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6/04이동현‘시티홀’ 차승원,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26)

수목극 최강자는 '시티홀'로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신데렐라맨'은 초반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그저 바라보다가'는 호평을 상승세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씨티홀'은 15%~17%의 중박급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도 시간대 왕좌를 지키고 있습니다.

'시티홀'의 인기를 견인하는 인물은 단연 김선아입니다. 김선아는 10급 공무원 신미래로 등장합니다. 갖은 시련을 이겨내며 결국 민선 시장에 당선되는 입지전적 인물을 연기합니다.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합니다. 김선아의 연기도 흠잡을데 없이 훌륭합니다. 김삼순의 느낌이 살짝 남아있긴 합니다만. 그 역시 김선아 매력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선아가 선봉에서 '시티홀'의 인기를 주도한다면 차승원은 든든한 배후 조력자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차승원의 배역인 조국은 완벽한 남자입니다. 근사한 외모에 탁월한 업무 능력, 게다가 다재다능함까지. '잘자란 엄친아'라고 하면 딱 어울릴 캐릭터입니다. 차승원은 완벽에 가깝게 조국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승원은 그동안 주로 코믹 연기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했습니다만. '시티홀'에선 진지하고 무게감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언뜻언뜻 빛나는 코믹 감각은 '역시 차승원'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차승원은 '국경의 남쪽'의 애잔한 멜로 연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멋진 악역 연기 등 연기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은 연기자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조국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선과 악의 구분이 도무지 안되는 캐릭터거든요. 물론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착한 캐릭터임에 분명합니다. 파벌주의적 부정과 무사안일주의에 찌든 인주시청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든 정의의 사도처럼 보입니다. 신미래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도 합니다. 10급 공무원을 시장으로 만들어내는 감동도 연출해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듯 표면적으로 조국은 분명히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내면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국은 왜 인주시에 왔을까. 왜 10급 공무원인 신미래를 시장으로 만드는 기상천외한 일을 했을까. 인주시에 부시장으로 올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긴 했는데 아직 그 기운의 정체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점에서 음험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이 시점에서 시놉시스에 나와있는 조국의 캐릭터에 대해 한번 살펴볼까요.

▶조국(39세)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미혼모의 자식으로 행시와 사시를 동시에 패스한 천재관료이자 대통령의 야심을 품은 남자. 르네상스맨이라는 별명의 소유자.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을 목적을 위해 디딤돌로 삼고 이용하는데 거리낌없는 검은 심장의 소유자. 정치는 힘과 머리와 돈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색과 상관없이 여당과 뜻을 같이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놉시스상 캐릭터 설명을 보면 정말 재수없는 인간이 아닐 수 없네요. 그러고 보면 이토록 재수없는 인물을 매력적으로 연기하고 있는 차승원은 정말 대단한 연기자입니다.

극중에서 넌지시 의도를 보여줬듯이 신미래를 인주시장으로 만든 것은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한 것이었죠.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전략적 요충지인 인주시장 자리에 자신의 사람을 앉히려는 의도였죠. 무소속으로 시장에 당선된 신미래의 입당을 카드로 활용해 국회의원으로 가는 터전을 확실하게 닦으려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던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놉시스상의 전개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조국은 용도폐기용 허수아비로 신미래를 인주시장으로 앉혔지만, 무능력할 것으로 생각했던 신미래가 뜻밖에 시장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면서 작전에 큰 차질을 빚게 됩니다.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되려는 꿈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죠. 결국 신미래 제거를 위해 정면 대결에 나서는 것으로 예고돼 있습니다.

이쯤되면 조국은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아니 진정 무시무시한 악역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네요. 신미래와 조국은 장차 선과 악으로 나뉘어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일 운명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네요. 지금까지 보여준 야릇한 관계와 분위기는 한밤의 달콤한 꿈으로 끝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이후 대결이 '시티홀'의 진짜 재미죠.

여기까지 살펴본 바로는 조국은 확실한 악역입니다. 지금까지도 악역이어야 하고 앞으로는 더욱 강렬한 악역이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차승원이 연기하는 조국은 결코 악역이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이 가는 캐릭터입니다. 동정심을 유발해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조국은 단 한순간도 약점을 보이지 않는 강한 인물입니다. 동정심은 조국의 사전에서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왜 마음이 갈까요.

차승원의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드는 탁월한 연기 덕분일겁니다. 차승원은 조국이 사악함의 절정을 드러내는 순간이면 여지없이 헐렁한 코믹 연기 본능을 발휘하며 악의 색깔을 희석시킵니다. 악을 친근함으로 바꿔내며 조국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력을 발휘하는 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승원이 시놉시스상의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면 절대 그런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겠죠. 차승원은 남다른 캐릭터 분석력으로 역대 어떤 드라마에서도 찾을 수 없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탄생시킨 겁니다. 어떤 의미에선 어렵게 보일 수도 있는 연기입니다. 폭넓은 공감보다 마니아를 형성할 수 있는 연기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시티홀'은 차승원의 연기력이 최고 수준에 올랐음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시티홀'에서 차승원의 연기를 보다 보면 몇년 전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 생각납니다. 그 작품에서 차승원의 모습이 중첩돼 떠오릅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번 포스팅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2009/06/04 23:24 2009/06/04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