을 사업가로도 넓히는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거든요. DY라는 연예기획사를 설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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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이 사업 도전으로 예능계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면 유재석 강호동의 시대가 도래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이제 신동엽은 예전의 명성을 좀처럼 찾지 못하는 과거형 스타가 된 인상입니다. 올해 들어 곳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반응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물론 돋보이는 활약이긴 합니다. 그래도 예전의 명성이 너무 대단했기에 그런 느낌이 드는 걸겁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신동엽은 예능계의 제왕으로 군림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영화에 불과한 듯한 인상입니다. 아예 미련을 두지 않는다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왠지 요즘 들어 조금씩 미련을 두는 듯합니다. '일요일이 좋다'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을 통해 한동안 떠나 있었던 리얼 버라이어티에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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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신동엽의 모습을 보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최고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다시 되찾고 싶은 미련은 없는지. 물러나야 했던 것은 과연 필연이었는지. 사업에 도전에는 만족하는 지. 그저 재미를 위한 이야기가 아닌 마음을 터놓은 솔직한 이야기를 말이죠.

신동엽은 언론 인터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러브 하우스'나 '느낌표'를 통해 최고 자리를 지킬 무렵 촬영장까지 찾아가서 요청했지만 인사만 나누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무렵엔 인터뷰를 꺼릴 몇몇 이유가 있긴 했습니다만. 이후에도 인터뷰 기회는 없었습니다. 요즘 같아선 더욱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상황에서 신동엽의 허심탄회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최고의 무대는 어디일까 생각해봤습니다. 단연코 '무릎팍 도사'가 떠오르더군요. 동료인 강호동이 진행하는 점에서 더욱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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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방송된 '라디오 스타'에 신동엽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오빠 밴드' 동료들과 함께 출연했습니다. 이야기를 조금 하는 듯했습니다만. '라디오 스타' 특유의 정신없는 분위기 속에 웃음을 위한 소재에 그치고 만 양상이었습니다. 조금 아쉬웠습니다. '라디오 스타'가 아닌 '무릎팍 도사'였다면 뭔가 진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심도 높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텐데요.

언제부터인지 '무릎팍 도사'는 장동건 섭외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물론 장동건도 '무릎팍 도사'를 통해 만나고 싶은 대형 스타이긴 합니다. 그러나 자꾸 멀리서 찾기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신동엽을 섭외하는 게 더 의미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게다가 '무릎팍 도사'의 연출자가 예전에 신동엽과 '러브 하우스'를 함께 한 PD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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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은 엔터테인먼트 사업 외에도 신발 사업에도 뛰어든 상태입니다. 스프링 풋웨어 사업에 뛰어들었죠. 세계 최초로 스프링 다이어트와 밸런스 특허까지 취득했다죠. 사업에 대한 욕심도 대단해 보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새로운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는 신동엽의 생각도 반드시 듣고 싶은 대목입니다.

2009/07/25 14:09 2009/07/25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