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6/29이동현'개콘' 강선생, 마이클 잭슨 분장 무례했다(33)

'개그 콘서트'를 보다가 눈을 의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요즘 '개그 콘서트'의 간판 코너인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볼 때였죠. 안영미 김경아 정경미 등이 한차례 유쾌한 폭소를 유발한 뒤였습니다. 기다렸던 강선생이 나타나는 순간. "이게 뭥미?"했습니다.

우리의 강선생 강유미는 약간 긴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흑과 백을 구분하기 힘든 낯빛 그리고 약간 주저앉은 코 모양을 한 채 엉거주춤 뒷걸음질치며 등장했습니다. 복숭아뼈가 보일 듯한 검은색 9부바지에 흰 셔츠 그리고 검은색 재킷.

그렇습니다. 마이클 잭슨을 패러디한 모습이었습니다. 강유미는 마이클 잭슨의 대표곡 중 하나인 'You are not alone'을 흥얼거리며 나타났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순간 '이게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일단 팝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던 마이클 잭슨의 죽음을 애도하는 오마주의 하나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에이~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던 건 제왕의 죽음을 희화화시켜 애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곧바로 뒤를 잇는 강유미의 한마디. "뒤로 걸으니까 멀미가 난다." 불쾌감이 밀려들었습니다. 이건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전세계 팝 팬들이 슬픔에 젖어 어떻게 애도해야 할 지 갈피도 못 잡는 판국에. 옆 채널의 뉴스들에서는 필리핀의 교도소 수감자들도 단체 군무로 마이클 잭슨을 애도하고 있는 판국에. 한국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가 마이클 잭슨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가 일기까지 했습니다. 무례해도 보통 무례한 게 아니고요.

잠시 진정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날 방영분은 언제 공개 녹화를 했을까. 일반적으로 '개그 콘서트'의 공개 녹화가 수요일에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24일 녹화됐을 거라고 생각됐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건 26일이었습니다. 사망 이전에 녹화된 것이었죠. 일단 '거참 공교로운 일이군'하고 생각했습니다. ''개그 콘서트' 제작진이 대단한 예지력을 지녔나보다'하는 낭만적인 상념에 빠지기도 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보면 볼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강선생 강유미가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연상됐기 때문입니다. 전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스타에서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나락에 빠져간 마이클 잭슨 말입니다. 어린 시절 그의 팬으로써 떠올리기도 싫은 구설들로 인해 위상을 완전히 잃어버린 제왕의 모습을 발견하게 돼 못내 씁쓸했습니다. 고인에 대한 애도는 결코 아니었고 명예를 훼손하는 편에 가까웠거든요.

게다가 강선생 강유미가 흥얼거리며 등장한 'You are not alone'은 마이클 잭슨의 팬들이 추모곡으로 가장 많이 듣고 있는 곡이기도 했죠. 생전 말기 외로웠던 그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는 의미에서 슬퍼하며 듣고 있는 노래입니다. 그 노래가 강선생의 입을 통해 희화화되니 그다지 유쾌할 수 없었습니다. 무례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가지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개그 콘서트' 제작진은 편집 과정에서 어떻게 조정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방송 장면들을 돌아보니 편집의 기술로 어떻게 하긴 매우 힘들어 보였습니다. 강선생의 등장부터 대사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야 할테니까요. 그럼 이번 회의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그야말로 '이게 뭥미'가 됐을 겁니다.

그러면 이번 한 주는 아예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쉬는 건 어땠을까요. 그게 최선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24일 공개 녹화에서 방청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은 큰 웃음과 즐거움을 누렸을 겁니다. 제왕이 그렇게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지 않았다면, 근래 몇년간 그의 모습은 희화화의 대상이 됨직도 하거든요. 많은 팬들이 그에게 실망한 것도 사실일테고요. 저도 어느 때부터 마이클 잭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됐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을 때 공개 녹화에서 재미를 본 코너를 굳이 방송해서 시청자를,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개그 콘서트'를 시청한 사람들 중 마이클 잭슨을 애도하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공개 녹화로 만족하고 방송은 내지 않는 편이 좋았을 거라 생각되네요.

제작진은 "사망 소식을 접한 이후 편집 시간이 촉박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방송분에선 어느 정도 편집한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왕 제대로 편집하려면 아예 코너 자체를 편집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비록 최고 인기 코너라 할 지도요. 그게 최고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가 취할 대승적인 자세가 아닐까 싶어 안타깝습니다.

한가지 더욱 황당했던 건 방송 이후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다룬 기사였습니다. ''개그 콘서트' 마이클 잭슨 죽음 유효 적절히 활용'이라는 제목의 기사. 그 매체 관계자들은 머리를 왜 달고 다니는건지 궁금했습니다. 제 신세가 처량해지기도 했고요.

2009/06/29 13:19 2009/06/29 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