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부터 '천사의 유혹'에 이어 '선덕여왕'까지 최근 종영된 화제작들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줄줄이 죽어나간 점입니다. 미실 고현정이 죽으면서 '선덕여왕'의 1기가 막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아이리스'의 이병헌, '천사의 유혹'의 이소연 차화연, '선덕여왕'의 김남길 이요원 등이 죽음으로 작품의 끝을 맺었습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에덴의 동쪽'도 송승헌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한꺼번에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나는 점에서 하나의 트렌드 형성에 대한 궁금증도 생겨납니다. 왜 주인공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죽는 걸까요. 드라마의 전통적인 공식인 해피엔딩이 갑자기 새드엔딩으로 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시청자의 눈높이가 한참 높아진 점을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 그저 보고 즐기기보다 내용에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단계로 높아진 거죠.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내용과 전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기도 합니다. 쌍방향으로 향해가는 단계라고 봐야죠.
보통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드라마를 보면 막판에 정신없이 정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악인들은 반성하고 착한 주인공은 용서하고 모두가 화해해서 행복하게 함께 살게 됩니다. 대체로 개연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작위적인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작위적인 행복한 결말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해피엔딩이 평가절하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입니다.

해피엔딩의 대립되는 개념인 새드엔딩은 그 자체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운이 좀 더 오래간다는 점입니다. 뭔가 생각할 여지를 남기기 때문일 겁니다. 해피엔딩은 개운한 마무리이긴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게 보통입니다. 반면 새드엔딩은 다소 찜찜하긴 하지만 여운은 해피엔딩에 비해 길게 지속되곤 합니다. 종영에 대한 아쉬움도 남기는 점에서 속편 등으로 이어갈 수 있는 여지도 남깁니다.
반전의 묘미를 얻을 수 있는 점도 새드엔딩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힐 수 있을 겁니다. 보통 결말에 즈음해서는 모든 반전이 마무리되는 단계가 됩니다. 시청자들은 더이상의 반전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새로운 재미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평이하지 않은 마무리로 마지막까지 흥미 포인트를 만들어 관심을 종영 이후로도 이어갈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올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들의 새드엔딩은 어땠을까요. 새드엔딩의 트렌드화로 이어질 요소들이 반영됐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아이리스'는 여운감과 반전 등을 확실히 이뤄냈습니다.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적인 새드엔딩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난데없는 죽음에 대한 설명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해피엔딩보다 오히려 더욱 작위적인 결말이 돼버렸습니다. 반전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치밀함이 없었던 탓입니다. '허무한 결말'이라는 평가로 이어졌습니다.

'천사의 유혹'은 작위적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좀더 점수를 잃을 결말이었습니다. 모든 게 정리된 상황에서 불필요해 보이는 주인공의 죽음으로 당혹스러움을 안겨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김순옥 작가는 "악행을 저질러온 주인공에게 동정심을 유발하고자 하는 결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적이긴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찝찝한 결말이 아니었나 여겨집니다.

'선덕여왕'은 비장함을 돋보이게 한 새드엔딩이었습니다. 여운감은 확실히 오래 지속됐습니다. 그러나 역시 비장한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작위성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물론 비담과 선덕여왕은 역사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죽음을 맞은 인물이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결말을 맺는 것이 과연 세련된 마무리일 지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결말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물론 해피엔딩이 아닌 점에서 새로운 트렌드의 형성을 향해갈 것으로 보여지긴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숙제 또한 짊어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죽음 등의 새드엔딩은 그 자체로 반전의 재미를 지닌다기보다 그 과정에서 암시의 요소 등 치밀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숙제입니다. 해피엔딩의 작위성을 극복하기 위해 새드엔딩을 택했지만 해피엔딩 못지않은 작위성이 있었던 점에서 이에 대한 극복이 숙제로 남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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