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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이 6개월여에 걸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에덴의 동쪽'은 7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대작으로 상당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습니다. 초반 순탄하게 출발했지만 중반 이후 이런저런 잡음에 휩싸이며 '에덴의 서쪽'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장기간 전국을 오가며 투혼을 발휘한 연기자들의 열정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주인공인 송승헌은 물론이고, 조민기 한지혜 이미숙 연정훈 유동근 등 많은 주연급 연기자들이 호연을 펼쳤습니다.

모든 연기자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저는 특별히 한 사람에게 주목하고 싶습니다. 신명훈으로 등장한 박해진입니다. 물론 박해진이 가장 연기를 잘한 연기자는 결코 아닙니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주요 출연진 중에서 하위권에 속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러나 박해진이야말로 '에덴의 동쪽'을 거치면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기 때문입니다. 박해진은 '에덴의 동쪽'이 시작된 지난 해 8월부터 종영된 3월 10일까지 6개월여의 기간 동안 엄청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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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진은 '에덴의 동쪽' 출연자 리스트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지만 실질적인 합류는 가장 늦은 편에 속합니다. 캐스팅 초기 단계, 그러니까 박신양이 이동철 역으로 거론되던 시절부터 박해진은 신명훈 역으로 물망에 올랐습니다. 스스로는 사실상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동철 역이 송승헌에게로 돌아가면서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조금은 논란이 될 수 있는 후일담이기에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찌 보면 힘들게 합류했습니다. 

'에덴의 동쪽' 초반부에 박해진은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연기력에서 현저한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작품 초반부 박해진은 이연희와 함께 '발연기'의 오명을 뒤집어썼습니다. 악명 높은 대사 "난 슬플 땐 학춤을 춰"로 각종 패러디를 장식한 이연희의 '발연기'가 너무 두드러진 탓에 박해진은 조금은 오명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무렵 '너는 내 운명'의 발호세 박재정이 최악의 발연기를 펼쳐준 덕분에 박해진은 상대적으로 빛을 못본(?)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연기에 대한 평가는 바닥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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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진은 묵묵히 노력했습니다. 극중 아버지인 천하제일악인 신태환 역의 조민기를 선생님 삼아 연기를 배우려고 애를 썼습니다. 촬영이 없는 날엔 조민기의 스튜디오까지 찾아가 연기에 대해 토론하고 가르침을 청했다고 합니다. 사실 중반까지 박해진 역시 조민기 못지않은 악역이었습니다. 악역에게 악역 캐릭터를 배워서 그런지 학습 효과가 대단히 빨랐을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박해진은 그럴듯한 연기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또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습니다. 연기자 스스로에게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포스도 부쩍 커졌습니다. 대단히 커보인다고 할까요.

박해진은 데뷔 전부터 알고 지낸 연기자입니다. 연기자 지망생 시절 사무실에 놀러와 함께 이종격투기 경기를 시청하며 토론을 하기도 했습니다. 연기자 지망생이면 기자가 어려울텐데 편안하게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능청스러운 면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마디로 넉살이 좋은 편이라고 할까요. 덕분에 '발연기'에 대한 비난이 빗발 치는 와중에도 위축되지 않고 차근차근 가고자 하는 길을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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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에 출연하는 동안 박해진을 2번 만났습니다. 첫번째 만났을 때 "연기가 그게 뭐냐?"라고 웃으며 농담을 던졌습니다. 박해진은 웃으며 "나름 괜찮지 않나요?"라고 받아쳤습니다. 비난에 대해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는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두 번째 만났을 때 "연기 너무 좋아졌다"고 칭찬했습니다. 대답은 "나름 괜찮은 정도죠. 뭐"였습니다. 전혀 경직되지 않고 편안하게 연기에 임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돋보였습니다. 예전엔 몰랐는데 요즘 들어서 본 박해진은 대성할 만한 그릇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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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진은 '에덴의 동쪽' 촬영을 마치자마자 극중 아버지이자, 원수이자, 실제로는 스승인 조민기와 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아프리카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우물을 파주는 봉사 활동을 펼치러 갔습니다. 마음 또한 부쩍 자라서 돌아올 것 같아 기대가 더욱 큽니다.




 

예전에 박해진의 발연기 관련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네요. 새삼 기억이...
 

2009/03/11 16:15 2009/03/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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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백상예술대상이 열렸습니다. 시상식이 열리고 나면 영광의 수상자들에게 많은 이야기가 집중됩니다. 이번 백상예술대상에서도 김명민 이민호 윤아 등 수상자들이 화제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시상식을 준비한 주최측의 입장에서는 수상자 보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참가자들에게 더 많은 신경이 쓰입니다. 수상자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동료들과 함께 축제를 즐긴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작년 백상예술대상의 경우엔 유재석 김희애 송강호 등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이번 백상예술대상에선 이준기가 이들의 뒤를 잇는 장본인입니다. 이준기는 비록 최우수연기상의 영광은 김명민에게 넘겨줬지만, 누구보다 즐겁게 축제를 즐겼고 동료들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습니다. 레드카펫에서도 멋진 워킹과 패션 감각을 뽐냈고, 영화 부문 작품상 시상자로 나서 더없이 멋진 멘트를 날렸습니다. 남자 최우수연기상 부문 발표가 있을 때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선배 김명민에게 가슴에서 우러나온 의젓한 축하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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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상식엔 수상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후보들은 잘 참석하지 않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올해 같은 경우엔 몇몇 부문에서 워낙 당연스러워 보이는 수상 후보가 있어 참석을 꺼리는 분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부문 역시 그 중 하나였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이 워낙 막강했기 때문인지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 '바람의 나라'의 송일국, '온에어'의 박용하 등은 일찌감치 불참의 뜻을 밝혀왔습니다.

그러나 이준기는 1개월 전부터 당연하게 참석 의지를 보였습니다. 수상 여부를 떠나서 축제를 즐기고 선후배 동료들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고 싶다는 의도였습니다. 시상식을 앞두고는 시상자로도 서고 싶다고 요청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기왕 참석하는 거 조금이라도 더 의미를 남기고 싶다는 뜻이었죠. 시상식 주최측 입장에선 너무나 대견한 요청이었고 영화 작품상이라는 큰 상의 시상을 맡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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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자로 나서서도 '개념'있는 모습으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출연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스스로 거부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글 맞춤법에 위배된 영화 제목인 '핸드폰'을 '휴대폰'으로 바로 잡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박솔미에 의해 정정하긴 했지만 말이죠. 게다가 '잊어버리다'와 '잃어버리다'를 확실히 구별하는 한글 사랑 감각까지 선보였습니다.

시상식장에서 이준기는 김명민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두 사람은 평소 그다지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는 걸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부문 후보에 올라 경쟁하는 사이임에도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멋진 선후배로 보여 흐뭇했습니다.

당초 이준기는 수상을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김명민이 대상을 수상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심 최우수연기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도 가졌다고 하네요. 이준기로서는 불행하게도 대상은 '엄마가 뿔났다'의 김혜자 선생에게 돌아갔습니다. 결국 이준기는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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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TV부문 작품상 시상자로는 조민기가 초대됐습니다. 조민기는 '일지매'에서 이준기의 아버지로 등장했습니다. 조민기는 시상식을 마친 뒤 이준기에게 "아버지로서 너를 인정한다. 너는 너무 훌륭한 연기자였다"고 칭찬을 보냈다고 하네요. 이준기는 "너무 존경하던 선배인 김명민 형이 수상해서 기쁘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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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는 올해 군 입대를 하게 됩니다. 이번 백상예술대상은 입대를 앞두고 이준기에게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대를 했다고 합니다. 수상을 했다면 더욱 큰 의미를 남긴 채 군 복무를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이준기는 의젓한 어른이 됐음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은 물론이고, 더 큰 상, 더 의미 있는 상을 품에 안을 수 있는 큰 그릇임을 보여줬습니다. 이준기 군에게 감사합니다.

2009/03/02 09:04 2009/03/02 09:04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를 보면 뚜렷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청춘 스타는 결코 작품을 주도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죠.
주연 배우진이 청춘 스타로 꾸려졌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작품의 인기를 이끄는 인물은 관록과 실력을 지닌 중견 배우인 경우 대부분입니다.
청춘 스타들을 앞세운 작품은 그다지 인기를 모으지 못하는 점도 공통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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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작품은 '에덴의 동쪽'이 아닐까 싶네요.
시청률 20%대 중반으로 월화극 1위를 확고히 지키는 작품이죠.
송승헌 연정훈 한지혜 이다해 이연희 박해진 데니스오 등 내로라 하는 청춘 스타들이 주연진을 꾸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초반 드라마 인기를 주도하는 인물은 이미숙과 조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숙의 억척스러운 모성 연기와 조민기의 초절정 야비한 악인 연기가 핵심 흥미 요소입니다.
여기에 유동근의 능청스러운 카리스마도 재미의 큰 몫을 차지하죠.
주인공인 신세대 스타들이 장시간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줍니다.
시청자게시판엔 '발연기' 등 이들의 연기력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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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났다' 역시 중견 연기자들의 공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김혜자 이순재 백일섭 장미희 강부자 김용건 등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습니다.
신은경 류진 이유리 김정현 등 젊은 스타들은 확실히 대선배들의 내공을 배우는 인상입니다.
또 다른 인기 드라마인 '조강지처클럽'에서는 청춘 스타를 찾을 수 없네요.
오현경 안내상 손현주 김혜선 오대규 등이 모든 걸 짊어지고 가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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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선생은 '엄마가 뿔났다'에서 전양자 선생과 황혼의 로맨스로 연일 화제입니다.
그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천방지축 여고생과 우정을 나누는 오보에 연주자로 노익장을 과시하네요.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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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은 김명민입니다.
그 역시도 청춘 스타라는 타이틀은 가져보지 못한 배우입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청춘 스타는 이지아 장근석 등인데,
이들은 부족한 공력을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아슬아슬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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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났다'의 장미희와 '에덴의 동쪽'의 유동근은 명백히 조연 캐릭터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실제 매력을 묘하게 비튼 연기로 주연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중견 연기자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배우들이라 할 수 있겠죠.

이 같은 경향은 최근 위기론에 빠진 한국 드라마 현실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최근 한국 드라마 위기는 치솟는 제작비에 비해 취약한 수익구조였죠.
그 중심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청춘 스타들의 출연료가 있었고요.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견 배우들의 활약은 드라마의 저변을 다지고,
제작 환경을 튼실히하는데 큰 몫을 하리라 기대됩니다.
실제로 새롭게 기획되는 드라마 중엔 중견 연기자의 공력을 활용하는 작품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리 청춘 스타의 입지가 좁아지는 걸까요.
쓸만한 기획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시간을 조금 뒤로 돌려 놓아 80년대 후반까지만 가더라도,
드라마의 주역은 중견 연기자들이었습니다.
90년대 초반 학교 배경 청춘 드라마들이 인기를 모으고, 1992년 트렌디 드라마의 효시가 된 최수종 최진실 주연의 '질투' 이후 청춘 스타들이 드라마를 장악하기 시작했죠.

윤석호 이장수 이진석 이승렬 이창순 장용우 등 청춘 스타들을 잘 활용했던 연출자들이 구시대 감각이라는 지적과 함께 2선으로 후퇴하고 이들의 뒤를 잇는 차세대 연출자들은 내공 부족 현상을 보이면서, 공력이 부족한 청춘 스타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획이 사라져 가는거죠.

어찌보면 바람직한 상황 같습니다.
중견 배우들이 중심으로 나서서 청춘 스타들과 좀더 가까이 호흡하게 된다면,
완성도의 측면이 한층 높아지고 청춘 스타들은 자연스럽게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테니까요.
이 참에 입지가 좁아진 청춘 스타들의 몸값에서 거품이 빠진다면 더욱 좋겠죠.
2008/09/23 16:19 2008/09/23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