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히로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7/01이동현‘결못남’, 리메이크해선 안되는 드라마였다(102)
요즘 TV에서 2편의 드라마를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결혼 못하는 남자'입니다. 나머지 1편은 뭐냐고요? 역시 '결혼 못하는 남자'입니다. 지상파 채널에서 한국판 '결혼 못하는 남자'가 방영되는 가운데, 케이블 채널에서 마치 때를 기다린듯 일본판 '결혼 못하는 남자' 방영을 시작했거든요. 어찌보면 약세인 케이블 채널이 지상파에 편승하는 얄미운 편성 전략인 듯싶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며 비교하는 재미는 나름 의미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일본판 '결혼 못하는 남자'는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예전에도 띄엄띄엄 보긴 했습니다. 저는 인터넷에 약한 편이라 직접 다운받아 본 건 아니고요. 지인이 다운받아서 구워놓은 걸 봤죠. 하도 재미있다고 보라고 해서 봤는데 컴퓨터의 작은 화면으로, 그것도 불편한 자세로 보는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었죠. 마구 스킵하면서 봤기에 '제법 재미있군' 정도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판과 일본판을 비교하면서 보는건 사실 직업병적인 요소에 의한 것이기도 합니다. 연예부 방송 담당 기자로 근무하다 보니 리메이크 드라마의 경우 원작과 비교는 당장 기사로 쓰진 않더라도 파악해둘 필요는 있거든요. '하얀거탑' 이후로 생긴 시청 행태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얀거탑' 때부터 지상파에 한국판이 방영되면 케이블에 원작이 뒤따라 방영되는 경우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결혼 못하는 남자'의 한·일 양국 버전을 보면서 우선적으로 느낀 대목은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했다는 점입니다.(솔직히 너무 충실했다고 하고 싶기도 하네요.) 일본판의 잔잔하고 섬세한 에피소드 묘사를 한국판에서도 충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작을 떼놓고 본다면 한국판 '결혼 못하는 남자'는 전반적으로 웰메이드로 평가될 만합니다. 지진희 엄정화 양정아 김소은 유아인 등의 연기 앙상블도 상당히 뛰어납니다. 깔끔하고 섬세한 연출도 수준급입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할만 할 겁니다. 그러나 성공작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원작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입니다. 원작의 답습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작 '결혼 못하는 남자'는 '아베 히로시의, 아베 히로시에 의한, 아베 히로시를 위한' 드라마였습니다. 남자 주인공 아베 히로시는 작품의 90% 가까이를 완벽하게 틀어 막을 정도로 엄청난 연기 파워를 보여줬습니다. 동작 하나, 표정 하나,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감탄하게 할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경직된 듯하면서도 유연하고…. '도대체 이 사람은 연기 기계야, 뭐야'하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사실 그외 인물들은 서포팅롤 정도였다고 보면 되죠.

한국판에서 지진희는 원작에서 아베 히로시의 이미지에 가장 근접한 연기자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작품 속에서 연기 톤과 패턴도 제법 흡사하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홀로 고기를 먹는 장면 등에선 제법 근사하게 표현해냈습니다.(원조인 아베 히로시에 비교하면 조금 부족함이 느껴진 것은 사실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따라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남고 있습니다. 조금 냉정한 표현을 빌리자면 '아베 히로시의 아류'에 불과하다고 할까요. 게다가 아베 히로시를 넘어설 여지도 그다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메이크 버전으로 성공한 드라마를 돌아보면 원작을 뛰어넘는 요소를 한가지 이상을 반드시 보여줬습니다. '하얀거탑'은 병원내 정치를 치열하게 보여주는 가운데 김명민의 눈부신 호연이 빛났습니다. '꽃보다 남자'는 전반적인 완성도는 떨어졌을 지언정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 F4는 대만판과 일본판을 월등히 뛰어넘는 매략을 과시했습니다.

'결혼 못하는 남자'는 그 자체로 훌륭한 드라마인 것 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잘해도 원작을 넘어설 수 없다는 벽을 지닌 채 방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드라마 애호가들 중엔 원작을 본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지진희가 아베 히로시를 넘어서기 힘들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나마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원작에 비해 비중이나 매력이 돋보이는 김소은 캐릭터입니다. 김소은은 '꽃보다 남자' 때보다 한결 성숙하면서도 깜찍한 매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판 '결혼 못하는 남자'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기대주라고 할까요.
2009/07/01 13:15 2009/07/01 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