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에서 가장 좋은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를 꼽으라면 '시티홀'의 차승원도 그중 한명에 반드시 포함될 겁니다. 차승원은 '시티홀'에서 야심찬 정치인 조국으로 등장해 호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차승원은 원래에도 연기를 잘했던 연기자이지만 '시티홀'에선 지금까지 연기를 집대성한 듯합니다. '최고'라는 찬사가 부족할 정도입니다.

'시티홀'에서 차승원의 연기에서 인상적인 점은 선과 악의 경계선을 허물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국은 정치적 야심을 위해 주위 사람들을 희생시키는데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분명히 밉상 캐릭터입니다. 그럼에도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끌리고 응원하게 합니다. 차승원의 호연 덕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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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이 '시티홀'에서 선과 악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유연하게 연기하는 걸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작품이 있습니다. 2007년 최고의 웰메이드 드라마로 손꼽히는 '하얀거탑'입니다.

'하얀거탑'은 김명민을 당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작품이기도 하죠. 김명민이 연기한 외과 과장 장준혁은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심가입니다. 굳이 선과 악으로 구분하자면 악에 가까운 캐릭터죠. 그럼에도 사람들은 열렬하게 그를 응원했습니다. 두말할 여지없이 김명민의 호연 덕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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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이 '시티홀'에서 보여주는 연기와 김명민이 '하얀거탑'에서 보여준 연기는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 점 때문에 '시티홀'에서 차승원의 연기를 보고 '하얀거탑'을 떠올린 걸까요.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더 의미심장한 이유가 있습니다. 당초 '하얀거탑'의 주인공으로 내정된 연기자가 바로 차승원이었던 것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시다시피 '하얀거탑'의 연출자는 안판석 PD입니다. 드물게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연출력을 발휘하는 분이죠. 영화 '국경의 남쪽'으로 영화계에서도 역량을 인정 받았습니다. '국경의 남쪽'의 주연 배우는 차승원이었습니다. 차승원은 코믹 배우 이미지가 강했지만 '국경의 남쪽'을 통해 애잔한 멜로 연기력도 높이 평가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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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을 함께하면서 안판석 PD와 차승원은 엄청 의기투합했습니다. '국경의 남쪽'을 마친 뒤 안판석 PD는 차기작으로 '하얀거탑'을 결정했습니다. 일본 소설 판권을 확보했죠. '하얀거탑'은 일본에서 세차례나 드라마로 제작돼 유명합니다만. 안판석 PD의 '하얀거탑'은 일본 소설을 원안으로 각색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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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판석 PD는 '국경의 남쪽'에서 호흡을 맞춘 차승원에게 '하얀거탑'의 장준혁 역을 제안했습니다. 차승원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렇게 안판석 PD와 차승원은 영화에 이어 드라마까지 연달아 함께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차승원이 '하얀거탑' 출연을 고사했습니다. 명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국경의 남쪽'의 흥행 성적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가 약해진 탓이라는 것이 방송가의 이야기였습니다. 왕성한 활동력을 지닌 차승원이 예정보다 진전이 더딘 '하얀거탑'을 기다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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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하얀거탑'은 상당 기간 남자 주인공을 찾아 표류했습니다. 한석규 차인표 등에게 러브콜이 갔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명민이 주인공 장준혁을 연기하게 됐습니다. 김명민의 연기는 최고 중에 최고였습니다. 김명민이 아니면 어느 누가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연기할 수 있었겠나 하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20대 시절 무명의 시간을 보낸 김명민은 '꽃보다 아름다워'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 받았고,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 거물 배우의 재목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리고 '하얀거탑'으로 인해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로 마침내 톱스타 자리까지 차지했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워' 시절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한 몸짱 배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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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의 연기 인생에 대해 포스팅한 적도 있습니다. 다시 봐도 괜찮은 글입니다.

  

과연 차승원이 '하얀거탑'의 장준혁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당시에만 해도 차승원이 출연을 고사한 것은 작품 입장에서 천운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차승원이 김명민만큼 연기를 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코믹 배우 이미지가 강한 차승원은 자칫 장준혁을 가볍게 만들 수 있다고 여겼죠.

지금도 차승원이 했다면 김명민의 장준혁 정도의 감동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그러나 차승원이 했더라도 충분히 성공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시티홀'에서 차승원이 조국 캐릭터를 표현하는 연기면 장준혁도 훌륭하게 그려낼 수 있었으리라 여겨지네요. 물론 김명민의 장준혁과 색깔은 많이 다를테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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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시 차승원은 '하얀거탑'을 고사하고 어떤 작품을 택했을까요. 두 편의 영화에 연달아 출연했습니다. 코믹 영화 '이장과 군수'와 휴먼 드라마 '아들'이었습니다. 두 편 모두 흥행 성적은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이장과 군수'는 차승원의 기존 코믹 배우 이미지의 재탕에 불과했죠. 다만 '아들'에선 감동적인 연기로 캐릭터 스펙트럼을 확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실 이번 포스팅에 이전 포스팅의 후속작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시티홀'에서 차승원의 연기에 대해 포스팅하다가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거죠. 그 포스팅을 참조하셔도 좋겠네요.


 

아무튼 결과적으로 차승원의 선택 덕분에 김명민은 '하얀거탑'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대한민국 최고 배우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얼마전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촬영을 마쳤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루게릭병 환자 연기를 위해 체중을 20kg나 감량해서 건강에 이상신호가 오고 있다고까지 하네요. 쉬지 않고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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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김명민입니다. 그리고 가장 친한 배우이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차승원의 선택은 고맙습니다. 가장 친한 배우 김명민이 대한민국 최고 배우가 되는 초석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과정엔 김명민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습니다.

2009/06/06 09:07 2009/06/06 09:07

김명민은 대기만성(大器晩成)라는 표현에 가장 어울리는 스타라고 여겨집니다. 김명민에게 화려한 청춘 스타의 시절은 찾을 수 없거든요. 어떻게 보면 무명에 가깝던 청춘 시절을 보내면서 겪은 숱한 좌절과 시련 덕분에 강해졌고 지금의 흔들림 없는 대형 스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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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김명민 역시 연기자였지만 철저하게 무명이었습니다. 30대에 접어들어 이름 석자를 알리기 시작했지만 그를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소름' 등 영화와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뜨거운 것이 좋아' 등의 드라마로 주목 받긴 했지만 그저 괜찮은 연기자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스타로 도약하게 된 계기는 '불멸의 이순신'의 타이틀롤로 깜짝 발탁된 거죠. 대형 연기자로 가능성을 알렸지만 대부분 방송 관계자들은 '불멸의 이순신'이 정점일거라 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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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명민은 '하얀거탑'과 '베토벤 바이러스'를 거치며 특급 스타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명민은 숱한 시련과 좌절을 겪었습니다. 연기 활동 포기의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강해졌습니다. 이제 그는 강한 카리스마와 연기력, 그리고 대중적인 지지도를 겸비한 흔들리지 않는 톱스타가 됐습니다.

김명민은 학창 시절부터 연기 지망생이었습니다. 충암고 재학 시절 연극반에서 활동하며 연기의 꿈을 키운 그는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해 연기 수업을 쌓았습니다. 대학 시절 김명민은 학교 주최 연극에서 항상 앞장서는 모범생이었다고 합니다. 수업은 그다지 열심히 듣지 않았지만 연극 행사는 단 한번도 빼먹지 않았고 며칠씩 밤을 세우길 마다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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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은 1996년 SBS 공채 탤런트로 선발돼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에 뛰어들었습니다. 공채 탤런트들은 주로 자사 드라마의 단연으로 출연하기에 스타로 부각되기 쉽지 않습니다. 김명민 역시 2년여 단역 등 작은 배역만 맡았기에 두드러질 기회는 없었죠. 그러나 김명민은 매일 드라마국을 찾아가 PD들에게 건강음료를 돌리며 인사해 착실한 인상을 남겼다. PD들도 그런 김명민의 착실함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무렵 김명민은 처음으로 매니저를 만나면서 첫번째 시련을 만났습니다. 매니저가 "연기자가 음료나 돌리는 건 값싸게 보인다. 모든 걸 내게 맡기고 따라오라"며 중단시킨 일이었죠. 김명민은 매니저를 따랐지만 오히려 연기 기회는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PD들이 '김명민이 건방져졌다'고 밉게 보기 시작한거죠. 일이 안 들어오니 매니저도 김명민을 방치했고 그 동안 쌓은 좋은 이미지만 잃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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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명민은 어렵사리 영화계에 노크했지만 시련과 함께 시작해야 했습니다. 1999년 영화 '공포택시'에 주인공으로 깜짝 발탁돼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돌연 주인공이 이서진으로 교체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좌절한 일이었습니다. 이후 1년여 방황하던 김명민은 MBC TV 드라마 '뜨거운 것이 좋아'와 영화 '소름'을 통해 이름 석자를 알리게 됐습니다.

특히 '소름'에선 광기어린 살인마 택시기사를 연기해 극찬을 받았습니다. 영화 흥행은 부진했지만 김명민의 실력은 확실히 인정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밝은 빛이 드리운 시기는 잠깐이었습니다. 이후 김명민은 몇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잠깐 반짝 했다가 사라지는 듯한 분위기였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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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큰 기대를 품고 출연한 노희경 작가의 '꽃보다 아름다워'는 연기자로서 한계를 느끼게 했습니다. 촬영 중이던 영화 '선수가라사대'와 '스턴트맨'이 크랭크업 직전 무산되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그 무렵 첫아들 재하가 태어났죠. 더이상 연기자로는 당당한 아버지가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연기 활동을 완전히 접고 이민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김명민은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뉴질랜드에 집과 직장까지 다 알아봐뒀습니다.

그때 김명민에게 기적 같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불멸의 이순신'의 타이틀롤로 전격 캐스팅된 기회였죠. 기껏 찾아놓은 뉴질랜드의 터전을 포기했지만 김명민은 새로운 도전에 활기를 얻었습니다. 김명민의 이순신은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김명민이 '스타'라는 수식어를 얻게된 나이는 서른세살이었습니다. 이후 김명민은 1년 간격으로 '하얀거탑'과 '베토벤 바이러스'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한단계 한단계 톱스타로 도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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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김명민을 처음 만난 건 '소름' 촬영을 마친 직후였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 인사를 나눴고, 당시 일간스포츠에 있던 코너인 '스타 스토리-김명민 편'을 제가 연재했습니다. 김명민이 자신의 인생사를 죽 들려주면 제가 12회 정도로 구성해서 연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우 친해졌습니다. 김명민은 한살 많은 제게 스스럼 없이 "형"이라고 불렀습니다.

요즘도 만나면 제게 "형"이라고 합니다. 사실 저는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김명민의 아우라가 너무 커졌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에 가겠다고 답답해 하던 때가 떠오르곤 합니다. 그 당시에도 김명민은 담담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조용히 듣고만 있었죠. '불멸의 이순신'의 주인공으로 깜짝 발탁됐을 때에도 그는 담담했습니다. 결연한 의지를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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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을 보면서 무섭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요즘 그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병 환자로 캐스팅돼 연기혼을 불사르고 있습니다. 혼을 불사른다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체중을 10kg 이상 감량하고 진짜 죽음을 앞둔 환자가 돼 있습니다. 김명민은 시련이 많았던 만큼 강해졌습니다.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더욱 거침없이 전진하는 배우가 될 것입니다.



 


김명민이 MBC '연기대상'에서 송승헌과 공동 수상할 당시 논란이 많았습니다. 당시 포스팅입니다.
 

 


김명민은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하기에 앞서서 '바람의 화원'의 김홍도 역으로도 거론됐습니다. 어떻게 해서 '베토벤 바이러스'로 확정했을까요.
 

2009/04/13 08:37 2009/04/13 08:37

연예부 기자를 하면서 연기자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제가 주로 담당하는 분야가 방송(드라마 예능 등)이기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연기자들은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영화에도 출연합니다. 장르를 넘나드는거죠.
저야 연기자들이 드라마에 출연할 때 만납니다. 주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죠.


그런데 제가 만난 연기자들 100명중 99명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드라마보다 영화가 더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서 연기력을 유감없이 과시할 수 있다는 의미죠.
반면 드라마는 빠듯한 스케줄에 쪽대본까지 여건이 안좋아 연기력 발휘가 안된다더군요.
"가능하면 영화만 하고 싶다"는 연기자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보다 드라마가 더 좋다는 연기자가 있었습니다. 제 기억엔 한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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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김명민입니다. 요즘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펼쳐보이고 있죠.
 김명민은 "영화처럼 좋은 여건에선 누구나 실력을 원없이 발휘할 수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 펼쳐보이는 연기가 진정한 실력이다"라며 드라마를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즉각적으로 시청자들의 반응과 호흡하는 짜릿함도 드라마의 장점"이라고 꼽았습니다. 항상 긴장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치열한 드라마 현장에 대한 예찬이었죠.
 그러면서 그는 드라마의 터주대감격인 중견 연기자들의 농익은 연기를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더군요.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지금의 김명민을 만든 것 같습니다.  

 사실 김명민은 그다지 평탄한 연기 인생을 보낸 배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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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이순신'의 타이틀롤이 된 이후에야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김명민의 나이가 서른셋이었으니 '늦깎이 스타'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출세작인 '불멸의 이순신'부터 김명민의 성공작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최고의 플랜B 연기자였다는 점입니다.
플랜A를 능가하는 플랜B 연기자라고 하는 게 정확할 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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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이순신'에서 김명민은 깜짝 발탁됐습니다.
당초 이순신 역으로는 정준호가 유력하게 거론됐습니다.
출연료 논의까지 진행됐으니 상당히 근접한 상황이었죠.
그러나 결국 무산됐고, 송일국이 내정됐다가 물러난 뒤
김명민에게 이순신 역이 돌아왔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김명민을 떠나선 어떤 배우도 이순신으로 생각할 수없다는 평가를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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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성공작인 '하얀거탑'에서도 김명민은 차선책이었습니다.
원래 '하얀거탑'의 장준혁 과장은 차승원으로 내정돼 있었습니다.
안판석 감독과 차승원은 영화 '국경의 남쪽'에서 의기투합했고
이를 '하얀거탑'으로 이어가기로 했죠. 그러나 무산됐습니다.
그 후 한석규 차인표 등의 캐스팅이 추진됐다가 김명민에게 돌아왔습니다.
차인표는 훗날 우정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최고 연기파 배우의 탄생이라는 극찬의 연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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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베토벤 바이러스'입니다.
물론 이제 김명민은 플랜A 연기자가 됐습니다.
캐스팅 물망에서 가장 위에 이름이 올라가 있죠.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또한번 엄청난 연기포스를 과시하면서
가장 위쪽 중에도 가장 위에 이름이 올라갔습니다.
연기력과 대중 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플랜A 배우가 된거죠.

그러고 보면 김명민이 다른 연기자들과 달리 드라마에 강한 애착을 보인 점이
지금의 김명민을 만든 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항상 힘든 현장에서 스스로를 단련시키면서 누구보다 강해지고 단단해진 거죠.
다른 연기자들이 열악하다고 하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다른 연기자들이 안정된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발휘하는 연기보다
더욱 뛰어난 연기를 펼치는 건 쉼없는 단련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겁니다.


그러고 보니 김명민이 '베토벤 바이러스'에 합류하기 전에
거친 작품이 하나 있네요. 그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다음 번에 하지요.

2008/10/09 00:14 2008/10/09 00:14

요즘 드라마를 보다 보면 김명민의 연기가 단연 눈에 띕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괴팍하고 오만불손한 성격의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강건우(일명 강마에)로 등장하는 김명민은 생동감 넘치는 오만방자한 연기로 '역시 연기 하나는 끝내준다'는 감탄을 연발하게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김명민이 연기하는 강마에는 지금까지 어떤 드라마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악랄한 캐릭터입다. 순수한 열정으로 오케스트라에 뛰어든 단원들을 멸시하고 수시로 모욕감을 안겨 주는가 하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자만심까지 숨김없이 과시하고 있거든요.

이쯤 되면 꼴도 보기 싫어야 하고 미워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응원하게 되더라니까요. 지난 17일 방송에서 이지아와 장근석을 혼쭐을 내는 모습은 어찌나 통쾌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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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강마에는 드라마 주인공으로는 도무지 보기 힘든 캐릭터입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주인공은 거만하다 하더라도 내면은 더없이 선량한 내유외강형이 많거든요. 그런데 강마에는 내면까지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재주로 김명민은 이 같은 강마에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고 있을까요. 심지어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비결은 도대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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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하얀거탑'의 장준혁 과장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강마에는 장준혁과 닮은 점이 많은 캐릭터거든요. 장준혁은 최고를 지향하는 엘리트이자 성공을 위해 악마와도 거래할 수 있는 인물이었죠. 호감이 가기보다 비호감에 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장준혁을 응원했죠. 아니 장준혁과 하나가 된 김명민의 호연에 빠져든 나머지 김명민으로 살아난 장준혁을 응원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강마에는 장준혁 이상으로 짜증을 유발하는 캐릭터입니다. 최고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안하무인이고 그 누구도 인정하려 들지 않죠. 굳이 장준혁과 차이를 찾자면 최고라는 절대선에 대한 접근 방법에 있어서 오직 실력만을 강조하는 순수함을 지닌 점 정도일까요. 어쨌든 꼴불견 캐릭터지만 역시 시청자는 강마에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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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혁과 강마에를 비교하면서 김명민의 연기력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김명민은 '하얀거탑'에서 강함 이면에 약함을 지닌 인물을 그려냈고, '베토벤 바이러스'에선 강한 나머지 언제든지 부러질 수 있는 인물을 그려보이고 있습니다. 두 인물 모두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은연중에 그려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김명민은 이를 만들어 보이려 하지 않는 점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갈무리하고 보여주지 않으려 하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애써 발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지 않지만 자연스럽다고 할까요. 설명 조차 힘든 호연인 셈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장준혁과 강마에를 비교하면 김명민 연기의 진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하얀거탑'의 장준혁은 캐릭터 자체에서 이를 표현할 수 있었다면,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는 캐릭터에 드러나지 않은 모습을 숨기면서 드러내야 하거든요. 더욱 어려운 연기죠.

그런 점에서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의 연기에선 모순까지 느껴집니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하얀거탑'을 거치는 동안 연기력 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명민이 '베토벤 바이러스'에선 최고라는 평가마저도 무색하게 한다는 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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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18일 방송에서 강마에가 착해졌네요. 악랄할 때보다 덜 사랑스러워요. 설마 아니겠죠. 다시 오만방자한 강마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텐데...
그리고 김명민은 지휘자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답니다. 제대로 지휘하는 모습이 빨리 나와야 할텐데요..

2008/09/19 00:37 2008/09/19 00:37